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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sisa_587691
    작성자 : 센타본능
    추천 : 14
    조회수 : 399
    IP : 121.159.***.107
    댓글 : 11개
    등록시간 : 2015/04/19 01:41:27
    http://todayhumor.com/?sisa_587691 모바일
    세월호 추모제에대한 짧은 글. 일독을 권합니다.

    그래.
    청와대를 향해 가는 길이었다면
    막을 수 있다. 그럴 수 있다.

    화염병이라도 들고 있었다면
    막을 수 있다. 체포할 수도 있다.

    헌화를 하러 가는 길이었다.
    꽃 한 송이 든 손이었다.
    버젓이 차려진 분향소를 향해 가는 길이었다.

    다같이 무얼 하지도 않았다.
    가는 길이 같았을 뿐이다.
    건널목 신호까지 지켜가며
    그 많은 사람이 차분히 조용히 걸어갔다.

    그런데 이미,
    아무 일도 일어나기 전에
    길은 막혀있었다.
    불법집회이니 해산을 하란다.
    사람들이 일어나기도 전에 차벽을 친 경찰이
    교통혼잡을 일으키지 말고 집으로 가란다.
    그 도로,
    높은 버스에 가려
    꽃을 든 사람들은 보지도 못했다.

    조용한 눈물 속에 추모제는 이미 끝났었다.
    꽃만 건네고 갈 사람들이었다.
    막힌 길 앞에 갈 곳 잃은 사람들이
    서로 밀리고 엉기며
    졸지에 불법 집회 참가자가 되었다.

    발길을 돌려 집으로 갈까 했다.
    반대쪽도 막혔다.
    왜 막는거냐 물었다.
    말이 없다.
    알았다, 집에 갈테니
    어느 쪽으로 가야하는지라도 알려달라 물었다.
    말이 없다.
    말을 할 수 없는 입장이라면
    말을 할 수 있는 사람은 그럼 어디있느냐 물었다.
    여전히 서있는 제복 속의 청년은
    선 그대로 벽이었다.

    어쩜 그리 버스는 촘촘하게 세웠는지
    그런 연습은 언제 그렇게 열심히 했는지
    해산하라 돌아가라 방송은 하면서
    집에 갈 길은 물샐 틈 없이 막아두었다.

    한 때
    공권력이 자신들을 지켜주리라 믿었었고,
    가족의 목숨 앞에서 그들의 무능함을 목도했고,
    그 무능했던 공권력이
    슬픔을 나누는 사람들 앞에서는
    한없이 철저하고 재빠른 것을 보았을 때
    사람들의 마음은 무너진다.

    나를 지켜줄 줄 알았던 힘이
    나를 지켜주는데는 무력하게 실패했는데
    실은 다른 것을 지키는데만
    모든 것을 동원하는 힘이었구나,
    그것도
    꽃 한 송이 든 내가 위험이었구나
    나로부터 지키기 위한 힘이었구나 느낄 때
    억장이 산산조각 난다.

    그래도
    격앙되면 안된다.
    도발한다고 분노를 거기에 쏟아내면 안된다.
    생각할 줄 모르는 제복들에게
    시행령 폐기를 외치는 것은 허무하다.
    어떤 이들이 원하는대로
    꽃을 든 채 또 다시 폭도로 불려서는 안된다

    분노를 담는다 한곳에 담는다.
    왜 위헌 판결이 난 경찰차벽이
    여전히 도로를 막고 있는지
    왜 그들이 막은 도로의 책임을
    길 가던 사람들에게 돌렸는지
    왜 시민의 정당한 질문에 대답하지 않고
    무시와 매도로 일관했는지

    대답하지 않으면 안되는 자리를 찾아
    날카롭게 갈아 넣은 분노를
    그곳에 찔러넣어야 한다.
    거리에서 다 쏟아내고 탈진해서는 안된다.

    어느 신문은 대통령의 방문을 거부한 유족들을
    대한민국을 부정하는 것이냐 물었다.
    대통령은 대한민국이 아니다.
    주권이 어디에 있는지조차
    민주주의가 무엇인지조차 이해하지 못한 이들이
    여전히 언론이라 불리고 있다.



    권성민님의 페이스북에서..

    센타본능의 꼬릿말입니다
    게으름, 나태, 권태, 짜증, 웃음, 분노, 

    모두 체력이 버티지못해 정신이 몸의 지배를 받아 나타나는 증상.


    체력이 약하면 빨리 편안함을 찾게마련이고, 

    그러다 보면 인내심이 떨어지고 그 피로감을 견디지 못하게 되면 

    결과 따윈 상관없는 지경에 이른다.

    - 체력관리들 합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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