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정치권에 쏟아진 '택시기사의 성난 민심'
[조선일보 2004-03-25 19:41:00]
"정치인 탓에 혈압 올라… 한·우리당 당사 쇼"
[조선일보]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가 25일 아침 민생현장 탐방 일환으로 택시를 탔다가 ‘길거리 민심’에 혼쭐이 났다고 한국일보가 보도했다. 개인택시 기사 최금철(58)씨가 박 대표와 정치권을 향해 거침없는 독설을 퍼부었기 때문. 최씨에게선 원내 제1당의 당수를 어려워하는 기색을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고 한다.
“정치인들이 죽어라고 싸움만 하니 나라가 이 꼴 아닙니까. 그 바람에 우리 서민들만 다 죽겠어요. 손님 중 열에 아홉은 이대로는 못 살겠다고 아우성칩디다. 이런 현실을 아시긴 합니까.” 최씨는 오히려 좋은 기회가 왔다는 듯 그동안 쌓인 정치권을 향한 분노와 섭섭함을 가감 없이 드러내고 “내 얘기가 바로 성난 민심의 목소리”라고 주장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박 대표가 이날 서울 중구 S호텔에서 열린 행사를 마치고 여의도 ‘천막당사’ 행 택시에 오른 것은 오전 9시쯤. 승용차에 문제가 생겨 차편을 구하던 중 박 대표가
“민생을 살필 좋은 기회”라며 호텔 현관 앞에 있던 택시를 불러세웠다는 것. 박 대표가 “운전은 오래 하셨습니까”라고 말을 붙이자 “좀 됐습니다”라는 퉁명스러운 대답이 돌아왔다고 신문은 전했다.
“불경기가 심한 데 기사님도 힘드시죠”라고 박 대표가 말을 건네자 최씨는 작심한 듯 “힘든 건 힘든 거고, 주제 넘지만 한 말씀 드리겠습니다”라고 운을 뗐다고 한국일보는 전했다. “대표님이 잘 모르시나 본데, 국민들이 탄핵 자체를 싫어해서 이 난리를 피우는 게 아닙니다. 정치인들이 빚어낸 끔찍한 혼란을 못 견디는 겁니다. 촛불시위에 몇만명씩 모인다고 하지만 그게 진짜 민심도 아니예요. 탄핵을 놓고 아버지와 아들, 어른과 청년이 서로를 비난하면서 핏대를 세우고 싸우는 상황이 싫은 겁니다.”
정치권 전체를 싸잡아 비판하는 최씨의 목소리에 힘이 들어가자 박 대표는 차분한 목소리로 ‘탄핵의 정당성’을 설명했다고 한국일보는 전했다. 그러나 최씨는 박 대표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탄핵안은 당연히 부결될 겁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는 것. 최씨는 “잘되던 회사가 망해서 1년 전 이일을 시작했는데, 요새 정치인들 때문에 혈압이 무섭게 오른다”고 말했다.
“그래서 제가 대표가 되면서 국민들이 먹고 사는 문제를 챙기는 데 당력을 집중하자고 한 것 아닙니까”라고 박 대표가 말했지만 최씨는 더 이상 대꾸하지 않았다고 신문은 전했다. 택시가 20여분만에 여의도 천막당사 입구에 들어서자 박 대표는 “참회하고 거듭나려고 이렇게 노력하고 있습니다”라고 천막을 가리켰다.
최씨는 그러나 “한나라당이나 열린당이나 당사 가지고 쇼하는 것을 다 알아요”라고 말을 잘랐다는 것. 박 대표가 택시비 9500원을 건네며 “수고하셨습니다”라고 인사를 건넸으나 최씨는 “안녕히 가십시오”라고 짧게 답한 뒤 서둘러 출발했다고 한국일보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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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 뜻을알아도 실행하지않을것을 알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