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자: 구름~~
작성일: 2014-04-24 (목) 00:15
통일대박론의 허구성에 대하여 2
‘통일(統一)’이라는 말을 오늘날 우리가 알고 있는 것과 같은 의미로 역사상 최초로 사용한 사람은 진시황이었다. 진시황이 육국을 멸하고 천하를 하나의 나라로 만들었을 때, 진시황은 자신이 천하를 통일했노라고 선언했다. 이때 진시황이 하나로 만든 것이 무엇이었는가를 생각해 보자. 그것은 춘추시대의 이백여 개에 가까운 자잘한 나라들이 합쳐진 여섯 개의 나라였다. 이 나라들을 모두 쳐서 없애고 진나라의 군현으로 삼았다. 천하가 전부 하나의 나라가 된 것이다.
진시황이 하나로 합친 모든 나라들은 본시 하나의 나라였다. 원래가 주나라의 천하였고, 그 이전에는 은나라였으며, 그 이전에는 하나라였고, 그 이전에는 삼황오제가 다스리던 나라였다. 진시황이 하나로 합친 나라의 백성들은 전부 같은 말, 같은 문자를 썼으며 풍습과 생긴 모양이 같은 사람들이었다(물론 혈통적으로는 여러 민족으로 나눌 수 있다 해도). 그리고 같은 왕조의 백성들이라는 일체감이 오래 전부터 형성되어 있었다. 진나라가 통일한 백성들은 전부 황제와 요순의 후손이며, 주나라의 백성들이었다.
본시 하나였던 것이 여럿으로 나뉘어지고 흩어졌다가 다시 하나가 되는 것을 통일이라고 한다. 여기서 ‘본시 하나였던 것’에 밑줄을 좌악 치자. 통일의 대상은 반드시 원래 하나였던 것이 전제가 된다. 원래 하나가 아니었던 것, 하나였던 적이 없는 것들을 하나로 합하는 것은 통일이 아니라 통합이라고 한다. 로마제국이 그렇다. 로마는 이탈리아 반도를 비롯해서 지금의 영국과 프랑스와 스페인과 독일 땅, 그리고 북아프리카와 발칸반도와 중근동의 지중해 전역을 지배했던 대제국이었고, 수십 개의 나라를 정복하여 로마라는 하나의 제국을 이루었지만 어떤 역사학자도 로마가 유럽과 지중해세계를 통일했다고 말하지 않는다. 로마제국은 유럽과 지중해를 통일한 것이 아니라 통합한 것이다. 그래서 ‘팍스로마나’라고 표현한다.
진시황은 중국대륙을 통일했지만 카이사르는 유럽을 통일한 것이 아니었다. 진시황이 멸한 천하육국은 본시 하나였던 나라들이었지만 카이사르가 정복한 브리타니아와 갈리아와 에스파냐는 본시 하나였던 적이 없었다. 말과 문자와 풍습이 각기 달랐고, 자기들이 한 조상의 후손이라는 동족의식이 전혀 없었다. 훈족은 훈족이었고, 프랑크족은 프랑크족이며, 반달족은 반달족, 게르만은 게르만이었고 유대인도 역시 별종이었지 결코 로마인이 아니었다. 한국사람이 미국 시민권을 받는다 해도 그는 미국인이 아니라 여전히 한국인인 것처럼, 로마의 시민권을 받은 유대인은 로마인이 아니라 로마의 시민권을 가진 유대인이었을 뿐이었다. 갈리아인도 마찬가지고 게르만족도 마찬가지였다. 로마는 통일제국이 아닌 통합제국이었다.
중국인들이 왜 만리장성을 쌓았느냐 하면 장성 바깥의 사람들은 통일의 대상이 아니기 때문이었다. 중국이 몽고의 초원을 정복해서 그들을 복종시킨다 해도 중국과 몽고가 통일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중국이 한반도를 정복해서 동이족을 지배한다 해도 중국과 한국은 통일이 될 수 없다. 만주족이 중국을 2백년이나 지배했지만 결코 통일되지 못했다. 지금 티벳이나 서장도 마찬가지다. 본시 하나가 아니었기 때문에 통일이 될 수 없는 것이다. 그저 통합된 상태를 유지할 뿐이다.
고구려, 백제, 신라가 통일이 됐다고 말하는 것은 이들이 모두 환인과 단군의 자손으로 본시 고조선이라는 하나의 나라였기 때문이다. 같은 조상을 가졌으며, 같은 말을 하고, 같은 풍습을 가진 본시 하나였던 사람들이기 때문에 ‘통일’이 될 수 있었던 것이다. 이와 같이 통일이란 반드시 본시 하나였다가 갈라지고 흩어진 것들의 복원을 의미한다. 통일을 간단한 수식으로 표현하면 A1+A2+A3=A가 된다. 통합은 A+B+C=ABC로 표현할 수 있다.
이제 통일이라는 말의 의미를 이해했을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 남한과 북한이 하나로 합해지는 것은 어느 경우에 해당하는 것일까? 통일일까? 통합일까? 아니면 통일도 통합도 아닌 다른 것일까? 요즘 티비 토론 프로그램을 보면 사회자가 묻는 질문에 O와 X가 적힌 표말을 가지고 있다가 드는 방식을 흔히 사용하는데, 이런 방식으로 투표를 해보면 구름타운 가족들의 견해는 어떻게 드러날까? 통일이라고 대답을 할까? 통합이라고 생각할까? 아니면 통일도 통합도 아닌 다른 무엇이라고 대답할까? 어느 대답이 가장 많을지 궁금하다. 남과 북의 하나됨은 과연 통일이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일까? 이에 대한 개념이 명확하게 서있지 않으면 통일의 추구는 난망할 수밖에 없다. 지금 통일문제가 혼란스러운 것은 모두 여기에 기인한다.
구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