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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6년쯤이었나?
전남함이란 이름의 호위함을 탈 때였음
그 해에 우리배가 해군사관생도 순항훈련함으로 지정이 돼서
진해에서 6개월 가까이 Overhaul(오버홀)을 하게 됐음
그냥 배 껍데기부터 알맹이까지 싹 다 들어냈다가 다시 조립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하면 됨
그래도 3일에 한 번씩 현문당직은 꼬박꼬박 서야 하는데,
그날은 12시부터 4시까지 서는 당직이었음
점심 먹고 와서 당직교대하고 오후 일과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현문으로 전화가 걸려왔음
실감나는 장면 묘사를 위해 욕설을 그대로 쓰겠음
나 : 필승! 통신보안 OOOO 현문 부직사관입니다.
정체불명남 : 야 부장(부함장. 중령) 바꿔!
나 : 네?
정체불명남 : 부장 바꾸라고!!
나 : 실례합니다만 누구십니까?
정체불명남 : 부장 바꾸라고 이 새꺄!!!
나 : 누구신데 저희 부장님을 찾으십니까?
정체불명남 : 니가 알거 없으니까 빨리 부장 바꿔!!!
나 : 아니 도대체 누구신데 남의 배에 전화해서 부장님을 바꾸라마라 하십니까?
정체불명남 : 이새끼가... 부장 바꾸라면 바꿀 것이지 말이 많아!!!
나 : 그러니까 누구시냐고요.
정체불명남 : 너 누구야? 새꺄!!!
나 : 전남함 현문 부직사관입니다.
정체불명남 : 너 이새끼!!! 부직사관 주제에... 빨리 부장이나 바꿔 새꺄!!!
나 : 야!!! 너 누군데 남의 배에 전화해서 지랄이야?
정체불명남 : 뭐 이새꺄?
나 : 남의 배에 전화를 했으면 니 정체부터 먼저 밝히고 부장님을 찾아야 하는 거 아니야?
내가 니가 누군 줄 알고 부장님을 바꿔 주냐? 좆만한 새꺄!!!
정체불명남 : 너 이 개새끼!!!
나 : 뭐? 씨발놈아!!! 얻다 대고 욕을 하고 지랄이야?!!!
정체불명남 : 너 이 개새끼!!! 너 누구라고?
나 : 그러는 너는 누군데? 씹새꺄!!! 니가 먼저 전화했으니 너부터 먼저 밝혀 개새꺄!!!
정체불명남 : 나 작전사 정보과장 OOO 소령인데, 너 이 개새끼 관등성명 대!!!
나 : (흠칫!!!) 나 전남함 현문 부직사관 OOO이다. 씨발놈아!!!
정체불명남 : 내가 지금 그리 갈테니까 너 꼼짝말고 거기 있어 씨발놈아!!!
나 : 올테면 와바 호로새꺄!!!
전화를 끊고 졸 후달렸음.
무려 작전사령부 정보과장을 건드려놨으니...
그래도 좆될 땐 좆되더라도 일단 수습은 해야 함
부장님께 전화를 드려서 자초지종을 설명 드렸음
나 : 부장님. 좀 전에 작전사 정보과장이라는 사람이 전화가 왔었습니다.
부장 : 나 방에 계속 있었는데 연결하지 왜?
나 : 그게... 신분도 밝히지 않고 계속 부장 바꾸라고만 하길래...
부장 : 그래?
나 : 네. 누구냐고 계속 물어보니까 저한테 욕을 하더라구요
부장 : 욕을?
나 : 네. 그래서 저도 같이 욕을 해줬습니다.
부장 : 그래?
나 : 네. 근데, 지금 여기로 오겠답니다.
부장 : 그래? .......... 알았어. 내가 나가볼게
나 : 네. 알겠습니다.
여기서 잠깐 우리 부장님 소개...
일단 해군에서 보내 주는 유학을 갔다 오신지 얼마 되지 않으셨음
무려 볼리비아라는 나라로 갔다 오신 분임
볼리비아에서 도대체 뭔 공부를 하고 왔는지는 모르겠으나
우리가 물어볼 때마다 차 타고 놀러다녔다고만 함
당시 가격으로 차에 기름 만땅 채우면 천원밖에 하지 않는 나라라고 함
그래서 날마다 놀러다녔다고 함
어쨌거나 군대에서 유학을 보내 줄 정도면 나름 훌륭한 분인 것은 사실임
실제로 작전이나 훈련할 때 보면 꽤 실력 있는 분임
근데... 몸매가... 개콘 "아빠와 아들"에 아들 역으로 나오는 김수영이랑 똑같다고 보면 됨
잠시 후 진짜로 부장님이 나오셨음
정말 평온한 목소리로, 욕을 어떻게 했냐고 물어보심
그래서 내가 한 욕을 있는 그대로 소상히 시전해드렸음
그 쌍욕을 다 들으시고도 표정 하나 변하지 않으시는 우리 부장님...
그러는 와중에 우리 부두앞에 엑셀 한대가 끼익~~~ 섰음
그리고 운전석에서 누군가가 후다닥 내리는데...
진짜 기골이 장대한 사람이 말똥 하나를 똭~~~ 달고 오는 거임
얼굴은 쌔빨갛고 숨소리는 거친 것이 딱 나 잡으러 온 사람임
아니나 다를까 날 보자마자 쌍욕부터 날아옴
소령 : 니가 부직사관이야?!!!
나 : 네
소령 : 이 개새끼가!!! 죽고 싶어 환장했나???!!!
부장 : 야 이새꺄!!! (우리 부장님이 유일하게 입에 담는 욕임)
소령 : ???
부장 : 너 뭐야? 이새꺄!!!
소령 : 아!!! 선배님!!!
부장 : 너 뭐냐고? 새꺄!!!
소령 : 아니 선배님 그게 아니구요...
부장 : 이새끼가 선배 배에 전화해서 부직사관한테 행패를 부리질 않나,
현문 출입하면서 현문 예절도 안 갖추고... 너 그렇게 배웠어? 새꺄?!!!
(현문 출입할 때 함미에 게양돼 있는 국기에 대해 경례를 하고 들어와야 함)
소령 : 아니 선배님 그게 아니구요...
부장 : 아니긴 뭐가 아니야 새꺄!!! 내가 다 들었어 이새꺄!!!
소령 : 선배님 그게 아니라...
부장 : 우리 부직사관이 니가 누군줄 알고 부장을 바꿔? 넌 욕 먹어도 싸 이새꺄!!!
소령 : 아니 선배님 그게 아니라 제 말씀 좀...
부장 : 듣긴 뭘 들어 새꺄!!! 선배 배에 전화해서 신분도 안 밝히고 부장을 바꿔? 기합 빠진 새끼가... 내가 니 친구야?
소령 : ....
부장 : 꺼져 이새꺄!!!
소령 : 알겠습니다 선배님
그렇게 기골이 장대한 소령을 퇴치한 우리 부장님이 들어가시면서 마지막으로 남기신 말씀...
"부직사관, 잘 했어. 앞으로도 그렇게 해!!!"
그 일로 자신감이 붙은 나는 신분을 밝히지 않는 정체불명인들에게 더욱더 가열차고 거침없는 쌍욕을 시전했음
PS : 근데, 부장님 방에는 외부와 바로 연결되는 직통전화가 있는데, 그 소령은 왜 현문으로 전화를 했는지 그게 아직도 궁금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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