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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panic_59663
    작성자 : Dementist
    추천 : 19
    조회수 : 3983
    IP : 223.62.***.108
    댓글 : 10개
    등록시간 : 2013/10/31 19:38:07
    http://todayhumor.com/?panic_59663 모바일
    턱밑의 상처
    제가 재수학원을 다닐 적에, 영어선생님의 턱밑에는 5cm가량 찢어진 상처가 있었습니다. 

    아이들은 매번 궁금해 하며 가르쳐달라고 떼썼고, 엄청 더운 여름이 되면 얘기해주마. 라고 말씀하시곤 했었습니다. 

    그러다 무더운 어느 여름날, 저희가 더위에 지쳐 수업에 전혀 집중하지 못하자 영어선생님께서 해주신 실화입니다. (영어선생님 본인 시점으로 얘기하겠습니다.) 



    내가 국민학교 3학년이었을 때, 마침 방학이라서 부모님과 함께 강원도에 있는 큰아버지댁에 놀러가게 되었다. 

    그 곳에는 친하게 지내는 형들과 누나들이 있어서 나도 내심 가는 길이 즐거웠었다. 

    다만, 가는 길이 아랫마을과 윗마을로 나뉘어져 있어서 
    윗마을에 사시는 큰아버지댁을 가려면 산 하나를 건너다시피 해야 도착할 수 있었기에 다소 거부감이 드는 것도 사실이었다. 

    마땅한 교통수단이 없던 당시에는 1시간마다 오후 6시까지 윗마을로 가는 버스가 유일했다. 


    시간이 흘러, 저녁때가 되었다. 해가 늬엇늬엇 질 무렵 큰아버지께서는 오늘은 소고기를 먹어보자고 하셨다. 

    교통편이나 시설이 산 아랫마을에 치중되어있었기 때문에 간만에 모이는 만큼 진수성찬으로 먹자고 하셨고 나야 대찬성이었다. 

    하지만, 내려갔다 올라오시려면 족히 2시간 정도는 걸렸다. 

    밤길이라 위험해서 우리들은 못가고, 부모님과 큰아버지, 큰어머니만 다녀오시기로 했었다. 



    그 당시 우리들에게는 빨간 망토를 둘러메고 뛰어다니는 슈퍼맨 놀이가 대인기였다. 

    그래서 형들과 나는 슈퍼맨놀이를 하게 되었다. 

    평범한 슈퍼맨놀이에 지겨웠던 큰형의 제안으로 우리는 옥상에 올라가서 슈퍼맨놀이를 하게 되었다. 

    옥상이라고 했지만, 높이가 3~4미터쯤 될까말까한 낮은 높이였다. 우리는 옥상에서 망토 하나를 둘러멘 채 용감하게 뛰어내렸다. 


    난 물론 겁이 많아서 뛰진 못하고 구경만 했지만……. 


    으아~~악!!! 


    웬 비명인가 싶어 옥상 밑을 내려다보던 난 깜짝 놀랐다. 

    작은 형이 뛰어내리다가 발을 삐끗했는지, 넘어져 있었고 머리와 다리에는 피가 흥건히 흐르고 있었다. 

    어린나이에도 난 큰일이 났구나 싶어 '엄마'를 찾았다. 그래봐야…….다들 내려가셨었지만…….형들은 어찌할 줄 모르고 당황해하셨고, 난 아랫마을에 가서 부모님을 모셔오겠다고 얘기했다. 큰형이 말렸지만, 내리막길이라 금방 갈 테고 예전에 살았었기 때문에 길눈은 훤하다고 우겨댔다. 결국 난 혼자 아랫마을로 뛰어갔다. 

    막상 내려가려니 무섭기도 했고, 어둑어둑한 저녁이어서 난 랜턴 하나에 의지해 내려갔다. 내 딴에는 열심히 뛰어가고 있었는데, 뒤에서 미묘한 시간차이로 발걸음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타닥타닥. 

    내가 이렇게 걷고 있으면 미묘하게 다른, 

    타다닥타다닥……. 

    이런 발소리가 났다. 

    난 등 뒤가 서늘해졌지만, 이미 내려온 길을 올라갈 수도 없었고 형들이 놀릴 것을 생각하니 우습기도 했었다. 그래서 그냥 참기로 했고, 다만 미친 듯이 내리막길을 달리기 시작했다……. 얼마 걷지 않아 난 돌부리에 부딪혔는지 넘어졌고, 턱 밑이 찢어져 피가 흘렀다. 근데 느낌은 돌부리가 아닌, 뭔가가 내 발목을 뒤에서 잡아당기는 느낌을 받았었다. 

    난 공황상태에 빠졌었고, 형을 살리. 기위해 내려가는지…….내가 살려고 내려가는지…….그 느낌조차 분간하지 못했었다. 

    그런 상태로 계속 걸어 나갔고, 한참을 달렸을까…….웬 불빛이 새어나오는 집을 발견했다. 커다란 기와집이었다. 난 이제야…….살았구나 싶었고, 나무로 된 큰 문 앞에서 소리쳤다. 

    "저기요~ 누구계세요?" 
    "……." 

    대답이 없었고, 난 살며시 문을 밀었다. 그러자 그냥 열렸고, 그 틈사이로 할머니 한분이 보였다. 
    급한 마음에 다짜고짜 물었다. 

    "할머니~ 우리 형이 다쳐서 그런데 붕대하고 약 빌릴 수 있을까요?" 
    "……." 

    할머니께서는 말씀이 없으셨고, 손으로 한 구석을 가리켰다. 그 곳에는 웬 장롱처럼 생긴 함이 있었고, 난 열어보라는 거구나. 이해했다. 그 곳을 열어보니, 과연 붕대와 약이 있었다. 난 할머니께 거듭 배꼽인사를 하며 그 집을 나왔다. 

    그리고 생각해보니 굳이 부모님을 찾으러 가지 않아도 붕대가 있는데 가서 뭐하겠냐고 생각했고, 다시 길을 오르기 시작했다. 어두웠지만 랜턴에 의지해 한참을 올라갔고, 난 큰아버지 댁에 도달할 수 있었다. 이윽고 엄마의 얼굴을 보자마자 긴장이 풀렸던지 그대로 기절했다. 

    다음 날 아침, 난 어제 상황에 대해 수많은 질문을 들어야했다. 

    "너 어제 어딜 다녀온 거니? 집에 있으라고 했잖아!! 어제 턱에 난 상처는 뭐야. 또 손에 들려있던 비린내 나는 천조각은 뭐야!!?? 

    무슨 소리인가 싶었지만, 난 어제 있었던 일을 다 얘기해드렸고, 부모님들은 크게 놀라시며 어제 그 집에 한번 가보자고 하셨다……. 

    난 어제의 느낌을 살려 갔던 방향으로 향했고……. 
    그 곳에는 기와집이 아닌, 만들어진지 얼마 되지 않은 묘지가 파헤쳐진 채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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