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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대장은 어쩌면 기러기아빠였는지 모른다.
관사에서 혼자 살면서 가끔 오는 연대장 사모와
방학때가 되어야 오는 중딩아들네미가 올때까지
그는 평일날은 테니스장에 와서 분노의 강스매싱을 치고
주말이면 관사에서 장교들을 모아놓고 목이 터져라 노래를 불르고
아주 가끔
대대를 방문해서 대대장과 시바스 리갈(이거 스네이크박 애용품인데)을
빨아댄다는 소문이 이따금 들려왔다.
비가 오는 날이면
테니스장 라커에 짱박혀서 잠들라 치면
동기인 연대장 관사병은 비를 맞고 장을 보러 외출해서는
이따금 테니스장에 들르곤 했다.
문제가 터진건
관사병과 내가 일병 말호봉이 되던 그맘때였다.
부산출신의 관사병은 툭툭 던지는 사투리로 정신사납게 하는 녀석이었는데
그날따라 사색이 되어서는
우야노~~ 만 반복해댔다.
사건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연대장이 사모가 없는 틈에 가끔 퇴폐이발소에 들러서 욕구를 충족하다가
사모님한테 걸린 이후로
연대장의 빤쮸는 개떡같으면서도 수같지도 않으면서도
겨우 이름을 알아볼수 있는 연대장의 이름이 밴드있는쪽에 수놓아져있었다.
가끔 관사에 사모가 와서는 제일먼저 하는 일이
빤쥬의 개수와 빤쥬에 적힌 연대장 이름을 확인하는 것이었다.
관사병이 사색이 된건..
개버릇 남 못준다고 연대장이 또 이발소에 들러서 빤쥬를 바꿔입고 왔다는 점.
게다가 빤쥬 사건이 터지면
연대장뿐만 아니라 관사병에게까지 쌍욕을 날리는
(저런 여자 만나느니 평생 오징어가 되리라 관사병과 다짐했었던 저주였는지...
난 여직 오징어이다 ㅠ)
그런 옹골찬 여편네였다.
사모가 이따 오후에 온다고 통신대에서 연락을 받은 관사병은
내게 SOS를 치러 온 것이다.
연대장을 살리는게 관사병을 살리는 일이다. 라는 신념으로 빡빡머리를 마구 굴렸다.
궁즉통이라 했던가?
한가지 묘책이 떠올랐다.
그날 사모님은 관사병에게 잔소리를 잔뜩 늘어놓고
새 빤쥬7개를 열심히 수놓고 집에 돌아갔다고 한다.
그리고 관사병은 4박5일 포상휴가를 갔다.
“정일병....그냥 삶아서 물이 다 쫄아도 그냥 내비둬...타게....시커멓게....”
그럼 못알아본다고 생각했고,
우리의 작전은 성공했다.
정병장 잘 지내냐?
가끔 네가 잘 지내는지 궁굼하다.....이 문딩이 자슥아...
출처 | 전직 테니스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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