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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교육은 가망이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모든 교사가 권위적이며 학생의 의견은 들으려 하지 않는다고 생각했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옥상 위의 민들레 꽃과도 같은, 버튼이 고장 난 TV의 리모컨 같은 선생님을 만났기 때문입니다.
처음 수업부터 신선한 충격을 느꼈습니다. 동그랗게 모여 앉아서 둘둘 말린 실타래를 서로에게 던지며 자기 소개를 했습니다. 38명의 학생들의 자기소개가 끝나자 실타래는 마치 거미줄처럼, 혹은 그물처럼 38명의 학생들을 감싸고 있었습니다. 그 분이 말씀하시기를 “이 실타래가 얽힌 것처럼 너희들과 나도 일년 동안 얽혀서 터울 없이 잘 지내보자.”라고 하셨습니다. 이름과 성적을 내는 방법만 알려주고 나가던 다른 선생님들과는 다른 첫 수업이었습니다.
선생님께서는 1년 동안 단 한번도 반말을 쓰지 않으셨고, 일방적 수업 또한 하지 않으셨습니다. 언제나 첫 수업처럼 서로 소통하는 수업을 했습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수업은 6월부터 세 달 동안 했던, 교내식당 꾸미기 프로젝트였습니다. 프로젝트를 하는 이유는 간단했습니다. 교내식당의 벽은 욕설과 비방으로 가득해서 줄을 서서 기다리다 보면 별로 좋은 느낌이 들지 않는다는 것이었습니다. 프로젝트의 주제와 사용 기법들은 우리보고 스스로 결정하라고 하셨습니다. 약 2시간정도의 토론 끝에 식당 벽을 4구역으로 나눠서 기다림, 절망, 우정, 희망의 느낌을 담은 그림자를 그리기로 했고, 식당의 기둥에는 착시를 일으키는 그림을 그리기로 했습니다. 스스로 제대로 된 “계획”이란 것을 해본 순간이었습니다.
놀라운 것은 이 프로젝트가 완성되자 학생들에게 엄격한 규정과 공부를 강요하던 교장선생님이 변한 것입니다. 식당에 음악을 틀어주셨고, 뿐만 아니라 학생복지에도 관심을 가지셨습니다.
처음에 단순 환경미화 목적으로 시작했던 일이 나비의 날개 짓이 되어 인식의 변화라는 폭풍을 만들어 낸 것입니다.
지금 그 고등학교는 제가 졸업한지 1년 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작지만 큰 변화들이 있었습니다. 얼마 전 교양과목 과제 때문에 조사할 것이 있어서 잠시 모교에 방문했습니다. 삭막하던 복도와 계단에 꽃들이 놓여 있었고, 심지어 교내에 북카페도 생겼습니다. 우리들의 작은 노력으로 말미암아 이런 일들이 생겼다고 생각하니 뿌듯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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