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여유가 넘치니까 음슴체 안 쓸게요.
제가 갓 일병이 되었을 때 함께 근무를 서던 사수가 병장이었는데 상당히 남자답고 키도 크고 평소 말이나 행동이 믿음직한 분이었습니다.
어느날 가을에 같이 야간근무를 서는데, 그날따라 기분이 이상했습니다.
자꾸 뒤가 캥기고 발밑이 푹신한 느낌에...
고참이랑 둘이 있는데 초소가 사람이 가득한 듯 답답했어요.
암튼 밤이 깊어갈 때쯤 그 고참은 초소에 앉아서 졸고 있었고 저는 창밖을 보며 열심히 경계중이었죠.
근데 그 고참이 자꾸 작은 목소리로 잠꼬대를 하더군요.
"내가 너 죽을 때까지 안나갈거야...."
"두고 봐라 내가 복수한다..."
그러다 갑자기 놀란듯이 깨고는 태연하게 근무를 서시더군요.
근데 이상하게 그날 야간근무때 초소에서 졸 때마다 비슷한 잠꼬대를 하시는겁니다.
"너 죽이려고 기다렸다 나쁜놈."
"내가 항상 너 따라다닌다."
"복수할거다. 절벽에 확 밀어버릴거다. 너도 총 맞아 봐라."
이런식이었어요.
근무 끝나고 내무실에 돌아와서 잠을 자는데, 그 고참이 바로 제 옆자리였습니다. 사수라서...
자는 내내 끙끙대고 잠꼬대하고... 도저히 잘 수가 없었어요.
그러다 잠꼬대를 하는데 이런 말을 하더군요.
"김두히 이새끼 잘도 도망다니다 이제 만났네."
"오래 기다렸다. 죽어라 김두히! 죽어!"
그래서 제가 그 고참 귓가에 대고,
"박ㅇㅇ병장님 김두히가 누굽니까?"하고 물었습니다.
그와 동시에 잠에서 깨셨어요. 또 엄청 놀라면서...
그리고는 자기가 악몽을 꿨다며, 엄청 무서운 꿈이었다고 말씀하시곤 다시 주무시더군요.
그리고 다음날 근무때 초소에서 무슨 악몽을 꾸셨냐고 물었더니,
꿈에 자기랑 저랑 둘이 초소에서 근무를 서는데, 다른 한 사람이 제 뒤에 서 있더랍니다.
그래서 "넌 누구냐?"고 물었더니 씩 웃으면서 그 고참을 바라보는데,
입에서 피를 흘리고 목에는 구멍이 나 있었대요. 한 눈에 봐도 귀신이고 절대 산 사람이 아니었대요.
그리고는 자기한테 계속 "나 죽이고 새 부사수 얻으니 기분 좋냐?"며 시비를 거는데
꿈 속이라 무서운줄 모르고 "응 좋다 이자식아!"라고 말했대요.
그 때부터 그 귀신이 자기 목을 조르면서 "김두히"라고 부르며 막 해코지를 했다는데,
초소에서 졸 때는 그냥 살살 괴롭히다가 내무실에서 잘 때는 정말 숨을 못쉴 정도로 조였대요.
그러다가 옆에서 누가 자기 이름을 부르며 "박ㅇㅇ병장님 김두히가 누굽니까?"하고 물으니까,
귀신이 자기 얼굴 앞에 얼굴을 딱 붙여 대고는 눈이랑 얼굴을 찬찬히 다 훑어보더니
"김두히 어딨어?!"하고 비명을 지르고는 사라졌대요.
그래서 제가 잠꼬대 소리 듣고 김두히가 누구냐고 물어봤다고 했더니 저한테 고마워하시더군요.
그리고는 소대장님에게 귀신을 봐서 근무 못 서겠다고 해서 일주일을 아무것도 안 하고 쉬었는데,
쉬면서 심심하니까 상황병한테 부탁해서 비문함 읽다가 사수가 고문관 부사수와 다투다 부사수 목에 총을 쏴 죽인 사건에 대한 비문을 읽었대요.
그리고 사수 이름은 "김도휘".....
죽어서까지 고참 이름 못 외우는 고문관이었다는거죠.
ps: 나중에 신기있는 후임이 들어와서 그 고참이 처음 악몽을 꾼 초소에 들어서더니
여기엔 누군가를 애타게 찾고 있는 귀신이 있다길래
제가 작은 성경책 꺼내서 시편을 읽으며 기도했더니,
후임 말로는 시편 읽는걸 조용히 듣다가 도중에 떠나갔다고 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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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2013/09/20 02:48:29 173.160.***.33 ㅌN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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