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MBC ‘삼한지’ 100부작
내후년 1월 예정 준비 박차
고구려가 뜨거운 화두다. 고구려사를 중국사로 편입시키려는 중국 ‘동북공정’은 극렬한 파열음을 빚고 있다. 이런 때 태곳적부터 중원의 패권에 맞섰던 동북아의 쟁패국가 고구려의 웅혼한 기상을 재현하고자 하는 대작 역사 드라마가 준비되고 있어 눈길을 잡는다. 문화방송 <삼한지>가 그것이다.
중원의 동북아 정복 야욕이 극한으로 치닫던 수·당조기, 한반도 역사론 삼국통일 직전의 거대한 국제적 격동기가 시대적 배경이다. 김정산 작가의 동명 소설 <삼한지>를 토대로 현재 피디와 작가가 시놉시스를 짜고 있는 단계다. 정운현 책임피디 기획에 <인어아가씨>의 이주환 피디가 연출을, <허준> <올인>의 최완규 작가와 <다모>의 정형수 작가가 공동으로 극본을 맡았다. 정 책임피디는 “100부작 대하 사극으로 간다는 점과 수·당의 침공에 맞서 동북아의 패권을 지켜내려 했던 고구려의 치열한 항쟁기 영웅을 가장 먼저 집중적으로 조명한다는 방향은 뚜렷이 서있다”고 말했다. 그는 “을지문덕이나 연개소문 등 고구려 영웅의 이야기를 먼저 30부작쯤 내보낸 뒤 격동기 백제 무왕이나 신라 무열왕 등 삼국의 영웅을 차례로 다뤄나가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을지문덕·연개소문 중심 극 전개
동명왕·광개토대황 시리즈도 계획
방영 시간대는 <영웅시대>가 방송중인 월화 밤 10시대로 확정한 상태다. <영웅시대>와 후속작 <신돈>에 이어 방영에 들어간다는 구상이다. 이재갑 문화방송 드라마국장은 “워낙 대작이라 준비기간이 많이 필요해 2006년 1월로 방송시점을 잡고 있지만, 빠르면 2005년 하반기 들어갈 수도 있다”고 말했다. 문화방송 안에선 <영웅시대>가 50부작으로 일찍 종료될지, 100부작으로 완결될지에 따라 방영시점이 달라질 것으로 보는 관측이 많다. <삼한지> 제작진은 곧 용인에 대규모 세트장을 건립하기로 하고, 당시 주거지와 복식 등의 관련 자료 수집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 5월 고구려 유적 다큐멘터리 제작을 위해 방북했던 문화방송 취재진에 부여됐던 특명의 하나도 <삼한지> 제작을 위한 고구려 관련 자료 확보였다고 한다.
고구려를 중심으로 한 동북아 고대사를 드라마로 조명하려는 시도는 <삼한지>로만 그치지 않는다. 정 책임피디는 “<삼한지>에 이어 삼국의 건국신화와 중흥기 영웅들을 연속으로 다루는 장기 시리즈를 내보낼 계획”이라며 “특히 고구려는 동명성왕과 광개토대왕 등은 한반도를 벗어난 동아시아의 원대한 역사를 보여주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삼한지>를 비롯한 고대사 기획은 사극의 접촉면을 조선왕조와 한반도에서 고대 동북아로 넓히는 의미가 있다”며 “중국과의 고구려사 분쟁이 이슈가 된 상황에서 나름의 시대적 의미도 담는 시리즈가 될 것으로 본다”고 기대했다.
방송계 내부적으로는 80년대 <조선왕조 500년> 시리즈로 한 획을 그었던 문화방송의 대작 사극 기획이 재개된다는 의미도 있다. 90년대 후반 이후 대작 사극을 주도해온 한국방송에 문화방송이 새롭게 도전장을 내민 것이다. 올해 최대 대작으로 기대되는 한국방송 <불멸의 이순신> 제작비는 100억원 선이다. 정 책임피디는 “<삼한지>는 그것을 훨씬 뛰어넘는 규모가 될 것”이라고 귀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