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오래되지 않았다. 아마 몇시간정도 된거같다. 티브이속의 기상학자들 그리고 여러분야의
전문가들은 해결안따위는 안중에도 없다. 그저 원인이 무엇인지 자신들이 만들어낸 그럴싸하고
실제상황이 아니라면 흥미로울가설들로 논쟁만 벌이고 있다.
병신새끼들...
나는 욕지거리를 내뱉으며 티브이를 꺼버렸다. 집은 곳 무너질것 같다. 건물안에 계속 있을수는 없다.
이일이 어떻게 시작되었는지는 모르지만 내가 이일을 인지하기 시작했을때는
뭐먹을거 없나 냉장고를 뒤지다가 라면이나 사먹으러 편의점에 가려할 때 였다. 문을 열자 비가 내리고있고
땅바닥에서는 자욱한 수증기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수증기를 들이마신 순간부터 목이 참을 수 없을 만큼 매워
지면서 기침을했다. 피도 몇방울 입안에서 튀어 나왔는데 아직도 입안이 얼얼했고 눈까지 매웠다. 비를 맞는강아지
가 비명을지르며 천천히 녹아내리고 주인은 창문에서 내려다보며 어쩔줄 몰라하다가 결국 산성비를 이기지 못하고
넘어지는 가로등이 집에 덮쳐 집과함께 박살이 난후 녹아내렸다.
얼마안있어 산성비는 전신주들도 전부 녹여 버리며 전깃줄들은 허무하게 툭툭 끊어버리며 사방에 길가에 전기를 뿌려대고
있다. 내가 살고있는 허름한 원룸 오피스텔도 군데군데 녹아내리며 비가 들어온다. 전기장판이 치이익 지글거리는 소리를
내면서 녹아내리고 콘센트는 타닥 거린다.
씨발....
뭐이런 좆같은 일이 있나. 당연히 전기도 끊기고 이제는 휴대폰 배터리마저 바닥 났다. 창밖을 내려다 보니 산성 수증기
들과 녹아내리는 비명이 거리를 가득 매운다. 맵다. 비는 내리는 즉시 절반은 기화 하면서 미쳐날뛴다. 씨발 도데체 이게
무슨조화냐.
갑자기 누군가 문을 쾅쾅두드린다. 문을 열자 한여자가 서있다. 아마 꼭대기층에 사는걸로 기억한다.
제집이 전부 녹아 내렸어요... 꼭대기 층이니 그렇겠지 나는 문을 열어 주었다. 뭐여기 있어도 오층 사층 삼층
아이스크림 마냥 천천히 녹아내릴텐데 밖으로 나갈수도 없고 비가 멈추지 않는이상 뚜렷한 수가 없다.
비는 언제 멈출까요
나한테 하는질문인지 아니면 혼잣말인지 모른다. 설사 나한테 하는 질문이라도 내가 뭘알아야 대답을 하던가
할것이다. 지금당장은 라면이 먹고싶을 뿐이다.
드럽게 배고프네요.
군대를 갖다오니 친구들과 연락이 끊기고 더 개같은건 취직도 안된다. 결국알바나 하면서 라면이나 처먹으면서
팔뚝은 점점 얇아지면서 배는 점점더 나오면서 상병신처럼 지내는데 좆같게 라면도 맘대로 처먹을 수 없다.
정하선 이라고해요
여자는 뜬금없이 자기소개를 한다. 나도 내이름을 말해주었다. 김산우....
산우....산성비네요....
그래서 지금 나때문에 비가내린다는 건가. 내이름이 김지구멸망이나 김전일 이었으면 아주 사람들이 남아나질않게
배도고프니까 심사가 뒤틀린다. 어쩌면 하늘도 허구언날 매연만 쳐먹어서 심사가 뒤틀린건가
콰아앙
엄청난 굉음이 울려 퍼졌다. 비행기 한 대가 추락했다. 비때문에 약해질때로 약해진 오피스텔이 진동이 전해지자
말그대로 휘청거린다. 벽에 투두둑 소리가 나며 금이갔다. 월세도 꼬박꼬박 냈는데 뭔가 억울하네.
저것좀 봐요
하선이 창밖을 보며 밖을 가르킨다. 주택서너개를 깔아뭉개며 추락한비행기가 결국에는 아파트를 들이밖았다. 아파트는
북부라도 한대 얻어 맞은것처럼 구부러지더니 와르르 비행기 위로 무너진다. 다시한번 오피스텔이 휘청거린다. 무슨 뒤틀
리는 소리가 들리면서 와지직 거리면서 위층 천장이 주저 앉았다. 그리고 그위에 고여있던 물이 하선을 덮쳤다.
비명을 지를 틈도 없이 그녀가 기화했다. 채 녹지않은 몸뚱이는 갓만든 순대처럼 김이 모락모락 난다. 나는 빈속임에도
불구하고 오바이트를 했다. 나는 내 원룸을 뛰쳐 나갔다. 아래로 아래로 정신없이 달린다. 반지하층이 있는걸로 안다. 거기로
일층까지 정신없이 내려왔을 때 누군가 피투성이가 된채로 뛰어들어 왔다. 이미 비를 맞을대로 맞아 군데군데 뼈가 보인다.
살려주세요...
그 피투성이가 나에게 다가오자 나는 나도 모르게 발로 그를 밀어 냈다. 상반신은 밀려났는데 하반신은 그대로 서있다.
상반신이 나뒹굴고 하반신은 천천히 쓰러진다. 나는 미친듯이 반지하 문을 두들겼다. 오피스텔사람중 절반은 여기 있었다.
그들은 아무말없이 문을 열어 주었고 나는 아무말없이 들어갔다.
몇시간후에 우르릉소리가 나며 건물이 무너졌다. 반지하도 상당부분 무너져 나갈수 없었다. 나가봤자 녹아내리겠지만
군데군데 물이 새나오고 우리는 건물안에 갇혀 비좁은 공간에서 쥐새끼처럼 벌벌 떨수밖에 없었다. 점점 무너지는 공간이
늘고 점점 비는 많이 들어온다. 우리의 공간이 점점 좁아진다. 모두자고 있을 때 나는 자는 척하며 한 할머니를 비가새는 쪽으로 툭밀어 넣었다.
그리고 자기가 신부라고 소개한 사람과 눈이 마주쳤다. 할머니는 비명도 없이 녹아내렸고 우리는 한참동안이나 쳐다보았다.
신부님은 다시 눈을 감았다. 다음날우리는 신부님의 주도로 할머니에게 기도를 해주고 신부님은 기도가 끝나고 내어깨를
토닥였다.
사람은 점점줄었다. 굶어 죽고 뜬금없이 무너져서 깔려죽고 또 뜬금없이 갑자기 비가 쏟아져 들어와 죽었다. 신부님은 기도를
그만두었다. 어차피 이제는 나와 신부님 뿐이다. 우리는 지하해서 어둠속에서 얼마나 시간이 지나는지도 모른체 갇혀있었다
비멈춘것 같지 않아요?
나는 신부님에게 물었다. 한참동안 비명소리나 뭔가 무너지는 소리가 들리지않는다. 어쩌면 비가 멈추지 않았을까
신부님은 묵묵부답 하긴 물도 못마시고 한참이나 굶어 있는데 기운이 있을리가 없다. 그때 위에서 천장이 또 무너졌다.
그리고 우리의 눈앞에 뭔가 하나 톡 굴러왔다. 눈깔사탕하나..두개도 아니고 겨우하나...
신부님은 움직일 힘도 없다. 만병통치약도 아니고 눈깔사탕하나 먹을힘도 없을 것이다. 나는 천천히 포장지를 벗겼다.
신부님은 간절한눈 어쩌면 미친눈으로 사탕을 쳐다 보았다. 나는 신부님을 보며 천천히 사탕을 오물 거렸다.
기도해보세요. 하나 더 주울지도 모르잖아요. 신부님은 어디서 힘이 솟았는지 무너져내린 시멘트파편을 하나 줍더니
나를 내려쳤다. 머리가 아찔했다. 나는 켁켁 거리다. 사탕을 뱉어버렸다. 신부님은 또르르굴러가는 사탕을 주워 낼름
입에 넣었다. 씨발 개독새끼
나는 내 머리를 강타한 내피가 묻은파편을 주워들었다. 머리가 어질거린다. 두번 내려쳤나 세번 내려쳤나 햇갈린다.
어쨋든 신부님은 머리가터져 피를 흘리며 쓰러졌다.난 시멘트 파편을 내동댕이 치고 신부님의 입속에 손을 쑤셔넣었다.
내 사탕내놔 씨발놈아
내가 한창 목에 손을 쑤셔넣어 휘젓고 있을때 엄청나게 큰진동이 나며 위쪽이 완전히 무너지며 하늘이 보였다. 맑은 하늘이다.
특이한 방호복을 입은것같은 구조 대원들이 저위에서 내려다 보았다. 그들이 소리쳤다.
괜찮으세요?내려가겠습니다!
나는 신부님의 입에서 손을 빼었다. 그리고 입을 맞추고는 숨을 불어 넣었다. 있는힘 없는힘 전부 짜내며
그들이 들으라고 고래고래 소리쳤다.
죽지마세요.신부님!
이상하게 눈물도 흘렀다. 나는 다시 한 번 더 흐느끼며 소리쳤다.
제발 죽지마세요
자작소설이에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