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망률 95%
* 진단 후 평균 생존 기간 3~6개월.
의학계의 난제, 절망의 암. 췌장암.
85%의 환자는 말기가 되어야 발견되고 재발 확률 또한 높다.
혁신의 대명사, 억만장자였던 스티브 잡스도 2011년, 췌장암 재발로 사망했다.
초기 증상이 거의 없는 췌장암에서 생존하기 위한 거의 유일한 방법은 치료가 아닌, 빠른 발견.
미국 메릴랜드에 살던 15살 소년, 잭 안드라카 (Jack Andraka).
어느 날, 잭이 가족처럼 생각하던 아저씨, ‘테드’가 췌장암으로 사망했다.
의사들은 안타까워했다.
‘좀 더 빨리 발견했더라면…’
크게 슬퍼하던 잭은 이 말을 듣고 의문이 들었다.
‘현대 의학은 이렇게 발전했는데 왜 췌장암을 발견하지 못한 걸까?’
이해할 수 없었던 잭은 인터넷을 켜고 정보를 찾기 시작했다.
그리고 발견하게 된 충격적인 사실.
현재 사용되는 췌장암 진단법은 무려 60년 전에 개발된 오래된 기술이었고 성능 또한 좋지 않았다.
정확도는 겨우 30%, 검사 시간은 14시간이 걸렸으며, 가격은 너무 비쌌다. (약 92만원, 800달러)
충격적인 사실이었다. 그 때 잭은 생각했다.
‘췌장암을 진단하는 더 좋은 방법이 있지 않을까?’
잭은 인터넷으로 암에 대해 찾기 시작했고, 암에 걸리면 특정한 단백질이 혈액에서 증가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렇다면 췌장암에 걸릴 경우 증가하는 단백질을 찾으면 되겠네?’
하지만 생각만큼 간단한 문제가 아니었다.
우리 몸의 혈액에 있는 수도 없이 많은 단백질 중에서 단백질 하나의 아주 작은 변화를 찾아내야 하기 때문이었다.
더 큰 문제는, 췌장암에 걸렸을 때 혈액에서 발견되는 단백질 종류만 무려 8000 종이라는 것!
“말 그대로, 건초 더미에서 바늘 하나를 찾는 일이죠.”
하지만 15살 소년은 다짐했다.
“내가 더 나은 진단법을 반드시 찾아낼 것이다.”
수 많은 어려운 논문들을 읽어가며 방학 3개월 내내 단백질 하나하나를 분석하기 시작했다!
실패의 무한 반복이었다.
그리고 무려 4000번째 도전!
췌장암, 난소암, 폐암이 걸리면 증가하는 단백질 ‘메소텔린’을 찾아내고 만다.
‘좋아! 이 단백질만 진단해내면 초기에도 췌장암을 찾아낼 수 있겠다!’
하지만 다음 난제가 기다리고 있었다.
혈액 속 수 많은 단백질 중에서 ‘메소텔린’만 인식할 도구가 필요했다.
개학 이후에도 잭은 연구에 몰입했다.
그러던 어느 날, 생물 시간에 몰래 읽던 과학 논문에서 탄소 나노 튜브를 보게 되었다.
아주 길고 가느다란, 탄소 나노 튜브에다 특정한 단백질에만 반응하는 ‘항체’를 엮으면?
‘한 단백질에만 반응하는 센서를 만들 수 있겠구나!’
희망이 보이기 시작했다.
아이디어는 있으니, 본격적인 연구가 필요했고 세계 최고의 의료진이 있는 존스 홉킨스 대학의 전문가 200명에게 메일을 보냈다.
결과는?
결과는 생각 외로 참담했다.
잭의 아이디어가 왜 절대 불가능한지 하나부터 열까지 반박하며 199명에게 거절당했다.
하지만 단 한 사람, 마이트라 박사에게 ‘어쩌면’(maybe) 가능할 것 같다고 답변이 왔다!
‘어쩌면’ 일지라도,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
잭은 한 사람에게 모든 희망을 걸고 500편 이상의 논문을 읽으며 철저히 준비한 뒤 박사를 찾아갔고 험난한 면접과 설득 끝에 결국 작은 실험공간을 얻게 되었다.
하지만 완벽한 줄 알았던 아이디어는 헛점 투성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된 진단법을 만들겠다는 목표 하나로, 매일 학교가 끝나면 실험실로 달려갔고 누가 시키지도, 주목하지도 않는 연구를 계속했다.
잭은 목표 하나만 생각하며 생일도, 주말도, 연휴도 반납하고 몰입했다.
너무 졸릴 땐, 잡지와 논문을 덮고 실험실에서 쪽잠을 자며 버텼다.
그렇게 실패를 거듭하며 7개월 뒤, 어느 날, 기적처럼 실험이 성공한다.
췌장암을 진단하는 센서를 만들어낸 것! 새로운 진단 센서는 혁신적이었다.
검사는 아주 간단해서 검사시간 겨우 5분, 비용은 겨우 3센트, (35원) 기존의 진단 방식과 비교하면 무려 168배 더 빠르고 2만 6000배 저렴하며, 400배 더 민감하여 정확도는 거의 100%다.
그 뿐만이 아니다.
췌장암뿐 아니라 폐암, 난소암도 찾을 수 있으며 보다 저렴하고 빠르게 심장병, 말라리아, 에이즈 등의 질병에 무궁무진하게 응용 가능하다 !
10대의 놀라운 집념으로 개발한 세계 최초, 췌장암 조기 진단 기술에 전 세계는 주목했다.
2012년, 세계 최대 청소년 과학경진대회인 인텔 ISEF에서 최종 우승을 거머쥐고 CNN, CBS 등 쏟아지는 언론 인터뷰 요청과 백악관의 귀빈으로 초대까지 받았다. (2014년엔 서울 디지털 포럼에서 연설하기도 했다.)
의학계를 뒤집은 10대 과학자, 잭 안드라카.
하지만 그의 꿈은 멈추지 않는다.
잭은 스탠포드로 진학한 뒤 암세포를 죽이는 나노봇, 진단 센서 프린터 등을 연구하면서 전 세계로 강연을 다니고 있다.
이제 20살이 된 잭은 말한다.
“저의 가장 큰 목표는 가능한 한 많은 사람들의 생명을 살리는 겁니다.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은 정말 고통스럽거든요.
더 이상 다른 사람들이 이런 고통을 겪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우리의 삼촌, 어머니… 사랑하는 사람들을 질병에서 보호하고 싶어요.”
그의 연구는 실패의 연속이었다.
단백질을 찾는데 3999번 실패했고 199명의 교수들에게 거절당했다. 그리고 실험실에서의 7개월.
“사실, 힘들었던 때가 너무 많았습니다. 실험실에 숨어 몰래 울었어요. 몇 달 동안 실험실에서 한 것이라곤 바닥에 얼룩을 남긴 것 뿐이었거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잭은 마음 속 목표를 향해 하나하나, 작은 것부터 실행에 옮겼다.
그리고 역사에 남을 발명을 해냈다.
잭은 우리에게 말한다. “저는 그 때, 15살에 불과했고 췌장이 뭔지도 몰랐고 암에 대해선 완전 문외한이었죠.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선입견이 없었고 무엇이든 시도할 준비가 되어 있었습니다. 그리고 노트북과 인터넷 검색만으로 새로운 발견을 할 수 있었습니다. 모든 문제에는 해답이 있습니다. 열정을 갖고 찾기만 하면 됩니다. 여러분이라고 안 될 이유가 뭐가 있나요? 당신이 할 수 있는 것을 상상해 보세요. 당신도 세상을 바꿀 수 있습니다.”
지도 밖 길을 걷는 체인지 메이커 이야기
- 체인지 그라운드 changeground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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