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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제 나이 때 여자들은 여자로도 안보거니와 오빠라는 소리를 부담스러워 하는,
차라리 삼촌이라 부르라고 할 정도로(6살 차입니다. 저는 21살.)
여자는 후배든 친구든 절대 두지 않는다는(생물학적으로 남자는 그렇게 나고 자랐다며 아주 논리정연한 설명까지 들었습니다)
그 사람과 반년 정도 친한 오빠 동생으로 지냈습니다.
전부터 생각하던 것이, 그 사람과 연인이 되지 않을지라도 만나질 '인연'이 아니었을까, 하고 느꼈습니다.
그도 같은 것을 느끼고 있었는 지 전에 밥을 먹으면서 '인연'이 아닐까 하는 얘기를 한 것 같은데
저는 장난으로 2년? 2년? 하하- 하고 웃어 넘겼지만, 정신이 헤롱헤롱해서
도대체 무슨 대화를 나눴는 지 기억이 제대로 나지 않네요.
이성으로 좋아하는 게 아니라고, 그렇게 여긴 시간들은 이미 지나갔다고 제 스스로를 다독거리지만
그 사람의 가치관과 성향 등 정말 이렇게 나와 똑 닮은 사람이 또 있을까 싶기도 하고
말이 그렇게 잘 통하는 사람을 본 적이 없습니다.
왼쪽을 유독 좋아하고, 혼자서 콘서트나 영화를 보러가거나 집에서 간단히 맥주 한 캔씩 마시는 거나 등등…….
혼자서 하는 일을 좋아합니다. 개인주의 성향이 강해요.
새벽에 온 문자에 써 있는 '보고싶다는 말' 의 여운이 오래가네요.
그 사람은 단순히 일주일 정도 못보니 보고싶을 것 같아서 가기 전 한 번 보자는 뜻으로 한 말일테지만요.
(이 때, 그보다 더 오랫동안 연락을 안하며 지낸 시간들이 무색해질 정도로 친해졌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혼자서 그의 자취를 반복적으로 더듬거릴 때는 가슴이 설레다가도
만나면 그렇게 편한 사람 또 없을 정도입니다.
유머러스하고 재치있고, 개그도 통하고, 가벼운 소재의 대화에서 진지한 대화로 자연스럽게 넘어가고,
조언이나 진지한 얘기를 하다가도 이런 내용이 혹시 부담스럽진 않을까 배려도 해주고
밥을 먹을 때 이것저것 권하고 제 그릇에 담아주며 은근 살뜰히 챙겨주고
보도를 걸을 때 찻길 쪽으로 자신이 걷고…….
첫사랑이 기억에 오랫동안 남는다는 건, 아마 그가 내게 대하던 행동들이 모두 처음이기 때문인가봐요.
1년 뒤, 그 사람이 서울로 돌아가면 그와 지냈던 날들이 가슴에 사무칠 것 같네요.
특히 제가 그가 듣기로 기특한 말을 할 때면 머리를 살살 쓰다듬어주는 행동이나
어깨가 구부정한 안 좋은 버릇을 고치기 위해 한 번씩 툭툭 어깨를 두드리는 손길은 정말이지…….
잊지 못할 것 같습니다.
그런데 그가 오유를 하는 지 않하는 지를 몰라서……. 이 글을 쓰면서도 너무 가슴이 떨리네요.
제발 보지 않기를 바랄 수 밖에….
좀 길지만 제 속마음을 읽어주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죄송합니다. 댓글 작성은 회원만 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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