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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humorbest_576175
    작성자 : 오리네언니
    추천 : 29
    조회수 : 1959
    IP : 180.68.***.40
    댓글 : 3개
    베스트 등록시간 : 2012/12/03 01:06:44
    원글작성시간 : 2012/12/02 11:22:26
    http://todayhumor.com/?humorbest_576175 모바일
    저희 엄마는 멋진 분이에요.

    그냥 엄마 마음에 감동해서 불현듯! 글쓰기를 시작하고 있네요. 홍홍

     

    안녕하세요.

    저는 25살, 작장인 2년차 여자랍니다.

    직업은 세계문학전집을 만드는 북 에디터예요.

    드라마 <반짝반짝 빛나는> 아시죠? 거기에 나오는 김현주와 같은 직업이랍니다.

    그래서 글을 읽다 보면 띄어쓰기 및 맞춤법이 비교적 깔끔하게 되어 있을 거예요.

    여기선 재미지게 쓰는 게 더 어울리겠지만 직업병이기 때문에 ㅋㅋㅋㅋㅋㅋ 양해해 주세요.

     

    저는 작년에 첫 남자친구랑 헤어졌어요.

    21살에 만나서 햇수로 4년을 사귄 후 헤어졌지요.

    처음이어서 그런지 마음이 많이 아팠어요.

    그 일로 인한 공허함과, 고질적으로 제가 앓고 있던 집착, 공황장애 등 생활에 불편함을 끼쳤던 작은 성격적 결함들도

    함께 없애기 위하여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어요.

    약 받고 원장 선생님하고 재미있게 이야기하고 오는 것이 전부이지만

    이번에 만으로 1년을 넘기면서 여러가지 생각이 들었답니다.

     

    음, 본론으로 돌아가자면 저희 엄마는 참 좋으신 분이에요.

    제가 작년에 너무 힘들고 회사 일에 집중도 못 하고 있을 때,

    엄마가 종종 그런 문자를 해주셨어요.

    "수지야(실명 밝혀도 돼요?). 많이 힘들지. 엄마는 수지가 잘 이겨낼 거라 믿어.

    너가 힘든 것도 힘든 것이겠지만 주변을 둘러봐. 더 아프고 힘든 사람들이 많아.

    그 사람들을 도우면서 시간을 보내길 바라."

    "그 친구(전에 만난 애인이지요.)도 자기 살을 떼어내는 고통으로

    너에게 헤어지자고 말한 걸 거야. 그러니까 그 친구를 돕는다는 마음으로,

    끝까지 잘되길 바란다는 마음으로 편안하게 보내줘."

     

    이런 부류의 문자를 매일 보내주셨지요.

    저는 덕분에 혼자 책상에 앉아 소리도 못 내고 꺽꺽 울었어요.

    그땐 많이 힘들었는데 지금은 전에 만난 친구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싶어요.

    그동안 좋은 것, 좋은 곳, 좋은 글 많이 보고 느끼게 해준 것들에 대해서요.

     

    회사가 집하고 멀어서 서울에 오피스텔을 얻어 살고 있어요.

    혼자 사는 게 생각보다 녹록치 않아 힘들지만

    그래도 부모님이 차 태워주신다는 거 만류하고

    혼자서 시내버스, 좌석버스로 움직이면서

    많은 것들을 느껴요.

    특히 저희 집에는 누가 봐도 너무 사랑스러운 강아지 '니코'가 있는데

    니코를 보면서 많은 힘을 얻지요.

     

    엄마가 어제는 또 멋진 말을 하셨어요.

    "25살까지는 살아지는 대로 살았기 때문에 무언가를 잘하는지 잘 못하는지도 모르고 그냥 살았다면,

    25살 이후로는 달라.

    지금부터는 정말 착한 마음으로 살아야 해.

    마음먹기에 따라 얼굴로 달라지고 건강도 달라질 거야. 그래야 약도 끊을 수 있지. 그치?"

     

    음, 이거 저만 감동적인 걸까요?

    그동안 제 겉치레에만 치중하며, 욕심 나는 만큼 욕심 부리며 살았다면

    이제는 정말 따듯한 사람이 되고 싶어요.

    그래서 누가 봐도 예쁜 사람이 되고 싶어요.

     

    사실 직장에서는 슬럼프에 빠져 있답니다. 호호

    처음에 들어왔을 때는 모든 게 신나고 설렜는데, 심지어 혼이 나도 "죄송합니다!" 하고 반성할 줄 아는 쿨녀(?)였는데

    지금은 마음에 상처로 자주 남아요.

    제가 지금까지 일을 잘 못하고 있는 게 당연한 걸까,

    아니면 내가 부족해서 못하는 걸까,

    이런 생각을 수차례 반복하면서 해요.

     

    그런 점에서 어제 엄마가 해주신 말은 그야말로 촌철살인이었지요.

    마음 착하게 먹고 포기하지 않고,

    저를 (격하게) 갈구는 선배에게도 너무 기죽지 말고

    "그래도 다행이다. 이만큼이어서 다행이다."라고 생각하기로 했지요.

    (그런데 몰라요. 내일 또 출근하면 멘붕 되어서 또 풀 죽어 있을지도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무튼 저희 엄마 멋지죠!

    요식업계에서 충무김밥 장사로 10년을 버티신, 근성 있고 하상욱 작가님보다 더 소소쿨한 분이에요.

    엄마 자랑이 너무 하고 싶어서 이렇게 아침부터 글 올립니다.

    오유님들 남은 주말 잘 보내시고

    월요병에 지치신 분들 모두 힘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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