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저도 오유 다수분들이랑 같습니다. 박근혜 되는 날 동네에서 개표알바하고 저희 동넨 문재인 표가 훨씬 많길래 안심하다가 개표 마치고 나와서 핸드폰 보고 새벽에 울면서 집들어오고(가족들은 개표보다 잤답니다. 속상해서) 다음에 또 새누리당 되면 진짜 이민을 가야하나 어떻게 사나 고민하는 평범한 서울출신 20대입니다. 어릴 때부터 정치에 관심이 많아서 중학교 때부터 사회과학책과 한겨레21, 시사인을 끼고 산 소위 정치덕후고, 오로지 그 이유로 정치학을 복수전공하기도 했습니다.
저도 누구보다 다음 대통령은 민주진보진영에서 나오길 바랍니다. 지금 아무리 까도 선거날엔 2번 찍고 있을 겁니다. 투표권 생긴 이후로 7년동안 교육감 보궐선거까지 단 한 번의 선거도 야당에 투표하지 않은 적 없습니다.
그런데, 그러니까 더 걱정되는 겁니다. 이렇게 해서 정말 다음 대선 이길 수 있습니까?
이승만 박정희 참배가 표 얻을 짓인지 표 잃을 짓인지 확실히 계산하고 행한 것 맞나요? 지지율 올라간다는 시뮬레이션이라도 있나요? 이승만 박정희 참배한다고 문재인한테 등돌릴 민주진보진영 지지자들이 김무성 찍을 일은 절대 없겠지만, 그놈이 그놈이지 하며 투표장 안갈 일은 있을 겁니다. 하지만 이승만 박정희 참배한다고 관심 가질 사람들은 애초에 새누리당 콘크리트층입니다. 그 사람들은 문재인이 이승만 박정희 참배하면 좋아하기야 하겠죠. 근데 그렇다고 그 사람들이 문재인 찍습니까? 박정희 딸 당 냅두구요? 소위 머글층? 그 사람들은 이승만이 누군지 뭐했는지도 모릅니다.
이러다가 전두환 죽으면 정치적 대의 운운하며 현충원 안장하자고 할까봐, 그리고 그보다 몇년 뒤엔 민주진보진영 지도자가 국민 통합 운운하며 전두환 묘소 참배가는 세상 올까봐 두렵습니다. 어디 국민 버리고 피난간 독재자를 민주진영 대표가 참배하고 있나요?
효과는 커녕 반발만 있을 것 같은 참배를 왜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최근 사람들이 관심있는 주제도 아닌데 이걸 왜 굳이 대표되자마자 첫빠따로 수면위로 끌어놓는지 이해가 안갑니다. 이것저것 다해보고 이게 마지막 방법이라면 이해하겠습니다. 근데 그런 거 아니잖아요?
담배가격 인상, 연말정산, 단통법, 장그래법(중규직), 열정페이... 정부 뻘짓이 이렇게나 많은데 민주당이, 문재인이 이 정부 뻘짓 잘까고 잘 대항하고 잘 이용하고 있는 것 같으신가요? 담배가격 인상만 완전 선봉장에서 까도 60-80대 흡연자 할아버지들 표 가져올 수 있다는 생각은 안합니까? 연말정산만 가열차게 까도 강남 사는 20-30대 직장인 표 가져올 수 있다는 생각은 못합니까?
왜 할 수 있는 게 저리 많은데 그건 하지도 않고 아직도 과거의 프레임에 갇혀 사상적, 지역적으로만 표를 바라보는지 모르겠습니다. 이제 한국 정치의 프레임은 사상, 지역이 아닙니다. 경제, 복지, 세대죠. 이명박은 이걸 이미 2007년에 이해해서 20-30대 표까지 다 끌어들였는데 민주당은 아직도 이해하지 못하고 있으니 다음 대선이 기대가 안됩니다. 정동영이 통일 대통령 운운하다가 경제 대통령 내세운 사기꾼한테 진 그때나 지금이나 발전이 없습니다.
60-80대 노인 표를 경상도 표 독재정권 지지층 표로밖에 보지 못하는 이상 그 표 절대 못갖고 옵니다. 이명박 박근혜 10년동안 사는 거 퍽퍽해지고 복지 축소돼서 힘든 경제 취약층, 노인 빈곤층으로 접근해야 그 사람들 표 갖고 올 수 있습니다. 누구나 머리보단 배고픈 게 우선이니까요.
20-30대는 더하죠... 이승만 박정희 참배한다고 누가 문재인 지지합니까... 지금 20-30대는 문민정부 국민의 정부 참여정부 교과서로 공부한 세댑니다. 이승만 박정희를 모르면 몰랐지 일베 애들 말고 제대로 교육 받았으면 이승만 박정희 찬양하는 사람 없어요...그 사람들 참배한다고해서 표심 바꿀 20-30대 머글 없어요...
참배해서 이길 수 있으면 열번이고 백번이고 하라고 하겠습니다. 근데 오히려 참배때문에 표떨어져나가면 떨어져나갔지 얻을 일 없을 것 같아서 답답합니다. 문재인한테 정치 감각이 있긴 한건지, 주위에 브레인이 없는건지 궁금합니다. 문재인이 박원순만큼만 정치적 감각을 가졌어도 당 대표 되자마자 이승만 박정희 참배하는 뻘짓은 안저질렀을 겁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