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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starcraft2_58148
    작성자 : VKRKO
    추천 : 10
    조회수 : 1396
    IP : 110.8.***.183
    댓글 : 17개
    등록시간 : 2016/04/02 13:42:05
    http://todayhumor.com/?starcraft2_58148 모바일
    [스타2] 두 개의 길, 남은 것은 영광 뿐
    옵션
    • 창작글


    박령우가 처음 올라선 길은 가시밭길이었다.

    2012년 GSTL에서 장민철을 잡아내며 화려하게 데뷔했지만, 그의 소속팀이었던 SlayerS는 얼마 지나지 않아 붕괴했다.
    스스로의 이름을 걸고 새로운 제국을 꿈꿨던 황제는, 다시 자신이 세웠던 옛 제국으로 돌아가야만 했다.
    박령우는 황제와 함께 제국의 땅에 들어섰다.
    하지만 거기 그의 자리는 없었다.

    2013년 내내, 박령우라는 이름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WCS Korea 시즌 1 48강 탈락.
    박령우가 마주한 냉혹한 현실이었다.





    김대엽이 처음 올라선 길은 평탄한 대로였다.

    2008년 드래프트를 통해 KTF 매직엔스에 입단한 후, 김대엽은 09-10 시즌부터 팀의 주축 프로토스로 자리잡는다.
    kt 롤스터의 전력은 이영호 뿐이라는 조롱을 들을 때, kt 팬들이 가장 믿고 내세울 수 있는 선수가 바로 김대엽이었다.
    10-11 시즌에는 48승을 거두며 프로리그 다승 4위에 올랐고, 명실상부 최강의 프로토스 중 한 명으로 올라설 수 있었다.

    허나 이영호의 시대, 김대엽은 철저한 조력자일 수 밖에 없었다.
    프로토스에서는 김택용, kt 롤스터에서는 이영호라는 큰산들에 가려 김대엽은 빛을 보지 못했다.
    09-10 시즌과 10-11시즌, kt는 오랜 염원 끝에 2연속 프로리그 우승을 달성했지만 스포트라이트는 김대엽에게 향하지 않았다.
    프로리그에서 보여준 강력한 모습과 달리, 개인리그에서 별다른 성적을 거두지 못하며 김대엽은 회사원, 투명이라는 별명까지 얻게 된다.





    박령우가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한 것은 2014년이었다.

    프로리그에서 6승 3패를 기록하며 김민철과 어윤수를 뒷받침하는 역할을 맡았고, GSL에서는 생애 첫 코드 S 또한 이루어냈다.
    시동이 걸리자 약진은 시간문제였다.
    2015년, 박령우는 프로리그에서 17승 12패를 기록하며 SKT T1의 대들보 중 하나로 우뚝 섰다.
    첫 시즌부터 GSL과 스타리그에서 모두 16강에 진출하며, 밝은 미래만이 보이는 듯 했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박령우는 GSL에서는 문성원과 하재상에게, 스타리그에서는 조중혁과 조성주에게 연이어 패배하며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그 해, 박령우는 프리미어급 대회에서 16강의 벽을 넘지 못했고, KeSPA컵에서는 연달아 준우승에 머물러야만 했다.
    화려하지만 실속이 없는.
    박령우의 2015년은 그렇게 마무리 됐다.





    김대엽은 스타크래프트 2 전환 이후에도, 그 누구보다 꾸준한 성적을 냈다.

    병행으로 치뤄진 11-12 시즌부터, 매 시즌 10승 이상을 기록하며 여전히 kt 프로토스 에이스의 자존심을 지켜나갔다.
    그간 연이 닿지 않았던 개인리그에서도 2015 스타리그 시즌 1과 시즌 2, 연달아 4강에 진출해내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시즌 1에서는 조성주에게, 시즌 2에서는 김도우에게.
    김대엽은 무너졌다.
    더욱 비참한 것은, 김대엽을 잡아낸 선수는 모두 우승했다는 것이었다.
    눈앞까지 다가온 결승과 우승이, 거품처럼 사라지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이제, 두 선수가 걸어온 서로 다른 두 개의 길이 마주친다.
    황제가 키우고 괴물이 빚어낸, 제국의 유산 박령우.
    그 누구보다도 꾸준히, 팀의 운명을 등에 짊어져 온 김대엽.





    스스로의 뱃지 문양처럼, 결승까지 올라오는 동안 박령우가 보여준 모습은 군단 그 자체였다.
    강민수에게 2패를 내주기는 했지만, 그 누구보다도 압도적인 성적을 거두며 상대를 파괴해 온 끝에 이제 남은 것은 결승 뿐.
    다시 한 번 다가온 결승 문턱을 이제는 넘어야 한다.
    상대는 이미 한 번 무너트렸던 김대엽.
    결승전 무대인 세종대학교 대양홀은 15년 전, 임요환이 장진남을 꺾고 첫 스타리그 우승을 거두며 황제의 길로 나아간 제국의 성지다.

    황제의 마지막 유산, 박령우는 15년 전 그가 그랬듯, 제위에 오를 수 있을 것인가.




    2008년 데뷔한 이후 8년이라는 인고의 세월.
    김대엽은 누구보다도 노력했고, 누구보다도 꾸준했다.
    뼈아프게 4강에서 무너진 지난 2번의 실수를 딛고, 김대엽은 이제 결승에 올라왔다.
    상대는 이미 자신을 무너트렸던 박령우.
    kt의 주장이라는 책임감을 등에 걸고, 자신의 자존심을 걸고, SKT T1의 저그 에이스에게 복수해야한다.
    생애 첫, 그리고 어쩌면 다시는 오지 않을지도 모르는 스포트라이트가 김대엽에게 내리쬐고 있다.

    과연 김대엽은 가장 찬란하게 빛날 수 있을까.





    SKT T1의 신예, 황제의 마지막 유산, 그리고 가장 압도적인 저그.
    kt 롤스터의 주장, 8년만에 결승 문턱을 밟은 베테랑, 그리고 가장 꾸준했던 프로토스.

    두 길은 이제 마주쳤다.
    남은 것은 이제 영광 뿐.

    하지만 그것을 손에 쥘 수 있는 자는 단 한명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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