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련님, 아가씨 등의 호칭에 대해 오그라든다는 견해에는 동의하지만
무슨 노비가 어쩌네, 남존여비가 어쩌네 하는 글을 읽다 보니
도련님 소리 들은 것 보다 더 손발이 오그라들어서 글을 씁니다.
---
사극 드라마 딸랑 보고 저런 장문의 글 쓸 시간에
한 번 정도는 어원이나 찾아 봤으면 좋았을 것을.
도련님...이란 호칭에, 노비가 어쩐다굽쇼?
도련님은 '도령'을 높이는 말이며, 양반집 자제들끼리도 서로 도련님이라 썼습니다.
양반집 딸이 다른 양반집 아들을 칭할 때 흔히 '도령','도련님'으로 칭하였으며
양반집 아들이 다른 양반집 딸을 칭할 때 흔히 '낭자'로 칭하였고요.
노비'만' 쓰던 말이 아니라, 노비'도' 쓰던 말입니다.
... 그렇게 꼭, 노비 입장에서만 보지 마세요.
도련님,아가씨와 처남,처제 부분은 좀 민망스럽네요.
'님'이란 글자가 붙었나 안 붙었나로 존대와 낮춤말을 구분하면
사극 드라마 시청에도 지장이 많으실 텐데요...;;;
'임금님'은 높임말이고 '폐하/전하'는 낮춤말이 아니거든요.
출산율이 어쩌고 하는 부분에 이르러서는
이건 뭐 까기도 낯뜨거울 정도니 그냥 넘어갑시다.
거기다, 원 글에도 없는 '처가'문제가 또 불거지네요.
시댁(宅)과 처가(家)인 이유는 시댁이 더 높아서 댁(宅)을 쓴 게 아닙니다.
부르는 대상이 다를 뿐입니다.
가(家)는 기본적으로 같은 성씨로 구성되는 일가족입니다.
즉, 동일 성씨로 구성된 가문입니다.
따라서, 자신의 성姓이 바뀌지 않은 여성 입장에서는
시가(家) 라고 하면, 자기 자신을 제외한
남편과 성이 같은 가문, 혹은 그 가문의 사람들을 지칭합니다.
의미상 자신을 가족 구성원에서 제외하게 되므로
'동일 성씨의 가문(家)' 이라는 의미를 피해
'가정, 집안'의 의미를 가지는 댁(宅)을 쓰는 것이 자연스럽습니다.
반대로, 남성 쪽에서 처가(家)를 부를 때는
같은 성씨의 구성원들로 남아있는 가문(家)라는 표현을 써도
전혀 어색한 부분이 없습니다.
그래서 처가, 혹은 처가댁이라 불러도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