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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sisa_587798
    작성자 : genesio
    추천 : 5/2
    조회수 : 6200
    IP : 116.123.***.121
    댓글 : 3개
    등록시간 : 2015/04/19 14:06:04
    http://todayhumor.com/?sisa_587798 모바일
    2013년도 의경 전역자가 의경에 대한 오해와 진실을 써봅니다.
    요즘 휴학하고 광화문 인근에서 일하는 27세 남자입니다.
    지난 목요일 퇴근하면서 보니까 경찰과 집회 참가자(시민이라고 해야 겠지만 객관적 표현을 위해 씁니다)들이 대치하고
    광화문에 오랜만에 차벽이 도배되는 모습을 보게 되었습니다.
     
    항상 광화문에서 큰 집회가 열리면 시위중 경찰과 대치하는 상황은 열에 여덟번은 일어나고,
    그것 때문에 오유에서 의경을 주제로 한 댓글불판이 항상 깔리는 지라 재밌게 보고 있습니다.
    그러나 오유를 비롯한 네티즌들 사이에 의경에 대한 몇가지 오해들이 있는 것 같습니다.
     
    하여 2011-2013년 의경으로 복무했던 전역자로서 몇 가지 오해와 진실을 다뤄보려고 합니다.
    만일 지금부터 제가 이어가는 내용 중에 경찰 보안에 해당되어 문제가 된다면 자진삭제할 가능성이 있음을 미리 밝힙니다.
     
     
    1. 여러분이 집회에서 만나는 경찰 부대는 다 의경인가?
     
     수년 전부터 전의경 폐지에 대한 계획이 진행 중입니다. 실제로 전경은 몇 년 전에 폐지되었고, 계속해서 의경의 인원감축 계획이 진행중인 것으로 압니다. 그러나 경찰이 전의경 폐지 계획에 대해 미온적인 대응을 하는 것은 사실입니다. 제가 복무시절 모셨던 한 경찰관의 말을 빌어 표현하자면, "경찰이 미쳤다고 시급 500원에 부릴 수 있는 인력을 포기하겠나?"라는 이유에서입니다. 하지만 인권위 등 정치권의 기본방침은 일단 전의경 폐지에 있기 때문에 인원감축은 더디지만 진행 중입니다.
      그러면 시위진압에서 전의경 중대를 뭘로 대체하는가? 바로 현직 경찰관으로 구성된 경찰관 기동대(일명 직원 기동대)입니다. 경찰관 기동대 인원을 지속적으로 늘린 탓에 이제는 시위진압에서 경찰관 기동대와 전의경 중대의 비율이 거의 엇비슷할겁니다. 이번 정권 들어서 치안 강화를 목적으로 경찰관 채용을 대폭 늘렸는데 당연히 경찰관 기동대 증설 계획과도 연관됩니다. 요즘 신임 경찰관들은 경찰관 기동대에서 2년 인가 1년 반인가 의무 복무를 하게 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경비계에 뜻이 있는 경찰관이 아니라면 대부분 젊은 경찰관들이 주로 몰립니다. 게다가 경찰의 기본 방침은 경찰관 기동대를 전면에 의경중대를 후방에 배치해 위력배열(쉽게 말하면 인해전술)을 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여러분이 집회시위현장에서 처음 맞딱뜨리는 진압경찰들의 상당수는 어린 의경들이 아닌 경찰관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여기서 팁으로 시위현장이나 일상생활에서 의경과 경찰관을 구별하는 방법을 몇 가지 알려드립니다.
    일반 근무복(하얀 제복)을 입었을 경우 모자 색깔을 보면 구별이 쉽습니다.
    의경의 경우에는 경찰 모자에 은색 독수리가, 경찰관은 금색 독수리가 있습니다.
    그리고 경찰 계급장을 보면 의경은 이파리 한 개, 순경 이상은 계급장이 이파리 두 개 이상입니다.
    사실 이런거 없어도 외모만 보면 다 알죠, 어리게 생겼으면 의경이고 나이 좀 들어보이면 경찰관이고^^
     
    시위현장에서 경찰관 기동대와 일반 의경중대를 구분하는 방법은 한 가지 입니다.
    바로 깃발과 헬멧에 적혀있는 글씨입니다.
    일반 의경중대는 중대번호만 있습니다. 예를 들어 '41'이란 숫자가 깃발과 헬멧에 있다면 의경 41중대죠
    그러나 경찰관 기동대는 이 숫자 뒤에 '기'라는 글자가 붙습니다. 만약 '41기'라고 쓰여 있으면 의경 41중대가 아닌 경찰관 41기동대 인 겁니다.
     
     
    2. 차벽과 경찰버스 절도사건에 대하여
     
     차벽이 아마 2000년대 초중반에 도입된 것으로 압니다. 당시 일설에 따르면 차벽을 고안해 낸 경찰 간부가 특진을 했다고 할 정도로 경찰에겐 시위 진압을 위한 획기적(?) 발명품이었습니다.
      말을 돌려서 어제 세월호 집회 충돌과정에서 의경중대 버스가 털렸다는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어떤 극렬 시위대가 의경버스에 침입해서 의경들의 전자기기나 개인 소지품을 다 훔쳐갔다는 것이죠. 근데 많은 분들이 이 사실을 의심하시면서 "거짓말이다. 어떻게 보초도 안세우고 버스 혼자 놔둘 수 있느냐"며 음모설(?)을 제기하시는 분들도 계셨던 걸로 압니다. 그러나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아직 조사중이라 확신은 절대 불가능하지만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상황'입니다. 
      왜냐하면 광화문에서 큰 집회로 인해 세월호 8차선을 막는 대규모의 차벽을 칠 경우, 버스를 모는 운전요원들은(서울 의경중대는 운전도 의경이 합니다.) 차벽을 세우고 모두 차에서 내려 후방에서 대기합니다. 그도 그럴 것이 만약 차를 지키겠다고 혼자 경찰버스에 있다가 시위대한테 당하거나 사고로 다치게 된다면 그거 누가 책임집니까? 그래서 차량만 혼자 세워두고 가는데 보통은 당연히 운전요원들이 차를 잠그고 가겠지만, 구형 경찰버스의 경우  특히 뒷문은 잠궈도 일반인이 아주 쉽게 열 수 있는 구조입니다. 하지만 이번 사건의 경우 버스를 제대로 안 잠그고 간 운전요원도 잘못이 있겠지요. 또한 경찰버스가 파손되면 수리를 해야하는데 그건 말 안해도 우리 세금이란거 다 아시겠죠? (그렇다고 경찰버스에 손도 대지 말라는 것은 아닙니다.) 
     
     
    3. 우리가 의경을 가는 이유?
     
      오유에서 가장 많이 보는 댓글 중 하나가 "의경을 알고도 지원하는 사람들은 정부의 개가 되려고 간다, 비열한 자들이다." 이런 류의 댓글입니다. 사실 저는 진보를 사랑하고 오유도 좋아합니다. 그러나 의경 전역자로서 위 댓글같은 말들은 한편으로는 속상합니다.
    맞습니다. 의경 시위진압 합니다. 하지만 방범순찰활동, 교통안전활동(교통중대가 따로 있죠 의경 내에서), 각종 실종자 수색, 대사관-정부부처 등 주요시설 경비 등 의외로 많은 일을 합니다.
      젊은 친구들이 의경을 지원하는 이유는 여러분이 생각하는 것만큼 단순하지만은 않습니다. 어떤 친구들은 경찰에 뜻이 있어서 전의경 특채를 위해 지원하는 친구들도 있고, 어떤 친구들은 군대를 빨리 가야하거나 시기가 맞아서 오는 친구들도 있습니다.
      그러나 의경이 요즘 제일 인기있는 이유는 복무여건 자체가 공익요원과 카투사를 제외한 우리나라 군복무 중 제일 좋기 때문입니다. 사회와 가깝습니다. 일주일에 한 번 외출 나옵니다. 규정상 두달, 특박좀 겹치면 한달 반에 한번 2박 3일의 외박이 주어집니다. 게다가 군에서 원래 받는 진급휴가 다 있습니다. 개인공부여건도 좋을 뿐만 아니라, MB정권때 그 유명한 조현오가 대대적으로 내무부조리 청산한 탓에 지금 육해공군과 비교해도 내무부조리가 놀라울 정도로 개선되어 요즘 국방부에서 배워가겠다고 할 정도입니다.
      그런데 저는 여기서 일부 오유분들을 비판하고 싶습니다. "꿀 빨러가는 비열한 놈들"이란 식으로 표현을 하시는데 저는 일종의 자가당착이라고 생각합니다. 젊은이들이 조금 더 편한 조건과 복지혜택을 받겠다고 의경 지원하는게 왜 잘못입니까? 육해공군보다 복지혜택이 좋아서 의경에 젊은이들이 몰린다면 그건 의경을 욕할게 아니라 똑같이 복무시키면서 복지혜택을 덜 주는 육해공군을 비판해야죠. 아직또 6.25가 휴일에 일어났다는 컴플렉스 때문에 외박에 위수지역 정해놓거나 휴가나 휴일 규정을 확대하지 않는 국방부가 문제있는거 아닙니까? 의경 비판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남들보다 꿀빨고 더 좋은 혜택 받는다고 의경을 비판한다면 오유에 계신 여러분들은 현대차노조를 귀족노조라고 욕하고 공무원들을 철밥통이라고 욕하면서 연금 깍자고 하는 사람들이랑 무엇이 다릅니까? 의경을 지나치게 비하하는 것은 젊은 층들 간의 갈등만 조장할 따름입니다. 더이상 오유에서 도에 지나친 의경 비하는 자제했으면 합니다.
     
     
    4. 마치며
     
     사실 큰 규모의 집회시위마다 경찰과 집회 참가자의 충돌이 어제 오늘 일은 아닙니다. 제가 생각한 결론은 '어쩔 수 없다'입니다. 의경과 경찰들은 상부의 지시를 따라 집회 참가자의 청와대 진출은 막아야만 하고, 집회 참가자 분들은 집회의 신념을 청와대나 정부에 보여줘야 하니까요. 제일 나쁜건 집회참가자들과 경찰들을 싸움붙이면서 정작 자신들은 강건너 불구경하는 청와대와 정부의 고위직들입니다. 결국 저도 '전의경 완전 폐지'를 주장합니다. 더 이상 가족과 친구들 끼리 치고 받는 안타까운 일들은 없어져야죠. 다만 제가 이 글을 쓰는 궁극적인 목적도 의경에 대해 좀 더 객관적으로 바라봐주시길 원하기 때문입니다. 의경도 사람이고 집회 참가자들을 욕할때도 있지만 미안해할 때도 많습니다.
     
      저의 개인적 경험입니다. 제가 복무할 때 부산 저축은행 사태가 터졌습니다. 아들 결혼자금, 딸 등록금을 한번에 잃어버린 자갈치 아주머니들이 국회에 와서 기습시위를 하신 적이 있었습니다. 우리는 그런 아주머니들을 국회 앞에서 막아섰고 아주머니들은 결국 그 앞에서 엉엉 우시며 "내돈 돌리도"라며 호소하셨습니다. 그때 저는 마음이 짠해졌습니다. 버스로 돌아와서 다른 대원들도 그날 만큼은 아주머니들의 눈물에 숙연해졌습니다.
     
      마지막으로 제가 드리고 싶은 말씀은 의경 대원 한 사람도 누군가의 아들이자 친구, 연인입니다. 그들도 우리와 똑같은 감정을 갖고 살아가는 이땅의 청년들이란 사실은 알아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부디 의경에게 '비판'은 하되 '비난'을 하지 말아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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