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들 장난감 구입하러 갔다 참변
- 5세 아들, 트라우마에 심리치료 중
- 유가족 극심한 생활고에 신음
- 불구속 상태 가해자, 욕하며 지나가 ■ 방송 : FM 98.1 (07:0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유가족 유정림씨 (부인)
약 3개월 전 일입니다. 길거리에서 침을 뱉는 고등학생들을 훈계하다가 숨진 남성을 여러분 기억하십니까? 회사원 김원석 씨는 회식을 한 후에 아들에게 장난감을 사주기 위해서 편의점에 갑니다. 거기에서 길에다 침을 뱉는 고등학생들을 발견하고 훈계를 하는데요. 그 과정에서 시비가 붙었고, 그 고등학생들에게 머리를 폭행당한 김 씨는 결국 사망하고 맙니다. 그 후 석 달이 흐른 지금, 그의 가족들이 상당히 힘든 상황에 처해있다는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일까요. 직접 연결해 보겠습니다. 고 김원석 씨의 부인 유정림 씨 연결돼 있습니다. 유정림 씨 나와 계십니까?
◆ 유정림> 네.
◇ 김현정> 남편이 그렇게 가신 후 지금 한 3개월이 흘렀는데 아직도 실감이 잘 안 나시죠?
◆ 유정림> 네. 실감이 잘 안 나고요. 아침이면 출근하는 거 같고, 퇴근시간이 돼서 집에 들어오는 것 같고...
◇ 김현정> 지금도 출근시간쯤 됐네요. 그러니까 7월 21일 자정 무렵에 5살짜리 셋째 아들 장난감을 사러 가셨어요. 어떻게 그렇게 늦은 시간에 가게 되셨어요?
◆ 유정림> 아기를 재우려고 해도 그날 따라 잠을 자지 않더라고요. 아기가 장난감을 사달라고 했었거든요.
◇ 김현정> 장난감 사달라고 떼를 썼군요. 아이들은 잠 안 자고 그럴 때 있잖아요.
◆ 유정림> 네. 그래서 할 수 없이 장난감을 사러 편의점에 나갔어요. 그런데 장난감을 고르고 나니까 돈이 조금 모자랐어요. 아기 아빠가 그러는 거예요. "내가 여기서 아기를 데리고 있을 테니까 네가 집에 빨리 가서 돈 좀 가져오라"고요. 뛰어서 집에 갔다 와보니까 아기아빠는 길바닥에 널브러져 있더라고요.
◇ 김현정> 그러니까 집에 갔다 온 그 5, 6분 사이에 벌어진 일이군요?
◆ 유정림> 네. 제가 도착했을 때 바로 119 차가 와서 "상태가 너무 위독하다고 빨리 큰 병원으로 옮겨야 된다"고 그렇게 말씀을 하셨거든요.
◇ 김현정> 거기서 8시간에 걸친 대수술을 했지만 결국은 6일 만에 돌아가신 거죠?
◆ 유정림> 네.
◇ 김현정> 최종 사인은 뭐였습니까?
◆ 유정림> 뇌출혈로 사망했습니다.
◇ 김현정> 그리고
경찰조사를 받는 과정이 이어졌을 테고요. 경찰조사에서는 5, 6분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걸로 드러났어요?
◆ 유정림> 처음에는 거기 옆 테이블에 청소년들이 침을 뱉고 욕설을 하고 있었어요.
◇ 김현정> 편의점 앞에 차려져 있는, 파라솔 있는 테이블에서요?
◆ 유정림> 네.
◇ 김현정> 욕설을 하고 침을 뱉는 청소년이 있었어요?
◆ 유정림> 아기 아빠는 봉사활동도 많이 했고요. 그런 학생들을 보면 좋은 쪽으로 많이 선도를 해 주려고 얘기를 했었대요.
◇ 김현정> 그런 학생들을 보면 그냥 지나치질 못하는 어른이었군요?
◆ 유정림> 네. 그래서 "침 좀 뱉지 말고 욕설 좀 하지 말라"고 그렇게 얘기를 했대요. 거기 청소년 애들이 좀 반항을 했던
모양이에요. 그래서 얘기를 가볍게 들었나 봐요. 걔네들이 뭐라고 하니까 멱살을 좀 잡았던 모양인가 봐요. 그런데 '어린 애가 발로 차서 애 아빠가 얼굴을 맞고 쓰러졌다'고 하더라고요.
◇ 김현정> 결국 정리를 좀 하자면 침 뱉지 말고 욕설하지 말라고 훈계를 하다가 그게 싸움으로 번져서 뇌출혈로 뇌를 다쳐 사망을 하신 거군요?
◆ 유정림> 네.
◇ 김현정> 그러면 그 과정을 5살짜리 막내아들은 다 보고 있었다는 얘기네요?
◆ 유정림> 아빠 사고를 처음부터 끝까지 다 본 터라 저희 아기가 충격을 너무 많이 받았어요. 그래서 지금 주민
센터의 도움을 받아서 놀이치료를 받고 있거든요.
◇ 김현정> 심리치료를 받아야할 정도로 지금 아이가 안 좋은 증상들을 보이고 있단 말씀이에요?
◆ 유정림> 퇴행이 와서. 많이 불안해하고요. 길을 나가 봐도 중, 고등학생들이 무리지어 다니는 것만 보면 눈물부터 터트려버리고요. "이 세상에서 구급차하고 경찰차 없었으면 좋겠다"는
소리도 하고요.
◇ 김현정> 상당히 지금 트라우마가 심하다는 이야기인데, 아이만 그렇겠습니까? 5살짜리 아이뿐만 아니라 가족들이 전체적으로 힘든 상황이라고 들었는데요. 석 달 동안 어떤 상황인 거예요?
◆ 유정림> 지금 생활고로 힘들고요. 공과금 같은 것도 밀려서 도시
가스도 지금 끊겨 있는 상태고요. 아기 아빠 사건이 어느 정도 마무리돼야 저도 일자리를 마음 놓고 잡아서 손에 잡힐 것 같은데..
◇ 김현정> 일자리도 지금 구하지 못한 상황이군요. 아이가 몇 명이세요?
◆ 유정림> 지금 남자 아이만 3명이거든요. 13살짜리하고 10살하고 만으로 5살짜리요.
◇ 김현정> 그렇게 세 아이들.. 시어머님도 모시고 있다고 들었는데요.
◆ 유정림> 네.
◇ 김현정> 그러면 그 다섯 가족이 갑자기 아버지 잃고, 그야말로 허허벌판에 그냥 놓인 셈이네요?
◆ 유정림> 네. 아기아빠가 혼자 벌어서 생활하다가... 저희끼리 너무 막막하거든요.
◇ 김현정> 보통 이런 경우는 형사처벌은 처벌대로 받고, 민사상으로 또 뭔가 합의금 같은 게 좀 나오지 않습니까, 보상금이라고 할까요?
◆ 유정림> 그런데 지금 처음에는 가해자 쪽에서 "병원비든, 장례비든, 안치료든, 합의금이든. 돈이 없으면 다 빚을 내서라도 해 주겠다"고 말을 하더니.. 처음에는 그렇게 세게 얘기하더니 이제 아기 아빠가 죽고 나니까 전화도 없고 아무도 찾아보지도 않고요. 이제 검찰로 송치가 되면서 검찰에서는 조사를 받았어요. 조사를 받고 나서 그때부터 전화가 조금 오다가 가해자 이모라는 사람이 문자를 보낸 게 '한창 클 아이고 불쌍한 아이니까 한 번만 용서해달라'고 그렇게 문자가 오고요.
◇ 김현정> 청소년이니까 한번 선처해 주십시오 라는 문자가 왔어요?
◆ 유정림> 그런데 그 문자를 보는 순간 너무 어이가 없는 거예요. 한 집안의 가장을 그렇게 숨지게 해 놓고선 어떻게 그런 말을 할 수가 있는지...
◇ 김현정> 그러고 나서는 다시 찾아온다든지, 뭔가 어떻게 해서 합의를 해 주게 되신 거예요?
◆ 유정림> 합의는 지금 돼 있는 게 하나도 없고요. 지금 병원비하고 안치료까지만 그거를 계산해 주고요. 합의도 안 됐고요. 아무 것도 지금... 연락도 안 오고, 합의금도 지금 해결된 게 없거든요.
◇ 김현정> 그 청소년들은 그럼 어떤 처벌을 받았나요?
◆ 유정림> 지금 다 불구속기소가 됐고요.
◇ 김현정> 불구속기소. 청소년이라서 그런가요?
◆ 유정림> 청소년
보호법이 생긴 것도 저는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하거든요. 한 집안의 가장을 그렇게 무참히 살해하고도 길거리에서 아무런 죄책감 없이 다닌다는 것도 제가 생각하기에는 그게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하거든요.
◇ 김현정> 그러면 같은 동네니까 오다 가다가 그 학생들하고도 만날 수도 있겠네요?
◆ 유정림> 아이들이 갑갑하다고 마지막으로 갔던 곳을 한번 나가보자고 하면 20살짜리하고 맞닥뜨려요.
◇ 김현정> 폭행 가해자들과 만나는 일이 정말로 있으시군요?
◆ 유정림> 맞닥뜨려서 막내는 그 아이를 보면 너무 무서워서 웅크려들고, 구석으로 숨어버리고요. 가해자가 우리를 보면 비웃고 지나가고, 애인하고 지나가면서 저한테 심한 욕설을 하더라고요.
◇ 김현정> 지금 방송으로 말하기가 곤란할 정도로 심한 욕설입니까?
◆ 유정림> 네.
◇ 김현정> 지금 가해자들 처벌 상황은 그렇고. 남겨진 유가족 5명은 갑자기 아버지를 잃고 허허벌판에 놓인 상황입니다. 제일 힘든 점은 뭡니까?
◆ 유정림> 생활고하고, 공과금 밀린 거 하고...
◇ 김현정> 공과금이 얼마나 밀렸어요?
◆ 유정림> 지금
도시가스비가 많이 밀린 상태거든요.
◇ 김현정> 몇 달치나 밀렸어요?
◆ 유정림> 4개월에서.. 그 정도될 거예요.
◇ 김현정> 원래 생활이 넉넉하지 않은 편이셨죠?
◆ 유정림> 아기 아빠가 살아 있었을 때도 혼자 벌어서 생활을 하다보니까 생활이 그렇게 넉넉하진 않았거든요.
◇ 김현정> 아이들 먹을 거는 잘 챙겨주십니까?
◆ 유정림> 지금은 챙겨주지도 못하고요. 반찬 같은 것도 그냥
김치 한 가지에다가... 지금 그렇게 먹이고 있는 상태고요.
◇ 김현정> 고등학생에게 훈계를 하다가 사망한 고 김원석 씨의 유가족. 그 사정이 너무나 딱합니다. 지금까지 방치돼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도대체 어떤 상황인가, 여러분들께 전해 드려야겠다 싶어서 이렇게 아침에 어렵게 연결을 했습니다. 유정림 씨 힘내시고요.
◆ 유정림> 네.
◇ 김현정> 어려운 가운데 인터뷰 응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도움주실 분(후원 계좌) : 새마을금고 9002-1288-3828-3 예금주-유정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