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대선에서 대구경북은 박근혜 80%
부산경남은 60% 찍었고
전북은 문재인에게 85%
광주 전남은 90% 찍었습니다.
그래서 이런 현상을 두고
"문제는 경상도와 전라도의 지역 이기주의다"
라는 사람도 있고
"경상도보다 전라도가 더 큰 문제다"
라는 사람도 있습니다.
근데 분명히 해둬야 할 것이,
전라도와 경상도는 정치적 마인드가 완전히 다릅니다.
그 차이점을 설명드립니다.
경상도의 정치적 마인드는 패권주의, 반호남정서로 요약할수 있습니다.
누가 되건 반드시 새누리당이 정권을 잡아야 한다는 거죠.
박근혜 역시 박정희의 딸이기 때문에 당선된게 아닙니다.
새누리당의 후보이고 호남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된거죠.
이회창 후보가 대선에 출마했을때 제일 먼저 한 일이 뭔지 아십니까?
바로 출신지 세탁입니다.
이회창 후보의 출신지가 어딘지 제대로 아시는분?
황해도? 충남 예산?
아닙니다.
전라도에요.
태어난 곳은 충청도인지 전라도인지 명확하지 않지만
전라도에서 서석초등학교를 다니고 중학교에 입학할때까지 10년을 살았습니다.
그리고 청주로 갔다가 1년 살고 서울로가서 경기고-서울대 테크를 타죠.
(제가 경기고 95회 출신인데 이번 대선만큼 노망난 선배가 쪽팔린적이 없었습니다. 죄송합니다.)
90년대 중반의 조중동에도 분명히 전라도 출신 후보라고 명기되어 있습니다.
출신지 세탁의 이유는 뻔하죠.
당선의 필수요소는 딱 2가지로 요약되기 때문입니다.
1. 새누리당후보일것
2. 호남사람이 아닐것
그걸 알기에 이회창이 한나라당의 후보로 등록되면서부터
조중동의 출신지 세탁 작업이 시작되죠.
반면, 전라도의 정치적 마인드는
'반 새누리당' 딱 하나입니다.
반영남 정서가 아니구요.
예전에 경상도 번호판 달고 전라도 갔다가 위협운전에 당황한걸 직접 경험해봤기에
(물론 그 반대의 경우도 있었죠. 더 심했습니다.)
아예 지역감정이 없다고는 할수 없습니다만
경상도에서 전라도 출신 후보가 당선되는거 본적 있으신분?
거의 없죠?
하지만 전라도에서는 노무현-문재인으로 이어지는 두 부산사람에게
몰표를 바쳤습니다.
게다가 영남사람 노무현이 탄핵됐을때 민주당 어떻게 됐죠?
전라도 토종 의원 바글바글한 민주당이 살벌하게 해체되고
영남사람들 천지인 열우당에 올인해줬습니다.
전라도의 마인드는 그런거에요.
새누리당만은 막아야 한다는 거죠.
반면, 박근혜가 이회창에게 삐져서 탈당했을때 어떻게 됐죠?
박정희의 후광은 개뿔,
새누리당에게 쳐발렸습니다.
경상도의 표 결집은 그만큼 대단한 겁니다.
김대중 당선될때 이인제에게 표 분산됐다가 삐끗한 기억이 생생하거든요.
이러다 경상도가 패권 못잡겠다는 위기의식이 지배하고 있는거죠.
앞으로도 경상도 표는 어차피 결집할겁니다.
이회창이 지금은 경상도에서 꽤나 지지를 받고 있지만
민주당을 지지하는 날엔 그 즉시 서석초등학교 이력을 들어
전라도 빨갱이로 몰아붙이고 '호남사람이라 저런다'며
다시 굳건히 결집할겁니다.
전라도 사람이 뒤통수 잘친다는 말이 있죠?
정말 통계적으로 그러한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역사적으로 제대로 뒤통수 맞은건 오히려 전라도입니다.
원래 전라도는 경상도보다 박정희의 지지율이 더 높았던 지역인데
정치적인 필요에 의해 왕따당하고 온갖 차별을 받기 시작했거든요.
지지해줬던 박정희에게 뒤통수 제대로 맞은거죠.
그중 대표적인게 저곡가 정책이죠.
박정희는 산업화 하려고 하는데 인력이 부족하니까
농업지역인 호남 사람들을 서울이나 경상도로 이주시키기 위해
곡물 수매가를 강제로 낮춰버립니다.
먹고 살기 팍팍해지니 어쩌겠어요?
이때부터 호남사람들의 이촌향도가 본격화 됩니다.
게다가 드라마나 영화를 통해 전라도 사람 = 사기꾼이라는 세뇌작업에 착수합니다.
결과적으로 호남인들은 이중고를 겪게 되는거죠.
고향에선 먹고살게 없어 서울로 왔더니 뒤통수 잘치는 사람이라고 차별받고
참다못해 폭발하니 총칼로 짓밟힙니다.
피해받은 상황이 이렇게 구체적인데 어떻게 새누리당을 찍어줍니까?
그런데도 여전히 경상도 어르신들은 전라도가 경상도를 싫어하는 것으로 생각하고
그에 대한 방어기제로 새누리당에 투표합니다.
전라도가 아무리 90% 넘는 몰표를 줘봤자 경상도 인구에는 게임이 안되니
박정희로서는 자신의 유지를 잇는 당이 대대손손 해쳐먹고 살수 있는 신의 한수를 둔 것이고
국가로서는 남북이 갈린 마당에 동서로 또 갈려 4등분 된 비극의 시발점이 된거죠.
아 시바 쓰다보니 더 열받네.
암튼 저도 어제 개표를 보며 간만에 소주 병나발 불었습니다.
정신승리라고 할지 모르겠습니다만 그래도 전 희망은 봤네요.
이회창과 이인제가 충청권 표를 새누리당에 갖다 바쳤는데도 고작 3%대로 좁혔잖아요?
(여기서나 이회창, 이인제 무시하지... 충청권 어르신들에게 두사람의 로열티는 막강합니다)
이회창, 이인제 둘중 하나만 문재인 지지해줬어도 이번 대선은 1% 이내의 초박빙 승부가 됐을 겁니다.
인터넷과 SNS가 찻잔속의 태풍인게 아니라, 그덕분에 이정도까지 치고 올라온거에요.
이거 없었어봐요.
우리도 조중동 봤을거고 정치를 혐오했을거고 문재인이 빨갱이일거라 생각했을거고
모르긴 몰라도 10%이상 차이로 낙선했을거에요.
근데 이젠 경상도-충청도 지역정치인들이 몰빵해줘도
고작 3% 차이밖에 안나는 시대가 된거란 말입니다.
그러니 여기서 포기하지 맙시다.
우리는 분명히 조금이나마 전진했으니까요.
결론 : 이회창 이인제 개객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