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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sisa_579318
    작성자 : Desert_Fox
    추천 : 13
    조회수 : 632
    IP : 218.153.***.142
    댓글 : 37개
    등록시간 : 2015/03/02 21:09:10
    http://todayhumor.com/?sisa_579318 모바일
    故 장준하 선생 아들이 박근혜 대통령에게 보내는 편지
    박근혜 대통령 귀하

    1975년, 그해 여름은 유난히 더웠습니다. 

    8월 17일 일요일, 연일 삼십년 만의 더위라는 말을 쏟아 냈던 그 더위의 한 가운데서 오후 한 시경 나는 신원이 밝혀지지 않은 어떤 남자로부터 전화 한 통을 받았습니다. 남자의 목소리는 담담하게 차분했으며 내용 역시 '장 선생님께서 등산 도중 사고를 당하셔서 많이 다치셨으니 사람들이 와서 모시고 가야 한다'라는 지극히 간결한 것이었습니다. 

    전화를 받은 직후 나는 어머니를 모시고 당시 살고 있던 상봉동을 떠나 경기도 포천 이동으로 갔고 그 곳 계곡, 벼랑 아래에서 들것에 묶인 채 주무시듯 누워계신 아버지를 만나게 되었습니다. 정확히 사십년 전, 귀하의 어머니가 총탄에 의해 사망한 지 만 일년이 되는 때였습니다. 

    제가 이 말을 하는 것은 그 날 귀하는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있었는가 하는 것을 묻기 위함입니다. 어쩌면 귀하의 아버지는 그 날도 궁정도 안가에서 아침을 맞았을 것이며 귀하 역시 청와대의 어느 안락한 자리에서 달콤한 잠을 자고 일어났을 것입니다. 하지만 내 아버지는 그 순간 죽임을 당하셨습니다. 

    그날 이후, 나는 학업을 중단하고 생계를 이어가기 위해 점원으로 일을 해야만 했습니다. 그때 귀하는 어느 누구도 멈출 수 없는 절대적 유신 권력의 비호 아래 화려한 공주 놀이에 빠져들고 있었습니다.  

    1979년 10월 26일, 내가 박정희의 사망 소식에 민중의 힘으로 유신독재를 끝내지 못한 한을 가슴에 품고 빈 가방을 든 채 휴교령으로 닫힌 학교를 뒤로 하고 노동의 현장으로 떠나야 했던 그 때 귀하는 부정한 재물을 담은 가방을 움켜쥔 채 청와대를 빠져 나와 무상으로 얻은 성북동 저택으로 떠났습니다.  

    1980년 5월, 귀하는 어디에 있었습니까

    귀하가 박정희가 탈취해 만든 대학의 이사장으로 삶을 변신해 갈 즈음 나는 1980년 5월 19일 육군에 입대했고 전라도 광주로 보내져 '충정훈련'을 받아야만 했습니다. 아실지 모르겠습니다만 '충정훈련'은 시위진압 훈련이었으며 당시 광주 민주화 항쟁에 나선 시민들에게 총질을 하게 하는 훈련이었습니다. 1980년 5월 귀하는 어디에 있었는지 묻고 싶습니다. 

    전두환 정권의 막바지였던 1987년 내가 시골의 작은 교회에서 김매기를 하고 돼지 똥을 치울 때, 박종철, 이한열을 비롯한 무수한 젊은이들은 거리에서 민주주의를 위해 목숨을 바쳐 쓰러져 갔고 그 때 귀하는 물려받은 피 묻은 재물의 분배를 놓고 싸움질을 하며 나날을 보냈습니다. 아십니까? 지금 귀하로 하여금 대통령 자리를 얻을 수 있게 해준 대통령 직선제는 바로 이 젊은이들의 고귀한 피로 쟁취된 것입니다. 

    1990년, 내가 소외되고 굶주린 피난민들에게 물 한 모금, 밥 한 그릇을 전하기 위해 동남아시아의 여러 나라들을 전전했던 그 때 귀하는 앞뒤 분간도 하지 못한 채 혼미케 하는 자의 농간에 빠져 가족 간의 분쟁으로 세월을 탕진했습니다. 

    돌아온 조국 대한민국에서 피흘려 지켜온 고귀한 민주주의가 귀하를 국회의원으로 만들어내는 허망한 결과를 보던 때 나는 또 다시 미국행 비행기에 몸을 싣고 조국을 떠나야 했었습니다. 그리고 귀하에 대한 소문은 더 이상 나와는 상관없는 것이 되리라 생각했었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내 보잘 것 없는 소망일 뿐 귀하의 권력을 향한 집요한 집착은 멈출 줄 몰랐습니다. 결국 지난 2012년 대선 중에 나는 '민족을 배반한 친일 일본군 소위 다카키 마사오, 신념과 동지를 배반한 변절 남로당원, 국가와 군대를 배반한 쿠데타의 수괴, 국민과의 헌법을 배반한 유신 독재자, 그 박정희의 반역적 역사를 이어 받아, 부정한 권력을 이용하여 강탈한 장물을, 자신의 정치적 야욕을 이루기 위한 자금으로 사용하며, 친일적 사대주의와, 유신 독재적 망령에 사로잡혀 있는, 박근혜 후보가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되는 것은, 민족의 해방과 독립을 위해 목숨을 바치신 순국 선열들과,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위해 온 삶을 바치신 민주 영령들의 고귀한 넋을 모독하는 행위임으로 박근혜 후보는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되어서는 안 된다'라고 했습니다. 

    그럼에도 귀하는 대통령에 당선 되었고 나는 귀하를 위해서가 아니라 대한민국을 위해 일말의 혹시나 하는 기대를 걸었습니다.

    그러나 귀하가 대통령이 된 이래 지난 이년여간은 실낱같던 내 기대를 허사로 만들기에 충분 했습니다. 예상했던 그대로 귀하는 역시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증명이라도 하듯 하루하루 쏟아낸 말과 행동들은 진정 부끄럽기 짝이 없는 것이었습니다. 

    "모두 다 갚아 드리겠습니다."

    박근혜씨, 기억하실지 모르겠습니다만 이 말은 귀하가 2007년 한나라당 대선 후보 경선 중에 내 어머니를 찾아와 했던 말입니다. 

    이 땅의 국민들은 해방 이후 막지 못한 민족의 분단을 6.25 동족상잔이라는 피로 갚았고, 이승만 독재 정권을 묵인한 죄과를 4.19의 숭고한 목숨으로 갚았으며, 박정희의 군사 쿠데타와 유신 독재를 막지 못함을 수 없이 많은 민주인사들의 무고한 희생으로 갚았습니다. 

    뿐 아니라 전두환의 군사 반란을 외면한 대가를 거리에서 죽어간 젊은이들의 희생으로 갚았고 정경유착과 매판자본으로 점철된 군사 독재적 경제개발에 복종했던 과거를 국가부도라는 절명의 위기로 갚았습니다. 

    더하여 이명박 정권으로 이어진 권력의 사유화와 천민 자본주의에 편승했던 극단적 이기주의의 죄과까지 세월호에서 처참히 죽어간 어린 영혼들이 어른들을 대신하여 이미 다 갚았습니다. 그러므로 이제는 귀하가 갚아야 할 차례입니다. 

    친일과 독재의 둑을 허물어야 합니다

    박근혜씨, 귀하의 삶은 오직 민족의 해방과 독립을 위해 광야에서 스스로의 목숨을 바쳐 투쟁했던 순국 선열들의 피 흘림과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위해 거리에서 쓰러져간 민주 투사들의 고귀한 희생위에 포장된 애국자의 모습으로 민주주의의 허울을 뒤집어 쓴 채 무임승차를 한 것일 뿐입니다.

    오히려 민족 역사와 정기를 회복하고자 친일청산을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바쳐 가까스로 되살려 놓은 민족 역사의 진실을 한 순간에 왜곡시키고 있고 뜨거운 거리에서 그리고 차가운 감옥에서 뼈를 깎고 살을 도려내며 이룩해 놓은 민주주의를 말살하고 있는 것입니다. 

    역사는 지나간 과거이지만 없어진 것이 아니라 현실에 살아 있는 것입니다. 과거를 역사의 평가에 맡긴다고 쉽게 말하지만 이미 평가된 과거를 뒤 엎는 실책은 또 다른 역사의 평가를 불러오는 오류와 혼란으로 역사의 진보를 가로 막을 뿐인 것입니다. 

    대한민국 역사의 진보를 가로 막고있는 것은 해방 이후 청산되지 못한 친일의 잔재들과 경제 개발이라는 미명아래 자행되었던 독재 권력에 대한 심판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함에 있습니다. 그러므로 우리 조국 대한민국이 진정 세계 속에서 당당하게 우뚝 서는 아름다운 나라, 자랑스러운 민족이 되게 하기 위해서는 민족 역사의 강물을 가로막고 있는 친일과 독재의 둑을 허물어야 합니다. 그리고 그 둑의 한가운데 귀하가 있는 것입니다. 

    박근혜씨. 둑으로 밀려오는 물을 막을 수 없듯이 권력으로 솟구치는 역사를 막을 수는 없는 것이며 둑이 터지기 전에 스스로 허무는 것이 역사를 흐르게 하는 현명한 방법입니다.  

    지금까지 귀하는 친일로 더러워진 이 민족역사의 정기를 되살리고 민주주의를 바로세우는 피흘림에 아무 한 것도 없으며 지난 이년간의 무능과 무지를 지켜본 국민들은 귀하에게 더 이상 아무 바라는 것도 없습니다. 

    그러므로 이제 귀하가 국민과 국가 그리고 민족의 역사를 위해 갚을 수 있는 길은 오직 '대통령직 사퇴'뿐입니다. 그것이 이 민족에게 또 다시 불행을 안기는 역사의 죄를 짓지 않는 길이며 훗날의 역사는 귀하의 대통령직 사퇴를 친일과 독재 청산을 위한 마지막 싸움이었다고 기록하게 될 것입니다. '권불십년'이라고 하지만 귀하에게는 오년, 그것도 이제는 삼년도 남지 않았습니다. 때를 놓치지 마십시오. 

    건강을 기원하며 더 이상 민족과 국가 앞에 부끄럽지 않은 귀하의 삶이 되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이천십오년 삼일절 새벽에 
    미국 커네티컷에서 장호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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