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는 아는게 많고 똑똑한 아이에요. 그러니 모르는 이야기를 하더라도 괴짜처럼 여기지 마시고 아는게 많다고 칭찬해주세요. 그럼 S는 신나서 더 많이 말하게 될거고 당신은 S의 들뜬 목소리를 계속 들을 수 있을 거에요. 혹시 당신이 잘 아는 이야기가 나왔다고 너무 깊게 물어보진 마세요. 다이제스트 판을 주로 봐서 너무 파고들면 잘 모르는 내용이 있을 수도 있어요. S는 소녀감성이라 그것도 모르냐고 놀리면 상처를 받아요.
식당을 가기 전엔 꼭 어떤 메뉴가 나오는 곳인지 말해주세요. 보기보다 못먹는게 많아서 밑반찬으로 나온 계란만 집어먹을 수도 있으니까요. 특히 매운건 피해주세요. 조금 얼큰하다고 생각되는 거라도 한 입 먹이면 물을 두 컵 연속으로 들이키며 찡끄릴 거에요.
S는 스릴러나 액션을 좋아해요. 로맨틱한 분위기를 잡겠다고 멜로영화를 선택하면 억지로 보긴 하겠지만 영화관을 나오면서 이해 안되는 부분들만 줄창 들어야 할지도 몰라요. S는 심야영화를 좋아해요. 싸고 사람이 적단 이유로 심야를 보자고 말을 꺼내겠지만 그건 혼자 영화보러 다니던 버릇 때문에 그런거니까 오해하진 마세요. 늦은 시간에 영화보자는게 꼭 응큼한 의미로 하는 말은 아니니까요.
별것 아닌 거라도 같이 해주세요. S는 오랫동안 혼자로 지내와서 해보고 싶은게 많아요. 손잡고 길 걷기에도 이런거 꼭 해보고 싶었다고 환하게 웃는 아이에요. 비록 짧게 근교에 놀러 나간적은 있지만 걱정하진 마세요. 자고 온 건 아니니까요. 아직 놀이동산도 못갔고 같이 커플룩을 사보지도 못했고 눈썰매도 못탔어요. 그러니까 이제부터 당신과 하는 일들이 S에게는 소중한 첫 기억들이 될거에요. 그러니 당신이 이미 해본 일이라도 부디 처음하는 일처럼 함께 설레고 행복한 순간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해주세요.
어떤 순간이든 이전 연애의 추억담은 잠시 접어두세요. 27살까지 혼자였던 사람이 나말고 또 있겠냐며 무덤덤하게 말하겠지만 은근히 신경쓰고 있을 거에요. 특히 모솔이란 말을 제일 싫어해요. 그러니 혼자였던 시간이나 그 기억들을 자꾸 끄집어내면 상처를 받을 거에요. 충분히 아름다운 아이지만 모솔 이야기만 나오면 자기가 그렇게 매력이 없냐고 자괴감에 빠져요. 비록 저는 그래 너 못쉥겼다고 놀렸지만 실은 안경을 쓴 얼굴도 벗은 얼굴도 귀엽기만 한데 본인은 그걸 잘 모르는 것 같아요. 그러니 당신은 저처럼 놀리지 말고 항상 이쁘다 귀엽다 매력있다고 귀가 따갑도록 이야기해주세요. 그 아이가 스스로를 온전히 사랑할 수 있도록.
S야, 언젠가 내가 보내줬던 글 중에 그런 말이 있었지. 사람은 이리저리 커팅된 다이아몬드와 같아서 어느 방향에서 보는가에 따라 빛이 다르게 느껴진다고. 그래서 내가 모르는 매력을 다른 사람이 발견하는건 당연하다고 말이야. 너는 다이아몬드같은 아이야. 네가 니 단점이라고 말한 것중에 정말 단점인건 없었어. 그러니 자신감을 가져.
오유 아이디 만들었다고 했을때 가르쳐달라 그랬지? 이게 내 아이디야. 나만 네 아이디 알고 있는건 아닌거 같아서. 아마 넌 이 글 제목만 보고 “더러운 커플들”이라며 지나칠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혹시 만약 네가 이 글을 본다면 나한테 카톡 한번만 보내볼래? 너만 괜찮으면 같이 눈썰매 타러가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