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맙다.
존나 고맙다

그래 나 성추행 당한 뒤에 남자가 무서워서
트라우마 생겨서 고게에 올렸어
혹시라도 나랑 비슷한 상황을 겪었던 언니들이 있을까봐서
혹시나 하는 마음에 글 올렸어
극복하고 싶었어
담임도 남자 다른 학원 선생도 남자
내년에 대학 가게 되면 반이 남자
직장에 가면 직장 동기도 남자 상사도 남자
세상의 반이 남자
얼른 극복해서 나도 캠퍼스 커플 되서 도시락도 싸주고 노래도 불러주고 하고 싶어서
혹시나 하는 마음에 글 올렸어

물론 내 글에 너희들 같은 덧글만 있었던 거 아니야
제 고민처럼 대답해주시던, 따뜻하게 말해주시던 분들이 더 많았지
그런데 너희들 덧글밖에 생각 안나

솔직히 태어나서 연예인 글에 한번도 악플 안 달았다고는 말 못하겠어
확실치는 않지만 어렸을 때 악플 몇 개 달았을 거야
그래서 나도 이런 답이 올 거라고 예상은 했었어 인과응보니까
나한테 그대로 돌아오니까 겸허히 받아들여야지 했는데
막상 닥쳐오니 너무 슬프더라

그 덧글 본 날, 내가 바로 누운 위에 엄마가 자고 있어서(2층침대니까) 
베개에 얼굴 묻고 소리 죽여서 울었어 미친듯이 울고 울고 또 울고
학교에서도 울었어

극복하려는 사람한테 그게 할 말이니
만약에 너희 누나가 너희 여동생이 그리고 네 딸이 성추행을 당하고
이런 인터넷 커뮤니티에 글 올려서 남자가 무섭다고 그렇게 글을 올리면
본인은 실낱같은 희망을 바라고 쓴 글인데
그 덧글에

여자랑 성관계를 가지고 결혼하시면 되겠네요
여자랑 사귀면 되겠네요

이렇게 있어봐 너희는 어떨 것 같아

너희 누나가 여동생이 딸이 그 덧글 보고 미친듯이 울면
너희들은 뭘 할 것 같아
왜 우냐고 물어볼 틈도 없이 그렇게 울고 있는데
위로? 난 지금 아빠도 무서워 아빠 근처도 못가 
가족도 그러는데 타인은 어떨 것 같아?
손길이 닿으면 소스라치게 놀라서 멀찍이 떨어져 있는 그 상대에게
왜 그러냐면서 그런 말 할 수 있을 것 같아?

나 결국 친구 손잡고 상담하고 왔어
다 털어놓으니까 마음이 한결 편해지더라
조금은 나아져서 그래도 손 닿아도 놀라지는 않아
그래도 표정은 굳어지더라

나 토요일에 또 상담받으러 가 아직 엄마랑 아빠는 몰라
차차 나아질거래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정신과 가보는 게 어떻냐고 친구가 그러더라
어쨌든 내가 너희한테 할 말은 하나야

배로 돌아가
나한테 준 상처 너희한테 그 배로 돌아가
네가 받던 네 주위 사람이 받던 치명적인 상처로 돌아갈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