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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bestofbest_59465
    작성자 : 니애미고자
    추천 : 196
    조회수 : 49485
    IP : 175.114.***.44
    댓글 : 46개
    베오베 등록시간 : 2011/11/13 21:43:56
    원글작성시간 : 2011/11/13 18:25:16
    http://todayhumor.com/?bestofbest_59465 모바일
    불법복제게임이 우리손에 들어오기까지. jpg




    어떤 불법복제 게임이 발매일 전에 

    우리 손에 들어오기 까지


    기술의 발전과 더불어 불법복제의 속도는 더욱 빨라지고 있습니다. 

    이런 불법복제가 얼마나 무서운가 하면, 최근에 들어서는 어떤 게임의 발매일 이전에 

    그 게임이 불법복제 된 파일이 올라오는 경우도 흔해졌을 정도입니다. 물론 발매 

    이후에 불법복제 되는 것도 문제지만, 발매일 이전에 불법복제 되는 것은 더 큰 피해를 

    입힙니다. ‘우리가 돈을 내고 정당하게 샀는데, 더 늦게 플레이 한다’라는 정품 

    유저들의 불만까지 고스란히 떠안아야 하니까요.





    ▲ 

    뭐 이제는 발매 당일날 뜨는 건 기본이죠 기본...


    이 이야기는 현재까지 알려진 정보를 기반으로 A라는 게임이 

    발매일 전에 우리 손에 불법복제 된 시디 이미지로 들어오기까지의 여정을 가상으로 

    구성한 것입니다. 여기 나오는 용어를 잘 모른다고 해도 괜찮습니다. 기사를 끝까지 

    읽으면 어떤 구조인지 전부 이해할 수 있으니까요.










                    


                
    10월 1일 오후 5시: 게임회사


                
    3년의 개발 기간과 100억원에 가까운 개발 비용을 

                들여 노력했던 게임, PC용 게임 A가 오랜 고통의 시간 끝에 마침내 완성됩니다. 

                개발사 직원들은 기뻐하며 전 세계적으로 수 십 만장이 팔려나갈 A의 

                모습을 상상하며 완성 축하 파티를 벌입니다. 혼신의 역작 A를 위해 

                유통사와 이미 모든 협의를 마쳐놓은 상태이며, 패키지 A의 최종 출시일은 

                11월 1일입니다.


                
    10월 7일 오전 10시: 프레스시디 제작사


                
    제작사와 유통사가 게임 A에 대한 약간의 최종 테스트를 

                끝내고, A의 마스터 시디(골드 시디)를 프레스시디 제작사로 보냅니다. 

                유통사는 A 게임의 초기 출하량을 5만장으로 잡고 있으므로, 프레스시디 

                제작사에 계약금과 함께 시디 프레싱과 패키징을 요구합니다. 프레스시디 

                제작사에서 패키지 완제품까지 제작하는 것은 흔한 일입니다.


                



                
    10월 12일 오후 1시: 프레스시디 제작사


                
    한 창 패키지 제작으로 바쁜 와중에 직원 한 명이 

                개인 신변상의 이유로 회사를 그만둡니다. 당장 일손이 크게 부족한 

                상황이므로 회사는 채용공고를 내고 B를 임시직으로 채용합니다. B는 

                회사에 도착하자 마자 간단한 설명을 듣고 다음날부터 바로 현장으로 

                투입됩니다.


                
    10월 15일 오후 8시: 프레스시디 제작사 창고


                
    임시직인 B가 패키지가 잔뜩 쌓여 있는 창고에 나타났습니다. 

                사실 B는 유명 와레즈 그룹인 ‘복돌이X’의 공급책으로 활동하고 있었는데, 

                우연찮게 프레스시디 제작사에 임시직으로 채용된 것입니다. B는 게임 

                패키지 A가 대작임을 직감하고 상자에서 패키지 한 개를 꺼내 몰래 빼돌린 

                뒤 유유히 퇴근합니다. 그리 큰 회사가 아닌 만큼, X-Ray 검사 같은 

                것은 애초에 있지도 않습니다.


                
    10월 15일 오후 11시: B의 집


                
    B는 집에 도착하자 마자 인터넷 대화 서비스(IRC)에 

                접속해 ‘복돌이X’의 리더인 Y와 연락합니다. Y는 ‘복돌이X’의 멤버를 

                인터넷 상으로 호출해 세계 최초로 게임 ‘A’를 릴리즈 할 것이라는 

                것을 알리고 협조를 구합니다. 패키지 안에 들어있는 게임A는 ‘클론시디’라는 

                프로그램을 이용해 시디 이미지 형태로 복제된 뒤, ‘복돌이X’의 전속 

                크래커에게 인터넷을 통해 전달됩니다. 이 크래커는 낮에는 IT회사에서 

                일하지만, 밤에는 ‘복돌이X’의 유능한 크래커로 일하는 이중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10월 18일 오전 1시: IRC 복돌이X 채널


                
    A에 걸려 있던 락은 좀 까다로워 시간이 꽤 걸렸지만, 

                결국 이틀 만에 크래커의 손을 통해 해체됩니다. 이제 남은 것은 배포뿐 

                입니다. ‘복돌이X’의 취급책과 배송책은 전 세계에 불법복제 된 A를 

                뿌릴 준비가 끝났습니다. ‘복돌이X’의 이름을 어둠의 세계에 알릴 

                좋은 기회입니다! 물론 A를 개발한 X사가 앞으로 겪을 고통 따위는 안중에도 

                없습니다.


                
    10월 18일 정오


                
    ‘복돌이X’의 A게임 릴리즈에 약간 문제가 있어서 

                시간이 지체되긴 했지만, 어쨌든 ‘복돌이X’는 A게임을 릴리즈 하는데 

                성공했습니다. 인터넷에 파일을 일단 풀면, 그 파일은 FTP와 P2P등의 

                경로를 통해 알아서 전 세계로 퍼져나갈 것입니다. 이제 ‘복돌이X’의 

                역할은 끝났습니다. 각종 릴리즈 정보 사이트에는 복돌이X가 A게임을 

                릴리즈 했다는 정보가 올라오기 시작합니다.


                
    10월 19일 정오


                
    릴리즈 후 채 하루도 지나지 않았지만, A게임은 

                무려 발매일 10일 전에 시디 이미지가 전 세계 인터넷에 떠돌아다니는 

                신세가 됩니다. 각종 웹 하드 사이트에는 남의 저작물을 팔아 ‘코인’을 

                벌어보려는 거지들과 공짜로 게임을 즐기기 위해 눈이 벌개진 복돌이들로 

                넘쳐납니다.


                
    이 어이없는 상황에 게임회사와 유통사는 망연자실합니다. 

                A의 시디 이미지가 인터넷에 퍼져 나가는 속도로 봐선 이제 10만장은 

                고사하고 5만장도 힘들어 보입니다. 정품을 예약한 게이머들은 어떻게 

                하면 정품이 나오기 10일 전에 불법복제 소프트웨어가 인터넷에 뜨는 

                거냐고 울분을 터트립니다.


                
    물론 A게임을 다운 받은 복돌이들은 제작사야 어찌 

                됐든 상관 않고 릴리즈 그룹 덕분에 불법복제 된 게임을 그저 즐길 뿐입니다. 

                궁극적으로는 출시 게임수가 줄어 결국에는 즐길 게임 자체가 없어진다는 

                것은 생각도 않은 채 말입니다.


            


    예제에서도 나왔지만 불법복제를 막기 위해 오늘도 헛된(!) 노력을 

    계속하는 게임 업체의 반대편에는, 우리에게는 흔히‘와레즈’로 알려져 있는 불법복제 

    커뮤니티가 있습니다. 해외에서 ‘씬(The Scene)’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불법복제 

    커뮤니티는 그 옛날 자기 테이프가 사용되던 시절부터 블루레이가 등장한 지금까지, 

    20년에 가까운 세월 동안 언제나 불법복제 소프트웨어를 보급(?)하기 위해 자발적이며 

    조직적으로 노력해 왔습니다.





    ‘그까짓 복돌이들이 뭘…’이라고 생각하실 분도 있겠지만, 

    ‘씬’은 보기보다 훨씬 더 조직화되고 분업화된 하나의 ‘세계’입니다. 굳이 비유하자면 

    현실에 있는 어둠의 세계와 비슷하다고 해야 할까요? 우리나라에서 흔히 보이는 불법복제 

    형태인 웹 하드 업로더는, 엄밀히 말해 ‘씬’이 내놓는 결과물을 받아먹기나 하는 

    최하위 계층에 불과합니다. 범죄 조직으로 따지자면 언제 총맞을지 모르는 더럽고 

    위험한 거리에서 마약을 파는 최하위 조직원에 비교할 수 있겠습니다.





    그렇다면 불법복제 제국, ‘씬’은 과연 어떠한 구조로 되어 

    있기에 이렇게 빨리 불법복제물을 퍼트릴 수 있는 것일까요? 왜 불법복제를 막으려는 

    법적인 시도가 쉽게 성공하지 못하는 것일까요? 해가 지지 않는 불법복제의 제국, 

    ‘씬’에 대해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불법복제 제국 ‘씬’의 역사


    ‘씬(The Scene, 혹은 Warez Scene)’은 특정 사이트나 집단을 

    지칭하는 것이 아니라, 불법복제 된 소프트웨어들이 오가는 커뮤니티 전체를 통칭하는 

    용어입니다. 릴리즈 그룹부터 P2P까지 전 세계의 다양한 사람들이 복잡한 관계로 

    얽힌 구조로 되어 있는 ‘씬’은 다양한 소프트웨어의 불법복제 및 배포가 이루어지며, 

    그 규모만큼이나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집단입니다.





    ▲ 

    이 시절부터 와레즈와 `씬`이 있었다는 뜻


    ‘씬’이라는 용어가 불법복제 커뮤니티를 가리키는 말로 등장하게 

    된 것은 1980년대로 추정됩니다. IBM PC가 지금처럼 주도권을 잡기 이전, 애플 컴퓨터와 

    코모도어 기종이 치열하게 싸우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이 경쟁에 IBM이 끼어들면서 

    PC가격이 크게 하락했고, PC가 가정에 보급되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PC의 보급률 

    증가는 자연스럽게 상용 소프트웨어 시장의 발전을 가져오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지금이나 당시나 사람들의 저작권 의식은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였고, 만질 수도 없고 눈에 보이지도 않는 소프트웨어를 굳이 돈 주고 사긴 

    싫은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한 마디로 복돌이) 이런 ‘불법복제’의 수요는 점차 

    늘어갔고, 수요가 있는 곳에 공급이 따르는 법. 이런 복돌이 들을 위해 상용 소프트웨어를 

    불법복제 하는 집단-릴리즈 그룹-이 1980년경 처음 등장했습니다. 이것이 바로 현재까지 

    이어져 내려오는 ‘씬’의 시초입니다.





    ▲ 

    지금으로서는 상상이 안 가는 불편한 방식인 BBS


    초창기의 ‘씬’은 모뎀으로 접속이 가능한 BBS(전자 게시판 

    시스템)를 중심으로 이루어진 느슨한 커뮤니티였습니다. 이 당시의 BBS는 한 번에 

    하나만 접속할 수 있었기 때문에 지금처럼 급속하게 정보가 퍼지긴 어려웠고, 각 

    릴리즈 그룹은 자신만의 BBS를 열어 그 곳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것이 보통이었습니다. 

    여기에 직접 혹은 타 릴리즈 그룹이 릴리즈 한 불법복제 소프트웨어를 BBS에 올려놓고 

    다운받으려면 이용자에게 저렴한 비용을 요구하는 방식의 사업(?)이 크게 유행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나마 이 시기만 해도 다른 불법복제 커뮤니티와의 소통은 좀 힘든 

    시기였지요.


    그러던 ‘씬’은 1990년대 중반 불법복제 BBS들이 철퇴를 맞으면서 

    크게 변화합니다. 1997년경, 불법복제를 뿌리뽑으려는 미 연방수사국(FBI)의 수사에 

    의해 불법복제 BBS 5군데가 폐쇄되었고 운영자들은 체포되었습니다. 전화 추적 기술이 

    크게 발달하면서, 집에서 자신의 PC와 모뎀으로 돌려야 하는 BBS로 불법복제를 시도하는 

    것은 자살행위가 되어버렸습니다.





    불법복제 커뮤니티는 위기에 빠졌습니다. 집에서 BBS를 운영했다가는 

    언제 FBI가 대문을 박차고 들어올지 모르는 노릇이고, 그렇다고 불법복제를 안 할 

    수도 없고…(?) 그러나 하늘은 불법복제 커뮤니티를 버리지 않았는지, 불법복제 커뮤니티를 

    위해 복음과도 같은 기술이 등장했습니다. 바로 인터넷입니다.


    위험하게 자신의 집에 BBS를 차릴 필요 없이, 법망이 미치지 

    못하는 저 멀리 사모아나 버뮤다에 서버를 두고 홈페이지를 운영할 수 있는 인터넷은 

    불법복제 커뮤니티가 성장하는 보증수표나 다름없었습니다. 게다가 인터넷 상에서 

    특정 유저를 추적한다는 것은 집 전화 추적보다 훨씬 더 어려운 일이었기 때문에, 

    FBI를 수사 당국은 골머리를 앓게 됩니다.


    여기에 인터넷의 가장 큰 장점은 접속하기만 하면 중국, 미국, 

    일본 가릴 것 없이 전 세계 사람과 정보 교환이 가능하다는 것이었고, 이 장점은 

    불법복제 커뮤니티에 의해 ‘좀 더 빠르고 널리’ 불법복제 소프트웨어를 퍼트리는데 

    이용됩니다. 어제 미국에서 릴리즈 된 파일이, 이제 하루 정도면 태평양에 깔려 있는 

    통신 케이블을 통해 한국에 들어와 퍼지는 시대가 열린 것입니다.


    인터넷의 보급과 더불어 수많은 불법복제 커뮤니티와 릴리즈 

    그룹이 이 시기에 등장합니다. 막 보급되던 CD-ROM 매체를 쉽게 불법복제 하기 위해 

    ‘립버전’이 발달하기 시작한 것도 바로 이 시기 입니다. 이후 전 세계 적으로 초고속 

    인터넷이 보급되면서 씬은 더욱 조직화되고 현재와 같은 규모로 성장하게 됩니다.


    불법복제 제국의 가장 위: 릴리즈 

    그룹


    불법복제 제국 ‘씬’의 가장 근원에는 릴리즈 그룹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씬’이라는 피라미드의 최상부에 위치한 이들은, 모든 불법소프트웨어(특히 

    게임)가 퍼져나가는 원천이며 락을 깨는 작업도 이 릴리즈 그룹에서 도맡아 합니다. 

    릴리즈 그룹의 특성상 대부분의 릴리즈 그룹은 인터넷 채팅(IRC)나 자신들의 사이트를 

    중심으로 은밀히 활동하며, 그룹 멤버의 오프라인 생활은 철저하게 비밀에 부쳐져 

    있습니다. 같은 그룹에 속해 있는 멤버들끼리도 상대가 무슨 생활을 하는지 어디에 

    사는지 모르며 묻지도 않는 것이 암묵적인 룰입니다.


    다른 범죄 조직과 마찬가지로 어떤 한 릴리즈 그룹이 온전하게 

    돌아가기 위해서는 구성원이 모두 갖춰져 있어야 합니다. 릴리즈 그룹은 철저하게 

    분업화 된 조직으로 개인 간의 역할 구분이 뚜렷하기 때문에, 구성원이 하나라도 

    없으면 온전한 릴리즈 그룹으로서의 역할을 할 수 없습니다. 어쩔 수 없는 경우에는 

    한 구성원이 여러 일을 맡아서 할 수도 있지만, 일반적으로 릴리즈 그룹에는 다음과 

    같은 구성원들이 꼭 필요합니다.










                    


                
    리더(Leader)


                
    리더는 말 그대로 릴리즈 그룹을 총괄하는 사람으로, 

                회사로 따지면 최고 관리직에 해당하는 사람입니다. 리더는 어떤 소프트웨어를 

                타겟으로 삼아 ‘릴리즈’ 할 지 결정하고, 그룹 멤버들간의 여러 의견을 

                조율하는 중재자 역할을 합니다. 그러나 리더는 릴리즈 그룹 멤버들에게 

                어떤 일을 ‘강요’하는 권한은 없습니다. 리더의 가장 큰 역할은 멤버들의 

                의견을 모으고 적절한 최종 결정을 내리는 것입니다.


                
    공급책(Supplier)


                
    공급책은 릴리즈 그룹이 목표로 하는 소프트웨어를 

                입수하는 역할을 합니다. 공급책이 목표로 하는 소프트웨어를 얼마나 

                빨리 구하느냐에 따라 릴리즈가 결정되기 때문에 공급책은 릴리즈 그룹에서 

                아주 중요한 역할을 담당합니다. 만일, 어떤 그룹이 게임 릴리즈 그룹이라면 

                공급책의 제1목표는 최신 게임이 되겠고, 영화 릴리즈 그룹이라면 개봉 

                전의 영화가 되겠지요.


                
    공급책은 여러 방법으로 원하는 목표를 손에 넣습니다. 

                인맥과 총판을 통해 발매 되기 전, 창고에 쌓여 있는 소프트웨어 패키지를 

                구하기도 하고 아예 회사 내부 인력-주로 임시직-을 매수해 소프트웨어를 

                빼돌리기도 합니다. 드물게 능력이 된다면 직접 회사 데이터베이스를 

                해킹해 소프트웨어를 입수하는 경우도 종종 있습니다. 아주 열성적인 

                공급책은 직접 관련 업종(소프트웨어 개발, 유통)에 임시직으로 취업해 

                소스를 빼돌리기도 합니다.


                
    크래커(Cracker)


                
    크래커들은 소프트웨어를 해체하는 사람들입니다. 

                일반적으로 게임을 포함한 대부분의 소프트웨어에는 불법복제를 막기 

                위한 락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그냥 불법복제를 하면 실행이 되지 

                않기 때문에 반드시 크래커의 작업이 필요합니다. 크래커가 주로 하는 

                일은 락을 무력화시키는 ‘크랙’을 만드는 일입니다.


                
    대부분의 크래커는 프로그램을 분석하는 역 엔지니어링과 

                컴퓨터 프로그래밍 언어에 능통하며, 그 특성 상 현실에서도 프로그래머 

                등의 관련 직업에 종사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영화나 음악을 릴리즈 

                하는 그룹이라면 크래커는 반드시 필요한 존재는 아니지만, 게임 등의 

                소프트웨어를 불법복제 하는 릴리즈 그룹이라면, 크래커는 없어서는 

                절대 안 되는 구성원입니다.


                
    취급책(Packager)


                
    취급책이 하는 일은 크랙이 끝난 프로그램을 적절한 

                단위로 쪼개 ‘릴리즈’하는 역할입니다. 현실로 따지면 제품을 포장하는 

                사람 정도가 되겠군요. 소프트웨어 업계에서 말하는 ‘릴리즈’가 소프트웨어의 

                출시를 의미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불법복제 커뮤니티에서 말하는 ‘릴리즈’는 

                크랙이 끝난 프로그램이 ‘풀리’는 것을 의미합니다. 취급책은 ‘씬’의 

                엄격한 규칙에 맞춰 릴리즈를 실행하는 사람이며, 취급책이 프로그램을 

                잘못 릴리즈 했다면 해당 프로그램은 ‘누크’를 먹게 됩니다.


                
    배송책(Courier)


                
    배송책은 그 이름 그대로 릴리즈 된 프로그램을 

                전 세계에 퍼트리는 역할을 담당하는 사람입니다. 취급책이 적절한 규칙에 

                맞춰 릴리즈를 했다면, 이 릴리즈는 ‘씬’ 세계의 규칙에 따라 정식 

                릴리즈로 등록됩니다. 정식 릴리즈로 등록된 이후에야 프로그램은 인터넷에 

                풀릴 수 있으며, 이 때 중요한 하는 사람이 바로 배송책입니다. 배송책은 

                소수가 이용할 수 있는 FTP나 사이트를 통해 릴리즈 된 파일을 밑 단계에 

                있는 사람들에게 전달하는 역할을 맡습니다.


            


    예나 지금이나 릴리즈 그룹은 ‘씬’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사람들입니다. 릴리즈 그룹이 없다면 지금처럼 내일 발매될 게임이 오늘 

    인터넷에 뜨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며, 강력한 락이 불과 하루 만에 깨져나가는 일은 

    없을 것입니다. 물론 남의 저작물을 웹 하드에 올려 돈벌이를 하는 사람들도 없겠지요.





    불법복제 제국에도 법이 있다(Scene Rules)


    현실의 법을 어기면서 불법복제를 하는 사람들이지만, 릴리즈 그룹과 ‘씬’에도 

    엄연한 법률이 존재합니다. 어떤 릴리즈 그룹을 누가 세우든 성립은 자유이지만, 

    그 활동은 미리 정해져 있는 룰을 철저히 따라야 합니다. 범죄 세계에도 범죄 조직 

    간의 암묵적인 룰(ex: 어린애는 건드리지 않는다)이 있듯이, 릴리즈 그룹도 ‘씬’에서 

    활동하고 싶다면 반드시 따라야 할 규칙이 있습니다. 이것을 ‘씬의 규칙(Scene Rules)’이라고 

    지칭합니다.





    이 룰은 ‘씬’에 변화를 가져올 중요한 사항(CD-ROM 매체의 도입 등)이 있을 

    때 마다, 여러 릴리즈 그룹의 협의를 거친 후 ‘씬’에 관련된 사이트에 전문이 게재되는 

    형식으로 공포됩니다. 현실에서 범죄조직의 수장끼리 만나 암묵적으로 규칙을 협의하는 

    것과 비슷한 과정입니다. 이 ‘법’에는 릴리즈를 할 때 지켜야 할 기술적 사항(파일명, 

    압축의 종류와 분할 압축의 크기), 올바른 릴리즈 방법, 릴리즈 그룹 간의 분쟁 시 

    중재 규칙이 담겨있습니다. 현실과 마찬가지로 ‘씬’에도 ‘글로벌 스탠다드’라는 

    것이 존재하는 겁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씬의 규칙’은 현실의 법보다 더 엄격히 적용됩니다. 때때로 

    릴리즈 그룹이 실수든 고의든 규칙을 위반할 때가 있는데, 이 잘못의 정도에 따라 

    씬에서 추방당할 수도 있으며(Banned from the Scene) 한 번 추방당한 그룹은 추방이 

    풀릴 때까지 ‘씬’ 커뮤니티에서 인정받지 못합니다. 현실에서 가장 유사한 개념이 

    있다면, 중세 유럽의 ‘파문’과 비슷하다고 할 수 있겠군요.


    불법복제 제국의 고속도로: FTP/FXP와 P2P


    릴리즈 된 ‘제품’을 전 세계로 퍼트리기 위해서는 공급선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이 공급선으로 가장 애용되는 것이 FTP/FXP와 P2P입니다. 사실 초기 릴리즈 그룹이 

    자신의 결과물(?)을 대규모로 뿌리는 일은 드뭅니다. 자칫하면 추적에 걸려 FBI와 

    함께 즐거운 연방감옥 생활을 할 수도 있고, 만일 뿌린 결과물이 잘못되었다면 그 

    책임을 릴리즈 그룹에서 져야 하니까요. 그래서 릴리즈 그룹은 제한된 이용자만 사용할 

    수 있는 FTP를 이용해 자신들의 성과물을 퍼트립니다.





    ▲ 

    체포시에는 연방감옥에서 따뜻한 대접을 받는다


    릴리즈 그룹이 운영하는 초기 FTP는 극히 제한된 사용자만이 이용할 수 있고, 

    이 FTP의 계정을 얻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노력이 필요합니다. 후원금도 한 방법이 

    될 수 있겠군요. 어쨌든, FTP에 일단 파일이 올라오면 급속도로 퍼지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이용하는 방식이 바로 FXP입니다. FXP는 두 원격 ftp간에 파일을 서로 전송할 

    수 있는 기능인데, 이 기능을 이용하면 폐쇄적이고 소규모인 ftp에서 대규모의 회선이 

    물려 있는 ftp로 파일을 옮겨 빠르게 배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배송책에 의해 릴리즈 그룹의 ftp에 파일이 풀리고, 이 파일이 다시 다른 ftp로 

    퍼져나가기 시작하더라도 복돌이들의 손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아직 몇 단계가 더 

    필요합니다. 보통 릴리즈 그룹의 릴 자료를 가장 먼저 입수하는 사람들은, 그 옛날 

    BBS시절처럼 제한된 사람에게만 유료로 ftp를 제공하는 것이 보통이니까요. 남의 

    저작물로 돈을 벌어 먹는 방법이 웹 스토리지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 

    최근 불법복제의 대세가 되어버린 `토렌트`


    그래서 최근에는 ‘토렌트’등의 P2P를 통한 릴리즈 파일 배포가 활발해지고 있습니다. 

    익명으로 업하고 익명으로 다운받을 수 있는 만큼, 추적에 대해서 상대적으로 안전한 

    편이고 다수가 전송하는 만큼 그 속도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몇 단계를 더 

    거쳐야 최종 복돌이(?)의 손에 파일이 들어오던 예전과는 달리, 이제 누구나 ‘토렌트’하나면 

    방금 막 릴리즈 된 따끈 따끈한 자료에 접근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이런 매커니즘으로 채 하루도 지나지 않아 불법복제 된 게임이 인터넷에 떠돌아 

    다니게 됩니다. 그리고 이 때쯤 되어서야 웹 스토리지에 올려서 코인을 벌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와레즈에 자신의 자료를 최신 자료라고 소개하게 됩니다. 이제 서문에서 

    ‘최하층 조직원’이라고 한 이유를 아시겠습니까?


    전설적인 릴리즈 그룹들


    불법복제 제국, ‘씬’에서 오래 활동했던 전설적인 릴리즈 그룹을 몇 개 소개합니다. 

    여기에 소개하는 릴리즈 그룹은 국내에도 널리 알려져 있는 그룹입니다. 여담이지만, 

    이들 그룹의 주요 멤버는 대부분 FBI의 추적 끝에 체포되어 감옥에서 콩밥을 먹습니다. 

    결국 정의는 승리한다고 볼 수 있을까요?










                    


                
    Razor1911(약자: RZR)


                
    1991년 결성된 릴리즈 그룹인, Razor1911의 이름은 맥주의 상표명에서 

                온 이름입니다. 결성 이후 무려 17년 동안 활동 중인 가장 유명하고 

                오래 된 릴리즈 그룹이기도 합니다. 2001년 대규모의 단속으로 주요 

                멤버들이 체포되어 콩밥을 먹기도 했지만, 2004-2006간의 짧은 공백기를 

                제외하고 아직까지 활동하고 있는 릴리즈 그룹이기도 합니다. 우리나라에는 

                ‘스타크래프트’ 립 버전으로 알려져 있는 그룹입니다.


                
    Fairlight(약자: FLT)


                
    Fairlight 역시 1991년 결성된 릴리즈 그룹으로, 오랜 기간 동안 

                현역으로 활동 했던 릴리즈 그룹입니다. Razor1911과 굵직 굵직한 게임의 

                릴리즈를 놓고 경쟁을 하기도 했던 Fairlight는 2004년 인터폴의 불법복제 

                수사로 주요 멤버가 체포되어 활동을 중단합니다. 이후 2006년에 잠깐 

                활동을 재개하기도 하였지만, 2007년 4월 Fairlight 20주년을 끝으로 

                현재까지 활동을 중단한 상태입니다.


                
    Deviance(약자: DEVIANCE)


                
    Deviance는 릴리즈 그룹이 해체되고 재편하는 시기에 탄생한 릴리즈 

                그룹입니다. 그룹 자체는1999년부터 활동을 개시했지만, 멤버 대부분은 

                다른 릴리즈 그룹에서 일하던 노련한 사람들이었습니다. ‘심시티4’, 

                ‘콜 오브 듀티’ 등의 릴리즈로 국내에 알려져 있는 그룹이기도 합니다. 

                데비앙스 그룹은 2007년 1월을 끝으로 해체되었습니다.


                
    Reloaded(약자: RLD)


                
    2004년에 결성된 신생 릴리즈 그룹으로, 앞에서 소개했던 데비앙스의 

                멤버들이 모여 만든릴리즈 그룹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최근 가장 왕성한 

                활동을 벌이고 있는 릴리즈 그룹 중 하나입니다. 2007년 말, 다른 릴리즈 

                그룹과의 분쟁을 ‘씬’ 커뮤니티에서 큰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습니다. 

                최근에도 ‘폴아웃3’등의 대작을 릴리즈 해, 국내에 가장 잘 알려져 

                있는 릴리즈 그룹입니다.


            


    맺으며: 절대로 끝나지 않는 전쟁, 불법복제


    시대를 불문하고 게임 업계의 가장 큰 골칫덩어리는 역시 불법복제 입니다. 불법복제로 

    인해 게임업계가 입는 피해만 해도 연간 수천만에서 수 억 달러에 이르며, 불법복제를 

    막기 위해 유통사가 디지털 권리 보호 장치(락)에 별도로 들이는 비용 역시 매년 

    늘어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구나 알고 있듯이 불법복제는 전혀 줄어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게임을 상용으로 판매하기 시작한 이래 불법복제를 막기 위해 아이스크림보다도 

    많은 수의 방법이 도입되었지만, 어느 하나 특별히 성공한 사례가 없습니다. 기술의 

    발전과 더불어 더욱 강력한 락이 출현하면서 불법복제 역시 사그라 들 것 같아 보였지만, 

    오히려 상황은 더욱 악화되었습니다. 불법복제를 저지르는 사람들에 대항하기 위해 

    강력한 락을 도입한 것까지는 좋았지만, 이 락이 오히려 정품 게이머들을 더 불편하게 

    만들어 구매욕구를 떨어뜨리는 한심한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입니다.





    ▲ 

    이 분도 이 분이지만, `레드얼럿3`의 락도 짜증나긴 마찬가지다


    불법복제는 강력한 락과 인터넷 인증의 도입에도 불구하고 그 기세가 꺾이지 않았습니다. 

    초고속 으로 파일을 교환 가능한 인터넷망이 전 세계에 보급되면서, 현재 불법복제는 

    그 제국의 규모를 점차 확대해 가고 있는 실정입니다. 이제 불법복제 제국, ‘씬’을 

    없애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애초에 ‘씬’ 자체가 실체가 있는 것도 아니고, 

    여러 번에 걸친 대규모의 체포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릴리즈 그룹은 꾸준하게 활동하고 

    있습니다.





    ▲ 

    아무리 불법방지 장치를 도입해도, 그걸 깨려고 기계까지 수술하는데 무슨 소용이 

    있을까?


    이제 그 어떤 락이 개발된다고 하여도, 얼마나 많은 릴리즈 그룹이 체포되든 간에 

    수요가 있는 한 불법복제를 완전히 막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지 

    않고, 공짜로 소프트웨어를 쓰고 싶어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 자체가 또 다른 릴리즈 

    그룹을 만들어 내고 ‘씬’을 확대시켜 나갈테니까요. 그런 사람들이 있는 한 해가 

    지지 않는 불법복제의 제국 ‘씬’은 영원할 것입니다.





    재미도 있으니 넘기지 말고 읽어봅시다.
    니애미고자의 꼬릿말입니다
    인생은실전이야좆만아
    인생은실전이야좆만아
    인생은실전이야좆만아
    인생은실전이야좆만아
    인생은실전이야좆만아
    인생은실전이야좆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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