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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을 팝니다
눈을 맞으며 그녀가 서 있었다. 혜화역 1번 출구 앞에서 쏟아지는 함박눈을 몸으로 받아내고 있었다. 베이지색 코트를 입은 그녀의 어깨에 눈이 조금 쌓였을 즈음, 길 건너편에서 키가 180cm 정도 되는 K가 성큼성큼 걸어온다. 그녀는 수줍은 듯 몸을 비비 꼰다. K는 다가와서 그녀에게 말을 건다.
“왔구나. 정말 첫 눈이 올 때 여기서 만나자고 한 걸 기억했네?”
“응. 너는 예전과 변한 게 없어 보인다.”
“나야 뭐, 항상 똑같지. 너는 예전보다 더 예뻐 보인다.”
“고마워….”
“추운데 어디 가서 밥이라도 먹자.”
그녀는 이내 K의 팔짱을 끼고 대학로의 거리로 스며들어간다.
모자를 푹 눌러쓴 태호는 그 광경을 지켜보며 무전기로 무엇인가 말을 시작한다.
“김미연 고객님께서 성공적으로 추억 속으로 들어갔습니다. 모든 스텝들 이만 철수 하겠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대학로 1번 출구 여기저기에서 서성거리던 사람들은 함께 박수를 치며 수고했다는 말과 함께 철수준비를 한다. 태호는 주식회사 <당신의 추억을 팝니다>의 대표다. 작년에 회사 문을 열었는데 시작부터 호황을 이루며 지금까지 잘 운영되고 있다. 과거의 아름다웠던 추억을 잊지 못하거나 혹은 과거에 이루어졌으면 하는 추억을 가지고 있는 고객들이 자주 찾는다. 방금 성공적으로 추억 속으로 들어간 김미연 고객은 이루어졌으면 하는 추억을 가진 사람이다. 과거에 헤어졌던 연인, 그리고 첫눈이 오면 대학로 1번 출구에서 만나자는 남자친구의 말 때문에 매년 겨울 대학로를 서성이던 김미연 고객은 죽기 전에 꼭 한 번이라도 자신의 추억을 이루고 싶어서 태호 회사에 연락을 한 것이다.
그렇다면 김미연 고객의 잠정적 남자친구 K는 어떻게 나타나게 되는 것인가 의문을 가질 것이다. K는 만들어진 K다. 김미연 고객과 일주일 정도 심도 깊은 상담을 통해 전 남자친구의 모든 정보를 가져온다. 거기에 김미연 고객이 무의식적으로 가지고 있는 정보들까지 모두 조사한 뒤 회사의 직원 중에서 비슷한 체격의 소유자를 뽑아, 성형 수술을 시작한다. 최대한 남자친구 K와 유사하게 만들고, 김미연 고객에게 받아들인 정보를 습득하게 한다. 대략적으로 이러한 작업이 이루어지는데는 반 년 정도의 시간이 걸린다. 그것은 완전한 K를 만들기 위함인 것이다. 그리고 나서 김미연 고객에게 한 달 정도의 유예기간을 주고 그 사이에 K가 나타날 것이라고 이야기를 해준다. 우연인 듯 필연인 듯 가장해서 만나게 한 뒤에 자신이 잊어버린 추억을 되찾게 해주는 것이다.
지금까지 글을 읽은 사람이라면 추억을 되찾기 위해서는 꽤나 돈이 많이 들 것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그렇다. 추억을 되돌린다는 것은 그만큼 어려운 것이기 때문에 많은 돈이 필요하다. 하지만 돈보다 추억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고객들은 많기 때문에 그것은 걱정할 것은 아니다. 이미 김미연 고객 다음에 예약된 손님이 두 명이 있기 때문이다. 고도화된 작업들 때문에 스텝들은 전원 반 년 동안 쉴 새 없이 일을 하고 남은 반 년 동안은 회사에 출근하지 않고 자유롭게 자신의 생활을 즐긴다. 일종의 스트레스를 날리는 것이다. 태호의 회사는 그렇게 1년에 한 번 씩 사람들에게 추억을 팔고 있다.
철수 준비를 마무리한 태호에게 J가 다가와서 말을 건다.
“이번 고객도 무탈하게 끝나서 다행이야!”
“그렇지. 이게 다 옆에서 조언을 해 준 네 덕분이지.”
J는 태호의 연인이면서 함께 일을 관리하는 매니저다. <당신의 추억을 팝니다>라는 회사를 만들기 전, 자신이 가지고 있던 추억을 생각해내고 직접 시나리오를 짜내고 만들어내서 다시 찾은 연인. 아니 다시 만들어진 연인이다. 태호와 J도 직원들에게 수고했다는 말과 함께 대학로의 거리를 걸어간다. 태호도 추억 속으로 빨려 들어간다.
글감노트.
장편으로 서사를 진행하면 더욱 재미있을 것 같다. 추억까지도 자본으로 살 수 있다는 것을 꼬집으면서, 하지만 두 장은 인트로 수준. 재미있게 읽히지 않으면 그것은 순전히 내 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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