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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이 아픔을 겪고 슬퍼하는 오늘만은
다 같은 무리의 친구들이라 생각하고 반말을 이해해 줬으면 좋겠다.
특히 고등학생들, 20대 초중반의 어린 친구들이 대선으로 인해 무너지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에 글을 쓴다.
나는 사실 보수주의자다.
이미 맑스가 말한 폭력적 혁명의 시대는 유물론적 유물이 된지 오래이고,
그렇다고 독점과 자본비용 하락으로 다른 경로의 혁명이 일어나는 일 또한 없을 것이다.
나는 공산주의, 진보로 대변되는 그러한 정치적 흐름들이 말하는 세상에 대해
이성적으로 이루어지기 힘들다고 생각하고, 또 가슴으로 믿지도 않는다.
자본론, 국부론은 모두 구시대의 거름으로 우리 사회에 녹아들었지만
그 중에서 실현가능한 기대를 걸자면 국부론 쪽이라 생각한다.
신자유주의는 많은 병폐를 낳고 있지만
결국 앞으로 50년간 세계를 이끌 흐름은
미국의 신자유주의에 대한 반성과 유럽의 자유민주주의라 생각한다.
하지만 최근 5년간 내가 믿어왔던 신자유주의, 보수주의의 이론과 신념을
새누리당과 MB정부는 산산이 짓밟았다.
일베 애들이 나꼼수 나꼼수 하는데, 나는 나꼼수를 한 번도 듣지 않았다.
모두 내가 전공공부를 하면서 직접 한은, 시장, 제도, 저널들에서 정보 수집하고 레포트를 쓰고 시험을 치면서 직접 얻은 근거들이다.
권력 집중을 위해 절차와 제도를 무시하고
날치기 통과로 변태적 법을 만들고
독립성 기구들을 모두 장악하여 의사결정기구로서의 기능을 거세하고
자본가들과 집단적 카르텔을 형성해서
환율조작, 자기과시적 정부지출-재정적자증폭, 대기업-중소기업간 제도적 시장개입의 만행을 저질렀다.
공약에는 작은정부라고 써놓고 4조 퍼붓는 거 자체가 경제운영 가부를 떠나 국민을 대놓고 농락하겠다는 거다.
뉴딜이 자그마치 1930년대에 해먹던 수법이다.
지금 한국 상황은 미국 신자유주의자들이 보면 '병신옐로우피플개발도상국'이라고 비웃을 상황이다.
사실 오유에 들어올 때마다
보수-진보 따위는 상관 없었다.
나는 내가 열심히 배워온 사회과학, 경제학을 보란 듯이 거꾸로 농락하고 있는
그 빨간 이익집단이 너무나 혐오스러웠다.
아니 신자유주의고 공산주의고 뭐고
일단 민주주의가 돼야 뭘 하든지 말든지 할 거 아니냐.
그래서 내가 아는 사실과 상관없이,
요유시게에만 오면 무조건 일베를 차단하고 어정쩡한 중도의견도 차단하고
오직 진보담론 형성과 표심 모으기를 위해 안철수와 문재인만을 찬양했다.
그게 2012년 오유시게바닥의 방어보루이자 어쩔 수 없는 한계였다고 본다.
나도 안철수나 문재인의 정부에 많은 기대를 걸지 않았다.
혹 대통령이 되더라도 당장 차기 정부에서 많은 것이 바뀌진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아니 오히려 안철수, 문재인이 되는 것은 좋지 않은 결과를 낳을 것이라 생각했다.
MB정부의 후유증으로 앞으로 5년간 경제위기는 이미 예정된 파국이다.
상황에 비추어볼 때, 문재인의 공약 중에는
실현가능성이 없고, 비효율적이고, 지금의 경제상황에 맞지 않는 공약들이 많았다.
방향성이 옳다는 것과, 실현 가능하다는 것은 다른 얘기이다.
무엇보다 문재인의 뒤를 민주당 ㅄ들이 충분히 받쳐줄 깜냥이 안 된다.
안철수와 단일화를 성사시키지 못한 것 또한 민주당의 그림자다.
단일화 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는가?
안철수는 바보가 아니다. 문재인이 지지부진하는 동안에 진력이 난 중도층은 다 빠져나갔다.
나는 문재인이 왜 안철수와의 단일화에서 민주당 뒤에 숨어있기만 하는지가 계속 의문이었다.
단순한 욕심은 아니었던 것 같고,
친구의 죽음에 부응하기 위해 왕의 자리를 양보할 수 없었던 걸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를 포함한 많은 사람들이 실현가능성의 공백을 문재인에 대한 신앙적 열망으로 메웠다.
문재인이 대통령이 되었다면,
정부가 수립되자마자 새누리 과반국회로부터 직격탄을 맞고,
공약을 이행하다 덜컹거리고, 이후의 경제위기로 산산이 무너졌을 것이다.
또 무지하고 멍청한 우중들은 그 화살을 여지없이 문재인에게 돌렸을 것이다.
그래서 장기 10~20년을 볼 때, 박근혜가 대통령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MB정부, 박근혜정부를 연달아 겪으면서
2030세대가 직접 느껴봐야 한다고 생각했다.
민주주의의 부재가 얼마나 뼈아픈 것인지,
60~80년대에 선친들이 피로 일구어놓은 민주주의를 가만히 앉아서 받아먹는다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 것인지
직접 뼈저리게 느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잡초처럼 10년을 겪은 후에 모든 정당성과 시나리오가 확보되고
또한 자신의 피와 눈물과 임금으로 직접 얻어낸 민주주의를 쟁취했을 때
그때부터 2030세대가 한국 자유민주주의의 기둥이 되어 30~40년의 미래를 짊어질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다행이다. 그런 시나리오대로 흘러가게 되어서 얼마나 다행인가.
머리로는 다행이다. 다행이다. 되뇌이면서
오유를 훑다가 12시쯤 자리에 누웠다.
'누가 되든 그게 그거인 상황에서 뭐 그렇게 별 다른 일이라고 호들갑 떠느냐'라고
'뭐 부모님 돌아가신 것도 아닌데 우는 놈까지 있냐'라고도 생각했다.
분명 박근혜 당선이 시나리오 상으로는 잘 된 일인데, 왜 이렇게 가슴이 아픈지.
아주아주 어릴 때 봤던 김대중 당선의 국민적 열망,
30~40년을 수탈당하고도 애국이라는 말에 속아 또 새누리와 박근혜를 찍은 불쌍한 어르신들,
아는 것 없이 빼앗기고 강탈당하고, 또 5년간 더 빨아 먹힐 서민의 눈물들,
내가 근현대사 역사책에서 봤던 셀 수 없이 많은 피와 고문, 죽음들, 청춘들, 울분들,
왜 그렇게 맨 몸으로 피가 터지고 죽어가면서 민주주의를 외쳤을까 라는 의문이
어느새 이해되는 것 같아 꺽꺽거리면서 울었다.
내몸 같은 아버지, 어머니, 아들, 딸, 형제자매, 친구를 눈앞에서 잃었을 광주 분들께
부산출신인 것이 너무나 죄스럽고 죄송해서 울었다.
누군가 들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소리도 내지 못하고 몇 분을 울었다.
정말 이제 5년동안은 누군가에게 내가 우는 것을 들키면 안 될지도 모른다.
경제적, 정치적으로 독재를 자행하고 있는 정부에게
집회, 시위, 노동권, 인권, 언론, 표현, 여론, 법치,
자유. 내가 가진 자유를 하나 하나 빼앗긴 다는 것이 이렇게도 서러운 것이었는가.
이걸 느끼지 못하는 사람이 많기 때문에 또 박근혜가 대통령이 된 거겠지.
이번 투표율 많이 성장했다.
2007년의 투표율이라면 희망이 없었겠지만 오늘의 투표율이라면 희망이 있다.
안철수 효과로 양적 열망이 질적인 성숙이 되는 계기가 되었고,
서울에서 높은 투표율 속에 문재인 지지자가 과반을 넘었다는 것도 무시 못 할 결과이다.
2030이 실망하고, 싹이 없어진다는 헛소리는 하지 마라.
한 번 투표를 한 사람은 그리 쉽사리 정치에 대해 포기하고 실망하지 않는다.
이렇게 자아를 이입해 정권교체를 열망했던 체감은 잊을 수 없는 경험이다.
한 번 맛본 자유에 대한 갈망은 마약과도 같이 끊을 수 없는 것이다.
한 번 배운 자유와 민주주의는,
우리가 앞으로 책을 볼수록, 공부를 할수록, 생각을 할수록, 행동할수록 더 선명해지고 뚜렷해질 것이다.
60~80년대 독재시절에 똑똑하고 성실한 대학생들이 그렇게도 죽어나간 이유가 바로 그것 때문이다.
젊은 친구들아. 동생들아. 포기하지 말고 5년간 잡초처럼 지내자.
대선의 결과를 떠나서
오유는 별개로 패배했다.
오유가 패배한 가장 큰 원인은 이분법적 사고와 지적 결핍 때문이다.
크리스찬들 미친 듯이 광기에 휘둘려서 전도하러 다니면 꺼려지듯이
오유에서 근거도 없이 문재인에 빠져서 '정권교체' '정권교체' 외치는 사이에
오유의 중도표가 많이 빠져나갔을 거다.
이분법적 사고를 하지 않길 바란다.
물론 선거기간에 일베를 막느라 복합다변적인 대화를 못한 것도 있겠지만
중도표를 끌어 모으지 못한 이유는
보수-진보, 경상도-전라도, 2030-5060, 친일-반일 등의
극단적인 이분법적 사고를 극복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5년 뒤에 정권이 교체된다고 해도, 한국 특유의 이분법적 사고를 극복하지 못하면 승리가 아니다.
내가 무언가 옳다고 생각하고 선택했을 때, 1분에 한 번씩 내가 틀리지는 않았나 되돌아봐야 한다.
나와 다른 생각을 하고 있는 사람들의 선천성, 성장, 배경, 시각, 이론, 신앙 등등 모든 것을 이해해야 한다.
이것을 문재인은 했지만, 민주당이 못 했고, 우리도 못 했다.
또, 많이 배우고 알려고 노력했으면 좋겠다.
이분법적 사고는 대개 지적 결핍으로부터 온다.
근현대사, 경제학, 정치학, 철학 등등 어렵더라도 책을 봐야 한다.
인터넷에서 클릭질하면서 '근거' '팩트'랍시고 들이대는 것들은 대개 기본과 원리를 담고 있지 않고 있다.
두세 문장만 얘기해도 이 사람이 기본원리를 아는지 모르는지 판가름이 난다.
정말 웃긴 것 중에 하나가, 일베가 '팩트'랍시고 피상적 도표, 그래프, 신뢰성 없는 기사 들이댄다고
똑같이 오유에서 이상한 그래프 쪼가리 들고와서 짤방공격 하는 행위였다.
짤방 하나 갖다놓고, 근거도 주장도 논리단계도 없이 자기 소설로 모든 공백을 채우는 것이
일베와 그리 달라 보이지 않았다.
자유론, 국부론, 자본론, 칸트 등등의 어렵지만 기본적인 책들을 보자. 많이 어렵다면 해설서부터라도 시작하자.
근현대사는 보수-진보 양쪽 모두를 보자. 진보적 역사책만 보지마라. 지피지기면 백전불패다.
위키피디아에 클릭 몇 번만 하면 역사적 인물들에 대해 의외로 잘 나와 있다.
이승만과 김구가 손잡고, 한국에 영어 잘하는 놈이 이승만 하나라 혼자 국제무대에서 활약하고,
김구가 미소공동시절에 테러조직 만들고, 이승만이 다리 폭파하고 튀고, 날치기의 선례를 만들고,
50년부터 90년까지 그보다 재미있는 소설이 세상에 없다.
특히 고등학생, 대학 초년생이라면 프린트 해서 공부하듯이 읽으면 좋다.
암기하다시피 계속 보면 굵직한 줄거리를 꿸 수 있다.
솔직히 오유에 자기가 문재인 왜 뽑는지 제대로 아는 사람 절반은 되나?
MB정부 환율조작 어떻게 했는지, FTA 독소조항에 뭐뭐 있는지,
네이버에 문재인-박근혜 상세공약 하나하나 뭐가 있는지,
포괄수가제, 의료상한제 등등 자세한 의료시스템과 재정흐름은 어떻게 되는지,
과학, 기초과학, 인문학 인재양성, 국가연구소, 민영화 어떻게 돼가고 있는지,
자기도 개뿔도 모르면서 일베 오면 욕이나 하고 미친놈 취급하고 그러면 안됐다.
오유 모두가 한 사람 한 사람이 올바른 보수+진보 이론과 가치를 몸소 체득해서
한 명씩 붙잡고 알려줘야 했었다.
근 2~3달 동안 각자 하루에 한 명씩만 붙잡고 설득하고 감화시킬 수 있었어도 결과는 달라졌을 거다.
문재인후보가 자기 잘못이라 그랬는데,
니 잘못이고, 내 잘못이다.
민주주의에서 국민은 그들의 수준에 맞는 정부를 가진다는 말이 틀린 말이 아니다.
개인적으로, 오유에 건강한 보수가 많아졌으면 좋겠다.
지금 집권여당이 보수당이 아니라, 그냥 유신잔재 빨간 이익집단이라는 걸 증명할 수 있도록.
자유의 기치 아래, 원칙으로 사회를 한 걸음씩 천천히 전진시켜 나가는 것이 보수라는 것을 보여줄 수 있었으면 좋겠다.
20대 니들 하나 하나가 모두 건강하고 합리적인 보수가 되어야 한다.
어제 새벽에 쓰다가 마무리 다 못한 글인데
앞으로 천천히 조금씩 더 쓸게
시간을 두고 차분하게 하나하나 얘기 더 해보자
이것저것 일베 물타기 많은 시게에
조금이라도 진심으로 공감할 친구들 있을까 싶어 올려본다.
다들 그만 흔들리고 자중하고 뒤로 한 발 물러서서 넓게 봤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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