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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humorbest_592108
    작성자 : 레리티
    추천 : 10
    조회수 : 557
    IP : 180.64.***.243
    댓글 : 3개
    베스트 등록시간 : 2012/12/22 03:39:55
    원글작성시간 : 2012/12/19 18:19:49
    http://todayhumor.com/?humorbest_592108 모바일
    팬픽] 굿바이 마이 레리티 (5)

    난 주변을 둘러보았다. 역시 낮이라 손님은 별로 없었다. 다행히도 구석에 앉아 있었기 때문에 레리티를 기방 밖에 꺼내놔도 괜찮을 것 같았다. 그래서 가방 밖으로 나오라고 손짓했다.

     

    "조용히만 있어."

     

    녀석은 바닥에 앉으려고 했지만 더럽다는 것을 깨닫고는 내 옆 의자에 올라 앉았다. 그리고 이렇게 썼다.

     

    '여기 공기가 무척 안좋은 것 같아.. 그리고 너무 어두워.. 끔찍해.'

     

    쓰면서 이곳이 싫다는 표정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조금만 참어. 곧 끝날거야."

     

    그래. 끝내야한다. 그래서 일자리 찾는 사이트는 잠시 접어두고 포니 매니아들이 있는 사이트에 접속했다. 그리고 이런 내용의 글을 올렸다.

     

    '만약 길 가다가 '레리티'를 주웠는데 그걸 팔아야하는 상황이라면 얼마에 팔 수 있을까요.?'

     

    덧글을 기다리는 동안 레리티에게 재밌는 것을 보여주기로 했다.

     

    "잠깐 이거 봐바."

     

    녀석은 언제 가방 속에 넣었던 것인지, 빗으로 자기 머리를 손질하며 묵묵히 모니터화면을 보았다. 잘 안보이는지 껑충 뛰어서 내 허벅지 위에 앉았다. 살짝 아팠지만 내색은 하지 않았다.

     

    "준비 됐어? 놀랄지도 몰라."

     

    '대체 뭔데 그래?'

     

    난 마이 리틀 포니 1화를 클릭했다. 그러자 어린애들이 좋아할만한 오프닝이 나왔다. 경쾌한 음악과 아기자기한 포니들이 정신없이 나타나는 장면이었다. 그러자 레리티는 입을 떡 벌리고 모니터 화면을 계속 응시했다. 어떤 반응일까 궁금했는데 기대와는 달리 무척 싱거워서 아쉬웠다.

     

    "이거 너야."

     

    하고서 오포닝에 등장하는 녀석의 화면에서 멈추었다. 빗질을 하고 거울에서 도도한 자세를 취하고 있는 모습이었다. 그러자 녀석은 내 마우스를 빼았더니 재생버튼을 클릭했다. 자신도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이었다. 어찌보면 놀란 것 같기도 했다. 녀석은 그저 멍하니, 오프닝이 끝날 때까지 지켜보고 1화의 시작부분을 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몇 분 지나지 않아서 트와일라잇 스파클이라는 보라색 말과 플러터샤이라는 노란 말이 처음 만나는 장면이 나왔다. 트와일라잇이 말했다.

     

    '내 이름은 트와일라잇 스파클이야. 넌 이름이 뭐야?'

     

    플러터샤이는 수줍어하며 대답했다.

     

    '난.. 플러터샤이..'

     

    그 장면을 보고 있는데 뭔가 훌쩍거리는 소리가 나서 보니 레리티가 울고 있었다. 하지만 표정은 웃고 있었다. 눈물은 볼을 타고 내려서 내 바지 위로 뚝뚝 떨어졌다. 세상에..

    뭔가 제대로 심각해보이는 상황이라 난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레리티랑 함께 멍청한 포니 애니메이션을 봐야했다.

     

    거의 끝부분에 가니 '나이트메어 문'이라는 검은 말이 나왔다. 이 이야기에 중심 악역이 되는 포니었다. 그 포니가 외쳤다.

     

    "영원한 밤이 계속될 것이다!!!"

     

    뼈속부터 악역같은 대사를 외치고는 1화가 끝났다. 드디어 이 소름 돋는 애니메이션에서 해방 된 것이었다.

     

    "감상평은?"

     

    레리티는 잠시 곰곰히 생각하다가 이렇게 썼다.

     

    '생각이 났어... 일부분이.'

     

    "너의 기억 말이야?"

     

    녀석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 이렇게 썼다.

     

    '내가 만들어지게 된 이유. 그리고 여기에 올 수 있었던 이유.'

     

    "그게 뭔데?"

     

    진심으로 궁금했다. 하지만 녀석의 대답은 실망감만 안겨주었다.

     

    '미안하지만, 알려줄 수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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