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쉽네요. 저두 보고싶네요. ㅠㅠ
일단 한번 내려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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훼이크고요.
쭈욱캬님의 방탈출 2부시작입니다. ㄷㄷㄷ
이번 통로는 어느 때보다 길고 복잡했다. 제법 적응했다고 생각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힘들고 지치는 건 매번 같았다. 게다가 이동하는 중간에 아래쪽으로 비탈진 길을 지났기 때문에 만약 막다른 곳에 부딪히면 뒤로 가는 것은 거의 불가능했다. 불안하고 초조했지만 수정을 생각해서 내색은 하지 않았다. 희망은 얄밉게도 모든 것을 포기하고 싶을 때쯤 꼬리를 슬쩍 드러냈다.
“빛이 보여요.”
나는 가쁜 숨을 몰아쉬며 외쳤다. 뒤에서 수정이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말했다.
“대답할 기운도 없어요. 얼른 가요.”
마지막 남을 힘을 끌어 모아 필사적으로 전진했다. 그리고 마침내 구멍 밖으로 머리를 내밀었다. 나는 방안에 있는 공기를 다 먹어치우기라도 할 것처럼 격하게 숨을 몰아쉬며 통로를 비집고 나왔다. 줄곧 어둠속에 있었던 터라 밝은 빛에 적응이 되지 않았다. 나는 눈을 감은 채로 구멍에 손을 집어넣어 수정을 끌어냈다.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른 뒤 손으로 차양을 만들고 주변을 살폈다. 방의 구조는 이전과 같았다. 콘크리트로 된 입방체 구조에 스프 투입구와 수도꼭지가 있었다. 하지만 그 밖에 많은 부분이 달랐다. 이전보다 방의 크기가 두 배는 넓었고, 구멍도 우리가 들어온 것까지 포함해 세 개나 되었다. 그리고 정면에는 커다란 철문이 보였다.
무엇보다 극적인 변화는 이 방에 우리 말고 다른 사람들이 있다는 점이었다. 무려 네 명이었다. 남자 셋에 여자가 하나. 남자들은 각각 군복을 입은 스포츠머리, 뚱뚱한 체구의 안경잡이, 머리가 희끗한 중년이었고, 여자는 교복을 입은 앳된 얼굴의 단발머리였다. 그들은 바닥에 아무렇게나 주저앉아 우리를 보고 있었다.
군복을 입은 남자가 먼저 입을 열었다.
“드디어 신입이 왔군.”
안경잡이가 말을 받았다.
“그럼 이제 여섯 명이 모였으니 저 문을 열 수 있는 건가?”
“그게 규칙이라고 했으니 아마도 그렇겠지.”
침착한 목소리로 대답한 중년이 고개를 돌려 나를 쳐다봤다.
“어서들 오시게. 너무 긴장할 것 없어. 우리도 다 자네들과 같은 처지라네.”
그의 친절한 말투에도 나는 경계를 늦추지 않았다. 너무나 뜻밖의 상황이라 어떻게 해야 할지 혼란스러웠다. 수정이 불안한 듯 뒤에서 내 셔츠 자락을 붙잡았다. 나는 무슨 말이라도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다들 어디서 오신 거죠? 원래부터 여기 계셨나요?”
내 질문에 중년이 사람 좋은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그럴 리가 있나. 자네도 보면 알겠지만 이 방에는 구멍이 모두 세 개라네.”
확실히 그랬다. 방에는 정면의 철문을 기준으로 나머지 세 면에 각각 구멍이 뚫려 있었다.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중년이 말을 이었다.
“자네들이 그 중 하나에서 나왔고, 나머지 두 곳에서 우리들이 두 명씩 나왔지.”
그제야 대충 상황 파악이 됐다. 저들은 우리처럼 각자 다른 방에서 수수께끼를 풀고 이곳으로 모인 것이다. 다시 말해 이 방에 사람들이 모인 것은 필연이라는 뜻이었다. 수정도 그 말을 듣고 안심했는지 내 옷자락을 놓고 입을 열었다.
“그런데 여기서 뭘 하는 거죠?”
중년이 이번에도 친절하게 답했다.
“그야 자네들을 기다리고 있었지.”
“우리를요?”
수정이 되묻자 이번에는 안경잡이가 대신 대답을 했다.
“이방에 여섯 명이 모여야 저 문을 열수 있거든. 저기 문 옆에 규칙이 적혀 있어. 너희들도 읽어보는 게 좋을 거야.”
그의 말에 나와 수정은 철문 앞으로 갔다. 안경의 말대로 문 옆에 하얀 종이가 붙어 있었는데 거기에 검정색 잉크로 적힌 규칙이 보였다.
규칙. 1 이 방에 여섯 명이 모여야 문을 열 수 있다.
규칙. 2 문을 열기 전에 전자 팔찌를 착용해야 한다.
규칙. 3 종소리가 들리면 LED광고판을 주목해야 한다.
먼저 규칙을 읽은 수정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LED 광고판이 뭐죠?”
그때 얘기를 듣던 군복이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
“우리도 몰라. 길게 설명할 거 없이 민지는 얼른 이 사람들한테 팔찌를 나눠줘.”
그러자 지금껏 말이 없던 교복 차림의 여자아이가 다가와 수정과 나에게 금속으로 된 동그란 팔찌를 나눠주었다. 팔찌는 수갑처럼 손목에 대고 양 귀퉁이를 맞물리는 구조였다. 어쩐지 내키지 않았지만, 이제 보니 우리를 제외하고 이미 모두 착용하고 있었다.
“나가려면 이걸 해야 한다니까 어쩔 수 없지.”
나는 수정과 눈빛을 교환한 뒤 손목에 팔찌를 채웠다
차가운 금속이 손목을 단단히 옥죄었다. 그것을 신호로 영원히 닫혀 있을 것 같던 철문의 손잡이가 저절로 돌아가며 투박한 마찰음을 냈다.
“열린 건가?”
소리가 멈춘 뒤 안경이 문 앞으로 다가갔다. 손잡이를 잡아당기자 문이 슬쩍 열렸다. 주변에서 탄성이 일었다. 모두 반색을 하며 출입문으로 다가갔다. 그때 유일하게 동요가 없던 군복이 문 앞을 가로막았다.
“잠깐!”
사람들의 시선이 군복에게 집중됐다. 그는 한숨을 내쉬며 좌중을 둘러봤다. 중년이 답답하다는 듯 소리쳤다.
“아니 문이 열렸는데 뭐하는 건가? 어서 나가야지.”
군복은 고개를 저었다.
“나가기 전에 한 가지 확실히 해둘 게 있어요.”
그러곤 감정을 읽을 수 없는 무심한 눈으로 나를 쳐다봤다.
“이 문 밖이 여전히 미궁이라면, 앞으로 뭘 하든 너희가 앞장선다.”
“뭐? 어째서 우리가…”
수정이 미간을 찌푸리며 외쳤다. 군복의 얼굴이 순간적으로 꿈틀거렸다. 금세 무표정으로 돌아갔지만 나는 잠시나마 그의 진짜 얼굴을 본 것 같았다. 군복이 침착하게 말했다.
“우리는 모두 여섯 명이 되기를 오랫동안 기다렸어. 저기 안경하고, 민지는 아홉 달 전에 이곳에 왔지.”
나는 마른침을 삼켰다. 나와 수정이 방에 머물렀던 시간은 정확히 알 수 없었지만, 식사횟수를 통해 짐작하기로 대략 사 개월 정도였다. 그 두 배의 시간을 이곳에 있었다니 얼마나 고통스러웠을지 짐작도 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군복의 말은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그리고 윤 선생님과 나는 삼 년을 기다렸다. 아무 것도 하지 않고. 단지 여섯 명이라는 인원수를 맞추려고. 인내하고 또 인내하면서.”
군복은 한참 템을 두었다가 입을 열었다.
“너희들은 굉장히 운이 좋은 거야. 그러니 선발대 정도는 감수하라고. 만약 거절한다면 우린 너희를 이곳에 두고 가겠다. 어차피 문이 열리는 조건은 인원 수 여섯. 지금은 문이 열렸지만 우리 넷이 나가고 문을 닫아버리면 너희는 둘 뿐이라 조건을 충족할 수 없어. 따라서 우리가 떠난 뒤 다시 여섯 명이 모일 때까지 기다려야 할 거야.”
군복의 눈동자가 차갑게 빛났다.
“인내하고 또 인내하면서.”
반박할 말이 떠오르지 않았다. 수적으로 저들이 우세했고, 거절할 명분도 없었다. 옆에 있던 수정이 내 귀에 속삭였다.
“그렇게 해요.”
나는 잠시 생각을 정리한 뒤 대답했다.
“좋아요. 대신 한 가지 조건이 있어요. 우리가 선발대로 갔다가 위험에 처하면 모두 최선을 다해서 도와주세요.”
군복이 만족한 듯 입가를 씰룩였다.
“그야 당연하지. 너희가 없으면 우리 중 하나가 그 역할을 대신해야 할 테니.”
지극히 계산적인 태도였다. 쓰고 버리는 물건 취급을 당한 것 같아 기분이 상했지만 내색하지 않았다. 중년이 나서서 중재를 했다.
“너무 그러지 말게. 한다지 않은가. 자네들도 기분 풀고.”
내 어깨를 두어 번 두드린 그는 안경에게 턱짓을 했다. 초조한 표정으로 문고리를 잡고 있던 안경이 말했다.
“그럼 이제 다 정리된 거죠? 문 엽니다.”
오래된 금속 특유의 마찰음을 내며 철문이 열렸다. 모두 숨 죽이고 문 너머를 주시했다. 그러나 나타난 것은 또 다른 철문이었다. 안경이 멈칫 하더니 고함을 지르며 주먹으로 문을 후려쳤다.
“지금 장난하나!”
중년이 그를 제지했다.
“그만두게. 이건 엘리베이터야.”
확실히 그의 말대로 문 옆에 화살표 단추가 있었다. 자세히 보지 않고 성을 낸 안경이 머쓱한 표정으로 단추를 눌렀다. 잠시 후 차임벨이 울리며 문이 열렸다. 반 평 남짓한 내부는 텅 비어 있었다. 우리는 차례로 엘리베이터에 올랐다. 그런데 안에는 닫힘 버튼 하나뿐이었다. 층을 나타내는 버튼이 보이지 않았다.
“자동으로 움직이는 건가?”
안경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닫힘 버튼을 눌렀다. 그와 동시에 발판이 밑으로 푹 꺼졌다. 우리는 비명을 지르며 아래로 추락하기 시작했다.
*쭈욱캬님이 올리신거 너무너무 잼나서 제컴에 저장된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