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결혼 3년차 새댁입니다.
* 고양이 두 마리 기르고 있습니다.
* 답답하여 하소연하는 글입니다.
나는 결혼 3년차, 남편과 아주 잘 지낸다.
남편에게 더할 나위 없는 사랑과 배려를 받으며
나도 남편을 항상 존경하고 내조하며
우리는 아무 문제 없이 잘 지낸다.
결혼 1년동안은 철저하게 피임을 했고 그 후론 자궁에 문제가 생겨 간단한 시술을 받은 후,
현재는 아기를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
의학적으론 문제가 없지만 어쩐지 자연임신이 잘 안 되는 몸인가 싶기도 하다.
이런 평화로운 나의 결혼생활의 유일한 문제는 나의 고양이이다.
정확히 말하면, 고양이를 기르는 우리 부부를 못마땅해 하는 양가 부모님이다. (간섭의 정도는 우리 친정엄마가 가장 심하다.)
나는 고양이 두 마리를 기른다.
결혼 첫 해, 박스에서 삐약거리며 아이들이 던져준 소세지를 핥고 있던 자그마한 녀석을 무작정 집에 데려 왔다.
결혼 이 년째는, 사정으로 인해 더 이상 기를 수 없는 분의 러시안블루를 데려 와서
우리는 현재 동물과 사람으로 구성된 네 식구가 되었다.
고양이를 기른다는 것이 부모님 귀에 들어가기 시작하자,
양가 부모님의 간섭과 압박이 들어 오기 시작했다.
그들의 레파토리는 늘 이러하다.
1. 고양이 키우면 애기가 안 생긴다.
2. 털 날리면 건강에 좋지 않다.
그들의 이러한 주장은, 들여다 보면 비논리이다.
첫번째, 고양이 키우면 애기가 안 생긴다는 말. 이건 그냥 내가 임신이 안 되는 것 뿐이다.
남편이나 나나 의학적으로 자연임신을 할 수 없다는 판정을 받지 않았다. 그저 지금 때가 오지 않았을 뿐이다.
두번째 털 날리면 건강에 좋지 않다.
좋지 않다기 보단 우선 불편하다. 옷이나 이불에 감당할 수 없는 털이 묻는다.
그래서 냥이들의 털을 밀어 주고 있다.
미용기 사다가 신랑이 붙잡고 내가 어르고 달래가며 어찌어찌 깎는다.
미용 이후 섬유에 박히는, 공중에 떠다니는, 바닥에 쌓이는 털들은 현저히 줄었다.
그리고 포인트는, 이런 불편함 또한 나와 남편이 겪는 것이지 우리의 부모들 자신들이 겪는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우리는 곧 이사를 간다.
친정의 도움을 조금 받아 더 넓은 집으로 간다.
이사를 결정한 시점에 친정엄마의 여러 차례 막무가내의 잔소리가 있었다.
"고양이 누구 줘라" "친구한테 보내라" "보호소에 맡겨라"
헛웃음만 나올 뿐이었다.
세 살짜리 다 큰 코숏을 어느 누가 분양 받는가?
설사 분양할 사람이 있다 쳐도 내 '사람자식' 갖겠다고 애지중지 키우던 동물을 어떻게 남한테 쉽게 줘버리는가?
너무나도 쉽게 '처분'하라는 엄마의 말에 나는 치를 떨었다.
엄마가 그렇게 말할 때마다 나도 지지 않고 그렇게 할 수 없음을 피력했다.
엄마의 간섭과 고집은 어렸을 때부터 늘 나를 조여왔고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는 내 인생의 큰 스트레스였다.
나는 엄마의 이러한 집요함과 막무가내를 알기에
'아기를 갖고 출산할 때가 되면 그렇게 하겠다'라고 무마했다.
하지만 오늘 또 같은 패턴의 언쟁이 오갔다.
발단은 시어머니께서 이사기념으로 소파를 사주시겠다는 얘기에서 시작되었다.
가죽소파
- 고양이들이 물어뜯지 않게 해라 - 내가 알아서 하겠다 - 고양이 치워라 - 그 얘기 그만 하라 - 정 그러면 검은 애(러시안블루)만 키워라
나는 그 순간 소리를 빽 질렀고 언성을 높이며 화를 냈다.
순식간에 친정집 분위기가 냉랭해졌고 얼마 후 나는 내 집으로 돌아왔다.
시부모님은 이렇게 노골적으론 말씀하시지 않지만
두 분 모두 '고양이 언제까지 키울꺼니' 라고 말씀하신다.
우리는 둘 다 부모님의 의견에 매사 순응하는 스타일이 아니다.
우리는 우리가 피곤하면 집에 오라 하셔도 집에 있겠다고 하는 부부이다. 효도는 내 몸과 마음이 편할 때 할 수 있다는 게 우리의 생각이다.
그런데도, 아들 며느리, 딸 사위 성향을 이미 아시면서도,
늘 의미없는 반복된 말씀들을 하신다.
다음 번에 같은 이야기가 또 나오면 이제 난 아주 극단적인 말들로 싸울 것 같다.
도대체 서른 남은 딸이 결혼하여,
자기 남편과 행복하게 잘 사는데,
같이 살 지도 않는,
그 딸의 반려동물이,
본인에게
왜,
어째서,
처리해야 할 일이며,
스트레스인지,
그렇게 눈에 불을 켜며 키우지 말라고 하는지,
나는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다.
부모는 자식의 삶에 간섭할 수가 없는 데도 말이다.
부모든 누구든 그 누구도 남의 삶에 간섭할 수 없는 데도 말이다.
정말 오늘도 답답하고 짜증이 솟구치는 저녁이다.
세상 모르고 내 무릎에서, 내 허리춤에서 잠이 새근새근 든 내 고양이들을 보며 ,
자식의 삶과 그 방식에 끊임없이 간섭하며 왈가왈부하는 것이 얼마나 부질없는 것인지를 ,
얼마나 소모적인 것인지를
인지하지 못하는 우리 부모님들의 모습에 한탄스러움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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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했는데 반려동물 때문에 양가 부모님들의 끊임없는 터치를 받는 유부징어님들 계신가요?
정말 오늘따라 갑갑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