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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today_58359
    작성자 : 나나바나나
    추천 : 17
    조회수 : 284
    IP : 220.76.***.167
    댓글 : 14개
    등록시간 : 2017/08/21 21:47:27
    http://todayhumor.com/?today_58359 모바일
    마음을 정리하는 중이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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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넷에 이런 글 써봤자 뭐하나 싶은 생각도 들지만

    정리하는 차원에서 하루종일 맴도는 생각들을 써보려고 해요

    헤어진지 3일째가 되겠네요
    6년 만났는데 농담처럼 말하던 카톡으로 정리를 하게 되었어요

    한달 전에 만나서 우리관계에 대해 생각해보자고 카페에서 이야기 하다
    서로 다시 잘 해보자 이야기 하고 헤어졌는데 다시 봉합을 하다가 결국 이렇게 되었네요

    카톡 이별이라니 말도 안된다 생각해도
    대화는 담담하게 진행되었고 불쑥불쑥 원망 섞인 말이 나왔지만 
    합의 하에 서로 좋게 마무리를 하긴 했어요

    만나서 할 대화를 카톡으로 하는게 정말이지 싫었지만
    보면 울거 같다고 하고 만날 수가 없잖아 라는 말에 힘이 빠지더군요
    그냥 그렇게 수긍해버렸어요

    우린 만나던 6년 중 5년 넘게 장거리로 만났어요
    어쩌다보니 그렇게 되었네요 그래서 아마 실제로 같이 만나서 지냈던 시간은 반년도 안 될 거예요
    그게 그동안 너무 힘들었고 서로를 외롭게 만드는 이유였겠죠

    사실 헤어진 이유는 외로움도 있었겠지만 제가 능력이 없어서죠 무능하고 게을러서
    그걸 지켜보는게 참고참다가 터졌을 거예요

    처음 상황을 직시했을 때 능력없고 모자란 사람 만나느라 고생했다는 말이 먼저 생각났어요 
    그때 나는 그런 사람이었어요

    많은 취준생 커플이 겪는 일이겠지 
    그래도 그렇지 나같은 사람이 있을까 이런 생각을 하며 거리를 걸었어요

    헤어진 후에 오늘 처음 집을 나섰는데 
    헤어질 때의 날씨와 아스팔트의 축축함이 그대로네요

    처음 서로 사랑해서 만났던 사람이라 많은 것들이 
    처음 겪는 감정으로 다가와서 힘들어요

    주전자나 만년필, 컵 내가 자주 쓰던 것들 하나하나 다 선물받고 챙김 받아서 
    쓸 때마다 문득문득 추억이 떠올라 행복해 했었는데 
    그게 지금 가장 날 힘들게 하네요

    그렇다고 잘 쓰던걸 갑자기 다 버릴 수도 없고 
    물건은 아무런 잘못이 없는데..

    그래서 요즘의 나는 마음이 즐겁지가 않아요
    아무것도 없어도 마음만은 늘 무언가로 채워져 있었는데 
    컬러풀했던 일상이 흑백처럼 무미건조함으로 다가와요

    여자친구는 그동안 제 나름의 자랑이었어요
    나보다 더 마음에 드는 사람이라 직장이나 미래도 같이 하고 싶어서 포기라던가 단념한 것도 있었네요 
    장거리에서 매일매일 만나 데이트하는게 소소한 꿈이었거든요

    하지만 우린 미래가 없었어요
    제가 생각하기에도 여자친구가 생각하기에도 
    최근에 들어서 서로 그런 생각을 하며 만났나봐요

    그래서 서로에게 아쉬웠던 점이나 잘되기를 바라며 
    한동안 이야기를 나누었지만 우리는 결국 헤어졌어요

    출처 그저 사람이 좋아서 만났는데 또 그렇게 사람이 좋아서 반할 수 있을지
    좋아했던 모습이 겹쳐 보이면 어떡해야 할 지
    내가 다른 사람 만날 수가 있을지
    당장 나는 어떻게 잘 지내야 할 지 모르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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