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전 여름, 지금과 같이 엄청 무더웠던 날이였습니다.
고3이였던 저는 온 가족이 휴가를 떠나던 때 공부한단 핑계를 대고 혼자 집에 남아
오늘 하루만 놀아야지~ 하는 심정으로 밤새 컴퓨터를 하고 있었습니다.
날이 무척 더웠던 터라, 에어컨은 쫌만 키라는 부모님의 말을 무시하고
에어컨을 빵빵하게 틀어 놓았었죠,
그렇게 컴퓨터를 하다가 보니 슬슬 몸이 으슬으슬해 지는 기분을 느꼈고
에어컨을 너무 오래 켰단 생각이 들어 에어컨을 끄고
다시 자리를 잡았습니다.
그런데 정말 더웠던 날씨였던 터라 금새 또 집안이 후끈후끈 해 지더군요..
새벽 2시를 넘긴 시간임에 불구하고 너무 더워
에어컨을 다시 킬까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낮부터 너무 오래 켜놨단 생각이 들어
관뒀습니다..
그때 당시 방에 있던 창문은 방충망이 튿어져 굳게 닫아놔 컴퓨터가 있는 제 방은
찜질방인 마냥 후끈후끈 달아올랐고, 결국 더위에 지친 나머지
모기가 들어오건 곱등이가 들어오건 그냥 창문을 열자고 마음을 먹었습니다.
그렇게 성큼 성큼 창문으로 다가가 망설임 없이 창문을 활짝 여는 순간
저는 그대로 몸이 굳어 버렸습니다.
사람이 너무 놀라면 아무 소리도 나오지 않고 몸이 굳는 다는대 사실이였나 봅니다.
1층이였던 저희집은 제 방 창문을 통해 밖을 보면 완만한 오르막길 하나가 보입니다.
1층이라 그런지 제 방 창문을 통해 이 길을 보면 지나가는 사람이 코앞에 있는 것 처럼 보이고
평범한 대화소리도 약간 과장하면 바로 옆에서 듣는 양 귓속에 쏙쏙 들어올 정도였죠..
여튼 창문을 딱 여는 순간 그 오르막길 위에
어떤 한 여인이 서 있었습니다.
옷차림은 무속인들이 굿을 할때 입는 색깔이 화려하고 희안한 한복을 입고 있었고
얼굴은 분장을 한건지 매우 창백하고 새하얀 모습이였습니다.
머리카락은 폭탄을 맞은 마냥 아무렇게나 흐트러져 어깨까지 내려와 있었는데,
무엇보다 가장 무서웠던건 눈이였습니다.
화장을 잘해서 그랬던건지 정말 태어나서 그렇게 크고 무서운 눈빛은 처음이였습니다.
창밖에서 서있던 그여자, 창문을 여는 순간....
정말 어떻게 눈길을 피할틈 없이 확 눈이 마주쳐 버렸습니다.
정말 그 때는 모든 장기가 떨어져 나가는 느낌과 함께 온몸에 소름이 돋았고
그대로 몸이 굳더군요,
그렇게 몇 년 같던 몇 초 동안 눈을 마주치다가 정신을 차린 저는
그대로 소리를 지르면서 거실로 도망가 tv를 키고 이불을 덮었습니다.
와 그렇게 더웠던게 쏵하고 사라지면서 온몸에 소름이 자꾸자꾸 돋는게 그렇게 공포에 떨었던건 처음이였습니다.
그렇게 놀란 가슴 진정 시키고 점점 마음이 가라 앉으니
새하얗던 머릿속이 점점 생각들로 채워지면서
이런저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처음엔 귀신이라고 확신하고 '귀신이다'라고 단정 짓고 있었지만
너무 선명한 모습이나 그래도 뭔가 이질적이진 않았던 분위기가
그냥 미친 여자인지 아니면 옷차림을 보아 무속인인지 하는
그 존재의 대한 정체가 궁금했지만
무엇보다도 가장 궁금하고 소름끼쳤던건 그런 모습을 한 여자가
왜 새벽 2시가 넘은 시간에 우리집을 창밖에서 쳐다보고 있었냐는 것이였습니다.
그렇게 온갖 생각을 하다 문득 떠올랐습니다.
창문... 너무 놀란 나머지 활짝 열어둔 창문을 닫지 않은게 생각났습니다.
아까 말씀 드렸다 시피 방충망은 뜯어져 없었고 1층이란 높이라 맘만 먹으면
너무도 쉽게 창문을 통해 집안으로 들어올 수 있었습니다.
공포에 질리면 정말 온갖 상상이 다 들더군요.
그여자가 창문을 통해 들어오면 어떡하지?
이미 들어와서 내가 방에 들어오길 기다리고 있음 어떡하지?
창문은 닫아야 겠는대 왠지 제방에 들어가면 못볼꼴 당할꺼 같은 기분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었습니다.
특히 하필 제가 혼자 있는 때에 이런일이 발생했다 생각하니,
혹시 내가 혼자있는걸 알고 왔는지 정말 큰일이라도 나는건 아닌지 하는 생각에
공구통에서 망치를 가지고와 손에 꽉쥐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시간이 가는둥 마는둥 애써 웃긴 프로그램을 찾으며
tv를 보고 있었지만 신경은 온통 제 방쪽으로 향해
누구라도 튀어나오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잠도 오지 않았고
눈만 말똥 말똥 뜬채 밤을 지새우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때, 후두두둑~ 후두두둑~ 하는 이상한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깜짝놀란 저는 tv 볼륨을 낮추고 귀를 기울여 보니 분명 제 방쪽에서
들리는 소리였습니다....
후두두둑~ 후두두둑~
마치 무언가 쏟아지는 듯한 소리, 작은 알갱이들을
땅 바닦에 뿌리는 듯한 소리였습니다.
정말 도저히 안되겠단 생각이 들었던 저는
누군가에게 도움을 청해야 겠단 생각이 들었고 곧바로 같은 동네에 사시는
큰아버지가 떠올랐습니다.
아버지가 옛날에 쓰시던 핸드폰을 찾아 전화번호부를 뒤져
큰아버지 번호를 찾은 다음 곧바로 저희 집전화로 전화를 걸었습니다.
정말 10번넘게 전화를 걸었었나, 드디어 짜증 섞인 목소리로 누구세요?
하는 큰엄마의 목소리가 들리더군요.
저는 정말 구세주라도 만난 모양 거의 울다시피 하는 목소리로
지금 우리집에 무슨일 난것 같다고, 혼자있는대 큰일 날꺼 같다면서
저희집으로 빨리 와달라고 새벽 4시가 다되가던 때에
크나큰 민폐를 끼쳤습니다 ...
큰엄마는 제가 그러니 잠에서 확 깨셨는지 진정하라고 바로 가겠다고 조심히 있으라고 하더군요..
전화를 끊고 10여분이 지났을까, 문두들기는 소리와 함께
제 이름을 부르는 큰아버지 목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정말 그때만큼 기뻣던 순간도 없었던것 같습니다.
저는 곧바로 문을 열어드렸고, 막 잠에서 깨신 모습으로 큰엄마와 큰아버지가
많이 놀란 얼굴로 들어오시더군요,
무슨일이라고 물으시는 두분께 여태 있던일을 대충 설명해 드리니,
곧바로 큰아버지가 제 방쪽으로 향하셨습니다.
큰엄마와 저는 약간 겁에질려 뒤에서 큰아버지가 방에 들어가시는걸 보고 있었는데,
방에 들어가신 큰아버지가 갑자기 워헉! 하는 소리를 지르시면서 뒤로 몇 발자국 물러나셨습니다.
그러더니 저를보고 "저 여자냐??" 하고 물으시더군요..
큰엄마와 큰아버지가 계셔서 용기가 났던터라, 전 조심히 방에 들어가 창밖을 봤죠...
정말 깜짝놀랐습니다..
그여자 아직도 창밖에서 제방을 노려보고 있는것 아닙니까?
정말 놀랬지만 한편으로 안심이 된게 일단 귀신은 아니라는 확신이 들었었습니다.
큰아버지는 다시 창문쪽으로가 그여자에게 당신 뭐요? 하면서 큰소리로 물었고
그여자는 말없이 제 큰아버지를 노려보고 있었습니다.
큰아버지는 약간 움찔하시는것 같았지만 계속해서 남의 집앞에서 지금 뭐하는 짓이야?
뭐하는 짓인대? 하면서 나중엔 신고한단 협박까지 하며 여자를 몰아세웠습니다.
그렇게 2~3분정도 그랬을까, 갑자기 그여자가
입을 열었습니다.
"도와줘도 지랄이야"
그러더니 훽하니 돌아서 가더군요..
정말 황당하고 어이가 없어서 돌아서 가는 그여자의 모습을 멍하니 쳐다보고 있었습니다.
다음 장면을 보고 그땐 아니였지만 그 뒤로 이일을 생각 할 때마다 자꾸 웃음이 나왔습니다 ㅋㅋ
그렇게 훽 돌아서 가던 여자가 근처에 서있던 스쿠터에 타더니 자연스럽게
시동을 걸고 웽~~~ 하는 스쿠터 소리와 함께 멀리 사라지더군요...ㅡㅡㅋㅋ
저게 무슨 조화지..하는 생각과 함께 그여자가 멀리 사라지니
그때 제방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새하얀 가루가 여기저기 떨어져 있었고
큰아버지께서 "이거 소금 아니냐??" 하는 소리에
저는 살짝 주워서 맛을 보았습니다..
역시 소금이더군요.. 아까 들리던 후두둑 후두둑 소리의 정체는
그 여자가 창밖에서 던지는 소금이 떨어지는 소리였던 것입니다.
그렇게 그여자는 사라졌고 저희 셋은 이게 과연 뭔일일까..
하는 궁금증에 날이 새도록 이야기를 하며 여러 추측을 냈지만
결론은 내기 힘들었죠...
여튼 그렇게 2달정도가 흘렀고 그일이 차차 머릿속에서 잊혀질때쯤
저희 어머니가 동창회에 다녀오시더니 제게 이야기를 해주었습니다.
"엄마 친구 중에 무당일 하는애 있거든? 오늘 동창회에 걔가 나왔길래
니 저번에 있었던 그 일 있잖아, 그 이야기 해주니깐 글쎄 걔가
갑자기 눈 빛이 확 변하면서 하는말이...."
그 다음 어머니가 한 말을 듣고 온몸에 소름이 쫙 돋더군요.
"니 아들 그 여자 아니였으면 죽었어 "
그 무당 친구가 하는 말이
항상 주변에는 가지 각색의 귀신들이 자리 잡고 있고
서성거리면서 돌아다니지만, 거의 95%는 사람한테
해를 끼치지 않지만
나머지 5%중엔 정말 위험하고 사람에게 큰 해를 끼치는 귀신이 있다고
이런 존재들은 개인적인 원한과 관계없이 기가 약한 사람들한테 해를 끼쳐
저승길 동무로 삼으려 한다고 합니다.
이러한 질나쁜 귀신이 그때 당시 제 방 창문 쪽으로 들어와
제게 해를 끼치려던걸 그여자가 그 귀신을 붙잡아 두고 있었던거고
소금을 뿌린건 귀신들이 소금을 싫어하기 때문이였답니다.
그런데 그여자가 아직 신께 정성이 부족하여 그 잡귀를 쫓아내진 못하고
붙잡아만 두고 있었는대, 그때 저희 큰아버지와 큰어머니가 오셔서
3명의 기에 눌려,
그 잡귀가 겨우 도망갔기 때문에 그여자가 떠난거라고, 아마 안그랬으면
그 여자 날이 샐때까지 그러고 서있었을 꺼랍니다.
그러면서 하는 말이 분명 제 큰아버지와 큰어머니 중
약간의 신기를 가지고 계신분이 있을꺼라고, 안그랬으면 그 잡귀
못 쫓아냈을꺼라면서 정말 무당답게 모든 상황을 꿰뚫어 보듯이 이야기 해 주더랍니다.
그 때 당시 제가 고3이라 기가 많이 허약해져서 그런 잡귀가 붙는다며
2틀 뒤에 어머니가 그 친구한테 부적하나 받아와선 저한테 항상 몸에 지니고 다니라 하고
보약도 한박스 지어오셔서 먹느라 고생했었습니다..
여튼 그 사건은 그 뒤로 간간히 이야깃 거리로 남게 되었고
이젠 웃으면서 말할 수 있는 사건이 되었지만
아직도 의문인건 그 여자가 어떻게 잡귀의 존재를 알고 그 자리에 나타났냐 입니다..
정말 그냥 우연히 스쿠터 타고 지나가다가 그 잡귀의 존재를 봐서??
그렇지만 아무리 무속인이라지만 평소에도 그러한 무서운 모습으로 다닐까요..
지금 기억으로도 그건 작정하고 귀신잡으로 온 복장이던데..
여튼 그여자가 어디서 갑자기 어떻게 나타났는지는 아직도 의문입니다.
3년전 사건이지만 아직도 선명하게 기억에 있는건 아마 그여자의 모습이 정말 그 당시에
충격적이였기 때문인것 같습니다~
그래도 정말 그 무당 친구분 말처럼 절 구해주신 거라면
한번 만나서 고맙단말 전해주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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