저는 6년째 같이 살고 있는 냥이가 있어요. 스트륏 출신으로 지금은 돼냥돼냥 이쁜 제 가족이 되었죠.
그러다 보니 길에 사는 냥이들을 보면 뭔가 짠한 마음이 들기도 해서, 어느 날 프로베스트캣이라는 길냥이계의 대표 사료를 한포대 사게 되었어요.
근데.... 막상 사놓고 보니까 누구를 얼마나 어떻게 줘야 하는지 사실 조금 난감하더라구요. 내가 이 동네 천년만년 살 것도 아니고, 얘네들 평생 책임져 줄 수 없을 텐데 나 잠깐 좋자고 무책임하게 사료를 주어도 되나 안되나 하는 고민...
그러다 뙇! 정말 우연히 동네 캣맘 분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혹시...고양이 사료 주세요? 그럼 제 것도 드릴께요.....이런 식으로 떠넘기기 수작질...ㅋ
그 인연으로 그 분께 가끔 사료를 조공해드리게 되었습죠.
유난히 추웠던 지난 겨울 설날 즈음해서. 캣맘이 시골에 내려갈 일이 생기셨을 때 잠깐 제가 사료를 준 적이 있어요.
정 붙을까봐 애들 최대한 마주치지 않고 싶었는데..흑흑. 아무튼 그 때 찍은 사진입니다.
명지대에 상주하는 냥이. 저 커다란 덩치와 어울리지 않게 이쁜 목소리를 가지고 있는 냥이여요. 캣맘이 지으신 이름은 '바둑이'라고 합니다.ㅋ
길 가던 사람이 뭔가 부시럭부시럭 꺼내는 것 같으면 슬그머니 다가와 간식을 내놓으게 스킬을 쓰는 냥이래요.ㅋㅋ
그런데.....이 바둑이만 있으면 평화로울 텐데.....가만 보니 숫자가 장난이 아닙니다.....덜덜.
하긴 15KG 사료가 일주일이면 바닥나신다는데.....직접보니 헐.
인터넷이나 정보에 익숙한 분이 아니라서 TNR 같은 건 생각도 못하시는 분이었어요.ㅠ
서른마리 정도 되는 냥이를 먹이려니까 허덕허덕 힘들어 보이시더라구요.ㅠㅠ
그래서 어디서 주워들은 TNR 이야기를 슬쩍 꺼내놓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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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여차저차 생각지도 못하게 제가 얘네들 TNR 신청을 하게 되었네요.ㅠㅠ 으앙. 미안 얘들아.ㅠㅠ
함께 더불어 살아가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어.
너무나 수월하게 잡혀준 바둑이입니다.
TNR로 아이들을 포획해가면 병원에서 중성화 수술을 한 후, 수컷은 만 하루, 암컷은 3일을 병원에 있다가 나오게 되더라구요.(서대문구의 경우. 지역별로 차이가 있는 것 같아요.)
바둑이는 수컷이라 하루만에 나왔는데..며칠 안보일 지도 모른다는 우리 걱정과는 달리 우걱우걱 냠냠 나오는 날 부터 다시 사료를 흡입하십니다.ㅋㅋ
조오기. 화살표로 표시된 부분이 TNR이 되었다는 표시. 귀를 잘라서 표시를 하는 거래요. 안쓰럽지만, 잡힌 애들이 또 잡히면 안되니까.ㅠㅠ
혹시나 염증이라도 생길까봐 조마조마 했는데, 다행히 이번에 티앤알한 애들 모두 건강한 것을 확인했어요.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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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총 13마리를 중성화 했습니다.
저야 얘네들이랑 안친하고, 앞으로도 사료만 가끔 조공할 거라 덜하지만, 직접 사료를 챙겨주시는 캣맘분은
만감이 교차하시는 듯 하더라구요.ㅠㅠ
부디부디 앞으로도 건강하길 바라는 마음에 기록을 남겨요.
혹시라도 길냥이 TNR 계획하신 분들께 약간의 정보라도 될까 하는 마음에 구체적인 과정도 덧붙입니다.
사실. 중성화를 해야하나 고민하는 과정만 몇개월이었지만, 막상 신청하고 그 후의 일은 일사천리 촥촥촥 친절한 공무원분들의 도움으로 진행되더라구요.ㅋㅋㅋ(사실 처음에 불신했어요. 제대로 해주려나. 어디 이상한 사람이 잡아가고 안 데려다 주는 거 아냐...막 이런.;;;;;)
서대문구의 경우 담당 과에 전화를 하시면 바로 주소와 전화번호를 물어보고 일정을 잡아줍니다.
직접 포획하시는 분이 다시 TNR 며칠 전에 전화를 주셔서 주의사항을 알려주시고 당일 저녁부터 다음날 새벽까지 아이들을 잡죠.
방사할 때는 물론 미리 전화를 주셔서 방사 과정을 지켜볼 수 있도록 해주셨습니다~. (저희같은 경우는 네 군데에 나눠서 먹이를 줬는데, 가까운 지역임에도 딱딱 그자리에 놓아주시더라구요. 폭풍 감동~!!)
에....그렇습니다.
앞으로도 종종 티앤알 한 사진이랑 애들 이야기를 올릴 수 있으면 좋으련만.....
전 게으름뱅이라서 아마 안될 거예요.ㅋㅋㅠㅠ
그럼~막간을 이용해서 이 글의 핵심~
TNR 과정중에 잡힌 아깽이 분양 광고 나갑니다~~!!!!
동그라마 안에 얘여요.ㅋㅋㅋ 혼자 갑툭튀 아깽이라 어쩔 수 없이 데려온 아이입니다.
바로 옆에 오른쪽 부터 노랑이, 삼색이는 이번에 티앤알 성공했어요.(으음. 사진에서 웅크리고 있는 맨 왼쪽 녀석은 쉽게 안잡혀서 고민입니다.ㅠㅠ)
이래이래 예뻐요~~~ 똥꼬발랄 캣초딩. 폭풍 먹성 때문에 임시로 사샤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구충과 1차접종 제가 했어요. 어서어서 관심있으신 분들 연락 주쒸길~~!!(자세한 이야기는 제 그 전 글들을 참고해주셔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