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 | 게시판 |
베스트 |
|
유머 |
|
이야기 |
|
이슈 |
|
생활 |
|
취미 |
|
학술 |
|
방송연예 |
|
방송프로그램 |
|
디지털 |
|
스포츠 |
|
야구팀 |
|
게임1 |
|
게임2 |
|
기타 |
|
운영 |
|
임시게시판 |
|
너는 말을 잃었다.
너는 정처 없이 걸어 산골의 절에 도착했다. 그리고 너는 담이 없거나 아주 낮게 되어있는 절을 보고 구토를 하였다. 일주일간 제대로 먹은 게 없던 너의 입에서는 시큼한 위액과 약간의 피가 역류했다. 절의 입구에 너는 그렇게 있었다. 역류한 것들을 밟지 않기 위해 너는 잠깐 뒷걸음질 친다. 발바닥의 이상한 느낌에 신발의 밑창이 떨어졌다는 것을 보고 너는 잠깐 웃는다. 너는 왜 웃는지 몰랐다. 왜 웃은 것일지 물어봐도 돌아오는 대답은 없었다. 너는 기척을 느끼고 뒤를 돌아본다. 너의 옆에는 어느새 비구니 한명이 있었다. 괜찮으신가요. 나른한 비구니의 목소리는 너에게 조용히 들렸다. 너는 입을 벙긋거린다. 목 사이에서 너의 목소리는 상실되어 고요했다. 너는 목의 떨림이 멈춘 것인가 싶었다. 빠르게 너는 목의 울림을 단념한다. 나오지 않는 목소리 대신 입술로 말하고자 노력한다. 물 주실 수 있겠습니까. 비구니는 너의 입술을 보고 되묻는다. 물을 원하십니까? 비구니는 너의 입술을 이해하였다. 너는 고개를 끄덕이고, 비구니는 너를 이끌고 절 안으로 향했다.
너의 집에는 담이 낮고 대문은 열려 있었다. 그것은 너의 아내가 가진 꿈이었다. 그리고 너의 아내가 가진 꿈은 곧 너의 꿈이었다. 너의 아내는 달을 좋아했고, 달빛이 들어오는 다락방이 있는 집을 가지고 싶어 했다. 너의 아내는 모두에게 착하였다. 구걸하러 오는 사람들을 박대한 적이 없었고, 너의 좁은 마음씨를 부끄럽게 하였다. 집은 다락방까지 3층이었고 정원도 있었다. 너는 아내의 부탁에 담을 낮추고 대문을 늘 열어두었다. 열린 대문으로는 고양이들과 걸인들이 드나들었고 너의 아내는 늘 따뜻하게 대했다. 너는 그런 그녀를 사랑했다. 하지만 너의 아내는 다른 사람과 달랐다. 그녀의 시간은 거꾸로 흐르기 시작했다. 너는 안타까워했다. 너의 아내는 해가 거듭할수록 아이가 되어갔다. 다락방에 홀로 앉아 종이 토끼를 접기 시작했다. 어릴 적 너의 아내가 좋아했다던 그 놀이를 반복하고 있었다. 그 와중에도 걸인들과 고양이들을 챙기는 것은 늘 너의 아내의 몫이었다.
너는 비구니를 따라 들어갔다. 비구니는 걸인과도 같은 너를 박대하지 않았고, 너는 넓지 않지만 깔끔한 손님방에 앉을 수 있었다. 방에는 이부자리와 책상이 하나 있었다. 책상은 네 개의 다리 중 하나가 짧아 안쓰러웠다. 너는 물수건과 마실 물을 받았다. 비구니는 그것들과 함께 너에게 수첩과 펜 하나를 가지고 왔다. 말을 힘겨워하시는 듯 하여 가지고 왔습니다. 여기서 언제든 머무실 수 있습니다. 부족한 건 여기 쓰십시오. 그리고 비구니는 사라졌다. 너는 다만 있었다. 수첩의 여백을 채우고 싶을 정도로 부족한 것은 이곳에 없어서 너는 아무것도 적을 수 없었다. 당장 필요할 밥 한 끼, 밑창이 떨어지지 않은 신발 한 켤레, 이러한 것들은 자신에게 넘치는 것들이라고 여겼다. 너는 그랬다. 수첩의 여백에 너는 단어조차, 생각조차 담는 것이 사치가 되어있었다. 너는 깊게 울었다. 눈물을 담을 곳도 없을 것 같았지만 의외로 너의 눈물은 길고, 깊었다.
그냥 틈틈히 쓰는 글입니다..ㅋㅋ 사실 대학이 이공계라 실력은 떨어지지만 평가 부탁드립니다!
죄송합니다. 댓글 작성은 회원만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