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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청와대를 향해 가는 길이었다면
막을 수 있다. 그럴 수 있다.
화염병이라도 들고 있었다면
막을 수 있다. 체포할 수도 있다.
헌화를 하러 가는 길이었다.
꽃 한 송이 든 손이었다.
버젓이 차려진 분향소를 향해 가는 길이었다.
다같이 무얼 하지도 않았다.
가는 길이 같았을 뿐이다.
건널목 신호까지 지켜가며
그 많은 사람이 차분히 조용히 걸어갔다.
그런데 이미,
아무 일도 일어나기 전에
길은 막혀있었다.
불법집회이니 해산을 하란다.
사람들이 일어나기도 전에 차벽을 친 경찰이
교통혼잡을 일으키지 말고 집으로 가란다.
그 도로,
높은 버스에 가려
꽃을 든 사람들은 보지도 못했다.
조용한 눈물 속에 추모제는 이미 끝났었다.
꽃만 건네고 갈 사람들이었다.
막힌 길 앞에 갈 곳 잃은 사람들이
서로 밀리고 엉기며
졸지에 불법 집회 참가자가 되었다.
발길을 돌려 집으로 갈까 했다.
반대쪽도 막혔다.
왜 막는거냐 물었다.
말이 없다.
알았다, 집에 갈테니
어느 쪽으로 가야하는지라도 알려달라 물었다.
말이 없다.
말을 할 수 없는 입장이라면
말을 할 수 있는 사람은 그럼 어디있느냐 물었다.
여전히 서있는 제복 속의 청년은
선 그대로 벽이었다.
어쩜 그리 버스는 촘촘하게 세웠는지
그런 연습은 언제 그렇게 열심히 했는지
해산하라 돌아가라 방송은 하면서
집에 갈 길은 물샐 틈 없이 막아두었다.
한 때
공권력이 자신들을 지켜주리라 믿었었고,
가족의 목숨 앞에서 그들의 무능함을 목도했고,
그 무능했던 공권력이
슬픔을 나누는 사람들 앞에서는
한없이 철저하고 재빠른 것을 보았을 때
사람들의 마음은 무너진다.
나를 지켜줄 줄 알았던 힘이
나를 지켜주는데는 무력하게 실패했는데
실은 다른 것을 지키는데만
모든 것을 동원하는 힘이었구나,
그것도
꽃 한 송이 든 내가 위험이었구나
나로부터 지키기 위한 힘이었구나 느낄 때
억장이 산산조각 난다.
그래도
격앙되면 안된다.
도발한다고 분노를 거기에 쏟아내면 안된다.
생각할 줄 모르는 제복들에게
시행령 폐기를 외치는 것은 허무하다.
어떤 이들이 원하는대로
꽃을 든 채 또 다시 폭도로 불려서는 안된다
분노를 담는다 한곳에 담는다.
왜 위헌 판결이 난 경찰차벽이
여전히 도로를 막고 있는지
왜 그들이 막은 도로의 책임을
길 가던 사람들에게 돌렸는지
왜 시민의 정당한 질문에 대답하지 않고
무시와 매도로 일관했는지
대답하지 않으면 안되는 자리를 찾아
날카롭게 갈아 넣은 분노를
그곳에 찔러넣어야 한다.
거리에서 다 쏟아내고 탈진해서는 안된다.
어느 신문은 대통령의 방문을 거부한 유족들을
대한민국을 부정하는 것이냐 물었다.
대통령은 대한민국이 아니다.
주권이 어디에 있는지조차
민주주의가 무엇인지조차 이해하지 못한 이들이
여전히 언론이라 불리고 있다.
권성민님의 페이스북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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