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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pony_57248
    작성자 : 루이비스
    추천 : 18
    조회수 : 2274
    IP : 175.213.***.44
    댓글 : 9개
    등록시간 : 2013/12/15 09:00:45
    http://todayhumor.com/?pony_57248 모바일
    [더스크 샤인] 01. 내 사랑, 나는 싫어


    (http://blog.naver.com/choding6r/150181266564)




    dusk_shine_nstyle1_by_johnkapid-d4dh9hn.png

     

     

    더스크 샤인의 예기치 못한 연애 생활

    The Unexpected Love Life of Dusk Shine

     

     

    01. 내 사랑, 나는 싫어

    Mi Amore, No Me Gusta

     

     

    ***

     

     

     

     

    더스크 샤인은 전속력으로 캔틀롯 도서관을 향해 달려갔다. 그 어떤 것도 더스크를 막을 수는 없었다. 임무를 수행하는 중이니까! 파티 초대장? 말도 안 돼. 잠깐 멈춰서 인사 좀 할까? 세상이 무너져도 그런 일은 없지. 도서관 문? 하! 문 따위는 그에게 아주 우습기만 했다!

     

     

    "스파이크? 스파아아아아이크?!" 더스크 샤인은 자기 조수를 소리쳐 불렀다. "어디 있어? 중요한 일이 있다고!"

     

     

    스파이크는 더스크가 마구잡이로 열어제낀 문 뒤의 벽에 처박혀 있었다. 꼬마 용 스파이크는 대답 대신 앓는 소리를 냈다. 더스크 샤인은 이 사고에 대해 대충 사과하고 곧바로 본론으로 들어갔다.

     

     

    "어서, 빨리 <예언과 계시>를 찾아야 해!" 더스크가 급히 말했다.

    "왜 그러는데?" 스파이크가 물었다.

    "설명할 시간 없어! 그냥 빨리 가져와!" 더스크가 이렇게까지 흠집 없는 논리로 말한다면야. 스파이크는 책 가져오기 속도 최고 기록을 갱신하며 더스크에게 책을 가져다 주었다. 더스크는 황급히 서두르며 책의 목차를 펼쳤다.

    "'조화의 원소: '달 속의 암말'을 참조하시오'?" 더스크 샤인은 큰 소리로 읽었다. 스파이크는 한쪽 눈썹을 치켜올렸다.

    "지금 잠자리 동화 조사하려고 내 낮잠을 깨운 거야? 이퀘스트리아 탐구지 신문을 너무 많이 읽은 것 같은데." 스파이크는 농담 삼아 말했다. 더스크 샤인은 진지한 표정으로 자기 조수를 노려보았다.

    "첫 번째, 내가 그 신문은 저질 글쟁이들이나 읽는 거라고 말했을 텐데." 더스크 샤인은 사무적인 어조로 말했다. "두 번째, 내 연구는 천 년 전에 실제로 일어났던 사건에 냉정하고 정확한 기반을 두고 있어. 세 번째, 이 연구의 결과에 따라서 이퀘스트리아의 운명이 달라질지 몰라. 그러니까 불확실한 내기는 하지 않겠어."

    "지난 주에 인간들에 대해서도 그렇게 말했잖아." 스파이크가 반박하듯이 말했다. 아직 자기 형 말을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못한 말투였다.

    "말했잖아. 이건 이퀘스트리아의 운명에 관한 거라고." 스파이크의 말을 무시하며 더스크가 다시 한 번 말했다. "그리고 말이야," 그는 작은 소리로 중얼거렸다. "사람 이야기는 라이라가 꼬드겨서 그렇게 된 거라고. 걔가 어떤지 너도 잘 알잖아."

    스파이크는 한숨을 쉬며 물었다. "그래서, 공주님한테 이 이야기로 편지 쓰려고 그래?"

    "멋진 생각이야, 스파이크." 더스크 샤인이 말했다. "항상 한 수 앞서서 생각하는구나. 그러니까 네가 내 일등 조수인 거야!" 더스크는 헛기침을 하며 목을 가다듬었다.

     

     

     

    존경하는 셀레스티아 공주님,


    천 년째 되는 해의 가장 긴 날, 그러니까 여름 태양절 축제가 열리는 내일, 나이트메어 문의 부활이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나이트메어 문의 야만적인 습성에 대해 고려하면, 지금 당장 반드시 조치를 취해야 할 것임을 알려드립니다.

    당신의 충실한 제자,

    더스크 샤인.

     

     

     

    잠시 후, 스파이크가 크게 트림하며 답장을 뱉어냈다.

    "그래서?" 더스크가 물었다. "뭐라고 하셔? 빨리 군대를 편성하래? 캔틀롯 주민들을 대피시키래? 형을 불러서 선과 악의 마지막 전투를 이끌어야 한다고 하시나?"

    "정신 좀 차리고 인생을 즐기라는데." 스파이크가 정색하며 말했다.

    "...뭐라고?"

     

     

     

    친애하는 내 제자에게,

     

    정신 좀 차리고 인생을 즐기렴. 너는 벌써 다 큰 숫말이고, 옛날 이야기나 들여다보고 있기에는 너무 나이가 들었단다. 젊은 숫말의 인생에는 공부에 심취하거나 포니챈에서 밤 늦게까지 야한 걸 보는 것 말고도 더 다양한 게 필요하단다. (그래, 맞다. 네 인터넷 기록을 봤단다. 하지만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지.) 네가 더 폭넓은 사회 생활을 즐기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나는 스파이크와 너를 포니빌에서 열리는 이번 여름 태양절 축제의 감독관으로 파견하기로 결정했단다.

     

    너를 걱정하는 스승, 셀레스티아 공주가.

    추신: 이 임무에는 다른 의도도 숨겨져 있단다. 가서 친구 좀 사귀렴!

     

     

     

    더스크 샤인은 한숨을 쉬었다. 인생에서 이렇게까지 모멸감을 느낀 적이 없었다. 도전 의식을 느끼는 건 익숙했고, 성공하는 것도 그가 매일 찾아헤매는 일이었다! 하지만 상상력이 넘쳐나는 괴짜 음모론자 취급이라니?

    ...사실 이런 취급이 처음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밤에 옷장에 슬렌더포니가 숨어 있을 거라고 생각했을 때는 적어도 그가 아직 어린 망아지일 시절이었다. 하지만 이건 달랐다! 셀레스티아 공주님이 그렇게 생각한다니. 공주님은 언제나 그의 연구 결과와 가설들을 진지하게 들어 주셨는데! 공주님에게 푹 빠진 나머지 꿈에서까지 그리던 공주님의 개인 제자로까지 들어왔는데! 셀레스티아 공주님이--

    "도착했어, 더스크! 어서 둘러보자." 스파이크가 외쳤다. 생각의 열차에서 휙 내던져진 더스크는 몇 번 눈을 깜박였다. 그는 지루함과 냉소를 가득 머금은 눈빛으로 포니빌을 둘러보았다. 더스크는 한숨을 쉬고는, 길을 물어보려고 제일 가까이 있는 포니에게 터덜터덜 걸어갔다. 풍선 세 개가 그려진 큐티마크를 가지고 있는 분홍색 암말이었다.

     

     

    더스크는 크게 숨을 들이쉬고는 말했다. "저기, 스윗 애플 에이커가 어디 있는지 알려 줄 수 있어? 내가 일이 좀 있--" 말이 끝나기도 전에 분홍색 포니가 눈을 접시만큼 크게 뜨고는 1미터는 되게 펄쩍 뛰었다. 그 미친 암말은 그러고는 크게 헉 하는 소리를 내더니, 셀레스티아 공주조차 어디일지 모를 곳으로 쏜살같이 도망갔다. (더스크 샤인에게 이것은 그 포니를 정신병원에 신고할 만한 충분한 근거가 되었다. 하지만 우리에게 이것은 '익숙함'이라고 하는 따뜻하고 안도감 드는 담요와도 같다.) 더스크 샤인은 어깨를 으쓱하고, 다시는 저 암말을 만나지 않기를 조용히 빈 다음 그냥 다른 포니에게 길을 물어보았다.

     

     

     

    ***

     

     

     

    마침내 더스크와 스파이크는 스윗 애플 에이커에 도착했다. 농장 쪽으로 걸어가던 더스크는 커다란 "이랴아!" 소리를 들었다. 모자를 쓴 오렌지색 암말이 사과나무를 뒷발로 차고 있었다. 그는 자기 소개를 하려고 재빨리 걸어갔다.

    "안녕, 내 이름은 더스크 샤인이야. 나는--"

    "안녕! 내 이름은 애플잭이야. 자랑스러운 애플 가족의 일원이지." 발굽을 힘차게 흔들며 애플잭이 말했다. "내가 뭘 도와줄 수 있을까, 각설탕 친구?" 그녀는 앞발을 꼬고는 윙크를 날렸다. 이런 행동은 더스크를 잠시 벙찌게 했다.

     

     

    얘가 지금 나한테 작업 걸려는 건가? 더스크는 생각했다. 하지만 곧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생각을 떨쳐냈다. 아냐, 그냥 기본적인 호의일 뿐이야. 그렇다면 나도 호의로 돌려줘야지. 그는 살짝 몸을 굽혀 인사하고는 애플잭의 앞발굽에 입을 맞추었다. "여름 태양절 축제에 애플 가족이 연회 음식을 담당한다길래 잘 되어가나 보려고 왔어." 더스크는 정중하고 자신있게 말했다.

     

     

    와, 잠깐만. 애플잭은 생각했다. 지금 이 도시 깍쟁이가 나한테 작업 거는 건가? 그녀는 자기도 모르게 얼굴에서 털 몇 가닥을 털어냈다. 에이, 그런 일이 있을 수 있나. 애플잭은 금방 그 생각을 접었다. 그녀는 급히 걸어가서 저녁 식사를 알리는 종을 울렸다. "수프가 다 됐어, 여러분!" 그녀는 큰 소리로 외쳤다.

     

     

    더스크 샤인은 고개를 저었다. "어, 아냐 아냐 아냐 아냐. 그냥 무슨 음식들을 준비하는 중인지만 알려 주면 돼. 일일히 가족 모두 다 소개시켜 줄 필요 없다니까."

    "그게 우리 가족의 멋진 점이지." 애플잭이 자랑스럽게 말했다. "그 두 가지를 동시에 다 할 수 있다니까!" 그녀는 크게 숨을 들이쉬었다. "자, 이쪽은 애플 코블러, 애플 스트루델, 카라멜 애플, 애플 파이, 애플 사이다, 애플 샐러드, 우리 사촌 브레이번 애플, 애플 주스, 오렌지 이모랑 삼촌, 그리고 스퀴즈드 오렌지, 오렌지 크러시야. 그리고 우리 쪽 가족으로는 말이야, 꼬마 애플블룸, 빅 매킨토시, 마지막으로 스미스 할머니가 있지." 애플잭은 자고 있는 나이든 포니를 가리켰다. "어서요, 스미스 할머니. 손님 왔다니까요!" 스미스 할머니는 곧 잠에서 깨어나 즐거운 분위기에 합류했다. "다들 널 좋아하는 것 같아." 애플잭이 말했다. "벌써 우리 가족이 된 것 같은걸! 자, 음식 맛도 좀 볼래?" 

     

     

    더스크 샤인은 테이블 위에 산처럼 쌓인 음식들을 바라보았다. "사실 그렇게 배고프지가 않아." 그는 솔직히 말했다. "게다가 오늘 해야 할 일이 아주 많거든. 종말을 대비한다던가 그런 거 말이야." 애플 가족은 실망에 가득 찬 소리를 냈다. 애플블룸이라고 소개했던 망아지가 그에게 다가왔다.

    "식사 안 하고 갈 거야?" 애플블룸은 눈물이 그렁그렁한 커다란 눈을 하고 말했다. 더스크 샤인은 그 눈을 바라보았다. 영혼이 미어지는 것만 같은 저 슬픔에 찬 눈이--

    안 돼!! 더스크는 어떻게든 저항하며 생각했다. 난... 나이트메어... 문의... 부활에... 대비해야.......

    바보 더스크, 슬퍼하는 큐티 마크 크루세이더의 빠져드는 힘은 이겨낼 수 없다! 항복하라!

    아, 안 돼....

    식사. 하고. 가.

    절대 안 돼!

    알았어. 진짜 식사 안 하고 갈 거면, 저 얼굴에다 대고 직접 말해 봐.

    알았어, 하면 되잖아!

    더스크는 용감하게 애플블룸의 눈을 바라보고는...

    안 돼! 못 하겠어! 밥 먹고 갈게! 제발, 제발 저 표정 좀 그만 지으라고 해!

    좋았어, 나의 노예야. 자리를 잘 잡아 가는구나.

     

     

    더스크가 음식을 먹어치우는 동안 스미스 할머니는 애플잭에게 몸을 기울여 속삭였다. "정말 귀여운 젊은이구나."

    "할머니!" 애플잭이 얼굴을 붉히며 딱 잘라 말했다.

     

     

    ***

     

     

    더스크 샤인은 터질 것 같이 꽉 찬 배를 하고서 포니빌 거리를 터덜터덜 걸었다. "다음 할 일은 뭐야, 스파이크?" 그는 끙끙거리며 물었다.

    "날씨 점검." 스파이크가 대답했다. "레인보우 대시라고 하는 포니가 담당하고 있다는데."

    더스크는 구름 낀 하늘을 바라보았다. "흠, 아무래도 근무 태만인 것 같군." 그는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 "저렇게 구름이 잔뜩 끼었는데 어떻게 해 뜨는 걸 축하하겠다는 거야?"

    그 때 갑자기 무지개색 형체가 달려들더니 눈앞이 깜깜해졌다.

    더스크 샤인은 숨을 쉬려고 애썼다. 그는 진흙으로 잔뜩 뒤덮여 있었다. 따뜻하고 부드러운 베개가 얼굴을 덮고 있었다. 더스크가 그 '베개'가 어떤 포니의 엉덩이라는 것을 깨닫는 데는 시간이 좀 걸렸다. 더스크는 "저리 비켜."라고 말하려 했지만, 나오는 소리라고는 "저읍읍 웁웁!!" 에 좀 더 가까웠다. 하지만 더스크의 얼굴 위에 앉아 있던 포니에게는 그게 꽤나 기분나쁘게 들렸던 모양이다. 왜냐고?

    왜냐하면 그 말을 듣자마자 더스크의 숨을 막던 포니가 그의 얼굴을 뻥 찼기 때문이다.

     

     

    "아야!!" 더스크가 비명을 질렀다. "왜 그러는데?"

    "내 뒤에다 그 못생긴 얼굴을 들이민 대가다, 이 싸이코야!" 남자아이같이 생긴 무지개색 갈기 암말이 쏘아붙였다. "너 내 팬클럽에 그 변태들 중 하나냐?"

    "뭐라고? 아니야!" 더스크가 항의했다. "난 캔틀롯에서 왔어! 여기 포니는 아무도 모른다고!"

    "캔틀롯?" 그 무례한 페가수스는 곧바로 태도를 바꿔 말했다. "거기 원더볼트가 공연하는 데잖아! 너 원더볼트 봤어? 스핏파이어 만나본 적 있어? 그 사람 어때? 알려 줘!"

    어찌나 질문이 쏟아지는지 더스크는 깜짝 놀랐다. 잠시 깊게 생각한 후에 그는 그냥 엉덩이에 얼굴을 파묻었던 일은 없었던 걸로 하기로 했다. "네가 레인보우 대시니?" 그가 물었다.

    "바로 그 유일무이한 존재지!" 레인보우 대시가 자랑스럽게 말했다. "날씨 담당 팀 대장이자 미래의 원더볼트 대원, 그리고 이퀘스트리아에서 가장 빠른 비행사 말이야!"

    "그리고 게으름뱅이기도 하고." 더스크가 비웃었다.

    "뭐라고 했어, 짜샤?!!" 레인보우 대시가 분노에 불타 고함쳤다.

    "기분 나쁘라고 하는 말은 아니야. 하늘이 좀 지저분해 보이는데 너는 온종일 곡예 비행만 하고 있잖아." 더스크가 비판하듯 말했다.

    "야, 난 이 하늘을 몽땅 딱 10초만에 정리할 수 있어. 쉬운 일이라고!" 레인보우 대시가 으스댔다.

    더스크 샤인은 대시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어디 해 보시던가." 그는 능글맞게 웃었다.

     

     

    레인보우 대시는 눈 깜짝할 사이에 잔상이 생길 정도로 빨리 이륙했다. 대시의 말이 정말인지 시간을 재 줄 만한 포니는 없었지만, 그녀가 창안한 (그리고 레인보우 대시의 말에 따르면 물리 법칙보다 20% 더 쿨한) '끝내줌의 법칙' 에 의하면 정말 딱 10초만에 온 하늘이 깨끗해졌다.

    더스크 샤인은 조각상처럼 꼿꼿이 서서 입을 떡 벌리고 있었다.

    "내가 뭐라고 했어?" 레인보우 대시가 말했다. "딱. 10초라고. 했지. 그리고 아까 네 얼굴 걷어찬 거 말인데, 사과로 네 갈기 말려 줄게. 토네이도 스타일로 말이야!" 더스크가 채 거절하기도 전에 레인보우 대시가 원 모양으로 빙빙 날며 만들어낸 회오리바람이 그를 덮쳤다.

    레인보네이도가 잠잠해지자, 대시는 자기 작품을 바라보았다.

    "뭐야?" 더스크 샤인이 물었다. "뭐 재밌는 거라도 있어?"

    스파이크는 킥킥 웃으며 대답했다. "네 갈기 좀 봐! 서커스 광대 같아!"

    "아냐, 아냐." 대시가 바로잡았다. "나폴레히힝 다이너마이트 영화에 나오는 주인공 같잖아!" 대시와 스파이크는 낄낄 웃었다.

    "하하. 진짜 재밌네." 더스크 샤인은 말했다. "자, 미안한데 이제 빨리 축제 나머지 부분을 감독하고 나이트메어 문 부활에 대비해야 하거든! 너도 알지, 스파이크? 중요한 거 말이야?"

    "와우!" 레인보우 대시가 소리쳤다. "너 나이트메어 문한테 맞서려고 하는 거야? 포니 잡아먹는 알리콘이 나오는 그 옛날 이야기 말이야?"

    더스크 샤인은 얼굴을 찌푸렸다. "옛날 이야기가 아니야." 그는 군소리를 했다.

    "그거... 참... 멋진데!" 레인보우 대시가 감탄했다. "너 앞으로도 계속 나랑 놀아 줘야겠다!"

    그냥 죽여 줘. 더스크는 생각했다.

     

     

     

    ***

     

     

    더스크 샤인은 시청으로 걸어들어갔다. 목록에 따르면 다음 임무는 장식 전문가로 봉사활동하고 있는 래리티라는 포니를 만나보는 것이었다. 건물 기둥들은 온통 호화로운 모양의 색색깔 리본들로 장식되어 있었다. 잘 되고 있군. 그는 생각했다. 여기 일은 다 잘 돌아가고 있는 것 같아. 어쩌면 그냥 아무하고도 얘기하지 않고 슬쩍 빠져나가도 될지 몰라.

    "아름다워..." 스파이크가 꿈꾸는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래." 더스크가 맞장구쳤다. "장식들이 아주 완벽하네. 그럼 이제 가자."

    "지금 장식 얘기 하는 게 아니잖아, 바보야!" 스파이크가 쏘아붙였다. "난 지금 저쪽에 있는 기절할 것처럼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공주님 얘기하는 거라고."

    더스크 샤인은 중앙 무대 쪽을 바라보았다. 완벽하게 빗어내린 보라색 머리가닥을 한 새하얀 유니콘이 다음에는 어떤 리본을 매달까 고르고 있었다.

    "쟤 말이야?" 더스크는 혼란에 빠져 말했다. 뭔가 깨달은 듯한 느낌이 들었다. "꼬마 용 스파이크, 너 지금 사랑에 빠진 거니?"

    스파이크는 심지어 아니라고 변명하려는 시도조차 하지 않았다. "제발 내 파트너가 되어 줘!" 그는 애원했다. "일 년 동안 설거지도 하고 평생 동안 침대 정리도 잘 할게. 플레이숫말 잡지 본다고 엄마한테 이르지도 않을게. 그리고 네가 말하는 '달 속의 암말' 이야기도 다 믿어 줄게!!"

    "몇 가지 확실하게 해야 할 게 있는데 말이야." 더스크가 말했다. "첫 번째, 내가 보기에 넌 불구덩이에 빠진 눈덩이만큼이나 쟤랑 잘 될 확률이 없어. 두 번째, 내가 딱히 도와주지 않아도 넌 어차피 그 집안일들 다 할 거잖아. 세 번째, 계속 말하는데 그거 플레이숫말 잡지 아니었어. 원더볼츠 화보 잡지 스핏파이어 특집이었다고. 네 번째, 너 파트너가 뭔지는 아니? 다섯 번째, 네가 쟤랑 잘 될 확률이 불구덩이에 빠진 눈덩이만큼이나 적다고 말했나?"

    "그러기만 해 봐. 너 아직도 그 바보같은 인형 가지고 잔다고 온 동네에 다 퍼뜨릴 거야." 스파이크가 위협했다.

    "야, 헛똑똑이 아가씨까지 끌어들이기야?" 더스크는 스파이크를 노려보았지만 스파이크는 전혀 개의치 않았다. "알았어." 더스크가 마지못해 말했다. "내가 먼저 말 걸어 볼게. 이번 한번만이야."

     

     

    더스크는 스파이크의 짝사랑에게 다가갔다. "안녕, 아가씨." 그는 짐짓 신나는 척하면서 말했다. "난 더스크 샤인이야. 멋진 친구를 하나 소개시켜 주고 싶은데, 스파이크라고--"

    "네 갈기!!" 그 하얀 유니콘이 비명을 질렀다. 더스크는 자기 머리를 만져 보고는, 아직 그 끔찍한 머리스타일을 하고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어, 집에 가서 다듬으려고 했는데..." 그는 되는 대로 변명했다.

    "셀레스티아 맙소사! 너 그런 머리를 하고 밖에 돌아다닌 거야? 용기 좀 봐. 대체 이런 식으로 아름다움에 대한 테러를 저지르는 사람이 누구야?"

    "음, 레인보우 대시라고 있어." 더스크 샤인은 머뭇거리며 말했다. 그 말을 내뱉자마자 그는 이 패셔니스타 포니가 꾸미고 있는 계획(그게 무엇이든지간에)으로부터 대시를 구해 주기로 마음먹었다. "하지만 그냥 사고였을 뿐이야."

    "흠." 다이아몬드 무늬 엉덩이를 한 그 암말이 차갑게 말했다. "보아하니... 우리 꼬마 쌩쌩이 아가씨하고 얘기를 한 번 해 봐야겠군. 안 그래?" 더스크는 목에 꽉 막힌 것을 꿀꺽 삼키고서야 말을 꺼낼 수 있었다.

    "스파이크?" 그는 속삭였다. "너 진짜로 이 싸이코 말 쫓아다니고 싶은 거야?"

    "미안한데," 스파이크는 황홀경에 빠져 있었다. "쟤가 너무 섹시해서 네 말 하나도 안 들려."

    "그만하면 됐어." 싸이코 암말이 말했다. "일단 네 머리부터 좀 어떻게 해 보자. 기차가 박살난 것 같잖아!"

    더스크는 변명거리를 찾아 우물거렸다. "사실 말이지, 우리 이제 가려고..."

    "명령이야, 얘야." 그녀는 말했다. "내 사전에 거절이란 건 없어. 알아들어?"

    "아... 알겠습니다 마님." 더스크는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말했다.

     

     

    더스크 샤인은 자기 '주인'이 갈기를 매만져 주는 사이에 그녀의 이름이 래리티고 여름 태양절 축제의 장식 전문가로 봉사활동을 하고 있으며, 지금 그들이 서 있는 옷가게인 회전목마 부티크의 주인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는 또 래리티가 레인보우 대시의 친한 친구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그러니까 아마 더 이상 대시를 걱정해 줄 필요가 없는 것 같았다. ...그렇겠지?

    "그래서 자기, 이름이 뭐라고?" 래리티가 물었다.

    "더스크 샤인이야." 더스크가 대답했다.

    "더스크 샤인?" 래리티가 헉 하고 숨을 들이쉬었다. " 더스크 샤인? 셀레스티아 공주님의 개인 수제자 말이야?"

    "내가 누군지 알아?"

    "자기야, 제발." 래리티는 가볍게 더스크의 말을 받아쳤다. "여덟 살 때 핵 에너지급 마법을 쓰고, 큐티 마크 재능은 마법 그 자체인데다가 셀레스티아가 '내 아들과도 같다'고 말하는 그 숫말이잖아? 그 정도쯤 되면 신문에 안 나오는 게 놀랍지. 그냥 왕자 같다니까?"

    더스크는 잠시 동안 그 말을 곱씹으며 생각했다. "그래도 졸업 무도회 때 파트너 한 명도 없었는걸." 그는 괴로워하며 중얼거렸다.

    "오, 그래도 오늘 처음 보는 낯선 포니에게 내 꿈에 대해서 말해야 하는 걸까?" 래리티가 한숨을 쉬었다.

    "꿈?" 더스크는 물었다. 제발 얘가 지금 내가 되고 싶어한다고만 말하지 않았으면. 그는 속으로 생각했다.

    "그러니까 말이지, 더스크." 래리티는 더스크에게 여러 가지 옷을 대 보면서 꿈꾸듯 말했다. "잘생긴 왕자님을 만나서 서로 미친 듯이 사랑에 빠진 다음, 휩쓸리듯이 캔틀롯으로 가서 사는 게 내 오랜 꿈이었어. 물론 그 왕자님의 결혼 상대로 말이야." 더스크는 속으로 참 얄팍한 꿈이라는 생각을 했지만, 그냥 입을 다물고 있었다. 하지만 스파이크는 바로 기회를 잡았다.

    "있잖아." 스파이크가 부드럽게 말했다. "난 더스크의 동생 같은 존재거든. 그러니까 나도 왕자라고 할 수 있을 텐데!"

    래리티는 한쪽 눈썹을 치켜올렸다. "넌 누군데?"

    "난 스파이크야!" 꼬마 용 스파이크는 신이 나서 말했다. "너도 알잖아. 지금 45분 동안 너랑 같이 더스크 옷 갈아입는 거 도와주고 있는 잘생긴 용 말이야!" 하지만 래리티는 어느새 다시 더스크 샤인의 곁으로 돌아가 있었다.

    "오, 정말이지 우리 둘은... 최고의 한 쌍이 될 수 있을 거야." 그녀는 음흉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 말의 숨은 뜻을 알아들은 더스크 샤인의 눈은 금세 커다래졌다.

    "오이런내정신좀봐이제가야할시간이네스파이크우리늦겠다!"

    더스크 샤인은 래리티가 웨딩드레스를 입고 자기를 쫓아오는 것 같지 않다는 생각이 들 때까지 달렸다. 그는 전속력으로 달리다가 재빠르고 안절부절못하는 종종걸음으로 속도를 줄였다.

     

     

    ***

     

     

    "그래서, 우리 좀 잘 맞는 것 같아?" 스파이크가 물었다.

    "뭐가?" 더스크가 계속 헉헉거리면서 말했다.

    "나랑 래리티 말이야!" 스파이크가 외쳤다. "내 생각에 걔는 나한테 완전 빠진 것 같아. 그러니까, 세상에 누가 이걸 보고도 가만히 있을 수 있겠어?" 그는 근육을 풀면서 뻐겼다. 더스크는 그냥 눈을 돌렸다.

    "스파이크, 오늘 네 덕분에 중요한 교훈을 얻은 것 같아." 더스크가 엄숙하게 말했다.

    "그게 뭔데?"

    "사랑은 누구든지 멍청하고 둔감하게 만들 수 있는 가능성을 가졌다는 거 말이야." 더스크는 정색하고 말했다. "그러니까, 나는 그 누구든지간에 냉정하게 평가하기 전까지는 절대 사랑에 빠지지 않기로 결심했어."

    "절대로?" 스파이크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헉 하는 소리를 냈다. "만약에 정말 어쩔 수가 없을 때가 되면 어떻게 해?"

    더스크는 그 말을 듣고 비웃었다. "스파이크, 내 마음은 뚫리지 않는 요새와도 같아." 그는 설명했다. "아마 백만 년이 지나도 나처럼 논리정연하고 침착한 포니가 사랑처럼 비이성적인 짓을 할 일은 없-- 세상에 셀레스티아 맙소사, 대체 저건 누구지???!!!!"

    바로 이게 더스크 샤인이... 그녀를 만난 때였다.

    그녀는 버터빛 노란색 몸에, 올림포스 산 꼭대기에서 자아낸 실크로 지은 폭포와도 같이 발목으로 흘러내려오는 분홍색 갈기를 가진 페가수스였다. 지휘하고 있는 새 합창단의 목소리가 어찌나 순수하고 깨끗했는지 하늘의 천사들마저도 부끄러움에 울음을 터뜨리게 할 정도였다. 그녀의 큐티 마크는 세 마리 나비였는데 정말 완벽하게 생긴 엉덩이 위에 살포시 앉아...

    ... 엉덩이가...

    ... 오, 전능하고 위대하신 로렌 파우스트여, 저 엉덩이는 정말...

     

     

    한편 현실에서는...

    "음, 더스크? 더스크? 너 때문에 새들이 겁먹고 도망가 버렸잖아. 사과하는 게 좋을 것 같아. 게다가 너 지금 침까지 흘리고 있다고." 스파이크가 말했다.

    어색한 침묵이 흘렀다. 섹시한 노란 여신님은 최대한 갈기 뒤에 얼굴을 숨기고 있었다. 이 모습은 더스크를 황홀경에서 재깍 깨어나게 했다.

    "안녕네이름은뭐야?내이름은더스크샤인이야!너혹시첫눈에반하는게있다고생각하니?" 그는 아름다운 포니에게 달려가며 소리질렀다.

    순수한 공포에 질린 목소리로, 더스크 인생 최대의 사랑은 끽끽거리며 대답했다. "내 이름은 플러터샤이야." 그녀는 들리지도 않게 말했다.

    더스크 샤인은 귀에서 먼지를 조금 털어내었다. "뭐라고, 내 사랑?"

    "플러터샤이." 그녀는 더 작은 목소리로 웅얼거렸다.

    "버터-다이?" 더스크는 소리를 더 잘 들으려고 플러터샤이에게 더 가까이 다가갔다. 플러터샤이는 자기 이름을 다시 말해 주려고 더스크의 귀 쪽으로 몸을 기울였다.

    "그러니까 내 이름은-- 저거 혹시 아기 용이니?!!"

    "으악!" 더스크는 고통에 차 소리쳤다. 사랑하는 포니의 목청 터지는 소리에 귀가 다 먹먹했다.

    "오, 미안해!" 플러터샤이가 보통 목소리로 말했다. "플러터샤이, 이 떠버리." 그녀는 자기 자신을 야단쳤다. 그런 다음 스파이크를 보러 달려갔다. "우와, 진짜 살아 있는 용을 보는 건 처음이야. 이름이 뭐니? 쓰다듬어 봐도 돼? 용에 대해서 아는 걸 다 말해 주렴!"

    "음..." 스파이크가 중얼거렸다. "내, 내 이름은 스파이크고, 음, 용에 관해서는 잘 몰라. 솔직히 말하자면 나도 다른 용을 본 적이 한 번도 없거든."

    "오 이런, 가엾은 것." 플러터샤이는 아기를 어르듯이 말했다. "동족이랑 같이 살아 본 적이 없다는 거니? 괜찮아, 우리 귀염둥이 스파이크. 엄마한테 다 말해도 된단다."

    스파이크와 더스크는 서로를 쳐다보고는, 동시에 두 가지 사실을 깨달았다. 첫 번째는 바로 이게 역할만 바뀌었지 래리티 때랑 똑같은 상황이라는 것이었다. 두 번째는 그 둘이 이제 어떤 일이 일어날지 정확히 알고 있다는 것이었다. 스파이크는 플러터샤이에게 자기 인생 이야기를 늘어놓을 것이고, 그러면 플러터샤이는 더스크 쪽은 아예 쳐다보지도 않을 것이다. 스파이크는 이 매 순간을 즐길 수 있을 것이고 더스크 샤인은 아무 것도 할 수 있는 것이 없을 것이다.

    "알았어." 스파이크는 우쭐거리며 더스크의 등에 올라탔다. "그러니까, 난 맨 처음에 보라색 땡땡이 무늬 알이었지..."

     

     

    그 다음에는 더스크 샤인의 삶에서 가장 끔찍한 세 시간이 이어졌다. 더스크의 모든 일부터 심지어 중학교 시절 내내 차고 다녔던 교정기 일까지 스파이크는 단 하나도 빼놓지 않고 이야기했다. 스파이크는 심지어 플러터샤이에게 더스크의 스마티팬츠 인형 이야기까지 떠벌렸다! 네가 어떻게 이럴 수가 있어, 스파이크?!!! 그건 너의 를 걸고 맹세했을 텐데!!! 마침내 셋은 도서관에 도착했다.

    "...그러니까 이게 오늘까지 있었던 내 인생 이야기야. 오늘 일어난 일도 듣고 싶어?"

    "자, 다 왔어." 더스크가 끼어들었다. "이제 낮잠 잘 시간이야, 스파이크." 그는 이를 악물고 말했다.

    "하나도 안 피곤한데!" 스파이크가 항의했다.

    "말도 안 돼." 더스크는 '실수로' 스파이크를 떨어뜨리며 말했다. "이것 봐, 얼마나 피곤한지 제대로 균형도 못 잡네!"

    "어머나, 이런." 플러터샤이가 걱정스럽게 말했다. "자라나는 여자아이는 낮잠을 많이 자야 예뻐지지. 알았어, 더스크. 오늘은 그냥 갈게. 그래도 귀염둥이 스파이크가 쑥쑥 자랄 수 있게 초록초록 채소 많이 주기로 약속해야 해!"

    "알았어, 그렇게 할게. 잘 가, 플러터샤이!" 플러터샤이가 날아가는 모습을 보며 스파이크가 말했다. 그러고는 뒤늦게 깨달았다는 듯이 말했다. "방금 쟤가 나보고 여자애라고 한 거 맞아?"

    더스크는 그냥 쿡쿡 웃고는 불이 꺼진 도서관 안으로 들어갔다.

     

     

    ***

     

     

    자, 더스크 샤인. 드디어 해냈구나. 더스크는 조용히 자기 자신에게 축하를 보냈다. 목록에 있는 일들을 다 끝냈어. 그것도 무사히 말이야! 이제 나이트메어 문의 부활을 대비할 수 있겠어. 평화롭고...

    "서프라이즈!!"

    ...조용하게 말이야. 더스크는 앞발로 이마를 짚었다. 그래. 깜짝 파티가 있을 수 있지. 그럴 가능성이 얼마나 되는데? 맹세하는데, 이런 짓을 벌인 포니가 누군지 찾아내기만 하면 반드시 내 감사를 받게 될 거야!

    "안녕!" 더스크는 이 높은 톤 목소리를 듣자마자 곧바로 진절머리를 쳤다. "내 이름은 핑키 파이야. 내가 널 위해서 이 파티를 열었지!" 와, 이것 좀 봐. 아까 봤던 그 분홍색 싸이코네.

    진절머리가. 나.

    그 짜증덩어리는 더스크 샤인이 목을 축이러 뭐를 좀 마시러 걸어가는 동안에도 계속 떠들어댔다.

    "내가 거리를 걷고 있었는데 말이야, 너를 만난 적이 없는 거야. 알지? 그리고 내가 너랑 예전에 만난 적이 없다면 말이지, 그건 내가 재방송이나 팬픽 속 세계에 있다는 말이지! 그래서 나는 고민하기 시작했어. 재방송일까, 팬픽일까? 재방송일까, 팬픽일까? 재방송아니면팬픽재방송아니면팬픽재방송아니면팬픽재방송아니면팬픽... 어쨌든, 네가 무진장 귀여운 남자애로 등장했잖아! 그리고 네가 무진장 귀여운 남자애라면, 아마 내가 연애물 속에 있을 거라는 말일 거야! 그러면 내가 연애물 속에 있는데 너가 무진장 귀여워 보였다고 느꼈다면 아마 내가 주인공 여자애들 중의 하나라는 뜻이겠지! 그리고 내가 주인공 여자애들 중의 하나인데다 너를 제일 먼저 발견했으면, 마지막에는 내가 진히로인일 거라는 뜻일 거야, 왜냐면 먼저 찾은 사람이 임자, 늦게 온 사람은 징징이니까! 그치? 오, 그리고 말이지 더스크야?"

    "뭐?" 더스크가 무덤덤하게 말했다.

    "너 지금 핫소스 마시고 있어."

    "... 알아."

     

     

    더스크 샤인은 침실에서 베개로 소란스러운 파티 소리를 막아 보려고 애쓰면서 분노를 곱씹었다. 스파이크가 머리에 전등 갓을 쓰고 걸어들어왔다.

    "더스크, 이건 진짜 꼭 와서 봐야 돼!" 그는 말했다. "애들이 펀치 그릇에다가 다이빙대를 설치해놔서 또--"

    "비켜, 스파이크!" 핑키가 끼어들었다. "나 아직 캐릭터 설명 다 안 했단 말이야!"

    "나 좀 내버려 둬, 핑키." 더스크 샤인은 베개 밑에서 신음소리를 내뱉었다.

    "그래도 등장 시간이 부족하면 진히로인은 못 된단 말이야!" 핑키가 항의하듯이 말했다.

    "제발 좀 내버려 두라니까."

    핑키는 아주 실망한 듯한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면 내가 '제 4의 벽'도 못 보는 네 쬐그만 뇌가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해 주면 안 될까?"

    더스크도 마주 한숨을 쉬었다. "알았어. 맘대로 해."

    "자, 봐봐. 너 오늘 하루 종일 루나 공ㅈ, 아니 나이트메어 문을 쓰러뜨릴 방법을 찾으려고 돌아다녔지? 맞아,아니야?" 핑키가 침착하게 물었다.

    "나이트메어 문이 부활한다는 거 어떻게 알았어?" 더스크는 한쪽 눈썹을 치켜올리며 물었다.

    "잠자리 이야기잖아, 바보야!" 핑키가 킥킥 웃었다. "누구나 그 늙은 껌댕이 도도쟁이는 알지! 자, 질문에나 대답해 봐. 맞아, 아니야?"

    "맞아."

    "그러면 말이야, 너 지금 그 해결책을 베개 밑에서 찾으려고 하는 거야?"

    "...응?"

    "내 말은, 친구를 만들거나 영원한 밤이 오는 걸 막기 위해 애쓰는 거 대신에," 핑키가 점점 인내심이 동나간다는 듯이 설명했다. "왜 여기서 완전 생기 없는 축축이 선생처럼 늘어져 있냐 이거야!"

    "잠깐만. 그 말 그럴듯하다, 핑키!" 더스크 샤인은 깨달았다. "이러고 있을 시간이 없어! 가자, 가서 책을 뒤져 봐야 해!"

    "어, 더스크?" 핑키가 지적했다. "그 '이러고 있을 시간이 없어'는 이미 없어."

    "무슨 말이야?"

    "내 말은, 벌써 행사가 시작됐어! 이미 한 십 분 정도 늦었는걸."

    더스크의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 "그럼 이제 아무런 희망이 없구나." 그는 축 늘어졌다.

    "음, 행운의 키스 한 방 어때, 귀염둥이?" 핑키가 희망에 찬 목소리로 더스크의 볼에 쪽쪽 뽀뽀하며 말했다. 더스크는 이게 오늘 일어난 일들 중에서 가장 이상한 일은 아니지 생각하며 최악의 상황에 대비하기로 했다.

     

     

    ***

     

     

    포니들은 시청 주변에 모여서 한가하게 수다를 떨거나 기대감으로 와글거리고 있었다. 만약 더스크 샤인에게 손가락이 있었다면 그는 생각할 수 있는 모든 방법으로 손가락을 겹치며 행운을 빌고 있었을 것이다. 그는 이렇게 평화로운 순간에도 셀레스티아가 적어도 예기치 못한 사고를 대비해서 그의 형 샤이닝 아머를 불러 놨기를 빌었다. 더스크 샤인은 모여 있는 왕실 경비병들을 바라보았다. 그 중에 샤이닝은 없었다. 보아하니 더스크는 이 사건에 혼자 맞서야 할 것 같았다...

    "오늘 밤에 나랑 래리티가 잘 된다에 10비츠 걸게!"

    바로잡는다. 더스크는 이 사건에 스파이크랑 둘이 맞서야 한다.

    "기대되지않니? 내가기대되니까너도분명기대하고있을거야지금까지이렇게신났던적이없어아맞아네가마을로걸어들어와서내가헉했던그때만빼고말이야아니그래도진짜그건이미필수요소급이잖아!"

    바로잡는다. 더스크는 이 사건에 스파이크 그리고 핑키랑 같이 맞서야 한다. 용기를 내, 더스크 샤인. 설령 아주 확실한 멸망이 코앞까지 다가온다고 해도 돌처럼 냉정한 결의로 경의와 위엄을 지킬 수 있어야.. 오, 저것 좀 봐. 플러터샤이가 아까 봤던 새들을 지휘하고 있네. 너무 귀엽다!

     

     

    포니빌 시장은 헛기침을 하며 목을 가다듬었다. "신마 숙마 여러분, 우리 땅의 지배자이자 매일 하루도 빠짐없이 해와 달을 올리시는 그분을 영광스러운 마음으로 소개합니다. 이퀘스트리아의 셀레스티아 공주님입니다!"

    커튼이 열리고 모든 포니가 헉 하고 소리질렀다. 더스크 샤인이 느끼던 훈훈함은 서늘한 공포에 쫓겨 순식간에 사라졌다. 경비병들은 반사적인 투쟁 반응으로 날개를 활짝 펼쳤다. 그런 다음 온 군중이 공황 상태에 빠져들었다.

    "무어냐?" 나이트메어 문이 사악한 미소를 띠고 말했다. "누구 기다리던 자라도 있었는가?"

    "우리 공주님한테 무슨 짓을 한 거냐!" 레인보우 대시가 외쳤다. "그리고 말투는 또 왜 그래?"

    나이트메어 문은 두 번째 질문을 듣고는 웃음을 터뜨리며 무시했다. "그대들의 친애하는 공주 말인가?" 그녀는 벼락으로 경비병들을 쓰러뜨리며 말했다. "짐이 그자에게 다가갔을 때 얘기를 해 주지. 그자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곧바로 짐에게 투항했노라."

    "거짓말이야!" 애플잭이 반박했다. "공주님은 너 같은 해충에게 절대 항복하지 않아!"

    "짐은 오로지 진실만을 말한다, 우매한 백성들이여!" 나이트메어 문이 캔틀롯 왕실 목소리로 외쳤다. 하지만 그런 목소리로 말하면 방에 있는 모든 포니가 잔뜩 웅크리기만 한다는 것을 금방 깨달은 그녀는 캔틀롯 왕실 목소리는 혹시 나중에 누군가가 다시 자기한테 말대꾸 할 때를 대비해서 아껴 두기로 마음먹었다. 나이트메어 문은 평범한 큰 목소리로 말했다. "하지만 짐은 아직 그자를 믿지 않는다. 그래서 그자를 가두어 버렸다. 보아라!" 그녀는 희미한 금빛으로 빛나는 수정 장식이 된 은 목걸이를 높이 치켜들었다. "셀레스티아는 짐을 추방한 다음, 계속 짐이 자기 마음에 함께 있다고 하였지! 그리고 이제." 그녀는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목걸이를 찼다. "짐은 짐의 마음 가까이에 그자를 영원히 두노라!!"

     

     

    더스크 샤인은 자기 귀를 믿을 수가 없었다. 셀레스티아 공주님이 항복했다고? 왜? 왜 나이트메어 문 같은 괴물한테 이퀘스트리아를 그냥 갖다 바치는 거지? 공주님은 자기 포니 백성들을 소중히 여기지 않으셨나? 나를 소중히 여기지 않으셨나?

    나이트메어 문은 적어도 군중의 절반은 현실을 받아들이고 있는 모습을 보고는 만족스러워했다. 그 때, 갑자기 작은 목소리가 외쳤다.

    "호-호-혹시 괘-괜찮으시다면 제-제-제-제발 저-저-저를 머-먹지 마-말아 주세요!" 플러터샤이가 더듬거리며 말했다. 나이트메어 문은 그냥 그 광경을 뚱하게 바라볼 뿐이었다.

    "짐은 그대의 내장으로 배를 채우고 싶은 생각이 없노라, 드루이드여." 달 속의 암말이 부드럽게 말했다.

    "저-정말요?"

    "그렇고말고. 짐이 진정으로 바라는 것은 오직 영원한 밤만이 끝없이 지속되는 것뿐이로다! 흐하하하하!"

    플러터샤이가 "꺅!" 하고 외치는 소리가 나더니, 나이트메어 문은 그녀의 상징과도 같은 구름 연기로 변해 에버프리 숲으로 날아갔다.

    레인보우 대시가 그 악당을 쫓아가려고 했지만, 이퀘스트리아에서 가장 빠른 비행사조차도 자유자재로 변하는 마법 가스 구름의 상대는 되지 못하는 것 같았다. 대시가 플러터샤이에게 가서 "이제 무서운 여왕은 떠났어. 엔젤을 놔 줘도 괜찮을 거야." 라고 말하려는 순간 그녀는 마을의 신입 유니콘이 애완 도마뱀과 함께 도서관을 향해 전속력으로 달려가는 것을 보았다. 이런 건 창문을 깨뜨리고 들어가 막아 줘야 제맛이지!

     

     

    ***

     

     

    "이봐, 범생이. 좋은 말로 할 때 빨리 말해!" 레인보우 대시가 쏘아붙였다. "내가 비록 아이스크림 콘처럼 생긴 뿔이나 단 너네 유니콘 놈들처럼 똑똑하지는 않지만 몇 가지 추리는 할 수 있거든. 첫 번째 질문이다. 너 스파이냐?"

    "뭐라고?" 더스크 샤인은 말했다. "뭐 때문에 내가 스파이라고 생각하는 거야?"

    "그거 멋진 질문이군! 먼저 말이지, 다른 포니들이 전부 자기 소중한 사람들을 찾아서 달려갈 때 너는 혼자 도서관으로 가고 있었어." 대시가 몰아붙였다.

    "내 소중한 사람들은 전부 캔틀롯에 있단 말이야." 더스크는 진지하게 말했다. "나는 그냥 여기 잠깐 들른 것뿐이라고. 어제까지만 해도 여기 와본 적도 없었어!"

    "다른 것도 있어. 넌 여기 사람이 아니지. 그리고 신기하게도 네가 도착한 바로 그 날 나이트메어 문이 딱 맞춰서 이퀘스트리아를 정복해 버렸네? 심지어 아까 낮에 너가 그 얘기를 하고 다니는 것도 봤고!"

    "그러니까, 내가 그걸 막으려고 했던 거라니까!"

    "참 그럴듯한 이야기다. 세 번째, 내가 그 동안 봤던 수많은 007 갈기본드 영화에서 배운 건데 말이야, 스파이들은 하나같이 다 여자를 잘 홀리더라고. 내가 딱 한 마디만 하지, 친구. 지금 너한테서 아주 수상할 정도로 쿨한 매력이 뿜어져 나오고 있다고!"

    "... 그거 칭찬이야, 욕이야?"

    "이것 봐! 또 그런다!" 레인보우 대시가 얼굴을 붉히며 말을 내뱉었다.

    "걔는 스파이가 아니야, 레인보우 대시." 애플잭이 문을 열고 들어오며 더스크를 변호했다. 아까 만났던 다른 포니들도 함께였다.

    "그래도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는 확실히 아는 것 같아. 그렇지, 더스크?"

    더스크는 한숨을 쉬었다. "내 생각에 우린 '조화의 원소'에 관한 정보를 될 수 있는 한 몽땅 찾아봐야 할 것 같아." 그는 말했다.

    "알았어!" 책을 한 권 끄집어내며 핑키가 말했다. "조화의 원소 가이드북. 언제나처럼 'ㅈ' 항목에 있구나!"

    더스크는 큰 소리로 책의 내용을 읽었다. "조화의 원소에는 여섯 종류가 있는데, 현재까지는 정직, 친절, 웃음, 관용, 그리고 의리의 다섯 종류밖에 알려진 바가 없다. 마지막 여섯 번째 원소는 철저한 비밀로 부쳐져 있는데, 그 어떤 포니도 악한 용도로 사용하지 못하게 하기 위함이다. 셀레스티아 폐하는 조화의 원소를 사용해 나이트메어 문을 무찌른 다음 왕실 포니 자매의 성에 숨겨 두었다. 성은 현재...

    "...에버프리 숲에 있다!" 여섯 포니들이 동시에 외쳤다.

     

     

    ***

     

     

    여섯 포니들은 숲으로 들어가는 길목에 섰다. 스파이크는 밤새도록 파티를 한 끝에 기절한 듯 잠들었기 때문에 혼자 남겨져 있었다.

    더스크 샤인은 깊이 숨을 들이쉬고는 선언했다. "나 혼자 들어갔다 올게."

    "뭐라고?" 다른 다섯 포니들이 말했다.

    "이렇게 멀리까지 날 따라와 줘서 정말 고마워. 하지만 여기서 이만 헤어져야 할 것 같아. 나이트메어 문의 부활을 예견한 건 나니까 내가 끝까지 책임지고 막아야 하는 게 맞는 것 같아. 게다가 다른 어떤 포니도 다치는 걸 보고 싶진 않거든."

    "정말 친절하구나, 각설탕 친구." 애플잭이 먼저 말을 꺼냈다. "하지만 이퀘스트리아는 우리 고향이기도 해. 게다가 네가 빼먹은 사실들이 몇 가지 있는데, 넌 지금 그 짱짱한 무기인가 뭔가를 찾으러(게다가 여섯 번째 원소가 뭔지 모르는 이상 제대로 작동할지 어쩔지 확실하지도 않고 말이야) 이 주변 천오백 킬로미터 정도에서 가장 위험한 장소에 들어가려고 하는 거라고. 이 세상을 영원한 어둠 속에 빠뜨리려고 단단히 작정을 하고 있는 불사의 악마 여신이랑 싸우려고 말이야!"

    "그래서?"

    "그러니까 네 뒤를 좀 지켜 줄 누군가가 같이 가야 한다는 거야!" 애플잭이 마치 이게 세상에서 제일 쉬운 문제라도 되는 듯이 말했다.

    "그래. 너 혼자 욕심쟁이처럼 그 모든 영광을 가져가게 할 수는 없다고!" 레인보우 대시도 말했다. "그건 내가 할 일이야!"

    "알았어." 더스크가 말했다. 다섯 포니 소녀들은 그 뒤를 따랐다. "지원군이 좀 있는 것도 나쁘지 않지."

     

     

    여섯 포니들은 어둠에 잠긴 숲 속을 걸어갔다. "그런데 말이야." 더스크가 큰 소리로 물었다. "에버프리 숲이 대체 왜 그렇게 위험하다는 거야?"

    "너 지-지금 아-안 무섭다는 얘기야?" 플러터샤이가 덜덜 떨었다.

    "사실은..." 더스크가 인정하듯 말했다. "내가 살면서 본 곳들 중에서 제일 으스스하기는 해. 그런데 정확히 뭐 때문에 이 숲이 이렇게 부자연스러워 보이냐 이거야. 왜 여기서는 동물들이 서로 잡아먹지? 왜 구름들이 자기들 스스로 움직이는 거야?" 

    "어느 포니도 모르지." 레인보우 대시가 최대한 무서운 목소리로 말했다. "왜 그런지 알아? 여기... 들어온... 포니는... 아무도 되돌아오지 못했거든!" 그녀가 목소리를 높여 소리치자 마치 그 말이 신호라도 되듯 갑자기 땅이 쩍 하고 갈라졌다! 더스크는 갑작스럽게 비탈진 자갈과 흙더미 위에서 균형을 잡아 보려고 허둥거렸다. 눈 깜짝할 사이에 그는 자기가 절벽 끄트머리에 매달려 애플잭의 앞발굽을 붙잡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애플잭!" 그는 공포에 질려 소리쳤다. "어떻게 해야 하지?"

    애플잭은 차분한 얼굴로 더스크의 눈을 바라보았다. "손을 놔." 그녀는 침착하게 말했다.

    "뭐라고? 절대 안 돼!"

    "난 거짓말하려는 거 아니야. 상황이 별로 안 좋아 보인다는 거 알지만, 솔직히 생각해 봐. 내가 너 같은 포니를 다치게 하려고 그러겠니?" 애플잭은 그렇게 말하며 더스크 샤인이 지금까지 봤던 것 중에 제일 믿음직한 얼굴을 하고 미소지었다. 둘은 눈 한번 깜박이지 않고 서로를 바라보았다. 더스크의 인생에서 가장 긴 1분이었다. 마침내 그는 정신을 차리고 입을 열었다.

    "젠장, 그렇게 아름다운 눈을 하고선..." 더스크는 속삭이고서 손을 놓았다. 애플잭은 방금 자기가 무슨 말을 들었는지 잘 이해가 되지 않아 고개를 흔들었다.

    이런, 그녀는 생각했다. 전혀 예상하지 못했는걸. 진짜 나한테 작업 거는 거 맞았나 보네.

     

     

    하지만 더스크는 좀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다.

    으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흡!

    오이런내가살았어내가살아있다고대시랑플러터샤이가나를잡았네지금날잡고있고난살아있어...

    더스크가 멋지고 멋진 땅으로 다시 돌아온 다음 우리의 여섯 포니들은 다시 길을 떠났다. 레인보우 대시가 연속으로 75번째 '내가 세상에 얼마나 멋지게 더스크 목숨을 쩔게 구해 줬는지' 자랑하는 동안 더스크 샤인은 태평스럽게 애플잭에게 다가갔다.

    "어... 아까 절벽에서 그거 말인데." 그는 설명하려고 했다.

    "응?"

    "그냥 하는 말인데, 그거 그냥 말이지, 분위기에 휩쓸렸다고 해야 하나? 이제 죽는구나 싶었다고 해야 하나? 그런 거였어." 더스크는 부끄러움이 흘러넘치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냥 그렇다고. 널 '그런' 식으로 생각하진 않는다는 말이야."

    "당연하지, 친구!" 애플잭이 이해한다는 듯이 말했다. "다 이해해."

    "으, 진짜 다행이다." 그는 참고 있던 숨을 내뱉었다. "난 그냥 네가 오해할까 걱정ㅎ--"

    그리고 그 다음 순간 더스크 샤인은 애플잭이 레인보우 대시보다 몇 배는 더 세게 뒷발질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

     

     

     

    더스크는 친구들과 함께 말없이 좁은 샛길을 걸어가며 멍든 눈을 문질렀다. 농부 포니가 그의 얼굴을 발로 차는 광경은 모두가 같이 보았지만, 아무도(심지어는 레인보우 대시조차) 애플잭에게 왜 그랬는지 물어볼 엄두를 내지 못했다.

    (래리티가 자기 소중한 왕자님 얼굴을 더럽혔다고 비수를 꽂는 눈빛으로 마구 노려보기는 했지만)

    그 때 갑자기 어디선가 거대한 짐승이 튀어나와 울부짖으며 침묵을 깨뜨렸다!

    "맨티코어다!" 포니들은 비명을 질렀다. 놀랍게도 가장 먼저 공격한 것은 래리티였다. 그녀는 당장 머릿속에 들어 있던 생각을 실행으로 옮겼다. 맨티코어의 얼굴을 발로 뻥 찬 것이다. 괴물은 더욱 분노에 차 다시 울부짖었다. 공포에 질린 래리티는 비명을 지르며 친구들이 있는 곳으로 달려왔다. 괴물은 그 뒤를 쫓아왔다.

     

     

    맨티코어가 막 래리티의 가죽을 찢어버리려던 순간 갑자기 머리 위에 뭔가 올라앉았다. 애플잭이 괴물의 머리를 로데오하듯 타기 시작한 것이다. 맨티코어는 그 주황색 암말을 떨쳐내 버렸지만 금방 주위를 빙빙 도는 레인보우 대시에게 포위당하고 말았다. 대시는 점점 더 빨리 날면서 작은 무지개색 허리케인을 만들어냈다. 괴물은 꼬리를 휘둘렀고, 크게 퍽 하는 소리가 나더니 레인보우 대시가 뒤로 밀려났다. 대시는 금방 다시 일어나 친구들과 함께 용감히 맨티코어에게 돌격--

    "기다려어어!!!" 플러터샤이가 싸움을 말리며 소리쳤다. 그녀는 분노에 찬 적에게 조용히 걸어가 어린아이를 다루듯 얼르기 시작했다.

    "무슨 일이야, 우리 복슬복슬 덩치 친구?"

    더스크는 혼란스러운 나머지 눈을 몇 번 깜박거렸다. "... 뭐야? 지금 뭐 하는 거야? 도망쳐 플러터샤이! 그 괴물이 널 산 채로 잡아먹을 거라고!"

    맨티코어는 플러터샤이에게 가시가 박힌 자기 앞발을 보여 주었다. "오, 우리 불쌍한 아가. 걱정하지 마. 내가 잘 고쳐 줄게. 사아아알짝 아플지도 몰라..."

    "으워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엉!"

    "...자, 그렇게 많이 아프지는 않았지, 그치? 이제 너만 괜찮다면 나랑 내 친구들은 다시 가 볼게."

    온순해진 맨티코어는 감사의 마음을 담아 마치 소처럼 플러터샤이를 계속 핥아댔다. 플러터샤이는 그냥 살짝 웃으며 즐겁게 다시 뛰었다.

    "... 방금 무슨 일이 일어난 거야?" 더스크가 물었다.

    "있지, 더스크. 누군가가 아주 크고 무섭게 생겼다고 해도 그게 친절의 앞발을 내밀지 말아야 할 이유는 안 된다고 생각해." 플러터샤이는 말했다. "그리고 말이지, 우리 애완 토끼한테 자유시간 줄 때를 한번 네가 봐야 해. 아까 그 순둥이는 우리 엔젤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라니까!"

    "그래. 나한테 그 토끼 절대 보여주지 말아 줘." 더스크는 맨티코어에 비교하면 엔젤이라는 토끼는 얼마나 무서울지 상상하며 침을 꿀꺽 삼켰다.

     

     

    ***

     

     

     

    우리의 여섯 영웅들은 길을 따라 계속해서 성 유적으로 걸었다. 숲이 깊어질수록 나뭇가지들이 안 그래도 옅은 달빛을 더욱 가렸다. 곧 더스크 샤인은 자기 머리 위에 달린 뿔조차 보지 못하게 되었다. 물론 간단한 불빛 마법을 쓰면 해결되겠지만, 갑자기 물컹 하는 소리가 나는 바람에 이 생각은 사라지고 말았다.

    "으윽." 애플잭이 말했다. "나 방금 뭐 이상한 거 밟은 것 같다." 바로 그 때 플러터샤이가 공포에 질려 비명을 질렀다.

    "그냥 진흙이야, 플러터." 애플잭이 코웃음을 쳤다. "고작 진흙 가지고 다들 뭘 그렇게아아아아아악!!! 나무 괴물이다!! 다들 도망가!!!"

    나무들에는 무시무시하게 빛나는 얼굴이 달려 있었고, 포니들은 공포에 질려 비명을 지르고 나무들은 참 무시무시했지만 사실 아무 짓도 하지 않았는데, 장소가 에버프리 숲인 만큼 모든 것들이 죽음을 불러올 수 있는데다 나무들은 정말, 정말로 무서웠다...

    ... 그리고 이 다음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는 다들 잘 알 것이다.

     

     

    유튜브 링크를 타고 뮤지컬 노래를 한 곡 들은 다음, 나무 괴물들은 웃음의 힘으로 퇴치되었다. 여섯 포니들은 상처 하나 없이 나무숲 사이를 빠져나올 수 있었다. 하지만 그 다음 일어난 일에는 아무도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다. 폭이 15미터나 되는 급류가 나타난 것이다!

    "세상에나, 대체 이걸 어떻게 건너가야 하지?" 더스크 샤인이 외쳤다.

    레인보우 대시는 잠시 동안 생각에 빠졌다. "플러터샤이랑 내가 한 마리씩 들고 건너편으로 옮기면 될 것 같은데." 그녀는 제안했다.

    "난 토끼보다 더 큰 건 들어 본 적 없단 말이야." 플러터샤이가 말했다.

    "거짓말치지 마, 플러터샤이." 레인보우 대시가 눈을 굴리며 말했다. "너 아까 나랑 같이 더스크도 구해 줬잖아. 나랑 같이 하면 될 거야. 우리 둘이 힘을 합치면 포니로 가득 찬 마차도 쌩쌩 달리는 기차처럼 옮길 수 있을 거라고!"

    "잘 못할 것 같아..." 플러터샤이가 웅얼거렸다. 하지만 이런 설정 구멍 우려먹기가 바닥나기 전에, 강 하류 쪽에서 주체할 수 없이 흐느껴 우는 소리가 들려왔다. 서러운 울음소리를 따라서 걸어내려간 우리의 주인공들은 아주 멋진 바다뱀을 발견했다.

     

     

    "무슨 일이세요?" 더스크 샤인이 물었다.

    "글쎄, 내가 그냥 평소처럼 지내고 있는데 말이야." 바다뱀이 말했다. (앞으로 이 양반을 스티븐 매그넷이라고 부르겠다) "갑자기 보라색 바람이 휙 하고 내 옆을 스쳐지나가더니 내 아름다운 코옷수염을 한쪽 싹둑 잘라 버렸어! 내 꼴이 말이 아니라구!!" 그가 물을 한바탕 첨벙거리는 바람에 여섯 포니들은 쫄딱 젖고 말았다.

    "어, 매그넷 씨?" 핑키 파이가 이의를 제기했다. "코옷수염이 아니라 콧수염이에요."

    "그렇게 말했다니까." 스티븐이 말했다. "내 우아했던 코옷수염!"

    "콧수염." 핑키가 단호하게 말했다.

    "코옷수염!" 스티븐 매그넷이 딱딱거렸다.

    "콧수염!" 핑키가 짜증을 내며 말했다.

    "코옷수염!"

    "콧수염!"

    "코옷수염!"

    "콧수염!"

    "코옷수염!"

     

     

    이 모든 일이 일어나는 동안 더스크 샤인은 그 둘에게는 눈꼽만큼도 관심이 없었다. 왜냐하면 모두가 홀딱 젖는 바람에 그는 이퀘스트리아 역사상 가장 중요한 발견을 하게 된 것이다.

    래리티는 갈기가 물에 젖었을 때 이 세상 살아 있는 모든 것 중에서 가장 섹시한 생물이 되었다.

    래리티는 아틀란티스에서 올라온 물고기 포니 같았다. 물에 젖은 갈기가 달빛에 흐르듯 빛나며 목을 타고 내려와 딱 달라붙는 수영복처럼 착 감긴, 진주처럼 흰 털가죽 위로 떨어졌다.

    그는 플러터샤이를 쳐다보았다. 아니야, 래리티가 백만 배는 더 나은 것 같아. 다시 래리티로 돌아간다.

    물이 수은처럼 매끄럽게 엉덩이에서 뚝뚝 떨어지며 내려와 꼬리를...

    ... 꼬리가...

    ... 꼬리가 방금 싹둑 잘려나갔다.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음?

    "내 아름다운 코옷수염 - "콧수염!" - 을 예전같은 영광스러운 모습으로 고쳐 줘서 정말 고마워요, 마담 래리티!" 스티븐 매그넷이 기쁨의 눈물을 줄줄 흘리며 말했다. "제가 보답으로 해 줄 수 있는 게 있을까요?" 

    "이 망할 급류를 건너게 해 주는 것부터 하면 될 것 같아, 우리 자기." 래리티가 겸손하게 말했다. "그리고 조금 이따가는 마른 수건이랑 빗을 좀 가져다 주면 좋겠어. 내 갈기가 아주 끔찍하게 못생겨져서 말이야!"

    더스크 샤인은 뭐라 항의하려고 입을 열었지만, 오늘치 눈에 멍은 이미 충분히 들었다는 생각을 하고는 그냥 조용히 있었다.

     

     

    ***

     

     

    마침내 더스크와 친구들은 왕실 포니 자매의 성에 다가섰다. 다만 아직 한 가지 난관이 남아 있었다. 건너편으로 향하는 흔들다리가 끊어져 있었던 것이다.

    "어떻게 건너지?" 애플잭이 말했다. "저 절벽은 스미스 할머니 겨드랑이보다 더 깊은 것 같은데!"

    "오, 대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대시가 비꼬듯 말했다. "우리한테 날개도 달리고 완전 멋진 페가수스만 있다면 건너편으로 그냥 날아가서 다리를 고치면 될 텐데."

    "레인보우 대시, 너 아직도 강가에서 있던 일 때문에 화난 거야?" 플러터샤이가 죄라도 지은 듯한 목소리로 물었다.

    "됐어." 레인보우 대시가 툴툴거렸다. "그냥 원소나 찾으러 가자." 그 말을 하고 그녀는 다리 건너편으로 날아갔다. 대시가 막 다리를 매단 마지막 밧줄을 묶으려던 순간, 누군가 부르는 소리가 그녀를 딱 멈추게 했다.

    "레인보우 대시..."

    "거기 누구야! 정체를 밝혀라! 어떻게 내 이름을 알고 있는 거지?" 대시가 물었다. 궁금한 마음과 도전적인 마음이 동시에 들었다.

    "네 명성과 평판은 네가 생각하는 것보다 높단다, 레인보우 대시. 네가 온 이퀘스트리아에서 가장 재능있는 비행사라는 소문을 들었지."

    "그만해, 부끄럽잖아!" 레인보우 대시가 말했다. 그녀는 잠시 멈칫했다. "아냐, 생각해 보니 평소에도 매일 듣는 말이잖아. 뭐 다른 말 들은 거 또 있어?"

    "네가 전설 속의 소닉 레인붐을 일으킬 수 있는 유일한 존재라는 것도 알고 있지." 목소리의 주인공은 안개 속에서 걸어나오며 말했다. 검은 스판 유니폼을 입고 있는 암컷 페가수스였다. 같은 유니폼을 입은 숫말 두 마리가 그녀를 호위하고 있었다.

    "그래, 다 맞는 말이야." 대시가 자랑스럽게 말했다. 그녀는 자기를 칭찬해 주는 세 마리 포니를 쳐다보았다. "그런데 너네는 누군데 그래?"

    "우리는 섀도우볼츠다." 그 암말이 말했다. "에버프리 숲에서 가장 빠른 비행단이지. 곧 이퀘스트리아에서 가장 빠른 비행단이 될 거고!"

    "그 말이 사실이라면 왜 아직 원더볼츠보다 안 유명한 건데?" 레인보우 대시가 자기 우상들을 변호하며 따졌다. "내가 장담하는데 원더볼츠가 있는 한 그건 절대 불가능한 일이야!"

    "우, 우리도 원더볼츠만큼 멋져질 수 있다고!" 암말은 변명하듯 딱딱거렸다. "사실... 아직 단장이 없어서 그래." 그녀는 둘러댔다.

    "누구 생각해 둔 포니라도 있어?" 레인보우 대시가 다 안다는 듯이 웃으며 말했다.

     

     

    한편 부서진 다리 건너편에서 더스크 샤인은 레인보우 대시가 섀도우볼츠와 이야기하는 것을 보고 있었다. "그러지 마, 대시! 함정이야!" 그가 외쳤지만, 갑자기 안개가 밀려들어와 그의 목소리를 중간에 끊어 버렸다.

     

     

    "우리는 속도가 빠른 포니가 필요해." 섀도우볼츠 대장이 말했다.

    "그래..." 레인보우 대시가 그 순간을 즐기며 말했다.

    "행동도 재빠른 포니가 필요하지." 섀도우볼츠 대장이 긴장감을 한층 높이며 말했다.

    "그래..."

    "그리고 가장 중요한 건, 우리 단장은 정말 끝도 없이 쿨해야 한다는 거야!"

    "아 진짜, 그래! 바로 그거라고!"

    "우리가 필요로 하는 건... 너야." 섀도우볼츠 대장이 대시의 귓속에 속삭였다.

    "약속한 거다, 친구!" 레인보우 대시가 환호했다. "일단 다리부터 다 고친 다음에 다시 얘기하자."

    "안 돼!" 어두운 암말이 황급히 말했다. "지금 당장 우리랑 같이 가야 해. 쟤들이야, 아니면 우리야?"

    레인보우 대시는 잠시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매일매일 갈구해 오던 유명세와 영광을 고를 것인가, 아니면 자기를 응원해 주고 항상 찰싹 붙어 다니는 그녀의 친구들을--

    "너네 나이트메어 문 쫄따구 맞지?" 레인보우 대시가 말했다.

    "뭐라고?!" 섀도우볼츠 포니들은 당황스러워하며 도로 나이트메어 문으로 변했다. "그대는 대체 어떻게 짐의 변장을 꿰뚫어볼 수 있었는가? 심지어 짐이 말투까지 바꿨거늘!"

    "음," 레인보우 대시가 깜짝 놀라 말했다. "나이트메어 문 본인이라고 한 적은 없는데. 야, '섀도우볼츠'가 뭐냐, 진짜? 좀 더 제대로 된 이름을 생각해 볼 수는 없었던 거야?" 그녀는 비판했다.

    "'섀도우볼츠'가 얼마나 멋진-- 됐다." 달의 공주가 다른 제안을 하며 말했다. "짐의 제안은 아직 고고히 유효하노라. 지금이라면 그대에게 제공할 더욱 위대한 보상들이 기다리고 있노라!"

    "잠깐만, 뭐라고?"

    "짐과 함께 하라." 나이트메어 문이 계속해서 말했다. "그리하면 짐은 그대를 어둠의 사악한 힘으로 가득 채워 감히 상상도 할 수 없을 만큼 강력하게 만들어 줄 것이다!"
    "음... 싫은데?" 대시가 말했다. "지옥에서 막 올라온 계약서에 서명하면 아마 내가 미쳐 버릴 것 같거든."

    나이트메어 문은 필사적으로 레인보우 대시가 좋아할 만한 다른 제안거리를 찾아보았다. "짐과 함께하라... 짐은, 짐은 그대의 아비로다!"

    "안 돼!" 레인보우 대시가 헉 하고 숨을 들이쉬었다. "말도 안 돼!"

    "기억을 더듬어 보거라, 사실이 분명하거늘!"

    "사실 아냐." 대시가 말했다. "그건 그러니까, 말 그대로 말이 안 되잖아. 내가 한 번 스쿠틀루네 아빠 행세를 해 봐서 알거든. 그 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아마 상상도 하기 싫을걸."

     

     

    나이트메어 문은 레인보우 대시를 아주 오랫동안 쳐다보았다. "봐라," 달 속의 암말이 실내 목소리로 말했다. "그대는 짐을 부끄럽게 하고 있노라. 그대가 원하는 바가 무엇인가? 짐이 열 배로 이루어 주리라!"

    "대체 싫다고 몇 번을 말해야 알아들어?!" 짜증이 날 대로 난 레인보우 대시가 고함을 쳤다. "네 편이 되느니 차라리 날개를 뜯기고 컵케익이 되는 편이 낫겠다! 아니면 전두엽 절제술을 받고 평생 동안 플러터샤이한테 아기처럼 돌봐지던가! 아니면 고아들을 데려다가 갈아서 무지개로 만드는 일을 하는 편이 낫겠어! 야, 네놈 좋을 대로 꿇어 주는 것보다는 내가 가진 모든 긍지를 집어삼키고 멍청하게 홀딱 벗은 스타일로 옷 입고 다니는 게 낫겠다고!!"

    나이트메어 문은 코카트리스도 땅을 파고 도망갈 것 같은 눈빛으로 레인보우 대시를 쳐다보았다. 그러고는 몸을 기울여 대시의 귀에 속삭였다. 

    "잘 알았다." 나이트메어 문이 대시의 혈관이 얼어 버릴 것 같은 목소리로 쉭쉭거렸다. "짐은 성에서 그대를 기다리겠노라. 이것만 알아 두거라, 레인보우 대시. 그대는 오늘 밤 강력한 자를 적으로 돌렸다. 그대의 소중한 친구들을 모두 처리한 다음 천 번의 고문으로 고통스럽게 해 주겠노라." 그 말을 남기고 나이트메어 문은 안개 속으로 사라졌다. 레인보우 대시는 몸을 털어 버리고는 깊이 숨을 들이쉬고 다리를 마저 고치며 혼잣말을 했다.

    "넌 죽지 않아, 대시." 그녀는 자기 자신을 북돋았다. "넌 죽기에는 너무 쿨하거든. 넌 원더볼츠와 함께 길고 영광스러운 삶을 누리게 될 거야. 게다가 아직 저 샌님하고도 못 해 봤잖아." 그녀의 친구들이 다리 건너에서 달려오고 있었다.

    "돌아왔구나, 대시!" 더스크 샤인이 기쁘게 말했다.

    "당연히 돌아왔지." 대시는 자랑스럽게 말했다. "내가 너희들만 놓고 떠날 리가 있겠어?"

     

     

     

    ***

     

     

     

    우리의 주인공들은 유적으로 들어와 아주 중요해 보이는 받침대 위에 둥그런 돌 몇 개가 놓인 것을 발견했다.

    "조화의 원소다!" 모두가 환호했다. 포니들은 손쉽게 원소들을 땅까지 끌어내렸다. 래리티는 돌의 갯수를 세 보았다.

    "다섯 개밖에 없어!" 그녀는 절망에 차 말했다. "그리고 무슨 원소가 뭔지도 모르겠어! 다른 부분이라곤 아무 의미 없는 이 기호들뿐이잖아. 바보같은 돌덩이들 같으니!" 그녀는 원소들 중 하나를 발로 뻥 찼다.

    "뭐가 뭔지 구분할 필요 없어." 더스크가 설명했다. "어차피 작동하려면 다 있어야 하니까. 여섯 번째 원소는... 책에서 보면 다른 원소들이 다 모여 있을 때 뭔가 불꽃 비슷한 게 튀면서 나온다고 써 있던데." 그는 무릎을 꿇고 뿔에 불을 켰다. "뒤로 물러서. 지금부터 무슨 마법이 들어 있을지 모를 이 미지의 고대 돌조각들을 한번 고쳐 볼게. 무슨 짓인지는 나도 모르겠지만 말이야."

    "가자, 얘들아." 애플잭이 말했다. "혹시 나이트메어 문이 올 경우를 대비해서 문을 지키고 있어야겠어." 암말들은 더스크 샤인을 혼자 남겨두고 방 밖으로 나갔다. 애플잭의 문 지키기 게획은 사려깊고 꽤 확실했지만, 그녀가 빼먹은 사실이 하나 있었다. 나이트메어 문은 그냥 더스크와 조화의 요소들을 성 안의 다른 방으로 순간이동시켜 자기 마음대로 할 수 있는 능력이 있었다.

    그리고 아주 우연히도 그것이 실제로 일어났다.

     

     

    더스크가 눈을 뜨자 길게 복도처럼 생긴 방 안이었다. 나이트메어 문이 그와 원소들 사이를 가로막고 서서 의기양양하게 웃었다. 처음에 더스크는 그냥 다 포기할까 하는 생각도 했지만, 갑자기 나이트메어 문이 셀레스티아를 가둔 목걸이가 눈에 들어왔다.

    안 돼. 그는 생각했다. 그건 당신이 원하는 일이 아닐 거예요, 셀레스티아. 제가 태양이 다시 뜰 수 있도록 할게요! 그는 견고한 태세를 취하고 거칠게 콧김을 내뿜으며 바닥에 발을 몇 번 굴렀다.

    "참 재미있구나!" 나이트메어 문은 그의 행동을 보고 소리쳤다. 더스크 샤인은 온 힘을 다해 달려들었다. 그의 적도 뿔을 낮게 내리고 똑같이 마주 달려왔다. 두 포니 사이의 간격이 점점 줄어들었다.

    더 가까이...

    더 가까이...

    더 가까이...

    ... 지금이다!

    마지막 순간, 더스크는 순간이동으로 나이트메어 문을 지나쳐 안전하게 원소들 곁에 섰다. 몸을 추스른 다음 그는 곧바로 원소들에 자기 마법을 집중했다. 영원과도 같은 순간이 지나고, 그의 뿔에서 불꽃이 튀어나와 돌 주위를 빙글빙글 돌았다.

    "뭐라고? 말도 안 돼!" 나이트메어 문이 말했다. 더스크는 불꽃이 천 가닥 마법 번갯불로 불어나는 것을 보며 활짝 웃었다.

    원소들은 천천히 공중으로 떠오르더니...

    ... 딱히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흐하하하하하!!" 나이트메어 문이 염동력으로 쓸모없는 돌들을 잡아채며 웃었다. "짐이 승리했노라! 그대는 이제 다시는 그대의 공주도, 태양도 보지 못하리라!!" 더스크 샤인은 이퀘스트리아의 새로운 군주가 원소들을 하나하나 부수는 광경을 경악하며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자기는 이제 어떻게 될까 생각하니 목에 뭔가가 꽉 막히는 것만 같았다. 나이트메어 문은 마치 더스크의 생각을 읽기라도 한 것처럼 갑자기 그 사악한 웃음을 멈추고 그에게 다가왔다.

     

     

    "제... 제게 뭘 하시려고 그래요?" 더스크가 말을 더듬었다.

    "걱정할 필요 없다, 젊은 마법사여." 나이트메어 문이 왕실 캔틀롯 목소리에서 보통 목소리로 바꾸면서 말했다. "짐은 그대를 죽일 생각이 없노라."

    "잠깐만, 뭐라고요, 진짜요?" 그는 갑작스럽게 찾아온 희망에 차 말했다.

    "그렇다. 그대의 우아한 외관과 평균보다 큰 뿔 크기를 보고 짐은 그대에게... 더 유용한 용도가 있을 것이라 판단했도다." 나이트메어 문은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 그녀의 뿔이 빛나고, 갑자기 방의 모습이 바뀌었다. 성은 아직도 다 부서져서 이끼와 덩굴에 파묻혀 있었지만, 벽과 기둥에는 빨간색 새 실크가 장식되었다. 나이트메어 문은 천천히 갑옷을 하나하나 벗었다. 더스크는 이 악당이 생각하고 있는 자기의 '더 유용한 용도'가 대체 무엇일지 아주, 아주 많이 걱정되기 시작했다. 더스크는 발굽 밑의 차가운 돌이 부드러운 천으로 바뀌는 것을 느꼈고, 곧 그와 적이 아로마 양초로 장식된 고급스러운 하트 모양 침대 위에 누워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짐의 애완동물로서 그대의 첫 임무는..." 홀딱 벗은 나이트메어 문이 그의 귀에 속삭였다. "...그대의 군주에게 쾌락을 선사하는 것이다."

    "어디 어른 없어요?!" 더스크는 도망치려고 기어가며 목청껏 비명을 질렀다.

    "짐이 어른이로다!!" 나이트메어 문이 다시 왕실 캔틀롯 목소리로 소리치며 더스크를 마법 연기 갈기로 아주 쉽게 잡았다. "자, 대답해 보아라. 위로 갈 것인가, 아래로 갈 것인가, 그것도 아니면 뒤에서 하기를 원하는가?"

    더스크가 막 엄마 하고 울부짖으려던 순간, 다섯 암말들이 방으로 뛰어들어왔다.

    "오이런세상에나!" 플러터샤이가 방 안의 광경을 보고는 헉 하는 소리를 냈다. "우리가 뭔가 방해한 건가? 미안해요, 나중에 다시 올게요."

    "각설탕 친구, 지금 그 방해하는 게 바로 더스크가 바라고 있던 것 같은데." 애플잭이 말했다.

    "내 왕자님한테서 그 더러운 발굽 치우지 못해, 이 년아!" 래리티가 소리를 꽥 질렀다.

    "맞아!" 핑키 파이도 말했다. "19금 장면 없다고 했잖아, 기억 안 나?"

    "아가씨," 레인보우 대시가 목소리를 깔고 말했다. "지금 당신 머리 위에 레인보우 핵폭탄 떨어지기 10초 전이거든?"

     

     

    바로 그 때, 더스크 샤인의 뇌속에서 뭔가 딸깍 하는 소리가 나더니 눈동자가 어마어마하게 커졌다. "조화의 원소가 그렇게 쉽게 부서질 것 같아?" 그는 자신만만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원소가 부서졌어?" 애플잭이 끼어들었다.

    "아니! 어, 응. 그러니까, 정확히 말하면 아니기는 해. 복잡한 얘기야!" 더스크가 말을 더듬었다. "일단 설명할게. 원소들은 너희들 각각한테 다 깃들어 있어." 그 말을 하자 부서진 원소 조각들이 공중에 떠오르기 시작했다. "사실 이번에 나랑 같이 이 모험을 떠난 모든 포니들이 각각 어떤 원소를 상징하는 거야!"

    "더스크, 너 지금 어어엄청나게 말똥같은 소리 하고 있는 거 알아?" 레인보우 대시가 직설적으로 말했다.

    "그냥 한번 들어 봐, 응?" 더스크가 툴툴거렸다. "예를 들면, 애플잭은 그 절벽에서 내게 괜찮다고 말해 주었어. (눈에 멍도 하나 만들어 줬지만, 그게 중요한 게 아니지) 바로... 정직의 요소를 상징하는 거야!" 갑자기 정직의 요소 조각들이 날아와 애플잭 주변을 빙빙 돌기 시작했다.

    "성난 맨티코어를 진정시킨 플러터샤이는... 친절의 요소를 상징하는 거고!" 플러터샤이는 뾰족한 요소 조각들에 피부가 찔릴까 움찔했다.

    "끔찍한 나무 괴물들 앞에서 웃을 수 있었던 핑키 파이는... 웃음의 요소를 상징해!" 핑키는 자기 원소들을 받아들이며 씩 웃었다.

    "래리티는..." 더스크는 잠시 할 말을 생각했다. "... 그 게이같은 바다뱀한테 했던 행동을 생각해 봐. 관용의 요소야!"

    "쿨럭-에헴-콜록" 애플잭이 래리티를 향해 둥실둥실 날아가는 관용의 원소 조각들을 보며 헛기침을 했다. "쟤는 그 바보같은 나풀나풀 가게 연 이후로 단 한 번도 할인해 준 적 없는데."

    "그리고 레인보우 대시, 너는 그 어떤 제안에도 우리들을 배신하지 않았어. 바로... 의리의 원소를 상징하는 거야!" 레인보우 대시의 원소 조각들이 날아왔다.

    "그리고 다섯 원소들이 다 모였을 때, 마지막 원소가 나타난다... 그건 바로 우정이야!"

    "마법이야." 핑키가 더스크의 말을 고쳐 주었다.

    "뭐라고?" 더스크가 말했다. "하지만 핑키, 셀레스티아 공주님이 나한테 친구 좀 만들라고 포니빌로 가게 했고, 너희들은 내가 도착하자마자 다 내 친구가 됐는데 지금 여기 이 미친 악마 여신이 내 동정을 가져갈 위기에서 너희가 날 구해줄 때까지 난 그 사실을 깨닫지 못했어. 그래서 그게 내 마음속에 불꽃을 만들어서 그래서--"

    "아니야." 핑키는 정색하며 말했다. "마법이야. 내 말 믿어."

    "그래도--"

    "봐봐, 너가 우리를 친구라고 어장관리하는 것도 허락 못 하고, 이야기 구성에서 벗어나게도 못 놔둬! 그러니까 마지막 원소는 마법이고, 이제 이 말 하는 건 이번이 끝이야!!" 핑키가 소리쳤다. 그 말과 함께 작은 돌덩이들이 보석 목걸이로 변하더니 우리의 여섯 포니들은 공중으로 붕 떠올랐다. 빙글빙글 도는 무지개가 나타나 나이트메어 문을 향해 쏘아져 나갔다.

    "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안돼!!!!!" 나이트메어 문은 공포에 질려 소리쳤고, 포니들은 모두 정신을 잃었다.

     

     

    ***

     

     

    더스크 샤인은 흠칫하며 벌떡 일어났다. 나 방금 간 것 같아. 그는 생각했다. 그의 친구들은 벌써 모두 일어나 새 보석 목걸이를 감상하고 있었다.

    "일어난 걸 보니 반갑구나, 더스크." 래리티가 말했다. "너 그 티아라 진짜 잘 어울린다."

    "워?" 더스크는 아직 휘청휘청했다. 그는 머리 위를 만져 보고는 자기 원소가 벨리댄서 액세서리같이 생겼다는 것을 깨달았다.

    "너 진짜 여성스러워 보인다." 대시가 킥킥 웃었다.

    "무슨 소리야? 너도 여자같은 목걸이 찼잖아!" 더스크가 변명했다.

    "맞아, 완전 별로긴 해." 대시는 말했다. "그래도 내 건 쩌는 번개 모양이라고! 네 건 그냥 반짝이 공주님 왕관이잖아."

    "뭐 상관없어." 더스크는 한숨을 쉬었다. "이제 저 마법 목걸이 감옥에서 셀레스티아 공주님을 꺼낼 수 있나 봐야겠어." 그 때 갑자기 그 목걸이가 환한 빛을 발했고, 크게  하는 소리가 나더니 셀레스티아 공주가 튀어나왔다.

    "방금 어떤 포니가 날 불렀나?" 셀레스티아가 말했다.

    "셀레스티아 공주님! 다시는 못 보는 줄 알았어요!" 더스크는 공주를 껴안으며 말했다. "물어볼 게 너무 많아요! 나이트메어 문이 진짜라는 건 어떻게 아셨어요? 왜 항복하신 거예요? 조화의 원소를 상징하는 포니들이 모두 포니빌에 모여 있다는 건 어떻게 아신 거예요? 분명 수십 년 동안 고민하셨을--"

    "쉿, 내 제자야." 셀레스티아가 언제나처럼 친절하고 이해심 깊은 목소리로 말했다. "나이트메어 문의 이야기를 들어 본 적이 있다면 나이트메어 문이 내 동생이라는 걸 알고 있었을 텐데, 더스크. 비록 악에 삼켜졌다 해도 나는 그 애를 해치는 건 꿈에서조차 생각할 수가 없구나."

    "아." 더스크는 조금 멍청한 기분을 느끼며 말했다.
    "그리고 이제," 셀레스티아는 계속해서 말했다. "나는 다시 한 번 사과를 구해야겠구나." 그녀는 뒤돌아서 이제는 루나 공주로 돌아온 나이트메어 문에게 다가갔다. 루나 공주의 얼굴은 얌전한 하늘색 갈기에 덮여 있었다. "루나, 나는 천 년 동안이나 내 유일한 혈육인 너를 추방했다. 그리고 천 년 동안이나 내 자신을 혐오하는 마음에 매일 밤 케이크와 아이스크림을 먹어치우고 싸구려 드라마나 보며..."

    "너무 많이 말씀하시는 것 같습니다, 폐하." 래리티가 말을 끊었다.

    "... 미안하구나. 요점은, 나는 네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너를 그리워했다는 거다. 네가 나를 용서하고 다시 내 곁에서 함께 통치할 수만 있다면 진심으로 세상이 의미있어질 것 같구나." 루나는 눈물이 그렁그렁한 눈으로 자기 언니를 올려다보았다. 마침내 달의 공주는 펑펑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지... 짐도 *훌쩍* 언니가 보고 싶었어." 그녀는 훌쩍이면서 간신히 중간중간 말했다. 이퀘스트리아의 역사상 가장 사랑스럽고 훈훈한 장면이었다.

     

     

     

    ***

     

     

    모두가 에버프리 숲에서 마을로 돌아오자 엄청난 파티와 환호가 기다리고 있었다. (이 모든 것은 핑키 파이가 계획했다고 한다. 핑키는 내내 더스크 일행과 함께 있었는데 말이다) 축하 파티가 열리는 동안 셀레스티아는 더스크 샤인이 조금 슬퍼 보인다는 것을 깨닫고 그에게 다가갔다.

    "무슨 일이니, 더스크? 넌 아주 훌륭하게 일을 해결했단다. 그리고 이제 금방 캔틀롯으로 돌아가게 되겠지." 그녀는 말했다.

    "바로 그게 문제예요, 공주님." 더스크 샤인이 우울하게 말했다. "이제 겨우 친구가 생긴다는 기분을 알게 되었는데, 금방 떠나야 하니까요."

    셀레스티아는 미소를 지었다.

    "스파이크, 좀 받아적어 주렴." 그녀는 말했다. 스파이크는 종이와 깃펜을 꺼내 받아적기 시작했다. "나 셀레스티아 공주는 지금부터 우정의 마법 연구 목적으로 더스크 샤인의 포니빌 영구 거주를 명하노라. 그는 매주 용 팩스로 내게 연구 결과를 보고하게 될 것이다." 셀레스티아는 잠시 말을 멈추었다. "명령 2. 지금부터 '우정의 마법'이 법적으로, 그리고 다른 분야에서도 공식적이고 합법적인 연구 분야임을 선포한다." 모든 포니가 박수갈채를 보냈다.

     

     

    더스크는 살면서 그렇게 즐겁게 파티해 본 적이 없었다. 그는 이제부터 포니빌에 살게 된 것이다. 만세! 형한테 이 얘기를 해 주고 싶어 참을 수가 없었다. 더스크가 이렇게 기뻤던 건 옛날에--

    어, 잠깐만. 루나 공주님이 그와 이야기하고 싶어했다. "무슨 일이십니까, 공주님?" 그는 물었다.

    "짐은... 이 말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더스크 샤인." 루나는 살짝 부끄러워하며 말했다. "그러니까 짐은... 그대를 짐 마음대로 다루려고 했던 것... 에 대해 사과하노라." 더스크의 얼굴이 밝은 빨간색으로 변했다.

    "아니에요아니에요, 괜찮아요, 공주님은 그때 그냥... 무지막지하게 제정신이 아니었으니까요." 그는 내뱉었다.

    "그것도 짐이 그대에게 대화를 요청하는 두 번째 이유이니라." 루나는 말을 이었다.

    "그게 뭔데요?" 그는 무심코 물었다.

    "짐을 광기로부터 해방시켜 준 것에 대해 감사하노라." 그녀는 거리를 좁혀오며 속삭였다.

    더스크가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채 깨닫기도 전에, 그들은 열정적인 키스를 하고 있었다.

     

     

    ***

     

     

    더스크와 루나의 갑작스러운 포옹이 끝나고, 셀레스티아는 멀리서 더스크가 입을 떡 벌리고 얼어 있는 모습을 보며 키득거렸다.

    정말로 암말들하고는 경험이 없구나. 태양의 공주는 생각했다. 어쩌면 옛날에 현명왕 클로버 7세한테 쳤던 그 '무도회 티켓' 장난을 한번 써먹어 봐야겠어...

     

     

     

    루이비스의 꼬릿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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