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론적으로 말씀드려서 저는 그리 판단하고 있습니다.
성완종 경남기업 전 회장(당시 한나라당 의원)의 메모 리스트에 '김기춘 10만달러 (2006년 9월26일)'라고 적혀 있다는 것이 보도되었음을 잘 아실 것입니다.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당시 한나라당 의원)은 그 메모 내용을 보고 즉각 이렇게 반박합니다.
“나는 2006년 9월 26일 당시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를 모시고 독일에 가 있어서 국내에 없었다. 그러므로 2006년 9월 26일 날 10만 달러를 주었다는 것은 완전 날조다.”
그런데, 경향신문 녹취록에 의하면, 이 날짜는 금품을 전단할 날짜가 아니었습니다. 즉, 성 전 회장은 아래와 같은 취지로 이야기하기 위해 위와 같은 메모를 한 것이었습니다. 성 전 회장은 그 메모를 보며 이렇게 인터뷰합니다.
“김기춘 실장이 독일로 갈 때 롯데호텔 헬스클럽에서 10만 달러를 바꿔서 제가 줬습니다. 9월26일자 조선일보 사진을 보시면, 김 실장이 독일에서 박근혜 의원을 수행하는 모습이 나옵니다. 이건 사실입니다.”
즉, 성 전 회장은 경향신문 기자에게 김 전 실장이 박근혜를 모시고 독일로 갈 때 달러로 바꾸어 주었으며, 이 '독일로 갈 때 달러로 바꾸어 주었다.'는 사실을 뒷받침할 수 있는 증거로서 2006년 9월 26일자 조선일보의 김 전 실장의 독일 방문 사진을 언급한 것이었습니다.
이 사건에 있어서, 성 전 회장의 주장과 김 전 실장의 반박 발언의 의도를 살펴보고 인간 심리에 비추어 그 발언의 일관성, 논리성을 들어 금품 수수의 사실 여부를 판단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먼저 성 전 회장이 김 전 실장을 물 먹이기 위해 완전히 지어낸 거라면, 그가 2006년으로 돌아가 9월 26일 날 김 전 실장이 박근혜와 독일 방문한 사실을 알아내어 이를 바탕으로 이야기를 꾸며내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점입니다. 제3자가 타인의 생활에 대해 그것도 지금부터 9년 전의 일에 대해 이렇게 속속들이 알 수 있을까요? 특히 9년 전 신문 기사 날짜, 그 보도에 사진까지 첨부되었다는 사실을 안다는 것은 개인적인 특별한 경험이 있을 때에 가능합니다.
즉, 성 전 회장이 그 당시에 금품을 전달한 사실이 실제로 있었기 때문에 9년이 지난 지금에도 김 전 실장과 박근혜 행적에 관한 과거 사실을 정확히 기억해낼 수 있었던 것으로 봐야 합니다. 그래서 성 전 회장의 이 진술은 진실일 개연성이 아주 높습니다. 또, 인간이 죽음 앞에서 타인에 관해 한 이야기는 경험칙상 진실인 경우가 허다합니다.
김 전 실장 역시 2006년 9월 26일에 특정하여 금품을 수수하지 않았다고 적극 해명한 것도 오히려 의구심을 증폭시키는 대목입니다. 진짜로 금품 수수하지 않았다면, 2006년 9월 26일에 국한하여 해명하기보다는 “2006년 9월 26일을 왜 거론하는지 모르겠다. 나는 2006년 9월 26일에 무얼 했는지도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해명했어야 합니다. 왜냐 하면 금품 수수를 하였다든지 하는 특별한 일이 벌어지지 않은 9년 전의 특정한 날에 대해 현재까지 명확하게 기억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사람은 컴퓨터가 아닙니다.
그럼에도, 그 메모쪽지가 보도되자마자 김 전 실장은 이 날이 어떤 날인지 정확히 기억하고 곧바로 해명합니다. 심지어 메모 쪽지에 2006년 9월 26일이라 쓰인 것에 착안하여 대중(大衆)들이 그 쪽지를 보고 그날 받았다고 생각할 것이고, 그 날의 알리바이만 부인하면 자기에 대한 의혹을 벗어날 수 있었다고 생각하여 “2006년 9월 26일에는 독일에 있어서 그 날 국내에서 돈 받았다는 메모는 날조다.”고 해명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러한 성 전 회장 진술의 구체성, 김 전 실장의 엇박자 해명을 종합할 때, 김 전 실장의 금품 수수는 사실로 추단할 만합니다. 또, 물적 증거를 확보하기 어려운 금품 수수 범죄의 속성을 감안할 때, 양 당사자의 진술은 유죄의 중요한 정황 증거로 활용할 수 있음은 물론입니다.
끝으로, 당시 김 전 실장과 박근혜 당시 한나라당 대표가 벨기에, 독일 등을 방문하였는데, 조선일보 사진이 독일에서 찍은 것이 아니라 벨기에에서 찍은 것이라 해도 이는 곁가지에 불과하여 이런 추론에 방해가 되지 않습니다. 9년 전의 일에 그 정도의 사실 혼동은 얼마든지 있을 수 있는 거니까요.
그럼 아래 경향신문 기사 참조
[단독] 김기춘 '알리바이' 깨졌다
경향신문 | 이기수 기자 | 2015.04.10 19:17
성완종 경남기업 전 회장(전 새누리당 의원)은 지난 9일 오후 3시32분쯤 북한산 형제봉 매표소 인근 숲 속에서 주머니에 '메모지'를 지닌 채 발견됐다. 그는 왜 메모지까지 갖고 집을 나섰을까.
성 전 회장은 오전 6시 산행을 막 시작하며 경향신문과 한 50분간의 단독인터뷰에서 메모지에 적힌 내용과 돈을 전달한 정황들을 설명하면서 "말이 안되는 짓을 하니까, 신뢰를 이렇게 헌신짝처럼 버리니까 내가 희생해서라도 사회를 바로잡아주는 길 밖에 없잖아요"고 말했다. 그는 "내가 왜 이런 얘기를 했나 나중에 아실테니 잘 다뤄주십시오"라며 "박근혜 정부가 깨끗해져야 한다"는 말도 덧붙였다. 집에서 나설 때부터 작심하고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하고 싶은 말의 요지를 메모한 정황이다.
주도면밀하게 준비한 흔적은 유일하게 날짜를 적시한 김기춘 전 실장의 메모에서 도드라진다. 성 전 회장은 김 전 실장의 이름 옆에 '10만달러(2006년 9월26일)'라고 적었다. 그는 인터뷰에서 "2006년 9월에 김 실장이 VIP(박근혜 대통령) 모시고 벨기에 독일 갔잖아요. 제가 갈 때 10만 달러를 바꿔서 줬다"며 "9월26일자 조선일보 사진에 김 실장이 독일에서 (박 대통령을) 수행하고 있는 게 나오는데 이 부장도 확인해보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전 실장이 박 대통령과 독일에 함께 갔었다는 상황을 말하기 위해 '9월26일자' 신문 사진까지 찾아 보고 집을 나선 셈이다. 김 전 실장은 9일 "내가 독일에 간 것은 9월23일인데, 9월26일 돈을 줬다고 하는 것은 말도 안되는 얘기"라고 말했다. 9월26일을 돈 전달 날짜로 적어놓았다고 오독하고 성 전 회장이 적시한 의도와는 다른 해명을 한 것이다.
ps. 정리해서 올려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