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심 하셨으면 하는 바람으로 여기에 올립니다.
실제 제가 어제(7월10일)부터 방금(7월/11일)까지 겪은 일입니다.
저는 광주에서 작은 가게를 운영하는 자영업자 입니다.
가게 운영이 녹록지 않아 얼마전 인터넷에 가게를 내놓는다고 올렸습니다.
그러던중 바로 어제 문자로 'ㅇㅇ부동산 ㅇㅇㅇ 이라고 가게 찾는 분이 있다고' 왔습니다.
관심 있으시면 방문해 달라는 제 문자 이후 전화가 왔으나 마침 손님이 와서 못 받았습니다.
그러자 위 캡쳐 처럼 문자를 남겨 제가 전화를 했습니다.
전화 내용은 이렇습니다.
중개사 본인은 서울 소재의 ㅇㅇ 부동산 소속이며 본인 고객이 제 가게에 관심 있어 하는데
그 이유는 사람이 곧 광주로 이사할 예정이며,
이사 후 바로 가게를 하기를 희망하고,
오늘 오후에 관심 있는 가게들을 둘러보기 위해 서울에서 광주로 내려올 것이고
제 가게를 찾아오는 시간대는 저녁 8시 전 즈음일거라 했습니다.
그리고 권리금 등 기본적인 내용들을 물어보았고 대답해줬습니다.
여기까지는 전혀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부동산에서 연락 온 당일 바로 서울에서 가게보러 오는 게 조금은 의아하긴 했지만
이사가 당장 코앞이니 그럴 수 있겠다 싶었습니다.
그렇게 장사를 하며 가게 인수 희망자를 기다리다 9시가 조금 넘어 그 부동산 중개업자에게 전화가 왔습니다.
이 통화에서 부터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통화 내용은 이렇습니다.
본인 고객이 제 가게를 둘러 보고 서울로 올라오고 있는 길인데,
남편분은 탐탁지 않아 하나 아내분께서 너무 마음에 들어 하시고,
이 가게를 계약하길 희망까지 하신다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갸우뚱 했습니다. 가게를 보러 온 사람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지금부터는 중간 중간에 대화체를 쓰겠습니다. 설명하기 좀 어렵네요;
나 : 그래요? 가게 보러 왔다고 한 분이 없었는데요..
중개업자 : 아, 사장님께 말씀 안하시고 조용히 구경하고 가셨다고 합니다
골목에 있어서 가게 찾기 힘드셨다는데요?
나 : 아, 예 저희 가게가 길 안쪽 골목에 있어서 힘드셨을거예요ㅎ 그런데 언제 보고 가셨대요?
저희 가게 입구가 하나 입니다.
그리고 제가 있는 카운터 자리가 입구 부터 가게 전체를 볼 수 있는 위치에 있어서
손님이 오는지 바로 알 수 있습니다. 정말 가게를 보러 온 사람 있었나 생각할 틈을 끊듯이
중개업자는 물어보지도 않은 말들을 바로 이어갔습니다.
중개업자 : 실은 그분들이 부부가 아니구요, 남자분이 포스코 건설을 다니시는데
이번에 광주로 발령을 받아 한 2-3년 내려가는거예요, 여자분은 와이프는 아니시고.. 나이 차이가 좀 나거든요
예.. 생각하시는.. 뭐 그런 관계인데요
2-3년간 같이 있으면서 여자분이 가게를 운영하길 희망하시고 남자분께서 그걸 해주는거거든요
나 : 아..
중개업자 : 그래서 급하게 찾으시는건데요 사장님 가게를 너무 마음에 들어하세요
계약도 하고 싶어 하시는 것 같습니다
나 : 아 그래요, 그런데 가게를 제대로 보지도 않으셨을텐데 바로 계약까지..
중개업자 : 광주로 이사가면 바로 가게를 차려야해서 급하게 하시려는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의 통화내용을 요약하자면,
'불륜 관계의 남녀가 광주로 2-3년간 내려오는데 남자는 돈이 많고 여자는 남자가 주는 돈으로 가게를 차리려 하며
돈은 크게 신경쓰지 않고 제 가게를 무척 마음에 들어하고 당장이라도 계약하고 싶어하는 눈치다' 로 계속해서 강조하면서
남자는 본처를 따로 둔 외도남으로 자세한 인적 정보는 알려줄 수 없으며 굉장히 바쁜 대기업 간부로,
여자는 가게 속사정은 별로 관심도 없고, 알바 좀 부리며 사장 노릇 좀 하려는 생각 없는 내연녀로 인식하게끔 썰을 풀었습니다.
통화는 계속되는데요 정확한 워딩은 기억나지 않아 최대한 비슷한 늬앙스로 쓰겠습니다.
중개업자 : 아직 권리금이나 금액적인 부분은 고객과 얘기를 하지는 않았지만
제가 사장님께서 올리신 금액보다 더 얘기해 보겠습니다
나 : 그래주시면 고맙긴 한데요.. 가게를 제대로 보지도 않고.. 저랑 직접 얘기도 안해봤는데..
중개업자 : (말을 끊듯이) 내일 오전에 다시 뵙기로 했으니까요 금액적인 부분 더 얘기를 해보고요
혹시 계약이 잘 되면 복비도 조금 챙겨주시고 하시면 좋겠네요
지금 생각해 보면 제가 갸우뚱 하는 느낌이 들면 바로 말을 끊고 생각할 시간을 주지 않았습니다.
중개업자 : 내일 오전에 통화하실 수 있으신가요?
나 : 예 가능합니다.
중개업자 : 그럼 더 생각해 보시고 내일 오전에 다시 전화 드리겠습니다.
나 : 예 감사합니다.
전화를 끊고 한동안 얼떨떨 했습니다.
'하루만에 서울에 있는 부동산에서 전화가 와서 고객이 가게에 관심 있어하고
저녁에는 광주로 내려와 가게를 볼 것이며
저녁 9시가 지나 전화상으로 계약까지 희망한다? '
이게 다 하루만에 일어났습니다.
그런데 정작 계약을 희망하면서 인수 희망자분은 저와 문자 하나 교환하지 않은 상태였습니다.
그 찝찝함은 '생각 없는 내연녀가 내연남의 돈을 아무 부담 없기 쓰기 때문이다.' 로 넘겼고,
또 한가지 찝찝했던 부분이 인터넷에 공개적으로 권리금을 명시했는데 어떻게 더 받을 수 있다는거지? 였으나
그 점 또한 같은 이유로 '그 내연녀가 중개업자에게 모든걸 위임했기 때문이다.' 로 스스로 넘겼습니다.
다만, 혹시나 해서 가게 CCTV를 다 돌려보았으나 중개업자의 설명에 해당되거나 조금이라도 비슷한 커플은
전혀 찾을 수 없었기 때문에 이상하다는 생각은 계속 들었습니다. 손님이 너무 많아 정신없는 가게도 아니라서 더더욱이;;
그래서 건설회사 법무팀 팀장이었던, 현재는 다른 회사의 법무팀에 있는 저희 형에게
있었던 일들에 대해서 설명해 주었습니다. 이상하긴하지만 돈 안 받고 계약서에 싸인하지 않는 이상
손해 볼 건 없으니 내일 통화를 해보고 좀 더 생각해보자고 하여 일단 그렇게 넘겼습니다.
<7월 11일>
다음날인 오늘, 그 부동산 중개업자에게 다시 전화가 와서 통화를 했습니다.
중개업자 : 오전에 만나뵀는데요, 마음에 들어 하셔서 계약 하자고 하시네요!
나 : 예? 가게를 제대로 보지도 않고, 저랑 얘기도 나눠보지도 않고 계약을 하고 싶어하시..는..
중개업자 : (말을 끊고) 그래서 오늘 계약하시러 저랑 광주로 내려 가기로 했습니다.
나 : 오늘요? 바로 계약하신다고요?
중개업자 : 권리금도 사장님이 올리신 것 이상으로 제가 얘기가 됐습니다. 일단 오늘 가게 인수부분 계약하시고
그분들이 이사하시는 다음주 토요일이나 일요일에 건물주분하고 임대차 계약 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나 : 저 한 10분만 있다 전화드려도 될까요?
중개업자 : 예, 그렇게 하시죠 그런데 이분들이 서울에 계셔서 광주로 자주 내려가실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광주 내려가면 바로 계약을 하신다니까..
나 : 잠깐이면 되니까 다시 전화드리겠습니다.
중개업자 : 네
바로 저희 형에게 전화를 해서 상황을 설명했습니다.
형도 뭔가 이상하다고 생각이 들었는지 중개업자에게 자신의 번호를 알려주고
어짜피 자신도 서울에 있으니 (형은 회사와 거주지가 서울입니다)
계약 체결전에 부동산에 찾아가서 얘기를 들어보고 싶다고 전달해 달라고 했습니다.
전화를 걸어 다시 통화했습니다.
나 : 내려 오시면 언제쯤 내려오시나요?
중개업자 : (이제부터 슬슬 짜증 섞인 목소리로) 아니 그러니까 아까 통화 때 말씀드리려고 한건데요
나 : 저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봐도 가게를 제대로 보지도 않고 매출이 얼마인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바로 계약을 하는게..
중개업자 : (말을 끊고 짜증스럽게) 이미 저희 회사에서 전문적이 상권분석과 기대 매출 조사를 마쳤습니다. 그리고 그 내용을
바탕으로 권리금 0000만원을 책정을 해서 말씀드린 상태입니다.
중개업자가 말한 권리금은 제가 인터넷에 올린 금액보다 1300만원이 높은 금액이었습니다.
저도 별 수 없는 속물인지 예상 금액보다 훨씬 높은 권리금을 받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드니 잠깐이지만
의심에서 호기심으로 심경의 변화가 아주 잠깐 있었습니다.
나 : 예? 금액이 제가 올린거보다..
중개업자 : (짜증은 온대 간대 없고 아주 차분하게) 그래서 말씀드리는건데요, 오늘 내려가서 계약이 체결되면
복비로 300만원을 챙겨주시면 좋겠습니다.
나 : 일단 뭐 제가 생각한 돈보다 훨씬 많아서 계약만 된다면야 그렇게 해드리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안되서) 아무리 그분들이 돈이 많아도 가게를 제대로 보지도 않고 바로 계약을 하시겠다는게..
중개업자 : (폭발했던 것 같습니다) 아니/ 사장님/ 어제부터 그렇게 의심스럽게 말씀하시면/ 저도 돈 벌겠다고 하는거고/
사장님 돈을 떼가는게 아니라 돈을 더 드리겠다는데/ 이러시면/ 참/ 저도 더이상 어떻게 할 수가 없습니다
/ 표시는 호흡이 끊기며 흥분했다 멈췄다를 반복하는 구간입니다;;
나 : (저도 화내는 목소리에 기분이 나빠져서) 상식적으로 충분히 말씀드릴 수 있지 않나요
저는 그분들 얼굴도 못봤는데 하루만에 제가 올린 금액보다 훨씬 많은 금액으로 계약까지 하자고 하시니까..
중개업자 : 그럼 저는 빠지겠습니다 그분들만 광주 내려가시게 하고
나 : (제가 중개업자 말을 끊고) 그럼 일단 그분들 연락처 좀 알려주세요 계약하러 오시기전에 비품이나 가게 관련해서
직접 얘기해보고 싶습니다
중개업자 : (굉장히 분노하며) 그럼 그렇게 하시고 그분들하고 얘기하세요
그 말과 함께 바로 전화가 끊겼습니다.
당항스럽고 어이가 없어 정말 이게 뭔가 싶었습니다.
흥분을 가라 앉히고 생각해보니 99% 사기꾼이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어떻게 나오는지 문자를 하나 보냈습니다.
공인중개사가 아무리 제 마음에 안든다고 해도 이런식으로 얘기하진 않지 않나요;;
저는 100% 사기꾼이라고 생각합니다.
만약 제가 의심없이 오늘 저녁에 계약을 하자고 했다면
1. 그 사기꾼 혼자 왔다면
대리인 자격으로 왔다고 하면서
그 분들이 갑자기 사정이 생겨서 어찌꼬 저찌고..
그래서 제가 계약을 미루면
본인은 서울에서 여기까지 왔는데
난 허탕이다 복비라도 챙겨줘야 하는거 아니냐 뭐 그런 그림과
2. 아니면 대면하지 않고 어떻게든 전화상으로 복비 먼저 받아내려고 했거나
3. 또 아니면 불륜 커플역을 섭외 또는 애초에 공범들인 사람들이 와서
거짓 계약을 하거나 오늘 계약이 안되 다음에 내려올 때 다시 하기로 하면
그 사이 계약은 확정적이니 복비부터 달라하거나 뭐 그러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저는 광주에 있는, 서울말을 쓰는, 사기꾼이라고 생각합니다.
혹시 저와 같은 상황에서 이런 연락을 받으시면 무조건 의심부터 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아직도 당황스럽고 뭔가 싶네요..
장사하면서도 이렇게 장문을 쓸 수 있다는 게 한편으론 씁쓸하네요..
1. 서울 소재 부동산에서 전라도 광주에 있는 제 가게에 관심있는 사람이 있다며 연락해옴
2. 다음날 가게 마음에 든다고 계약하자함 (전날 저녁 서울서 광주까지 우리가게 보고 봤다고 주장)
3. 의심스러워 하자 '뭐래' 하며 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