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서설
영화:워크래프트, 전쟁의 서막을 보고 왔습니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재밌는 영화였습니다.
다수의 혹평이 있긴 했지만, 그정도로 비난를 할만한 그런 정도의 수준이라곤 생각되진 않았습니다.
저는 진성 블리자드 매니아입니다.
그 중 특히 워크래프트 시리즈를 좋아하죠.
워크가 영화화되고 그 배경이 1차대전쟁, 즉 워크래프트 1편을 다룬다는 이야기를 듣고 매우 반가웠습니다.
워크 이전에 성공적으로 마무리된 펀타지 계열의 영화, 반지의 제왕 시리즈가 있어서 벤치마킹도 충분히 가능하고 크리스 멧젠도 영화 제작에 참여한다는 이야기도 있어서 더욱 더 기대가 됐습니다.
시간이 흘러 영화가 개봉되고 느닷없이 쏟아지는 혹평들에 마음이 참 아팠지만 그래도 의리로 3D IMAX로 관람했고 의외로 저는 충분히 만족스러웠습니다.
같이 본 여자친구도 굉장히 만족했고 영화를 본 다른 '비와우저' 지인들도 생각보다 괜찮았다는 평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의외로 영화를 본 '와우저'분들은 전반전으로 만족스럽지 못한 평을 내놓았더군요.
그래서 이 글에 왜 워크래프트는 와우저들의 팔을 굽히지 않는 영화가 됐을까 하는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2. 와우저들의 비판, <영화는 불친절하다>
영화에 대해 안 좋은 평가를 내리는 분들이 하는 말씀들 중 가장 많이 들었던 이야기들 중 하나는 '불친절하다'라는 것이었습니다.
대부분 이렇더라고요.
<저걸 모르고 저게 이해가 되나?>
<쟤가 왜 저렇게 됐는지 왜 얘길 안해?>
<아니 저기에선 이걸 이야기 해야지 왜 저렇게 넘어가는거야?>
<와, 저게 어떤 의미를 가지는데 저렇게 얘기해서 '일반인'들이 알아들을 수 있기나 할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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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휴, 영화 참 불친절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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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영화는 굉장히 빠르게 진행됩니다.
어둠의 문을 열고 오크들이 침공해서 빠르게 인간들을 습격하고 어둠의 문을 다시금 열어 오크 본대를 소환하고자 하는 것까지에 이릅니다.
그 과정에서 생략된 것들이 많습니다.
생략된 배경 이야기들도 많고 나오지 못한 캐릭터들도 많아요.
다만, 영화는 철저히 워크래프트 1의 관점에서 서술되며 진행되고 워크래프트 1의 발매 당시 다뤄졌던 이야기들만 주로 다루고 있습니다.
그 당시엔, 티탄과 고대신, 정령왕과 티탄의 피조물, 각 종족들이 생겨나는 과정과 트롤의 전성기, 이후 불타는 군단과의 고대의 전쟁에 대한 설정도 안 잡혀져있었고 심지어 드레노어의 드레나이에 대한 개념도 미약했습니다.
단지 게임의 부제처럼 '오크 vs 인간'에 집중했을 뿐이죠.
당시 워크 1은 세계적으로 시작된 RTS의 분위기에 편승해서 나온 게임들 중 하나에 불과했습니다.
그냥 듄2의 아류작이라고 비판받기도 했을 정도니까요.
영화도 그렇습니다.
제가 보기엔 이 영화는, 지금 많은 와우저들이 현재까지의 역사를 다 알고 있는 '전지적 작가시점'보다는 이제 막 시작하는 워크래프트 1의 시점에서 시작해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비 와우저들을 끌어가기 위함이죠.
기존의 팬들은 게임고증이나 숨겨진 요소들로 그들만이 알 수 있는 재미를 던져주고 비와우저들에겐 최대한 공감하기 쉽고 이해가 편하도록 배려한 구성인 것 같습니다.
하지만, 다수는 영화가 불친절하다고 말합니다.
살게라스가 안나와서 불친절하다.
고대의 전쟁, 나이트엘프에 대해서 언급이 없어서 불친절하다.
수호자가 뭔지 안나와서 불친절하다.
왜 타락했는지 안나와서 불친절하다.
알로디가 뭔지 안나와서 불친절하다.(알로디가 에이그윈인줄 아는 분들도 많더라고요.)
레인 린, 안두인 로서, 메디브가 예전에 친했다는 게 안나와서 불친절하다
등등..
이유가 굉장히 많았습니다.
그리고 결론은 대부분 일치합니다.
<이래서 처음보는 사람들이 저걸 어떻게 이해하는가?>
과연 이해를 하지 못할까요?
자잘하게 이해를 못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게 영화 전체를 못 보게 할만큼 큰 부분도 아니라는 걸 자신있게 이야기 할 수도 있습니다.
오히려, '친절하게' 워크 사가에 대한 배경지식을 설명한다면 , 그게 더 비와우저들을 이해못하게 만드는 '불친절함'이 될 수 있다고도 생각합니다.
반지의 제왕에서,
왜 간달프와 프로도가 처음부터 반갑게 포옹하며 서로를 반겨주는지
간달프는 마법사라는데 왜 마법을 쓰지 않는지
갈라드리엘이 어느정도길래 다 그정도로 경의를 표하는지
스미골이 왜 골룸이 됐는지
발록이 왜 모리아 광산에 있었는지
발록이라는 게 그정도로 강한데 왜 칼든 마법사한테 잡히는지...
로한 기마대가 외치는 로히림이 뭔지.
곤도르와 로한은 왜 서로 도와주는게 껄끄러웠는디
이런 점들을 반지의 제왕 영화만 보고 다 알아낼 수 있을까요?
하지만 저런 점들은 그냥 아 그렇구나..하고 넘어가도 지장이 없을 정도입니다.
저 세계에서 마법사는 그냥 사람들을 이끌어주고 나아갈 길을 밝혀주는 현자 정도를 말하나보다.
골룸이 반지를 탐해서 저주를 받았구나. 뭐 이런 식이죠.
그리고 추가적으로 더 관심이 있는 사람들은 따로 찾아볼 겁니다.
전 사실 간달프가 사우론이랑 1:1로 싸워도 충분할만큼 강한 마이아라는 것도 찾아보고 알았고 원래 간달프가 발록보다 세다는 것도 영화만을 보곤 절대로 몰랐을 겁니다.
영화에선 앙그마르의 마술사왕이 간달프를 궁지에 몰고가지만 원랜 비교가 안되죠.
하지만 영화가 다 설명해주지 않는 '불친절함'을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일반인'들이 반지의 제왕을 즐기는데 큰 문제가 없습니다.
워크래프트도 그렇다고 생각합니다.
영화 극초반, 감옥에 갇힌 드레나이를 모르더라도, 또 출정 직전에 모인 부족들에 웃는 해골부족이 있다는 걸 모르고, 그롬 헬스크림과 피의 울음소리를 지나치며, 카르가스 블레이드퓨리와 킬로그 데드아이를 엑스트라로 바라봐도 전혀 지장이 없습니다.
국왕의 아들이 그냥 왕자인지 바리안 린인지도 크게 중요하지 않습니다.
메디브가 타락한 이유는 지옥마법 때문이고, 혹시나 모를 복선인
'너는 내가 어떤 힘과 싸우고 있는지 모를거다'라는 말 한마디로도
비와우저는 충분히 아 무엇인가가 메디브를 지배하려고 하는구나 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이런 세세한 설정 하나하나까지 애정을 가지고 알고 있었던 와우저분들은 그 의미의 중요함에 더 큰 의미를 부여하고 그것이 전달되지 못함에 안타까움을 담아내는 것 같네요
와우저분들이 더 즐겁게 즐길 수 있는 부분들인
황금골로 가는 다리에서의 아옳옳오롷
카드가의 양변
스톰윈드 그리핀 착륙장의 고증
황금골 여관의 재현
오크 주둔지의 망루 모습 재현
카라잔과 달라란, 아이언포지의 생생함 등등은 뒤로 하고
안두인 로서가 쓰는 무기는 아쉬칸뒤인데 왠 최사검을 들고 다니는지를 가지고 비판하는 것이 안타깝습니다.
최사가 최고사령관인 것도 모르는 사람들에게 말이죠.
'올드비'들만 따로 즐기라고 넣어준 요소들과 함께 '뉴비들'도 같이 즐기라며 배치한 부분들은 즐기지 않고 자신의 기준에 미치지 못한 부분들만 지적하는 이야기들이 마음이 아픕니다.
3. 비판이 아닌 비난의 대상, 가로나 하프오큰.
영화 캐릭터를 평가할 때, 가장 극이 갈리는 것이 아무래도 가로나일겁니다.
와우저들은 가로나에 대해 격렬히 비판하죠.
극의 흐름을 다 망친다고요.
하지만 영화를 본 비와우저들에게선, 특히 여성들 사이에선 가로나의 평가가 의외로 호의적입니다.
저 역시도 가로나의 역할이 크게 나쁘지 않았습니다
이미 가로나라는 캐릭터가 정립된 사람들에겐 반발이 생기겠지만,
인간과 오크, 두 종족들간의 전쟁에서 어느 곳 하나 갈 곳 없는 외로움과 갈등을 표현하는 캐릭터로 그 배경이 적합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오크와 인간의 화합이라는 대승적인 길을 바라고 또 그것을 이뤄줄 존재라고 믿는 가로나를 지키기 위해 자신의 목숨을 맡긴 레인 린도 극의 흐름에 위배되지 않는것 같고요.
로맨스 역시 다 영화만의 요소를 부여하는 것들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어벤져스 2에서 배너와 나타샤의 로맨스도 뜬금없지 않나요.
평화를 사랑한다는 나라 스톰윈드와 그 국왕 레인 린, 그리고 포로에게도 손을 내미는 왕비의 행동도 역시 영화상에선 그럴법 합니다.
물론 시점과 관점에 따라 가로나의 역할이 불만족스러울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다른 영화들과는 다르게 영화는 오크를 단순악으로 그리지 않습니다.
고엘의 존재를 부각시켰고 듀로탄을 통해 명예를 지키는 오크의 모습을 보여줘서 단순히 오크는 나쁜 놈들이라는 식의 흐름에서 벗어났습니다.
또 이런 밑그림이 향후 오크와 인간의 연합 내지는 화해를 위한 바탕이 될 수 있고 그러한 영화의 극적 장치로 가로나가 그 역할을 해낼 수 있다는 거죠.
그렇기 때문에 원작의 설정에서 벗어나 가로나의 중요성은 더욱 부각될 수 있다고 생각됩니다.
영화 한정으로 가로나는 메디브의 아이가 될 수 있고 아버지가 만든 죄악인 인간과 오크의 전쟁을 딸이 씻어내는 등의 극적 연출 가능성도 생길 수 있습니다.
그게 가로나를 단순한 암살 도적으로 그려내지 않은 이유이며 영화의 개연성과 흐름을 끊어내는 답없는 캐릭터라는 비난을 받을만 하진 않다는 것입니다.
4. 혹평은 뒤로 덮어두고 봐도 좋을만한 영화, 워크래프트
워크래프트는 3부작을 염두해두고 만들어졌다고 합니다.
그러니 1편은 어느정도 불친절해도 될 것 같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이 영화는 전대미문의 판타지영화라는 평가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전쟁닦이'얘기를 들으며 부정적인 입소문을 타 망작으로 뭍히려고 하는 게 안타까운 마음이 있는 건 사실입니다.
그것도 와우팬을 자처하는 사람들에게 말이죠.
반지의 제왕도 3편에 돼서야 스미골이 골룸이 되는 과정이 나옵니다.
워크래프트도 1편의 '불친절함'이 2편 3편이 됐을 때 보충하거나 설명하는 장면들이 나올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워크래프트는 그 부제가 '전쟁의 서막'입니다.
왜 인간과 오크는 싸우게 됐는지..를 다루는 이야기죠.
워크래프트 1에서 나왔던 것 같이 나이트 엘프도, 불타는 군단도 모른 채,
그들의 고향을 떠나오게 된 오크와 침략을 받게 된 인간들이 본격적으로 싸우게 되는 서막을 그리는 영화입니다.
이정도의 기대치만 가지셔도 충분히 즐길 수 있는 영화라고 생각되네요.
워크래프트가 이번 영화를 바탕으로 비와우저들을 끌어들이고 기존 와우저들의 팔을 안으로 굽힐 수 있는 그런 후속편을 만들어줬으면 하는 바람이 큽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럼 이만.
호드를 위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