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분야에서건간에 우리 나라의 전문가들(특히 정치인들!)은 어떤 사회적 불안과 그에 관련된 이슈가 생기면 대중들을 '가르치려고' 한다. 그러나 선진국에서의 수없이 많은 사례들을 통해 검증된 심리학적 이론에 따르면 대중들은 확률은 높지만 자신이 그 위험을 짊어질지의 여부를 자신이 선택할 수 있는 위험보다는 확률은 낮지만 자신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짊어질 수밖에 없는 위험에 대해 더 심한 불안감을 느낀다고 한다. 이에 대한 전문가들의 대처 방식은 두 가지가 있다. 선진적인 방식과 후진적인 방식.

 두 방식의 차이라 함은, 상식 없는 대중들이 '선동을 당했다' 고 표현하며 대중들의 항의를 무시하고 사안을 진행하는 전문가들은 후진적인 대처 방식을 취하는 것이고 대중과의 소통과 대화를 통해 그 위험성과 해결 방안에 대해 토론하고 대중들을 안심시키려는 전문가들은 선진적인 대처 방식을 취하는 것이 되겠다. 그리고 그런 면에서 우리 나라의 많은 전문가들(특.히.정.치.인.들.)은 굉장히 후진적인 대처 방식을 취하고 있다.

 어느 분야의 전문가던간에 '현실을 몰라서 하는 소리다' 라는 말은 절대 해서는 안 된다. 특히 대중을 상대로는 더더욱. 그런 사람은 전문가 자격이 없다. 그저 자기 분야에 관심이 많은 아마추어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진정한 전문가라면 대중을 설득할 줄 알아야 한다. 가령 대중들이 어떤 원전의 위험성에 대해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고 하자. 만일 수많은 원자력공학자들이 그것이 그 어떤 위험성도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면 그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 대부분의 경우 그들은 대중을 가르치려고 들 것이다. 대중들이 이해할 수 있는 자료는 그 어떤 것도 없다는 점을 시사하며 우리 뛰어난 전문가들이 이미 모든 계산을 해놓았으니 그 어떤 위험 요소도 없다며 대중을 어거지로 가라앉히려 들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옳지 않다.

 그들은 대중들을 선동 당한 우민으로 치부할 것이 아니라 그것이 매우 당연한 현상임을 깨달아야 한다. 대중들은 확률이 아무리 낮다고 한들 자신들의 의사로 결정할 수 없는 불안 요소에 대해서는 수백, 수천 배는 더 두려움을 느끼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들은 그 위험성은 당신이 벼락 맞을 확률보다도 낮다며 대중들을 깔보고 조롱할 것이 아니라 대중들을 이해하고 설득해야 한다. 고압적으로 대중을 가르치려고 드는 이는 이미 전문가가 아니다. 그런 인간은 그저 학문적 기득권자에 지나지 않는다. 전문가라고 불릴 가치조차 없는.

 몇 년 전 LHC에서 소형 블랙홀이나 미원 물질이 출현해 인류를 재앙으로 이끌 가능성에 대해 우려하는 자들이 나타났었다. 그에 대한 물리학자들의 대처는 훌륭했다고 생각한다. 충분히 많은 배포 자료 및 쉬운 설명들, 그리고 그것이 왜 사실무근인지를 증명하는 충분한 사례들―가령, 우주선 입자는 LHC에서 발생하는 입자의 에너지보다 더 높은 에너지를 가진 입자를 매초 수천 개씩 지구에 때려박고 있다는 점 등등―을 통해 그들은 대중들을 설득했고 이해시켜 나갔다. 그러나 이것은 하나의 미담에 불과하며, 실제로는 그렇지 못한 사례가 더 많은 것 같다. 가령 음모론에 대한 대처도 그렇고 광우병에 대한 대처도 그렇다. 그들은 대중을 설득하지 못했으며 그 어떤 신뢰도 주지 못했다. 그런 자들은 전문가 자격이 없다. 그저 자기 밥줄만을 찾아 대중들을 우민들로 호도하는 이기적인 학문적 독재자들에 지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