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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panic_57153
    작성자 : 에디아
    추천 : 7/8
    조회수 : 2242
    IP : 211.173.***.63
    댓글 : 6개
    등록시간 : 2013/09/07 03:22:01
    http://todayhumor.com/?panic_57153 모바일
    어떤맛 사탕을 고를까요? <치즈맛>

    아침에 일어나보니 오늘도 변함없이 좆같은 하루가 시작되어있었다.

    머리를 긁적거리며 씻지도 않고 컴퓨터 전원을 누르자 위이잉 하는 소리와 함께 낡은 본체가 깨어나기 시작했다.

    평상시처럼 자주 가는 커뮤니티에 접속해 사타구니를 긁적대며 여러 유머자료를 섭렵해간다. 마우스와 키보드만 있다면 누구던 여기서 신이 될 수 있으리라, 그저 자료를 몇 개 만드는 것만으로 모니터 밖에선 듣기도 힘든 ‘님’자 부르면서 따르는 이들이 여럿이나 될 테니까.

     

    그 와중에 웃긴 자료를 하나 찾았다.

    ‘어떤 맛 사탕을 고르시겠어요?’

    유머자료에 갑자기 사탕이라니 우스워 손가락을 놀려보니, 초능력을 준다는 되도 않는 헛소리를 늘어놓고 있었다.

    치밀어 오르는 무언가, 웃음을 참으며 찬찬히 내용을 읽었다.

    뭐, 시간여행, 투명인간, 생각을 읽어? 하하 20kg감량, 이런 게 초능력인가?

    내용을 비웃어가며 휠을 내렸다. 이런 종류의 자료는 내용보다는 댓글이 더 웃긴 법이다.

     

    사람들은 생각보다 진지해보였다.

    뭐 5년씩 줄어드는데 하루 돌아가면 당연히 로또라느니, 그럼 치킨 좀 사달라느니, 우스갯소리들만 가득했다. 실제로 일어날리 없을 일에 이렇게 매달리다니, 냉소적으로 생각하자 저들보다 내가 낫다는 일시적 고양감에 빠져들었다.

    판타지소설을 읽으며 언젠가 내게도 이런 먼치킨 같은 일이 일어나지 않을까 기대하는 히키코모리같은 모습이라고 조롱했지만, 이미 자신도 충분히 그런 망상을 하는 폐인이라는 걸 머리 한구석은 알고 있었다.

     

    “그럼 난 투명인간으로 할까나,”

     

    그런 자기 자신조차 비웃으며, 그는 웃으며 사탕을 골랐다. 큰 이유는 없었다. 엊그제 본 야동이 투명인간 기획물이었기 때문이다.

     

    “정말로 그럼 한번 할 수 있을라나.”

     

    쓰레기같은 상상을 하며 그는 킬킬대며 웃었다. 그리고 삐이익 소리를 내는 낡은 컴퓨터 의자에 일어나 허리를 벅벅 긁으며 베란다로 향했다. 담배를 피기 위함이었다. 그리고 그다음엔 어제 보다만 야동이나 이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후우, 입김같은 연기가 코에서 뿜어져 나온다. 벌써 쌀쌀해진 탓에 아직도 반팔 반바지를 입고 나왔더니 몸이 으스스하다. 그렇다고 불붙인 담배를 방안에 들이는것도, 장초를 그냥 버리는것도 아까웠기 때문에 그는 그냥 꾸역꾸역 의무감에 가까운 감정으로 담배를 다 피고 나서야 다시 방에 몸을 들였다.

     

    그리고 다시 생각없이 컴퓨터 앞에 앉았다.

     

    “어라.”

     

    못보던 사탕봉다리가 놓여있었다. 자기가 사놓고 잊어버린 것은 절대 아니었다. 바깥에 나가지 않은지 일주일은 되었으니까, 일주일이나 여기 놓여있던걸 발견하지 못했을 리가 없다.

     

    부시럭, 소리를 내며 봉투를 뒤집자 노오란 치즈케이크가 그려져있었다.

    <치즈맛>

    노란색과 흰색의 글씨는 큼지막하게 그렇게 적혀있었다.

     

    아무래도 방금 봤던 글 생각이 퍼뜩 떠오른다.

     

    “설마…?”

     

    봉투를 우직 하고 뜯자 사탕 몇 개가 바닥으로 떨어져 굴렀다. 그래도 상관없었다. 한 움큼도 넘게 남아있었으니까.

    비닐을 찢어 입에 넣자, 정말로 너무 평범한 치즈 맛 사탕이었다. 약간 분유 맛 같기도 하고. 어쨌든 이게 치즈 맛이라니 치즈 맛이겠지.

    남자는 그리고 떨리는 마음으로 조용히 몸을 돌렸다. 존재자체를 잊혀져가고 있던 거울이 걸린 옷가지 사이로 빼끔 보였다.

    다가가 옷가지를 치우자, 놀랍게도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웃음이 절로 울대를 울리며 입술을 비집고 나온다.

    그래, 이게 소설로만 보았던 기연인가. 나는 역시 세상의 중심이었던 게다. 나에게 이런 특별한 일이 일어나다니! 나는 이제 투명인간이다!

    혀 위에서 구르는 사탕의 감촉을 느끼며 남자는 환호했다.

     

    “30분이랬나? 젠장 하루에 30분 뿐이라니, 누구 코에 갖다 붙이라는거야?”

     

    투덜 거리면서 남자는 다시 책상위에 걸터 앉았다. 투명해지면 무엇부터 해야할까? 아까 말한대로 야동에 나오는 짓거리나 한번? 아니, 이제는 무슨 범죄를 저질러도 절대 걸릴 리가 없었다. 그야말로 괴도 루팡같은 짓거리도 할수 있는 것이다.

     

    남자는 아까와는 비교도 안될만큼 쓰레기같은 생각을 하며 웃었다.

     

     

    그리고 다음날부터 남자는 마음껏 사탕을 먹었다. 그 달달한 치즈향마저 사랑스러울 지경이었다. 그저 30분 안에 가게에 들어가 캐시를 열고 돈을 주머니에 쑤셔박는 것은 너무쉬웠고, 지나가는 여자를 주물럭 거리는건 예삿일도 아니었다. 30분동안 그 달콤한 구슬이 혀위에 올라가 있기만 하면 되는것이었다.

    아무리 천천히 먹으려해도 사탕은 30분이 되면 알아서 사라졌다. 가만히 물고만 있고 혀로 한번 쓸지도 않았는데도 마치 마법처럼 사탕은 입에 들어간 순간부터 녹아내리기 시작했다.

     

    한달쯤 지났을 때, 남자는 마음대로 사탕을 쓸 수 있었다.

     

    그렇게 도둑질을 하고도 지문 하나 남지 않았고, 얼마나 많은 양의 올챙이들을 지나가는 여자에게 뿌렸지만 단 한번도 그에게 범죄의 탐문이 돌아 온 적은 없었다. 그는 알몸으로 거리를 지나는것에 묘한 쾌락까지 느낄 지경이었다.

     

    물론 일대의 경찰은 난리가 났다. 한달 새 도둑이 들었다는 민원과 희롱을 당했다는 민원이 급증한 것이다. 여자들은 덜덜떨며 아무것도 없는데 저절로 다리가 벌려졌다는 소리만을 지껄였고, 털린 금고에는 지문하나 남지 않았다.

     

    남자는 이제 더 이상 방 안에만 있지 않았다. 흥청망청 돈을 써대고, 다음엔 어떤 여자를, 어떤 가게를 털어볼까, 하는 생각으로만 가득했다. 하지만 그에게 걱정이 하나 있다면, 사탕이 점점 줄어간다는 것이었다.

     

    봉지 하나를 뜯을 때만해도 이만큼만 있으면 충분 하겠다는 생각이었지만, 이미 그는 사탕에 중독되어 그것 없이는 살아갈 수 없을 정도가 되었다.

     

    “하, 마지막인가.”

     

    남자는 우울하게 웃으며 마지막 남은 사탕을 바라보았다. 바닥에 굴러 떨어진 몇 개중 하나였다. 사탕의 위력을 한번 맛본 이후, 그는 책상 아래로 굴러들어간 사탕까지 긁어 모았다.

     

    무려 일주일이나 그는 이 사탕을 노려보며 지냈다. 마지막이라는 것이 남자를 기다리게 만들었지만, 그로서는 정말 참기 힘든 시간이었다. 하지만 애초에 그는 참을성이 거의 없는 사람이었다. 결국 그는 충동을 이기지 못하고 사탕을 들곤 밖으로 나갔다.

     

    마지막이니까, 조금 대단한 것을 해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은행이라도 털어볼까?

    어딘지 소심한 구석이 있었던 그에게는, 투명해 졌다 하더라도 길거리의 여자를 희롱하고, 가게의 푼돈을 터는게 끝이었다. 훨씬 더 거창한 것을 생각할 정신머리 따위는 없었다.

     

    좋다 그냥 마지막으로 여자랑 원없이 해보기나 하지 뭐, 마지막이니까 말야, 하고 남자는 웃었다. 돈을 주고 여자를 안는 것은 이제 그에게 전혀 쾌감을 줄 수 없었다.

     

    그는 언제나처럼, 그가 있던 골목에서 여자를 기다렸다. 마지막이니까, 라는 이유로 호박을 몇 명 보냈다. 담배를 피며 얼쩡대기를 두시간쯤 하자, 정말 옥석같은 미녀가 힐을 신고 걸어온다.

     

    헤벌죽, 하고 그는 웃었다.

    그는 담배를 비벼끄고, 사탕을 꺼내 이빨사이에 물었다. 혀위에 굴리지 앟아도 30분이지만, 어쩐지 핥지 않으면 기분상 더 오래갈것만 같았다.

     

    그리고 그는 언제나처럼 여자의 팔목을 잡아 끌었다. 정체모를 무언가에 끌린 여자들은 대부분 비명을 지르며 두려움에 덜덜 떨었다.

     

    그는 그게 즐거웠다.

     

    ‘시끄러운것도 좋지만, 사람을 부르는건 안되지.’

    남자는 속으로 생각하며 여자의 입을 막기 위해 손으로 입을 덮었다. 그리고 바닥으로 여자를 밀치며, 이제 다가올 즐거운 시간을 상상하며 한껏 부풀어 있었다.

     

    평소처럼 바지를 내리고, 여자의 다리를 벌리려는데, 너무도 장렬한 킥이 날아들었다.

    남자는 놀라 컥했고, 사탕이 입안으로 굴러들어왔다.

     

    여자는 인상을 잔뜩 쓴채, 귀에 붙은 무전기로 무언가 쏘아붙이고 있었다.

     

    혀안에 느껴지는 것은 누룽지맛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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