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상 민주진보진영을 야권, 수구기득권을 여권으로 통칭하겠습니다.
야권 지지자들은 반복되는 패배에 좌절감과 무력감을 느끼는 것 같습니다.
온라인상의 야권 지지자들의 의견을 세 가지로 정리해봅니다.
“야당 무능”으로 요약되는 “질타”
“국민 개새끼”로 요약되는 “한탄”
“이민”으로 요약되는 “자포자기”입니다.
세 가지 모두 합당하고 자연스런 의견 표출이지만 생산적 담론 형성까지 가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이제부턴 야권 지지자 모두 “이기기 위한” 담론 형성을 할 때가 된 게 아닌가 싶습니다.
먼저, 많은 분들이 알고 계시겠지만
<주관적이고 객관적인 한국 정치 지형도>를 만들어 보았습니다.
여기에 지역, 세대 등의 구도를 추가 하면 더 입체적이고 정교한 정치 지형도가 되겠지만
일단, 가장 간단한 형태를 통해 논의를 시작하고자 합니다.
위 표를 바탕으로 선거 구도에 대해 분석하고, 승리 전략을 고민해보겠습니다.
결론을 내리기에 앞서 대전제로 삼아야 할 것은
“각 진영 지지층은 결코 반대 진영으로 지지를 바꾸지 않는다.”입니다.
(참고로 미국의 어느 정치 설문조사에선 “유권자의 90%가
인생에서 최초로 찍은 정당을 죽을 때까지 바꾸지 않는다.” 는 결과가 있었습니다.)
하여튼 이 전제를 바탕으로 선거 구도를 분석하자면
1.각 진영 투표참여율이 승패를 가른다.
2.여권은 콘크리트 지지율에서 앞선다.
때문에 “여권이 절대적으로 유리한 구도다.” 입니다.
당연히 추론되는 각 진영의 승리전략은
“자기 진영 표를 합치고, 투표율을 높인다. 상대진영 표를 분산시키고, 투표율을 낮춘다.”
입니다.
너무 당연한 결론을 얘기해 허무하게 들릴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세부사항으로 들어가면 복잡한 문제가 많고,
이 전략을 구사하는 디테일 역시 간단치 않습니다.
자세히 들어가 보겠습니다.
최근 4.29재보선에 대한 일반적인 분석은
“야권은 애초에 예상된 야권분열과 낮은 투표율로 패배가 예측됐고, 선거의 의미를 축소하고자 했다.
하지만 ‘성완종 리스트’건이 터지면서 야권이 이길 수 있는 선거가 됐다.
그래서 전면전이 이뤄졌고, 혼전이 예상됐으나 여권의 조직적인 물타기로 결국 야권이 졌다.”입니다.
그런데 이런 분석은 피상적일 뿐 아니라,
대형악재에 의해 여권에서 야권으로 표를 옮길 수 있는 ‘중도 이중개념층(b)’을 유권자 중심에 놓은 분석입니다.
이중개념층(b)은 극소수일 뿐 아니라, 투표율도 극히 낮아 (투표율30%대)재보선에 미치는 영향력이 미미합니다.
그래서 위 표에 근거한 온전한 재보선 분석은
“성완종 리스트 건에 의해 여권 강력 지지층(a)의 투표동기가 약화됐으나
여권의 조직적인 물타기로 지지층의 투표참여시 발생할 죄책감을 덜어줬다.
그리고 오히려 악재에 의한 여권의 역 결집효과가 있었다.
세부적으로 들어가 ‘관악을’은 야권 분열로 야권 표의 분산이 있었다.
‘인천 서구강화을’에선 여권의 패배위기감 조성 전략이 주요해 보수지역이 진보지역보다 두 배가 넘는 투표참여율이 있었다.
이런 이유들로 여권이 무난하게 승리했다.”입니다.
사실 역대 선거에서도 “선거 직전 터진 대형 악재”는 지지층(a) 의 지지정당의 변경으로 이어지지 않았습니다.
반대로 “대형 악재”는 해당 진영 지지층의(a) 결집도를 높여 호재로 작동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습니다.
야권에겐 02대선 정몽준의 지지철회, 6.2지방선거 직전 천안함 사건이 그랬고,
여권의 경우, 92대선 초원복국집 사건. 12대선 국정원녀 사건, 작년 미니총선 전 세월호 사건 등이 그렇습니다.
(08대선 mb도 bbk라는 대형악재가 있었지만 그것을 굳이 악재에 따른 역결집 케이스에 넣을 필요는 없을 겁니다...
그냥 무조건 mb가 되는 선거였습니다...)
대형 악재에 따른 결과가 앞서의 예와 달랐던 경우가 한번 있습니다.
98대선 당시, IMF라는 여권의 대형악재 직후 야권 김대중 후보가 승리한 경우입니다.
하지만 이것을 대형악재에 따른 지지층의 이탈이나 지지변경으로 보는 것은 무리입니다.
DJPT연대에 따른 충청권과 포항 표 유입, 이인제 후보에 의한 여권 표 분산이란 실질적인 표 내용.
그럼에도 불구하고 30만 표 라는 간발의 표 차이를 본다면
오히려 IMF악재는 여권에 전혀 타격을 주지 않았다고 보는 것이 올바른 분석일 것입니다.
하여튼 어떤 대형 악재에도 지지를 변경하지 않을 정도로
각 진영 지지는 고정돼 있다는 겁니다.(극소수의 이중개념자를 제외하고)
때문에 선거는 각 지지층의 투표참여율에 따라 갈린다는 겁니다.
이런 간단해 보이는 결론을 다시 한 번 강조하고, 모두 명심하길 바라는 이유는
야당과 야권콘크리트지지층A 의 앞으로의 태도와 전략을 결정하는 중요 근거가 되기 때문입니다.
야권콘크리트 지지층A는 김대중후보가 김종필 박태준과 손잡아도 밀어주고, 노무현후보가 김영삼을 찾아가 시계를 내보이며 굽신거려도 뽑아줍니다. 정동영과 문국현이 단일화를 못해도 표로 단일화 시킵니다. 문재인이든 안철수든 새누리만 아니면 뽑아줬을 겁니다. 문재인이 박정희 이승만 참배를 해도 뽑아줄 겁니다. 모든 선거에 참여해 무조건 야권을 찍는 게 야권콘크리트지지층A입니다.
하지만 고정야권지지층(a)는 다릅니다. mb가 될 것 같으니 투표 안하고, 안철수를 지지하다 맘이 상하면 투표 안하고, 대선은 투표하지만 총선은 당일 나들이 스케줄과 안 맞으면 안하고, 지방선거는 깜박하고 넘어갈 때도 많고, 재보선은 하는지 안하는지조차 모릅니다.
중도 진보B는 더합니다. 그들은 대선조차 기분 내킬 때만 투표를 합니다. 심지어 2002년 노풍이 분다고 신나하는 친구를 보면서도 투표 하는 걸 망설입니다. 투표란 게 조금은 귀찮기 때문입니다.
반대의 경우도 있습니다.
여권콘크리트 지지층A'는 MB가 사기를 쳐도 뽑아줍니다. 근혜공주님이 선거부정을 저질러도 국정원 여직원의 인권을 걱정합니다. 5살후니가 애들 밥 먹이지 말자하면 맞장구를 치며 투표장으로 달려갑니다. 김무성이 친일파자손에 20대 때 물려받은 기업을 금수저처럼 물고 살았어도 변강쇠처럼 강해보이는 마초남의 풍채에 맘이 끌립니다. 나라가 망해도, 애들이 바다에 수장돼도 새누리를 향한 지고지순한 사랑은 변할 리 만무합니다.
여권 고정지지층은(a)는 조금 다릅니다. 새누리당이 좋고, 이회창도 좋지만 박정희와 닮았고, 젊고 싱싱한 이미지의 이인제가 맘에 들어 찍어줍니다, 새누리당이 좋고, mb도 나쁘지 않지만... 이회창의 화려한 엘리트 이력이 너무 맘에 들어 결국 이회창을 찍습니다. 생활이 고단하고, 바쁘다 보니 재보선은 깜빡하고 놓치기도 하고, 이번 지방선거는 천안함 사건도 있고, 새누리당이 이길 거라는 사람들의 이야기에 안심하고 투표장에 가지 않기로 합니다.
중도보수B는 또 다릅니다. 노무현이는 맘에 안 들지만 그래도 대통령은 임금인데 임금을 탄핵하면 안되지 하면서 혀를 끌끌 찹니다. 결국 투표를 포기합니다. 대선이면 모를까 총선 연휴, 자식이 선물한 나들이 여행상품에 온 마음이 팔립니다. 어린 대학생 중도보수B는 평소에 정치에 관심이 없습니다. 하지만 엄마, 아빠가 이번 대선에서 박근혜를 꼬옥 뽑으라고, 안그러면 용돈 안준다해서 투표장에 갑니다. 아빠 엄마 일가 친척들이 하는 얘기를 들으며 자랐고, 가만히 생각해보면 박근혜는 좋은 대통령감인 것 같습니다. 투표를 했다는 셀카 인증샷을 SNS에 올려 친구들과 제잘댑니다. 의식있어 보이는 자신이 맘에 듭니다.
조금은 장난스럽게 한국 정치 지형을 묘사해 봤습니다만
이런 정치현실을 전재로 결국 야당이 이기기 위한 너무나 당연하고 절대적인 전략은
“야권 표의 분산을 막고, 야권 지지자의 투표율을 높이면서 할 수만 있다면 여권을 분열시키는 겁니다.
하지만 그게 불가능 하다면 어떻게든 여권 지지자의 투표율이라도 낮추는 방법을 모색해야 합니다.”
개인적으로 여권을 분열시키는 방법으로 “이이제이의 이작가‘가 강추한 ”김영삼의 지지발언 이끌어내기“도 좋을 것 같습니다.
아들 김현철에게 공천 한자리 주든가 그에 상응하는 무언갈 주면 됩니다.
(강력지지층A가 욕할 수도 있지만 그들은 결국 찍어주는 상수이기에 신경쓸 필요 없습니다.
여권 강력지지층A'는 박근혜가 유신을 사과하고, 쿠테타를 인정하고, 전태일열사 동상에 헌화해도 변치 않는 사랑을 보여주듯이 말입니다.)
DJ가 JP를 끌어들이고, 노무현 후보가 행정수도 이전으로 차지했던 충청 표를 한동안 잃었습니다. 어떻게든 다시 되찾을 방법을 강구해야 합니다.
야권 절대지지자A 들은 분열을 조장하는 일체의 언행을 삼가야합니다. 안철수와 안철수 지지자를 조롱한다던지. 문재인과 문재인 지지자를 증오한다던지. 문재인이나 안철수에 대한 건전한 비판에 저주를 퍼부어선 안 됩니다. 물론 건전한 비판도 언제나 순화된 문장을 구사해야 합니다. 다가올 대선 경선에서 공정하게 경쟁해 승리한 후보가 안철수, 문재인, 박원순 누가 되든 열렬히 지지할 준비를 하고 있어야 합니다. 절대 야권 표가 분산되거나 야권지지자의 투표동력이 상실되지 않도록 지금부터 모든 언행을 조심해야 합니다. 그리고 정치혐오와 정치조롱에만 열중인 중도진보층의 투표참여를 유발할 수 있도록 바람을 일으켜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 좌절과 냉소는 금지입니다. 바뀌지 않는 사람들을 바꾸고자 하는 헛된 욕심을 버려야 맘이 편안해 집니다. 총선조차 투표안하는 이중개념중도층(b)을 설득하기 위해 너무 힘을 쓰지 않도록 합니다. 이미 우리 편인 사람들이 총선 투표장에 오도록 하는 것이 상대적으로 쉽고, 보다 승리를 담보할 거라는 걸 생각합니다. 상대 고정지지층A과 온건보수중도층B의 투표의지를 상실시키는 작전을 짜보는 것도 재밌을 겁니다.
간략하게 정리한 한국 정치 지형도와 선거 분석을 바탕으로 야권과 야권지지자가 할 일들에 대해 적어보았습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들은 이외에도 무수히 많을 것입니다. 그것에 대해 함께 이야기 나눴으면 좋겠습니다.
재보선 4석 따위 아무것도 아닙니다. 일 년뒤 이 년뒤 총선과 대선이야 말로 절체절명의 승부입니다. 반드시 이겨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