밑에 어떤분이 방탄복 얘기 하셔서 한번 올려봅니다. 방탄복에 US ARMY라고 써져있었다고 하시는데 미군용 방탄복은 M1969서부터 현용 IOTV까지 한번도 외부에 US ARMY라고 써진적 없습니다. 간혹 아프간전에서 앞에 US ARMY라고 써져있는거 보신 분이 계실텐데 원래 그 부분은 벨크로로 되어 있어서 이름 탭을 붙이는 곳이고 US ARMY 탭 붙이는 곳이 아닙니다. 그냥 그 병 개인이 붙인 겁니다.
글 들어가기에 앞서 특수부대용 물건은 워낙 그 종류가 다양해 이 글에선 다루지 않는 것을 알려드립니다.
국군의 방탄복 운용사는 베트남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방탄복이란 개념은 사실 1차대전 이전부터 있던 개념이지만 그때는 방탄복을 써야한다는 개념이 없기도 했고 당시 기술력으로 인해 방탄복을 만들려면 금속을 쓰거나 섬유를 여러장 겹쳐 써야 했는데 전자는 너무 무거워서 안되고 후자는 비싸서 안됐습니다. 섬유를 겹친 방탄복으로 유명한 예로는 영화 '구르믈 버서난 달처럼'에 나오는 면제배갑이 있었고 현대적으로는 1차대전 발발의 직접적 원인이 된 사라예보 사건에서 페르디난트 대공이 입고 있던 방탄복이 있습니다. 이 물건은 실크를 여러겹 겹쳐서 만든 것이었고 그 때문에 매우 비쌌죠. 이 물건은 방탄성능은 있었지만 페르디난트 대공은 몸이 아니라 목에 총을 맞아서... 아무튼 보병의 군장은 가벼운 X밴드 형식으로 각국이 운용하다 한국전에서 미군이 M1951 방탄복을 보급한 것이 사실상 일반 보병에 대한 최초의 방탄복 지급이 되었습니다. 당시 미군과 함께했던 카투사 병들도 M1951을 착용했지만 이건 국군이 운용한건 아니니 넘어가죠. 국군은 베트남전에서 미군의 보급을 받으며 작전을 하게 되는데(베트남 파병 당시 미국의 브라운 각서에 한국군에 대한 군수지원을 미국이 부담한다는 조항이 있었음) 이때 상단 사진과 같은 미군의 M1969 방탄복을 보급받아 사용한 것이 국군 방탄복 운용의 시초가 되었습니다. 물론 이 당시 방탄복은 말이 방탄이지 사실 파편 방지에 주목적을 둬서 방탄성능은 기대할 게 못 됐습니다. 무더운 정글의 습지에서 앞뒤로 뚫리는 방탄복의 모습에 미군 병사들은 신뢰를 잃었고 방탄복을 착용하지 않고 작전하는 사례도 많이 나옵니다. 여하튼 국군도 이걸 받아서 썼고 당시 사진을 보면 많이 나오죠.
이후 국군의 방탄복은 사진 우측에 보이는, M1969를 이어 미군이 채용한 PAGST를 카피한 것으로 바뀝니다. 당시 케블러라고 불리는 신소재가 적용된 미군의 방탄복은 이전보다 확실히 가벼우면서도 좋은 방탄 성능을 기대할 수 있게 되었고 PASGT는 8~90년대를 관통하는 미군 보병의 상징이 됩니다. 국군도 이걸 카피해 잠시 쓰다가 좌측의 민짜 방탄복으로 넘어갑니다. 웬지 더 개악된 것 같다면 눈의 착각입니다(...) 이 물건은 지금도 많은 곳에서 쓰이고 있습니다. 사진에 보이는 것처럼 원래 X밴드로 이루어진 끈 군장을 결속해서 쓴다던가 전투조끼를 결합해서 쓰이고 있습니다. 뭐 방탄복에 직접 탄입대 등을 단다는 게 지금와서 보면 당연하겠지만 원래 그 개념이 90년대 후반에 미군의 OTV에 와서야 실현되어 신개념이라고 칭송받았던 것을 보면 저 개악된 것 같은 형태에도 옹호할 논리는 있는 것 같습니다. 여담으로 좌측 방탄복은 국군이 신형 픽셀무늬로 전투복 등을 바꿨을 때 신형 무늬가 적용되어 생산되었는데 무늬만 바꾸면 신형이냐며 욕을 먹은 일이 있었죠.
그러다 노무현 정부때 이라크 자이툰에 국군이 파병되게 되었는데 이때 자이툰 부대가 사용한 것이 사진 우측의 사막색 방탄복입니다. 이 물건은 일단은 미국의 몰리 시스템(MOLLE, 우측 방탄복에 가로로 있는 끈 같이 된 것과 거기에 끼울 수 있게 모듈화된 탄입대 등을 통칭하는 것)을 하려 한 것같이 보이나 미군용 규격과 전혀 달라 파우치가 안 달려서 '몰리가 아니라 몰라 시스템이냐'하고 또 욕을 먹은 적이 있습니다. 방탄 성능은 잘 모르겠네요. 제가 육군훈련소에서 사진 중간의 방탄복과 자이툰 방탄복 둘 다 만져본 적이 있는데 겉에는 무지 단단하더군요. 하지만 방탄복의 방탄은 방탄복 자체가 아니라 내부에 삽입되는 방탄판으로 방호되는 것이기에 방탄복 자체는 별 이상이 없습니다. 물론 미군용 방탄복은 방탄판 없어도 9mm쯤의 권총탄은 막을 수 있습니다.
요즘은 이렇게 미군용 IOTV를 카피한 것 같은 모양으로 신형 방탄복이 생산되고 있습니다. 전방 부대엔 상당수 보급이 되고 있는 것 같네요. 최근 사진을 보면 최전방 GP 등에서 이것을 착용한 모습이 많이 보입니다. 다행이네요.
방탄복의 효용성은 많은 군사 커뮤니티에서 갑론을박이 오가는데 반대하는 쪽 주장으로 "무거운 방탄복을 입히면 보병의 기동성이 떨어지니 방탄복은 쓰면 안된다."는 논리까지 봤습니다. 물론 틀린 말은 아니지만 방탄복은 현대 군대의 변화 중 우리와 가장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는 것이니 저 주장에 찬성할 수는 없네요. 현대에 와서 개인의 가치가 과거에 비해 높아지고, 경제적으로 따져봤을 때 저런 비싼 방탄복을 숫자 많은 일반 보병에게 보급하면 물론 돈이 많이 나가지만 궁극적으론 오히려 이득입니다. 왜냐? 보병 한 명을 양성하고 유지하는 데도 비용이 들어가는데 병이 전사하면 그 대우 인색하다고 욕을 먹고
사실 그래도 싼 국군에서도 약 2억원 가량의 보상을 줘야 합니다. 저 방탄복이 한벌에 2억 하던가요? 아니죠. 게다가 그 병이 전사하면 직접적인 보상금은 둘째치더라도 또 그에 준하는 숙련인원을 양성하는데 비용도 들고 무엇보다 시간이 들죠. 병이 방탄복으로 방호되어 생존하게 되면 국가로선 막대한 홍보 효과도 가져올 수 있구요. 다른 것도 많은데 너무 길어지니 생략하고, 이렇게 개인에게도 이득이고 국가에게도 이득이 됩니다. 제가 앞에서 주장한 내용은 현대 미군이 지금도
직접 증명하고 있으니 혹시 제 주장이 아니라고 생각되시면 한번 미군의 개인방호체계가 월남전 이후로 약 40년간 어떻게, 어떤 속도로 바뀌었나 찾아보시는 게 좋을거라고 생각합니다. 만약 이 글이 베오베에 가게 되면 제가 직접 써보겠습니다 ^^;
번외편으로 여러분들 중 많은 분이 써보셨고, 많은 분이 한번쯤 궁금하신 적 있을 것 같은 전투조끼! 에 대해서 짧게 써봅니다.
보기엔 어디 낚시 조끼에 주머니 달고 군용 위장무늬만 씌운 볼품없는 물건 같지만 엄연히 이 물건도 살떨리는 전방부대 아니면 못 보는 귀한 물건입니다. 나머지는 전부 X반도 군장을 쓰고 있죠. 여담으로 이 X반도 군장은 많은 분들이 베트남전이나 한국전쟁 때부터 쓰던 물건이라고 생각하실 텐데, 사실 100년도 더 전인 1차대전 시절 물건입니다(...). 진짜입니다. 1차대전 군장 보면 진짜 똑같이 생긴게 있습니다. 저도 보고 경탄을 금치 못했었습니다.
각설하고 이 전투조끼는 X반도 다음으로 많이 쓰는 물건으로 그냥 이것만 착용하거나 방탄복 위에 착용하는 것이 사용법입니다. 밑에는 탄띠를 착용합니다. 보시는 대로 양옆에 수류탄주머니 1개씩, 탄알집주머니 2개씩 달려 있습니다. 최근엔 여기다가도 신형 픽셀무늬를 적용한 게 신형이라고 나오고 있습니다.
가장 일반적인 군장입니다.
이 물건은 통칭 특전조끼라고 불리는 물건입니다. 좀더 많이 달리고 뭔가 진짜 있어보입니다. 뒤의 큰 주머니엔 무전기를 넣거나 해서 씁니다.
주머니도 원래 수류탄주머니와 탄알집주머니에 잡낭주머니와 기타 여러가지가 추가되어 있습니다. 또한 목 근처에 대검을 꽂을 수 있는 곳이 있어서 병사들도 멋있다고 생각하는 물건입니다. 되게 있어보이네요.
이 물건은 GP같은 진짜 최전방에서 사용되는 물건입니다.
이 물건은 통칭 폭파조끼라고 불리는 물건으로 위와는 다른 물건입니다. 특전조끼가 진짜 방탄복같이 생겼다면 이것은 그 중간쯤 되는 형태입니다. 모양은 다 비슷한데 방탄판 넣는 곳은 없습니다. 고로 정말 그냥 조끼입니다.
요즘엔 여기에도 신형 픽셀무늬를 입혀 신형이라고 보급하고 있습니다. 위 특전조끼와 더불어 좀 보기 힘든 물건입니다. ㅎㅎ
요즘엔 국방부가 개인 군장체계의 관심을 가져 이런 형태로 보급이 시작되고 있습니다. 이 물건은 미군의 FLCV를 카피한 것 같네요. 참고로 FLCV도 90년대 후반 물건입니다. OTV가 나올 때 같이 나왔습니다. ㅎㅎ
여기에 달리는 파우치들도 전부 몰리화해 보급되고 있습니다. 그나마 좋아보이는 부분입니다.
위에 올려놓은 신형 방탄복의 사용예입니다. 위 신형 전투조끼의 파우치를 방탄복에 이렇게 직접 달아 쓸 수 있습니다. 옛날 자이툰 시절때 몰라 시스템이라고 욕먹고 조롱받던 시절을 떠올리면 눈물나는 광경이네요 ㅎㅎ 물론 계속 좋아져야 하는건 변함없습니다. 예전에 뉴스 기사에서 이 신형 방탄복이 북한에서 사용하는 AK를 막았다고 나왔었는데 실험에 사용된 AK의 탄은 그냥 탄이고 북한군이 사용하는 탄은 관통력이 더 높은 경심철갑탄이었고 이걸로 실험하니 여지없이 뚫려버렸다고 나왔던 걸 본 기억이 납니다 ㅎㅎ 정말 계~속 좋아져야 할 겁니다.
전투조끼는 대충 이런 식으로 착용합니다. 가운데분 잘 보시면 폭파조끼 안에 방탄복을 착용한 걸 보실 수 있습니다. 위에도 썼듯이 방탄복에 직접 장비류를 다는게 현대에 와서야 새로운 발상이 된 거라 저렇게 쓰는 것도 결코 나쁜 것이 아닙니다.
많이 썼는데 일단 제가 말하고 싶은 것은 국군의 방탄복은 이렇다 하는 것과, 방탄복에 대한 제 주장입니다. 지금도 국군의 교리는 한국전쟁때와 같은 소모전 교리고 그런 교리에선 정말 냉정하게 말해서 보병 개개인에게 투자할 가치는 크지 않죠. 그 때문에 지금도 K-9 자주포를 계속 도입하고 미사일 개량하고 하고 있는거죠. 하지만 한반도에서 나는 자원은 인재밖에 없다고 높으신 분들은 말씀하고 계시고, 정말 당신들이 그렇게 생각하신다면 그런 데에도 투자를 하는 것이 맞습니다. 위에도 써놨듯이 개인의 가치가 과거보다 엄청 높아졌고 그에 따른 사회, 기회비용 등을 따져 봤을 때 방탄복 대량 도입이 결코 비싼 게 아니라는 걸 돈계산에 밝은 사람들이라면 단박에 알 수 있겠죠. 가끔 기회비용을 간과하시는 분들이 있는데 지금 당장 지출하는 돈이 전술이라면 기회비용은 전략이라고 할 수 있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전투에선 한두번은 져도 큰 타격은 없지만 전략을 잘못 정하면 모든게 꼬여버리게 되죠. 그렇기에 손자도 손자병법에서 전술보다 보급에 서술을 더 할애하고 있는 것이죠. 초보자는 전술을 연구하지만 고수는 보급을 연구한다는 말도 괜히 있는게 아니구요. 당장 싼거 찾다가 나중에 가질 수 있는 비싼거 놓치는 것보다 당장은 좀 비싸도 나중엔 더 큰걸 가질 수 있는게 궁극적으로 더 좋지요. 더해서 국가는
국가라면 그렇게 하는게 당연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상으로 글을 마칩니다. 두서없는 글 보아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