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애견센터 - 1
오늘 우리 엄마의 가게,
즉 우리 애완견센터 바로 옆에 들어선 식당때문에
엄마와 난, 하루종일 눈쌀을 지푸릴수 밖에 없었다.
"저 사람들 제 정신이라니? 애완견센터 옆에 보신탕집을 떡하니 차리다니...
나원참 어이가 없어서...."
"그러게.. 도대체가 말야.. 이귀여운것을 어떻게 먹을수가 있어? .."
우리속 말티즈 한마리를 쓰다듬으며 엄마의 넋두리에 동의했다.
"보신탕집도 보신탕집이지만, 저렇게 북적거리는 손님들은 또뭐라니?"
"내말이 그말이잖아. 엄마 엄마... 엄마도 보신탕 먹어봤어?"
"어휴.. 징그럽게 저런걸 어떻게 먹어?"
"하긴 글치.... 근데 맛있을라나?"
"징그러워서 그렇지 맛은 있어.. 쫄깃 쫄깃 한게...."
"-_-......"
"호...호호..;; 호기심에 ^^;"
그때 가게 문이 열리고 낯선남자 하나가 웬 쟁반을 들고 들어섰다.
# 보신탕집 - 1
주변을 한번 쉬 둘러보고 왈왈 짖어대는 개-_-소리를 들은 후에야
내 앞의 두 여자의 눈빛이 싸늘한 이유를 알수가 있었다
'애...애견센터였구나 ;;;'
"이....이거 떡인데요... 개업한 기념으로...하하;; 여기다 두고 가면 될까요?"
"아하..떡이었어요? 난 또... 네 거기 두고 가세요"
"네...그럼 전 이만...담에 식사라도 한번 하러....."
"-_-" "-_-"
;;;;;;
뭔가 못할말을 한것 같았다 -_-;
아버진 왜 아무말씀 없으셨지? 애견센터 옆에 식당을 차리시다니;;
삐질뻘쯤한 자세로; 부리나케 그곳을 빠져 나왔다..
# 애견센터 - 2
"안녕하세요?"
인사소리에 문득 뒤를 돌아보니, 보신탕집 총각이었다 =_=
별루 인사하고 싶은 사람은 아니지만 예의상 인사를 받아주었다.
"아...네.. 안녕하세요?"
"네. 어디 가시나봐요?"
"예. 이녀석이 밥을 잘 안먹어서... 병원에 한번 데려가 보려구요.."
"아..이녀석 시추 맞죠?"
"네... 잘아시네요?"
"하하..잘아는건 아니고....음.... 한그릇은 나올려냐?"
"네? 뭐라구요?"
"아... 아니...저..농담 한건데;;"
세상에나... 안으면 품에 쏘옥 들어오는 이 앙증맞은것을 보고
그릇수나 따지고 있다니... 암만 하는일이 그래도 그렇지
애견을... 그것도 이 어린것을 보고...
"저..기분 상하셨어요? 농담...한건데..."
"아니에요 괜찮아요....음. 초콜릿 좋아하세요?"
"초콜릿요? 무지 좋아하죠"
"그럼 이것좀 드세요... ^^ 그럼 전 바빠서 이만.."
"네 .. 조심해서 가세요"
그 남자에게 초콜릿을 한움큼 쥐어주고 나서
뒤도 돌아보지 않고 동물병원으로 향했다.
맛있다면서 오독오독 씹어 먹는게 참 일품이었다..
# 보신탕집 - 2
맛있다고 막 쑤셔 넣는게 아니었다 -_-
아무리 농담이 안먹혀도 그렇지, 그걸 앙심품고
개나 핥아 먹는걸 사람한테 먹이냐? -_-
진열대에 놓인 캔깡통에 새겨진 개초콜릿 모양이 내가 먹은 그것과
같은 모양일땐 설마 했건만.....
피식피식 웃는 꼬락서니라니...
"괜찮아요...개가 사람보다 깨끗하니까요. 걱정마세요 ^^"
닝기리 ;;
# 애견센터 - 3
얼빠진 표정으로 그 남자가 가게를 나선 후 통쾌하게 한바탕 웃어제꼈다.
물론 개 초콜릿이 사람에게 해가 있는건 전혀 아니다.
그저 모르는사람이 먹으면 좀 찝찝할뿐이지 ^^;
실제로 애견센터에 일하는 사람들은 잘 줏어 먹는다 ;;
다음날 잠시 가게를 비운사이에 그 남자가 와 있었다.
새끼 강아지 한마릴 품에 끌어 안은채 쓰다듬고 있는걸 보니
별일이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별 내색 하진 않았다.
"이녀석은 종이 뭐에요?"
"그녀석도 시추에요..."
"아 그런가.. 새끼라서 잘 못알아 보겠네요.."
"근데 어쩐일이세요?"
"그냥 인사나 하러 잠시 들렀어요^^"
"(인사못해 환장한 사람도 아니고...)
"이만 가볼게요 담에 뵈요"
"네.. 들어가세요.."
그 남자가 사라지고 난 후 가게를 정리하고 있으려니
강아지 한마리가 "켁 켁" 소리를 내며 무언가를 토해내고 있었다.
아까 그 남자가 안고 있던 시추새끼였다....
"어? 너 왜이러니? 뭘 뱉는거야???"
"캑 캑"
강아지의 배를 어루만져 먹은걸 토해내게 하고 보니
무슨 고깃덩어리였다...
"아니.... 설마?"
끓어오르는 화를 참지 못해 문을 박차고 보신탕집으로 들어섰다.
# 보신탕집 - 4
처음 알았다....
개도 개고기를 먹는다는걸 =_=
# 애견센터 - 5
"이보세요! 개한테 그딴걸 먹이면 어떻해요?!"
"네? 무슨 말씀이신지..."
"좀전에 개 한테 개고기 먹이셨잖아요"
"아....그거요?"
"어쩌자고 개한테 그런걸 먹이시는거에요!"
"그거 개고기 아닌데요?"
".....네?"
"그거....돼지 고긴데....돼지고기도 먹이면...안되는건가요?"
돼..돼지고기라고?? 지금 그말을 믿으라는건가?"
"지금 절더러 그걸 믿으란 말씀이세요?"
"그냥 너무 귀여워서 저희들 먹는 돼지고기 좀 들고 가서 먹였을뿐이에요..
못믿겠음 확인 하시던가..."
"뭘 어떻게 확인해요?"
"먹어보면 알잖아요..갠지 돼진지..."
"아니..지금 개가먹다 토한걸 날더러 먹어보란 말씀이세요?"
"에이.. 사람보다 깨끗한 개가 먹던건데 뭐 어때요 ^^"
"아.....아 정말!!"
# 보신탕집 - 5
쿡쿡... 복수 성공!
진짜 돼지고기냐고?
말해 뭐해....보신탕집에 널린게 개고기 뿐인데 =_=;
그녀와 그날 이후론 지나가다 마주쳐도 눈길한번 주지 않았다.
기껏해야 장군 한번 멍군 한번씩 때린것 뿐인데도
그녀는 화를 풀 기미가 보이질 않았다.
물론 나도 아쉬울건 하나도 없었지만 -_-..
# 애견센터 - 6
"엄마 뭐하는데 요즘 일케 자릴 자주 비워!"
"어머? 갑자기 왜이래? 가게 혼자서 하루이틀 본것도 아니면서?"
"아씨 몰라! 오늘은 엄마가 봐 나 좀 나갔다 올게!"
"일찍 들어와~ 저녁엔 엄마도 약속있으니까"
요즘 옆집 보신탕집 남정네 때문에 스트레스 쌓여 죽겠건만
엄마는 무슨 좋은일이 있는지 맨날 외출이다.
바람좀 쐴겸 친구들과 밥이나 같이 먹을려고 길을 나설때였다.
'어? 저 사람이.... 왜 저기서 나오지?'
택시를 잡아 타려다 길건너 동물병원에서 나오는 사람이
보신탕집 남정네라는걸 알고는 약간 의아 해졌다.
"안녕하세요 선생님?"
"아.. 어서와. 오늘은 어쩐일?"
"일때문에 온건 아니구요.. 금방 그 사람. 무슨일로 왔어요?"
"아.. 보신탕집 총각?"
"네..."
# 보신탕집 - 6
참 이상한 일이었다...-_-
이 아가씨가 요즘들어 나에게 매일같이 개 초콜릿을 가져다 준다.
"....전 아무래도 개가 먹는것엔 식욕이 당기질 않는데요 -_-"
"먹든지 버리든지 알아서 하세요 ~"
그렇게 주머니에 차곡차곡 모아두던 초콜릿을
동물병원에라도 가는날이면 요키에게 몽땅 털어주곤 했다.
요키? 내가 어릴적부터 친구였던 요크셔테리어다.
지금은 비록 늙어서 힘도 없지만...
참 이상한일은.... 이가 약해 밥도 죽을 써서 주지 않으면 제대로
먹지 못하는데 이 초콜릿은 잘 핥아 먹는다는것이다.
# 애견센터 - 7
저 인간에게 저런면이 있었다니...
어릴때부터 기르던 개가 늙어 병들게 되자 아버지가 몰래 내다 버린걸,
울고불고 찾아와서 병원에 맡기고 제 용돈으로 치료비까지 내고 있다니...
그 정성이 갸륵하야 우리 가게에서 제일 비싸고 연한 초콜릿으로
한줌씩 매일 쥐어주었다.
물론 우리 엄마가 알면 이번달 용돈은 전액 삭감 되겠지만 =_=
# 보신탕집 - 7
요키가 그나마 먹던 초콜릿도 제대로 못씹어 넘기기 시작했다..
의사선생님 말로는 이제 준비를 하는것이 좋을거란다.....
# 애견센터 - 8
한 며칠 그 남정네가 보이질 않았다.
하도 소식이 궁금해 인사차 보신탕집에 한번 가보기로 했다.
"안녕하세요 아저씨?"
"아.. 옆집 애견센터 아가씨 맞지?"
"네..죄송해요 진작 인사드리러 왔었어야 했는데.."
"하하.. 괜찮아요.. 아들한테 이야기 들어서 껄끄러운거 잘 알고 있었으니까.."
"네... 근데 요즘 아드님이 잘 안보이시네요?"
"아 아.. 그놈 잠시 고향내려갔어"
"고향에요?"
"암만 정들었어도 그렇지.. 무슨 개새끼 한마리 죽었다고 시골에 까지 내려가서
묻어주겠다니.....나참 무슨 사내자식이 그다지도 여린지..."
그렇구나.. 그 늙은 요크셔테리어가 죽었구나...
아저씨께 인사를 드린후 가게를 나서려구 할때였다.
"엥??? 어..엄마? 엄마가 여긴 왜?';;;"
"아...앗;; 하..하하 밥좀..먹으러 ^^;"
뭐..뭐야... 그럼 지금까지 밥때마다 사라진게..보신탕먹으러
혼자 살짝 비운거란말야??
"엄마!! 마침 잘만났어!"
"으..응??? 헤헤;; 아이 미안해.. 넌 안먹을것 같아서 그랬지;;"
"(온갖 내숭은 다떨더니 -_-)엄마... 나 부탁하나만 들어줘"
"부..부탁? 무슨 부탁?"
# 보신탕집 - 8
요키를 처음 데려왔을땐 조그마한 강아지였다.
그리고 사는곳도 지금처럼 도시가 아니었고....
요키를 어릴적 살던 짚 뒷산에 묻어주고 동네 어른들과 친구들을 한번
만난 후 다시 집으로 돌아왔다...
"다녀왔습니다..."
"그래... 요키는? 묻어줬냐?"
"네...."
"자식.. 사내자식이 뭘 그거 가지고.. 자자 이제 요키도 없고 하니까 그만..."
"그래도 개는 안먹어요 -_-"
"원...재미없게 보신탕집 아들내미가 보신탕을 안먹어. 어떻게 된게..."
잠시 투덜거리신 아버지는 깜빡 잊었다는듯 다시 날 부르셔서 말씀하셨다.
"아참 너 집에 들어갈거지?"
"네 들어가봐야죠..."
"그래 여기 열쇠 가지고 가라 자식.."
왠지 아버진 웃음을 못참겠다는듯한 표정이셨지만
기분이 기분인지라 그냥 모른척 키를 받아들고 집으로 향했다..
끼릭...텅
키를 돌려 현관으로 들어서. 내 방문을 열려고 할때였다.
"왈 왈왈!"
응?? 무슨 소리지?
"왈 왈 왈"
깜짝 놀란 난 부리나케 방문을 열고 들어섰다.
"....요키?"
방바닥을 어지럽게 휘젓고 다니며 왈왈 짓어대는 조그마한 요크셔테리어...
어렸을때의 요키를 다시 만난것만 같았다
# ep - 애견센터
"여기요 ...초콜릿"
"이젠 안주셔도 되요... 걍 밥만 먹여도 되는데..."
"보신탕 말아먹일까봐 겁나서 그래요. 두말 말고 받아요"
";;;; 요키녀석 요세 입이 비싸져서 큰일인데 ;;"
요즘도 난 그에게 매일같이 초콜릿을 집어다 준다..
때론 엄마한테 걸려서 야단도 맞지만,
싫은 일과는 아니었다.
아니.. 오히려 한번씩 요키를 안고 찾아오는 그를 ...
기다리고 있는 나를 점점 발견하게 되었다.
ep - 보신탕집
"여기요..... 초콜릿"
"?????....뭐...뭐에요?"
뭔가 좀 이상했다.
초콜릿은 분명초콜릿인데 이건 분명 개같은;; 아니
개가 먹는 초콜릿이 아니었다.
예쁜 유리병에 한가득 담긴... 사람이 먹는 초콜릿이었다.
"잔말 말고 받어요"
"......정말 입버리겠는데요?;; 사람 먹는거까지 먹이시라니;;"
"........으이그!! 됐으니까 나가세요!"
오늘따라 웬지 그녀답지 않게 초콜릿을 주자마자
문적박대 하는 그녀...
내가 뭘 잘못했나?
식당으로 돌아오자 마자 내손에 들린 초콜릿을 보고 아버지께서 물으셨다
"어라? 너도 초콜릿 받을데가 다 있었냐? 어디 처자냐?"
"네??? 무슨 말씀이세요?"
"니 손에 초콜릿 말이다..."
"초콜릿?.....아.. 이거요? 애견센터 아가씨가 준건데...왜요?....아!!1"
그제서야 난 뭔가 짚이는게 있어 퍼뜩 달력을 찾아 보았다..
2월 14일...
오늘은 발렌타인데이였던 것이다.
"아....아버지 저 좀 나갔다 올게요"
"도데체 뭐냐?"
"아;;; 저도 잘 모르겠;; 암튼 다녀올게요"
문을나서 옆집 애견센터 문을 벌컥 열고 들어섰다...
그녀가 날카로운 눈초리로 날 응시하고 있었다.
마치 처음 본 그날... 떡을 들고 찾아간 그 순간 처럼...
등뒤에 눈이 내리고 있었지만,
난 미처 깨닫지 못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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