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연성이 있다고요? 개연성이라는 건 스토리의 중점적인 부분을 얼마나 잘 풀어나가느냐에 달려있습니다.
우선 이 영화에서 개연성있게 느껴지는 부분은 기본적으로 "오크들의 침공 이유" 정도입니다.
굴단의 지옥마법에 의해 고향이 죽음의 땅으로 변했고 새로운 정착지를 찾기 위해 게이트를 열어 침공을 개시한 거죠.
그러나 메디브의 타락은 많은 분들이 직접적으로 언급하셨듯이 "이상한 낌새"였을 뿐 그게 지옥마법에 의한 타락인지 어떤 연유가 있는지 영화시청자들에겐 거의 전달이 안되었습니다.
그걸 영화에서 설명할 필요가 있냐구요? 물론 메디브의 수호자라는 직함이 뭔지, 그 수호자의 타락이 이 세계에 어떤 의미인지, 살게라스 등의 게임 적 요소의 모든 부분을 설명할 필요는 없습니다.
그러나 "타락"이란 스토리적 기재는 이 영화뿐만 아니라 워크래프트 세계관에서도 무척이나 중요한 위치를 가집니다. 이 "타락"이 왜 일어났는지에 대한 적절한 설명의 부재는 "워크래프트"라는 타이틀을 건 시점에선 어떻게 봐도 하자일 뿐이죠. 007 등을 예시로 드신 분도 계시던데 세계관에서 집중적으로 조명하고 중요하게 표현하고자 하는 부분이 다르다고 봅니다.
반지의 제왕에 대한 예시를 든 것을 보고 더욱이 이 생각이 커진 것은, 반지의 제왕에서 간달프는 스토리적 주인공의 위치가 아닙니다. 회색의 마법사가 백색의 마법사로 진화해서 등장했다고 해서 기본적인 중심이 간달프의 모험이야기로 바뀌지 않을 뿐더러 조력자적 위치에 있는 인물이 뭔가 변화했다고 해서 시청자들이 집중하는 부분이 바뀌는 것도 아닙니다.
주인공은 "반지"와 "호빗"이며 반지의 제왕은 이 두 개에 대한 설명을 거의 놓치지 않았습니다.
괜히 역대급 판타지 영화라고 전문가들이 줄줄이 칭찬하는게 아닙니다.
그리고 전부터 이야기하지만 "판타지"라는 장르라고해서 서로 비교할 필요는 전혀 없는데도 불구하고 자꾸 워크래프트 글에서 반지의 제왕과 비교하는 글을 보게 되는 것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입니다. 다른 영화보다 나아야지만 "워크래프트"라는 영화가 인정받을 수 있는 영화가 되는 것인가요?
저는 블리자드 세계관과 반지의 제왕 세계관을 좋아하는 한 사람으로써 두 개의 세계가 서로 충돌하고 누가 더 났다고 싸울 필요가 전혀 없다고 보는데 많은 분들은 아직도 손오공이 쎄냐 루피가 쎄냐 같은 주제로 비교하기 급급하신 듯 하여 매우 마음이 안 좋습니다.
여담으로 이런 의미에서 "카드가"의 존재는 비교적 잘 설명이 된 편이라고 봅니다. 처음엔 단순히 마법사의 제자였으나 점차 의문스러운 점을 느껴 이것저것 공부를 해보고 이윽고 마지막엔 문제점을 해결할 의지가 있고 스톰윈드를 구하려는 재기넘치는 젊은 마법사라는 꽤 구체적인 캐릭터가 되어있죠.
2. 가로나의 연애질에 대해서
가로나의 썸에 대해서는 솔직히 아무래도 좋은데요, 말씀하신대로 가로나가 특별한 이유없이 로서를 좋아하게 된 것은 강한 남자이기 때문이다. 이런 해석 무리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근데 로서는 왕국 최고의 실력자 중 한 명인데 굳이 하프 오크와 사랑을 나눌 이유도 없고 연애를 할 이유도 없습니다. 이런 걸 다 떠나서 저는 "워크래프트"라는 영화에서 오크와 인간이 연애하는 걸 보고 싶진 않았습니다. 정말.
저보다 연배가 많으신 많은 와저씨, 그리고 적은 와저씨 분들께서도 저와 같은 생각이실 겁니다.
오크는 명예를 따르고 전투를 원하는 전사 종족인만큼 오크의 인간적인(?) 모습은 영화 초반의 듀로탄과 드라카의 가정적인 모습이면 딱 좋았다고 생각합니다.
3. CG에 대해서
워크래프트 영화에서 CG는 딱 두가지 종류로 나뉠 수 있습니다.
1 - 환상적인 마법 CG, 전쟁 장면, 탁월한 오크 연출
이 부분은 더 말할 이유가 없네요. 2016년 CG기술이 옛날에 비해 얼마나 잘 발전했는지 보여주는 예시입니다. 아마 시각적으로 이렇게 뛰어난 판타지 영화는 한동안 찾기 힘들 것같네요.
특히 초반 전투, 전쟁 씬은 대단히 공을 들인 느낌에다가 속도감 진행감이 정말 탁월했습니다.
2 - 이건 CG입니다. CG 재밌게 보세요 수준의 CG
솔직하게 딱 깨놓고 얘기해서 아무리 와저씨고, 팬심으로 보셨다고 한들 아 이거 어색하다고 생각한 장면이 없으셨습니까?
아무리 실드를 치려고 하셔도 몇 부분에선 음 이건 CG군. 이 영화는 내게 CG를 감상하라고 이야기하고 있어 같은 느낌이 든 장면이 분명 있으실텐데..
특히 메디브의 번개 마법 씬은 가히 충격이었다고 봐도 무방하겠군요.
처음부터 CG가 그랬으면 아 이 영화는 원래 이래 이랬겠지하고 생각했겠지만한참 잘 나가다가 나온 마법치고는 너무 허술했죠.
워크래프트 영화에 대한 총평.
혹평받을 부분은 분명히 존재했습니다.
그리고 호평받을 부분도 확실히 있었죠.
합리적인 설명이 있는 평들에 대해서 무조건 맞다 아니다 들이댈 것도 아니고
멀쩡하게 잘 놀고 있는 "반지의 제왕"을 걸고 넘어질 것도 아닙니다.
워크래프트는 나름 재밌는 영화입니다.
다른 사람의 의견에 휘둘려서 섣불리 욕하지 마시고, 내가 워크래프트 원작의 팬이라고 무조건 칭찬하지도 말고 찬찬히 즐겨보세요.
그리고 자신만의 합리적인 견해를 내어놓으신 다음 즐겁게 리뷰를 읽으며 토론을 하시면 됩니다.
여담입니다만
정의는 호드의 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