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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humorbest_59697
    작성자 : 한글사랑
    추천 : 95
    조회수 : 4652
    IP : 61.249.***.198
    댓글 : 3개
    베스트 등록시간 : 2004/09/15 10:54:23
    원글작성시간 : 2004/09/15 00:53:40
    http://todayhumor.com/?humorbest_59697 모바일
    최악의 서울대 총학생회장 [펌]
    작년 11월 한 인터넷 웹진에서 '역대 서울대 총학생회장 출신 중 최악의 인물은 누구인가'를 묻는 네티즌 선거를 실시했다. 당선자(?)는 현 한나라당 국회의원 정형근이었다. 

    그가 뽑힌 이유는 세가지다. 첫째, 80년대 공안검사 시절부터 민주화 인사에 대한 고문을 주도했고, 둘째로 서울대라는 시가 2억원짜리 브랜드를 팔면서 학력주의를 조장했으며, 마지막으로는 중요한 정치적 사안마다 신빙성없는 폭로전을 펼치며 '식물국회'로 몰고 가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물론 이 네티즌 조사는 자칫 유명인사 중에서 워스트드레서를 뽑는 행사처럼 선정적일 수도 있고, 특정 연령대의 시각만이 반영된 조사일 수도 있다. 그럼에도 이 조사결과를 정형근에 대한 글의 첫머리로 시작하는 것은 앞서 밝힌 세 가지 선정이유 속에 정형근에 대한 세간의 인식과 그의 인간적 성향이 함축적으로 들어 있다는 게 내 생각이기 때문이다. 

    재선의 국회의원이 된 지금까지 끊이지 않고 제기되는 고문전력 시비, 자타가 인정하는 지나칠 정도의 엘리트주의, 폭로 또는 공작정치의 새로운 장르를 개척한 정보맨 출신의 정치인 그게 정치인 정형근에 대한 세간의 인식이다. 거기에 권위주의적 성격이나 놀라울정도의 치밀함, 특이한 피해의식, 소신을 강조하면서 자존심을 중시하는 그의 스타일을 보태면, 그게  '정치인 정형근'과 '인간 정형근'의 대체적인 면모다.  

    그런데 조사결과를 보면서 정형근이 6.8 부정선거를 규탄한 서울대 총학생회장 출신이라는 사실에 놀라움을 표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지금의 정형근과는 어쩐지 잘 어울리는 이미지가 아니라서 그런 모양이다. 

    그러나 정형근은 검사 임관때도 학생회장 경력 때문에 '신원특이자'로 지목돼 애를 먹은 사람이다.  

    정형근은 1945년 경남 거창에서 태어나 초등학교 4학년 때 부산으로 전학을 했다. 경남고를 수석으로 졸업하고 서울대 법대에 진학한 후 법대 학생회장과 총학생회장을 하고, 사법고시에 합격한 뒤 미국 미시간대에서 석사학위를 받고 서울대에서 법학박사 학위를 받은 수재다. 

    10년 동안의 검사생활을 거쳐 안기부에서도 핵심요직만 역임하다가 잠깐동안의 변호사생활을 거쳐 지금은 한나라당의 재선 국회의원이다. 이 정도의 경력이라면 엘리트주의 냄새가 나지 않는 게 오히려 이상할 정도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4남 2녀의 가난한 장남으로, 생각나는 이사횟수만 50회가 넘는다는 가난에 대한 처절한 기억이 있다. 어떤 때는 집을 구하지 못해 일가족이 헤어져 살던 때도 있었고 아침 점심을 샘물로 대신하면서, 수업료 1천원을 내지 못해 수업시간에 쫓겨난 적도 있었단다. 물론 대학도 고학으로 마쳤다. 

    그의 성장배경과 사회적 경력만 놓고 본다면 정형근은 진작에 다큐멘터리 '성공시대'에 등장했어야 할 인물이다. 거친 환경 속에서 고단한 삶을 살아 가는 많은 청소년들에게 그의 고난과 성공은 얼마나 큰 희망을 안겨 주겠는가 말이다. 그런데 2000년 현재의 젊은이들은 정형근을 역대 최악의 서울대 총학생회장으로 꼽고 있다. 

    '양식있는 엘리트가 어떻게 고문을 할 수 있겠습니까?'
    정형근은 자신의 부정적 이미지의 대부분이 안기부 근무경력때문일거라고 짐작한다. 100퍼센트 그런 건 아니겠지만 정형근을 거론할 때마다 그 부분이 불거져 나오는 걸 보면 전혀 엉뚱한 해석은 아닌 모양이다. 

    검사출신인 그는 지난 83년 안기부 법률담당관을 시작으로 대공수사국장, 기획판단국장, 수사차장보, 제1국장, 제1차장 등의 핵심요직을 두루 거쳤다.  정형근이 검사의 신분으로 안기부에 파견된 경위도 그의 엘리트주의를 부추길만 하다. 

    83년 초, 안기부에서 처리한 간첩사건이 대법원에서 무죄로 판결된 일이 있었다. 노신영 당시 안기부장이 제일 유능한 검사를 뽑아오라고 지시해 안기부, 검찰, 법무부에서 각기 1등에서 10등까지 리스트를 만들었는데 그 세 군데 모두에서 1등으로 추천된 사람이 정형근이었다. 

    출발부터가 화려했던 그는 엘리티즘이 뼛속 깊이 각인된 사람이다. 그가 안기부 대공수사국장으로 재직시 박노해시인에게 했다는 말은 워낙 유명해 전설처럼 인구에 회자된다. 

    "너같은 공돌이가 어떻게 서울대 출신 부하들을 거느릴 수 있느냐. 너의 시나 글들은 모두 서울대 출신들이 써준 것 아니냐." 

    소위 '민족해방노동당 사건'으로 연행된 심진구씨도 비슷한 경험을 했다고 증언한다. 정형근이 마도로스 파이프 담배를 입에 문 채 다가와서는 비꼬는 말투로 물었다는 것이다.
    "선진적 노동자의 임무' 이것 네가 썼다며? 고등학교밖에 안나온 놈이 이걸 써? 네 뒤에 있는 놈을 대." 

    정형근은 안기부에 연행되어 조사를 받는 운동권 인사 중에서도 자신의 출신학교인 서울대 등 명문대 출신이어야 어느 정도 인정해 주었다고 한다. 

    어느 여고에서 서울대와 명문대를 진학할만한 학생들의 반은 장미, 백합 등의 이름을 붙여 주고 그렇지 않은 반의 학생들은 '기타반' 또는 '들꽃반'이라고 불렀다던가. 아마 그 학교에도 정형근처럼 엘리트주의자를 자처하는 인물들이 많았던 모양이다. 

    엘리트주의 신봉자 정형근은 13년간 안기부에 근무하면서 서경원.임수경 방북사건, 김낙중.이선실 간첩사건, 사노맹사건 등 대형 공안 사건을 직접 수사하거나 지휘했다. 얼마나 대단한 능력을 발휘했던지 이 기간에 보국훈장 천수장, 보국훈장 국선장 등 훈장을 세 번이나 받기도 한다. 

    그러나 정형근이 안기부에서 활동한 '절정의 40대'는 두고 두고 그의 발목을 잡는 원죄의 기간이 되어 버린다. 바로 이 시기의 활동에 대해서 끊임없는 고문의혹 시비가 일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고문 국회의원 정형근을 심판하는 모임'을 비롯한 수많은 시민단체와 많은 지식인들이 그의 고문전력을 문제 삼았지만 정형근은 명예훼손 소송도 불사하겠다며 펄쩍 뛴다. 그래서 이 문제에 대해서는 아직도 '의혹'이나 '시비'라는 단어를 쓸 수 밖에 없다. 

    바로 이게 정형근과 대한민국의 비극이다. 당시 현역의원이던 서경원은 정형근에게 고문을 당해 피를 세그릇이나 받아냈다고 증언을 하고, 고문의 현장에서 그와 몸서리쳐지는 대면을 했다는 증언자들이 무수히 많지만 정형근은 당당하게 자신의 무고함을 주장한다. 

    "99년 4월, 서경원 전의원의 비서관 방양균씨는 유엔인권위원회가 열리는 제네바까지 따라와 내가 고문했다고 떠들고 다녔습니다. 내가 참다참다 고소를 했더니, 그 뒤로는 방씨가 내 주변에 얼씬거리지도 않았습니다. 이것만 봐도 내가 고문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거짓말을 하고 있는지 다 알겁니다." 

    현역의원이 그 정도로 당했다면 일반 국민들은 어떠겠느냐는 서경원 전 의원의 탄식에도 정형근은 특유의 엘리트의식을 내보이며 항변한다. 

    "서울법대와 검사출신의 양식있는 엘리트가 어떻게 국민의 대표기관을 때리고 피를 세그릇이나 받아낼 수가 있습니까."

    그의 억울한 사연(?)은 계속된다. 
    "안기부 조사실에는 비디오 카메라가 다 설치돼 있습니다. 다 찍히는데 어떻게 고문을 합니까? 내가 수사할땐 그 많은 사건을 수사하면서도 고문시비가 한 건도 없었습니다. 정형근 이름으로 고소당한 것 있습니까?" 

    슬쩍 한 발 양보하는 여유까지 보여 준다. 
    "수사를 하다보면 손으로 푸싱을 하거나 뺨을 한 대 때리거나 한 적은 혹시 있을지 몰라도 고문을 했다면 내가 살아 있을 수 있겠습니까?" 

    도대체 정형근이 생각하는 고문의 수준은 어떤 것일까. 심진구씨의 증언처럼 37일 동안 하루도 빠지지 않고 잠자는 시간외에는 수사관들로부터 돌아가면서 계속 맞아 피오줌을 흘리고, 잘 때는 팬티가 붙어 야전침대에 누울 수 조차 없을 정도가 되어야 고문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인가. 

    한 사내가 늘 뒷짐을 지고 파이프 담배를 문채 2-3일에 한번씩 고문현장에 나타났는데 그때마다 수사관들은 일동 기립하여 그의 지시에 귀기울였다고 한다. 그 사내가 "이제 불 때가 되지 않았어?"라며 고문을 '예고'하고 돌아간 다음에는 어김없이 더 강도높은 고문이 가해졌다. 그래서 고문현장에서 파이프 담배의 사내를 마주쳤던 사람들은 그가 다녀가고 나면 늘 공포에 떨곤 했단다. 그런 의혹을 받고 있는 사내는 도대체 누구인가. 

    고문을 당했던 사람들은 육체적 고통이나 공포심 때문에 모두 심신이 정상적이지 않은 상태라서 헛것을 보았거나 다른 사람과 착각을 했던 것일까. 

    꼭 그렇지만은 않은 것 같다. 92년 이선실 간첩단 사건으로 구속된 적이 있던 장기표씨는 정형근과 서울법대 동문이다. 그는 작년 1월 한 잡지를 통해 정형근에게 공개적으로 편지 한통을 보낸다. 

    "잠시나마 교정에서 학창시절을 함께 보낸 적이 있는 나도 당신으로부터 어처구니없는 일을 당할 정도였으니 당신이 국가안전기획부에서 근무하는 동안 저지른 반인간적인 일은 세인의 지탄을 받기에 충분하오." 

    계속 되풀이되는 얘기지만 명명백백하게 밝혀야 모두가 억울하지 않다. 고문의혹이 사실이 아니라면 정형근 자신도 얼마나 억울하겠는가. 강준만교수의 말처럼, 모두가 억울하다니 하루 빨리 '고문조작 의혹 규명에 관한 특별법'을 만들어 모든 진상을 규명해 이 나라를 영원히 고문이 없는 나라로 만들어야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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