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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humorbest_582041
    작성자 : 페르시안똥개
    추천 : 43
    조회수 : 5194
    IP : 112.160.***.86
    댓글 : 0개
    베스트 등록시간 : 2012/12/10 21:27:11
    원글작성시간 : 2012/12/10 02:25:37
    http://todayhumor.com/?humorbest_582041 모바일
    [법륜 스님 상담] 남녀간의 연애에 대하여

    [질문자]

    연애를 하면서 드는 복잡한 심정에 대해 여쭤보고 싶습니다. 저는 지방에 사는데, 아는 분이 서울에 사는 남자를 한 명 소개해주었습니다. 그런데 이 남자가 첫 만남부터 자기 집안 얘기며 불우했던 성장 과정, 자기의 결점까지 다 드러내놓고 얘기를 하는 겁니다. 제가 얼마나 좋으면 그런 얘기까지 할까 싶어 마음이 많이 갔습니다. 저 역시 부모님이 일찍 돌아가셔서 더 그랬던 것 같습니다. 서로 사는 곳이 멀어서 자주 못 봐도 저는 별로 불평을 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제 생일에도 못 내려온다기에 약간 섭섭하다는 얘길 했는데 그때부터 연락이 잘 안되는 겁니다. 그래서 그만 끝내자는 거냐고 메일을 보냈더니 다시 미안하다며 연락을 했습니다. 그 후로 그런 상황이 반복됐습니다. 제가 연락을 하면 안 받고, 그래서 끝내자는 거냐고 물으면 다시 연락을 주고. 그러다 마지막으로 부담스럽다는 말을 하더니 제가 서울에 올라가도 만나주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얼마 전 제게 전화를 해서 자기가 결혼을 한다는 겁니다. 그 남자 트위터에 결혼할 여자 사진까지 올려놓았더라고요. 처음엔 어떻게 나한테 이럴 수 있나 속상하고 눈물도 많이 났는데, 여전히 제 마음에 미련이 남아 있는 것 같습니다. 이 감정이 집착인지 사랑인지 미련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법륜 스님 상담]

    그 사람한테 감사 기도를 하세요. 너무너무 고맙습니다. 나를 위해서 당신이 이렇게까지 배려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왜냐하면 그 사람이 결혼한 뒤에 바람을 피우거나 결혼한 뒤에 딴살림을 차린다면 지금보다 더 충격이 크겠지요. 또 그 사람이 지금처럼 따로 애인을 두거나 결혼을 하는 중에도 나한테 계속 착실하게 연락을 할 수도 있지요. 그래도 이 사람은 일말의 양심이 있어서 고민하다가 지금과 같은 결정을 내린 겁니다.

    그 사람이 전화도 잘 안 받아주고 내가 원하는 대로 안 해줬으니까 지금 그나마 문제가 적지, 내가 해달라는 대로 다 해줬으면 지금 굉장히 복잡한 관계에 놓여 있을 겁니다. 그러니 정 떼려고 나한테 매정하게 대한 것에 대해 우선 감사하세요.

    이렇게 그 사람에 대해 좋은 이미지를 갖는 건 괜찮지만, 이미 결혼을 했다면 그에 대한 미련은 버려야 합니다. 그냥 애인으로라도 좀 지내고 싶다? 그것은 남의 가정을 파괴하는 거니까 그에 따른 과보(果報)를 받겠지요. 이 세상에 존엄한 인간으로 태어나 무엇 때문에 남을 귀찮게 하는 존재로 살려고 합니까. 그렇게 살 필요가 없지요. 여러분이 아무리 누군가를 좋아해서 뭐든 해주고 싶어 해도 그 사람이 귀찮아하면 그건 사랑이 아니라 집착입니다. 상대를 괴롭히면서 사랑이라고 생각하는 겁니다. 왜 남을 괴롭히는 데 자기 에너지를 쓰려고 합니까.

    물론 그 사람이 결혼을 했든 무엇을 했든 그 사람에 대한 좋은 인상을 버릴 필요는 없습니다. 만약 그 사람을 미워하게 되면 무엇보다 내게 상처가 돼요. 그러면 앞으로 새로운 남자를 사귀어도 자꾸 의심이 생깁니다. 남자 자체에 대한 이미지가 나빠지고, 누군가를 새로 사귈 때마다 부작용이 생깁니다. 그건 좋지 않은 일이지요. 지난 인연을 상처로 만들지 말고 사람 사귀는 연습을 했다고 생각하세요. 내가 부모님을 일찍 여의고 살다 보니 상대가 불우한 어린 시절 얘기만 해도 지나치게 감정이입이 되는구나, 항상 사물을 객관적으로 봐야 되겠구나, 하는 걸 깨우친 경험으로 삼으세요. 이번 일을 통해서 남자에 대해서도 좀 알게 되었고, 내가 얼마나 위험한 생각을 갖고 있는지도 알게 되었잖아요. 이것을 계기로 앞으로 인간관계를 어떻게 맺어나가야 되겠는지를 깨달으면 됩니다. 그걸 연습한 것 치고는 큰 피해가 없었던 셈입니다.

    그러니까 그 사람의 행위는 좋게 생각하되 정은 끊으라는 말씀입니다. 미워하면 정이 끊어질 것 같지만, 미워하면 오히려 상처가 되어 내 안에 자리 잡게 됩니다. 그래서 그 사람을 못 버리고 늘 내 안에 안고 살게 됩니다. 그것이 나 자신을 해치게 됩니다. 감사하는 마음을 갖고 좋아하면서도 집착을 끊어야 서로 자유로워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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