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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movie_58077
    작성자 : 아쿠에코히아
    추천 : 5
    조회수 : 1450
    IP : 203.252.***.142
    댓글 : 3개
    등록시간 : 2016/05/30 04:22:36
    http://todayhumor.com/?movie_58077 모바일
    기독교적 관점에서 본 영화 곡성 리뷰


    "...인간의 일방적인 절교 선언에 의해 인간이 하나님과 분리됩니다. 자연이 인간과 분리되고 인간이 인간과 분리됩니다. 나는 이 사건을 그들의 삶을 위해 모든 조건을 부여해준 신을 향한 '인간의 폭력'이라고 부릅니다. 이 사건의 결과로 인간에게 주어진, 혹은 인간이 얻어낸 선악에 대한 지식은 죽음을 전제로 한 것이기에 하나의 형벌입니다. 나치에 의해 교수형을 당한 한 젊은 신학자의 표현대로 하면, 이 죽음은 이제 생명을 은사가 아니라 계율로 가지는 것을 의미합니다. 삶은 누리는 것이 아니라 감당해야 하는 것이 됩니다. 노동해야 하고 아파야 하고 미워해야 하고 싸워야 하고 죽어야 합니다. 신은 은혜 배풀기를 좋아하지만 항상 그런 것은 아닙니다. 신의 은혜는 관계 안에 있습니다. 관계 안에 있을 때에 한없이 자비롭지만 관계 밖으로 나가면 다른 쪽 얼굴을 보여줍니다..." 
    -"이승우, 에릭직톤의 초상 中"


    얼마전 고양이가 무지개 다리를 건넜다. 동물은 영혼이 없다지만, 그래서 천국에 가지 않는다고 하지만, 저 세상에 사랑하던 동물을 위한 자리가 없다는 건 너무 슬픈 일이기에 반려동물이 죽으면 무지개 너머에 간다고 사람들은 말한다. 
    죽음은 갑작스러웠다. 
    잘놀고 잘먹고 내 팔에 기대 잠을 자다가 뭐에 놀란듯 펄쩍 뛰더니 그대로 숨이 멎었다. 고양이가 공중에 머물던 그 짧은 시간, 나와 고양이는 눈이 마주쳤다. 영문을 모르겠다는 눈빛, 다음 순간, 공포로 확장되던 동공, 그 순간만큼은 시간이 느리게 흘러간듯 나는 고양이가 죽어가는 순간을 천천히 재생되는 화면처럼 목격했다. 
    허망했다. 이유도 모른채 이토록 생명이 쉽게 사라지는 거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펫로스증후군이라던가, 그 이후 나는 잠을 제대로 자지 못했다. 다른 곳에서는 피곤에 밀려 잠들 수 있었지만, 고양이와 함께 생활하던 내 자취방에선 도무지 잠들 수가 없었다. 환청처럼 고양이가 밥달라고 조르는 소리가 머리속에서 울렸다. 

    불면의 밤을 보내며 계속 드는 생각이 있었다. 고작 3년을 같이 산 반려동물이 죽었을 뿐인데 이렇게 슬프다면, 내 가족이 죽을때 나는 어떤 감정이 들까. 
    누구 하나 예외없이 모든 살아있는 것은 죽기마련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사랑하는 이의 죽음을 당연하게 받아드릴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왜 우리는 고통받아야하나. 죄를 짓고 사형을 선고받은 사형수처럼 우리 모두는 죽음을 기다린다. 선하든 악하든 죽음은 예고없이 찾아온다. 죽음 뿐이라면 차라리 낫다. 이 세상에 존재하게 된 이상 우리는 이유도 모른채 고통받는 피해자이다. 

    기독교의 선한 신에 의해 창조된 세상에 고통이 존재하는 문제는 사실 앞의 인용문에서 알 수 있듯이 기독교 세계관에서는 명쾌하다. 수 천년을 이어온 신학은 신을 위한 논리적 대답을 이미 다 마련해두었다. 
    지진과 같은 자연재해로 수만명이 죽으면 그 지역 사람들이 신을 믿지 않았기 때문이 아니다. 그러한 일이 일어난 것은 원죄로 타락한 인류 전체를 구원하기 위한 하나님의 경륜과 섭리로 일어나는 것이다. 우리가 이해 할 수 없는 선한 의지가 이 세상 모든 일의 배경에 있다. 그러나 그럼에도 고통과 죽음의 원인은 원죄에 있는 것이지 하나님으로 부터 유래한 것이 아니다.


    집어치우라. 
    우리는 그것을 '소문으로 들었을 뿐'이다. 
    수천년 전부터 내려왔다는 성경대로라고? 신의 영감을 받아 인간이 썼는지도 모른다는 그 '소문'을 믿기보단 내 눈에 보이는 이 현실을 믿겠다.
    '독 있는 것'이 이 모든 것의 원인이라는 말은, 또 그 '독이 우리의 피속에 가득하다는 말'은 우린 그저 소문으로 들었다. '권위자들로부터 또 배웠다는 학자들로부터' 우리는 들었다. 하지만 그게 무슨 소용인가. 정작 그 권위자들과 학자들은 이 '질병'을 치료하지도 못하지 않는가.
     
    우리는 또 다른 소문을 들었다.
    우리가 사는 이곳에 '우리와 닮은 외지인'이 이 곳에 왔다고,.. 우리는 그를 '의심'했다.
    그가 하는일이라곤 '물고기를 낚는' 일 뿐이었지만, 소문에 '처녀를 임신'시켰다고 했다.
    '제사로 질병을 쫓는 자'는 그가 '육체를 가진 사람이지만 사실 사람이 아니라고' 했다.
    그가 사람을 죽이거나 해하는 것을 본 이는 아무도 없었다. 그러나 우리는 '꿈 속'에 나타나 '피를 마시는 그 자'를 의심했다. 그를 찾아갔고, 피해자들의 사진을 두고 '기도'하는 장소를 찾아내었다. '사악해 보이는 상징'들을 보고 우리는 이 모든 일이 그가 이 곳에 있기 때문이라 확신했다.
    그는 닭을 사들여 '희생제물'을 사용한 의식을 하였다. 
    그는 질병에 걸려 '죽은자를 다시 살렸다.' 
    그는 다시 산자와 싸우는 우리를 슬프게 바라보았다.
    우리는 그를 죽이기 위해 추격하였고 그는 '동산아래 엎드려 슬피 울었다.'
    그러나 '비 오는 날' 마치 허락된듯이 '우리 앞에 그가 무력하게 나타났다.'
    우리는 '저항조차 하지 않는 그'를 죽였다.

    우리는 그를 죽였다.
    그러나 그는 '3일 뒤에 떠나라' 는 말을 무시하듯 살아돌아왔다.
    '질병'은 그가 '보이지 않게 된 뒤'에도 계속되었다.
    '죄가 없어보이는 어린 것'에게도 질병의 증상이 나타났다.
    '가족이 가족을 죽이는 이 질병'을 '우리를 돌로 칠 수 있는 죄 없는 자'는 '(너의 죄라고 하지 않고)우리들의 아비의 죄'때문이라고 했다. 
    또 '죄 없는 자를 의심하고 죽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우리가 '구원'받기 위해서는 믿어야 한다고 했다. 그러나 '닭이 세 번 울기 전' 믿음을 저버릴 수 밖에 없었다.
    '금어초'라는 꽃이 우리의 구원을 위해 계획되어 놓여져 있던 것을 우리는 알지 못했다. 
    '물고기를 닮은 이 꽃은 그러나 시들면 죽음의 형상'을 가진다. 마치 피해자인줄로만 알았던 우리가 '약속'을 어긴 결과로 '죄의 삯'이 나타났다는 징표처럼..

    아 그러나 우리는 모든 일에서 인과관계를 찾는 자들이 아닌가, 우리는 '스스로 선악을 구별하기 위해 우리의 무지로부터 인과를 찾는 자'들이 아닌가. 
    '흠모할만한 외양'을 가지지 않고 우리를 '현혹'한자가 대체 누구란 말인가.
    우리는 당신을 원망한다. 
    우리는 여전히 절대적이고 초월적인 힘을 지닌 '세명의 존재들의 정체'를 알지 못한다.
    또한 우리가 믿었을 때 질병이 낫는지 우리는 아직 알지 못한다. 시험과 의심은 반복될 것이다.

    영화는 끝이났다.
    그러나 우리 중 유일하게 '더듬더듬 당신의 언어'를 할 줄 알던 이는 숨어있는 당신을 찾아갔다.
    당신의 정체가 대체 무엇이냐고.. 우리는 당신을 악마로 볼 수 밖에 없다고... 실재하긴 하냐고...
    악마의 형상을 보여주며 당신을 말한다.
    '나는 나다'



    영화 곡성에 대한 기독교적 리뷰를 한김에 글 서두에 첨부한 기독교식 곡소리를 듣도록 하자.

     - "Requiem in D minor k.626 - Offertorium : Domine Jesu, Mozart"

    "Domine Jesu Christe! Rex gloriae!
    주 예수 그리스도여! 영광의 왕이여!
    Libera animas omnium fidelium
    구원하소서, 모든 죽은 신실한 영혼들을
    defunctorum de poenis inferni et de profundo lacu!
    저세상의 고통으로부터, 저 심연의 곳으로부터!
    Libera eas de ore leonis,
    구원하소서, 사자의 아귀에서.
    ne absorbeat eas tartarus,
    지옥이 저들을 삼키지 못하게 하소서,
    ne cadant in obscurum:
    어둠 속에 빠지지 않게 하소서:
    sed signifer sanctus Michael repraesentet eas in lucem sanctam,
    인도자 성 미카엘로 하여 저들을 거룩한 빛 속으로 이끌게 하소서.
    quam olim Abrahae promisisti, et semini ejus.
    그 옛날 아브라함과 그의 자손에게 약속하셨던 [그 빛 속으로.]"

    신을 위한 음악은 대개 장조로 작곡한다. 
    처열하고 웅장한 라단조의 레퀴엠은 그래서 차라리 인간을 위로하기 위한 곡일 것이다.

    자.. 절대적인 신이 정말 존재한다면 원망한들 뭐하겠나, 간청을 드릴 수밖에. 
    다만, 우리를 '현혹'하여 시험에 들게 하지 마옵소서....


    덧. 
    최대한 스포일러를 피하고자 직접적인 영화의 스토리에 대한 설명을 배제하였습니다. 
    다만, 작은따옴표 안에 있는 단어나 문장은 영화에서 나온 상징을 직접적 인용 또는 재서술 한 것입니다.
    기독교에 대한 반감이 있으신 분들이 있겠지만,... 그러려니 하시고 이렇게도 해석이 가능 할 수 있구나 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출처 Requiem 가사 번역 : http://www.gosinga.net/archives/1117
    youtube 영상 : http://www.youtube.com/watch?v=BAduxnuqKEQ
    (인터뷰)'곡성' 나홍진 감독 "신이시여, 컴백하소서" : http://www.newstomato.com/readNews.aspx?no=655524
    아쿠에코히아의 꼬릿말입니다
    진실을 찾으려 할 때는 예기치 못한 것에 대비할지니, 
    이는 진실을 찾기 어렵고 진실을 찾으면 당황하기 때문이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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