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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military_57060
    작성자 : 철전열함
    추천 : 17
    조회수 : 2610
    IP : 121.178.***.77
    댓글 : 22개
    등록시간 : 2015/07/22 16:55:35
    http://todayhumor.com/?military_57060 모바일
    포스타가 오신댄다.
    (남자들만 있던 시절이라, 약간의 욕설이 있습니다. 
    24개월 군생활 중 10개월 넘게 분대장을 달아서 간부들과 대화를 많이해서, 
    간부들 특히 중대간부들과는 말을 좀 편하게 했습니다.)


    "전달하겠습니다. X소대. 1분대장, 2분대장은 지.금.즉.시. 행정반으로 와주시기 바랍니다."

    어느 부대나 방송에 어떤 멘트가 붙느냐에 따라서 행정반의 분위기를 전하곤 한다.
    당시 우리 중대는 분대장을 찾느냐, 상병을 찾느냐, 일병을 찾느냐가 현시각 당직사관의 관심도와 취침여부를 알리는 바로미터였고,
    지.금.즉.시.가 붙으면 3분내로. 당사자가 방송을 못들었으면 소대원들이 책임지고 중대를 헤집어내서 행정반으로 압송해내야했다.
    (가장 위험할때는 뭐니뭐니해도 간부가 직접 마이크잡았을때)

    그렇게 체력단련장에서 두뇌까지 근육질로 만들려고 작정한듯 운동하던 동기와
    동기랑 맞후임이 분대장을 달며 반년만에 막내분대장놓고 넘쳐나는 자유시간을 주체하지못해 동네통반장할아버지마냥 온 중대를 싸돌아다니던 나는....
    1종 창고에서 인당 2개 나오는 쵸코파이를 나한테는 왜 3개를 줘도 되는지 보급계동기에게 열심히 설명하다가 소대원들한테 붙잡혀 행정반으로 압송당했다.
    둘다 하필 스피커 안들어가는 곳에 있어서 소환이 조금씩 늦어버렸다.

    "아. 왔냐? 뭐하다 이래 늦냐? 중대장실로 들어가봐."
    "뭡니까? 우리 군장돕니까?"
    "몰라. 그런것 같진 않고. 니 동기는 들어갔다."
    불안한 마음으로 노크하자마자 "들어온나!!!"라는 기차화통을 육회로 떠다먹은 중대장횽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들어가자, 중대장횽과 소대장들, 행보관님이랑 동기가 앉아있다.
    "니들 담배피제? 한대씩 펴라."
    동기는 아싸~양땀배~라며 낼름 입에 무는데, 
    중대막내분대장 반년. 늘어난건 스트레스로 인한 식탐과 편두통. 눈치뿐인 나로서는 이 양키담배가 영 불편하다. 
    이번엔 또 뭔 곤란한 걸 시킬라고, 양담배라면 치를 떠시는 행보관님 앞에서 이리 당당히 꺼내시나.
    그래도 한대 받아다가 눈치없이 한모금한모금 음미하며 피워대는 동기와 다르게 번개같이 피고 처분을 기다린다.
    내 예감이 맞다. 할말있음 우리랑 맞담배피며 뭐 시켰을건데, 우리가 담배 다 필때까지 기다린다. 더 불안하다.

    "야. 니들 커피도 한잔 할래? 밖에 누구 있냐?"
    "아닙니다. 이번엔 또 무슨 미션주실려고 이러십니까?"
    "야~우리 2분대장은 아주그냥 분대장을 반년넘게하니까 그냥 눈치가 빨라. 다음 달에 우리 부대에 포스타가 오신다."
    잠시 심장이 멎었다가. 다시 뛴다. 
    "저 이제 위병조장 다시는 안시킬거라고 하시지 않으셨습니까? 나가기만 하면 껀수친다고. 아마 마지막은 원스타왔는데 그랬지말입니다.
    저같은게 감히 포스타를 어찌..."
    "뭐래는거야. 너네 소대는 위병소 안들어가잖아. 니 동기들 조장잘하는데 널 뭐하러 조장으로 보내. 너 그날 장군님이랑 같이 밥먹어라."
    "네??? 아...아니...잘못 들었습니다???"
    "너가 애들하고 있을때는 입이 걸어도, 윗사람들하고 있을때는 또 다르잖아. 이건 아예 부대장님이 너로 찍으셨어. 축하한다. 그 날 밥 맛있을거야."
    다시 심장이 멎고, 가정교육을 훌륭히 해주신 고향에 계신 부모님을 원망하였다. 
    (내가 뭔 불리할때마다 튀어나가는 피카츄여??? 
    김병장!!! 오늘도 너로 정했다!!! 삐꺄!!!!!....아니아니...ㅆㅂ!!!!!!)
    "중대장님. 여기 보시면 중대장님도 같이 합석하십니다."
    "뭐??? 이리줘봐!!!......본부중대장 이 씨부랄ㅆ...우리 중대한테 짬시킨것도 열받아죽겠는데 폭탄까지 떨궈???"
    운동을 하도 마니해서 두뇌도 그뉵그뉵이 되버린 동기는 눈치없이 ㅋㅋㅋㅋㅋ웃더니 
    야. 밥 입으로 먹어라. 포스타 앞에서 긴장타고 코로 먹지말고ㅋㅋㅋㅋ라며 내 등을 토닥이며 위로랍시고 한다.
    "이거 진짜 운동만 해대더니 두뇌까지 근육이 되버렸나. 야이멍충아. 그럼 나만 불렀지 너까지 뭐하러 부르셨겠냐?"
    그제야 그 무지막지한 주먹으로 위로하는 김에 어제 뭐 먹었는지도 좀 볼 기세로 내 등을 두들기던 동기의 주먹질이 멈춘다.
    "그날, 초소방문하실거야. 너는 그때 초소근무자. 넌 목소리가 크고 씩씩하다고, 경비대장님이 추천하셨다. 브리핑 잘해라."
    "이의있습니다. 이 놈은 두뇌까지 근육이라 지금도 브리핑 버벅이지말입니다. 이거 멍청해서 브리핑가지고는 신병들한테 뭐라고 안합니다."
    나 혼자 죽고, 동기는 살리겠다고 던진 멘트였는데, 이 눈치없는 놈은 야!!나도 잘 할수 있다며 하겠다고 나서버렸다. 
    야.이.멍.충.아. 말을 아무리 개떡같이 했어도, 개똥으로 알아들으면 어떡해!!!

    "그리고 내일부터 너네 소대 주간초소 근무는 다른 중대에서 지원나올거야."
    "그 말은..."
    "에어리어에 초소,진지,철책 싹 갈아엎는다."
    그 때는 춘계진지공사가 끝난지 갓 1주일 넘은 시점이었다.

    "상황병아. 우리 소대 전부 내무실로 모이라고 방송 좀 해줘."
    "알겠슴다. 전달하겠습니다. X소대. X소대원은 지금 즉시 열외없이 내무실로 가주시기 바랍니다."

    중대장과 행보관님께 공인받은 양키담배 한갑에서 동기랑 한대씩 나눠피고 내무실로 들어갔다. 
    분대장 안달고 군생활중인 똥병장 고참들 몇명과 뭐지뭐지?하며 불안해하며 우리를 보는 일이등병들. 
    리고 나랑 동기의 관물대가 열려있고, 군장을 싸고 있는 막내상병들.
    "야. 그건 뭐냐?"
    "군장안도십니까? 군장도실까봐 미리 싸는 중이었습니다."
    그렇게 운동 중간에 불려나가서 힘이 넘치던 동기는 잠시 이성을 잃고 내무실을 한번 뒤집어엎었다.

    "됐다. 고만하고 앉아. 내가 그냥 다 말한다? 
    이거 소대장님이 전파해야하는데 지금 회의중이라 제가 대신 합니다.

    뭐 말입니까? 작전명령서 결제 다해서 나왔는데, 뭘 이제와서 아파서 못나갑니까? 
    아까 꽁 찰때 보니까 날라댕기더만. 지금 간부들 다 퇴근안했으니까 가서 쇼부보지말입니다. 
    야. 그거 군장풀지마. 저 양반이 돌겠다ㅋㅋㅋㅋ 아~또 이걸로 삐집니까? 이것만 전파하고 px가지말입니다. 냉동이던 뭐든 드십쇼. 
    하...돈도 없구만...저 이제 말해도 됩니까? 네네. 두개 드십쇼. 양념까지 핥아드십쇼. 

    먼저...내가 그래도 소대에서 얼굴은 먹어준다. 세명 거수....야ㅋㅋㅋㅋㅋ넌 양심이 있냐??? 넌 내려...하나...둘...세 명 오케이. 
    나는 머리회전이 정말 빠른거 같다...이등병말고. 일병이나 상병...너가 머리 좋았냐??? 그냥 용기가 가상하니 너로 하자. 이건 머리좋고나쁘고가 아니라 간댕이가 부어야되니까...
    얼굴이 되신다는 자칭미남 세 분...분대장이 부르면 관등성명 좀 대주시죠???
    다음 달에 우리 중대로 포스타오실때 나랑 같이 포스타랑 식사인원당첨. 이제와서 못생긴척 하지마!!! 난 정면에서 먹는단 말이다!!!

    진짜 온답니다. 나야 모르지. 참모총장인지 군사령관인지 연합사부사령관인지. 물어보지도 않았습니다. 뭐 포스타랍니다. 

    통신병. 내일부터 우리 소대는 주간작전 안나가. 타중대에서 지원나올거야. 
    오전 초번부터 저녁초번까지 인원 가라로 넣고...야간은 정상적으로 나가. 후반야만 오침. 그렇게 알고 있어. 

    내일부터 한달간 진지공사 다시 할거야. 포스타가 방문하는 초소로 우리 소대 초소가 당첨됐다. 
    사수는 저 그뉵돼지고, 부사수는 아까 간덩이가...아니아니 머리 좋다는 너. 너가 나간다.
    1지대, 2지대에 풀 한포기 있으면 안되고, 철책에 흔적석 흔적선 청음깡통 청음판 순찰패 싹 다 교체할거야. 철책 녹슨데 있음 녹 다 닦아낼거고. 
    초소들 페인트칠이랑 다 맨들맨들하게 보수하고, 안에 비치물도 새로 싹 갈어. 안에 통신선 다 몰딩해. 
    진지도 그냥 미사일이 직격해도 무너지지 않을 정도로 다 재정비하래.
    이제 야간에 근무서다가 초소 밑에 소변보지마. 냄새올라온다고 주위에 흙 다 파내고 새로 흙깔거야. 
    뭘 오바해!!! 거기만 겨울에도 잡초들 파릇파릇한거 보고도 그래???
    순찰로 투입로 울퉁불퉁한데 싹 복토하고 다 나락씨까서 평탄화시켜. 한달동안 삽으로 뚜들기면 평탄해질거야. 안되는게 어딨어. 그냥 되야해. 

    원망의 눈빛으로 보지마. 나도 진지공사 저번주에 끝났다고 말했는데 나온 지시야. 
    삽질 많이 해야할 일은 무조건 굴삭기돌리고 차량이랑 장비 다 본부에서 지원해준대. 우리는 그냥 작업만 하면 돼. 
    작업하는 동안 애로사항 상식적인건 다 들어주신다고 부대장님이 그러셨대. 아침밥만 중대에서 먹는다고 생각하란다. 

    뭐 말입니까? 포상 물어볼 분위기가 아니었지말입니다. 그리고 곧 집에 갈 사람들이 올라가서 단가질 한번 안할거면서 뭔 포상 욕심입니까?
    아마 이렇게 소대를 갈아넣는데 포상 안나오겠냐? 우리가 뭔 교육잘받고 훈련잘하고 간첩잡아서 포상나오는 부대가 아니니까, 이번에 한번 삽질 잘해서 포상노려보시던가. 머리좋으신 너님은 초소에서 목소리크면 포상나오지 않겠냐ㅋㅋㅋㅋ

    질문하지마. 그냥 해. 당장 내일부터야. 후반야제외 오침없어. 그렇게 알고...흡연자들 나와. 양키담배 나눠줄께."
    (그리고 내가 양심있으면 손내리라고 했던 그 후임은, 고맙다고 px를 쐈다...얼굴도 못생기고 볼일이라면서...) 



    늦봄의 태양은 강렬했다. 내가 일기장에 그날 온도까지도 적곤했는데 한달 내내 주간에 비 한방울이 안왔다. 빌어먹을 하늘.

    작업장비들은 약속대로 몽땅 본부에서 A급으로 새걸로 사다가 가져다주었고, 행보관님은 흡족하게 그 삽과 곡괭이들을 보시고는 중대것과 바꾸고는,
    작업하고 흙묻어서 낡아보이는거라고 군수과장누님한테 너스레를 떠셨다. 

    첫날 올라오신 부대장님은 우리를 격려하시고는 
    "야. 저 진지말야 장군님 보시기에 기분이 얹짢아지게 방향이 틀어지지 않았니???"라고 하시었고,
    그 말을 듣자마자 굴삭기모는 수송부아저씨는 저번 주 진지공사때 (우리의 소중한 미미...별명이 미미진지였음)새로 지은 진지를 한번에 까부셔버렸다.
    참고로 그 진지는 저번 주에 부대장님이 올라오셔서 이게 진짜 사람 손으로 만든거냐며 잘 만들었다고 격찬하신 진지였고,
    준장(진)이 유력하신 분인지라, 장차 장군되셨을때를 대비하여 미리 장군 손가락질 한번에 강산이 요동치는걸 연습하신거라 생각하고...
    눈물을 머금으며 그 잔해에서 쓸만한 떼를 건져내느라 생고생을 해야했다. 아이고~미미야~ 내 손 아파낳은 미미야~

    부대장이 대령이라, 원스타만 와도 호들갑을 떠는 부대였는데, 감히 포스타의 등장은 천지가 요동할 일이었다. 
    진짜로 흙을 좀 많이 파야한다하면 수송부에서 굴삭기가 왔고, 옮길게 많다고 하면 두돈반이 몇대씩 지원나왔다. 
    인원이 부족하다 싶으면 타 중대에서 인원들 그러모아다 투입도 시켜주고, 
    파견나온 공병아저씨들의 정밀한 측량과 측정으로 작업만 더 늘어나기도 했다.
    (봐요. 여기 물 흐르지? 그럼 경사진거예요. 다시 까요. 이런 ㅆ...)
    늦봄에 아직 비쌀 수박을 매일 먹어댔고, 작업나가면 병장들이 돈모아서 음료수랑 주전부리사가곤 했는데 
    그럴 필요없게 매일 1호차아저씨가 부대장님 돈으로 px에서 긁어다 배달해주곤 했다. 
    작업상황 점검한다고 중대랑 에어리어에 상급부대에서 대령이랑 평소같음 뵙는것만으로도 난리났을 원스타가 매일 오갔다.
    그때마다 중대에서는 중대장이, 에어리어에서는 소대장이 브리핑하느라 바빳고,
    내가 막내분대장일때는 막내라고 했던 그 분들 대응을, 이제는 선임분대장이라고 또 내가 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때 부대전술훈련이 있었는데 우리 소대는 전원 열외되서 
    작업 중간에 밥먹고 간식먹으며 상황터져 뛰어다니는 다른 부대원들을 남일처럼 구경하며 그래도 쟤네들은 작업은 안하지라며 부러워했고,
    다른 아저씨들은 쟤네들은 뭔데 훈련안하고 밥처먹고 앉아있나...대항군인가???하고 
    그 2박 3일 동안 불쌍한 우리 공병들은 5차례나 공격을 받아야 한다.
    (빵빵빵!!!! 우하하!!!! 아저씨들 우리가 잡았어요????...빵빵빵??? 
    배고프니 빵주라고 빵빵거리나??? 저것들이 북괴인가??? 왜 후방에서 쥐뢀들이여...;;;;
    그리고 여기 아군있다고 제발 상황전파 좀 해라 이것들아)

    우리소대가 발탁된 이유는 
    (소대장이 짬딸리고)우리 소대 경계구역이 야간에 밀어내기할때는 더럽게 빡쎄지만, 주간초소만 나갈때는 가장 널널하여 
    장군님 걸으시기에 무릎이 덜 아야할거라는게 이유였다.

    그리고 소대에 분대장 두 놈. 
    한놈은 두뇌포함 온몸이 그뉵그뉵하고, 작업마저도 운동이라고 즐겨하며,
    보는 사람 입에서 경이롭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삽질도 곡괭이질도 오함마질도 슬근글근톱질도 이빨도...타고난 십장스타일의 작업머신 내 동기였고,
    다른 한놈은 그냥 짬먹은 만큼 작업은 하는데, 작업계획수립부터 중간에 이빨을 털어 작업속도를 끌어올리고 필요한 자원은 어디서 다 끌어다오고 작업 후 마무리까지 애들을 갈궈 착착 해내는데 타고난 관리소장타입의 나. 이 둘의 존재도 크다고, 
    훗날 짤린 포상휴가를 말년휴가에 붙여씀을 허락하신 행보관님의 말이 있으셨다.
    (내 이빨은 우연히 지나가다 내 욕지거리를 들은 헌병대수사관이,
    나 잡혀갈까봐 구차한 변명을 하던 소대장에게 
    "지금 저 친구는 이 상황에다가 욕을 하지, 그 누구에게도 인신공격을 안하는데요? 보세요. 다른 병력들도 웃어버리잖아요."
    라며 안 잡혀간다고 인증해주신 욕이었다.
    나는 아직도 20년지기 친구들일지라도 사람한테 욕을 하는게 좀 서툴다. 단지 주옥같은 상황에 퍼붓는 욕이 더럽게 구수하고 찰질 따름이지...)

    그리고 나는 진지공사때 애들을 갈궈 작업속도를 끌어올려 마지막 3일은 에어리어 올라가서 놀고먹게한 공로로 받은 3박 4일 포상휴가를...짤렸다.
    그렇게 중대장횽과 행보관님의 의도대로 휴가가 짤린 그날. 우리 소대원들은 그 어느때보다 구수하고 찰진 나의 욕설에 삽질의 속도만 빨라졌다.
    (말년휴가에 붙여나간 휴가가 이 휴가.)

    작업도 드럽게 빡쎄고, 야간에 경계작전 밀어내기로 나가는것도 몸과 마음이 빡치는데,
    내 동기는 장군님 오실때 대비, 우렁찬 경례와 브리핑을 연습한다고,
    나는 군인식판을 앞에 두고 훗날 애인생겨도 안갈것같은 레스토랑에서나 쓸 테이블매너를 배우고, 
    같이 식사할때 장군님이 던지실 예상질문에 군인다우면서도 식사에 방해되지않게 대답하는 연습을 한다고 휴식시간을 다 뺏기었다. 
    하지만 가장 빡치는건 어릴때 왼손잡이이던 나를 오른손으로 밥먹으라고 많이 혼내신 할머니도 뭐라 안한 내 젓가락질로 지적해대는거였다.
    군인다운 모습보여줄거면 장군님한테도 포크숟가락으로 식사하시게 하자는 나의 말은 당연히 씹혔다. 

    에어리어에만 있어서 몰랐는데, 막사 앞 화단이 더 풍성해지고, 
    후반야 오침인원마저 떠난 후, 내무실에 뭔 짓을 한건지 페인트냄새에 어린이집 교실을 방불케하는 알록달록한 색지의 향연들,
    울퉁불퉁하던 취사장 앞에, 어디서 주워왔는지 꼬깔콘과 차단선이 세워지고 "지뢰주의. 밟지마시오."라는 섬뜩한 경고문구가 세워진걸 볼때마다
    중대도 작업하는구나 다른 소대 애들도 꿀빠는건 아니구나...어쩐지 행보관님이 에어리어는 안올라오시더라...
    행보관님과 중대에 잔류 작업 VS 소대장과 함께, 종종 찾아오는 다른 간부들에게 치이며 작업을 비교해보니, 
    차라리 우리 처지가 더 괜찮다싶기도 했다.

    그렇게 지옥같은 한달이 지나고,
    포스타 방문 D-3일전부터...
    우리 소대는 콤푸레샤로 초소 진지에 먼지를 날리고 안쓰는 칫솔로 구석구석 먼지를 제거하는 뻘짓을 하고(....)
    중대에 남은 소대는 레알 아스팔트에 구두약칠하기 직전까지 가며(다행히 이건 행보관님이 막으셨다고...) 
    포스타맞이쌩쑈를 했고...







    한 달 내내 주간에는 한방울 안오던 비가 하필 그날 쏟아져 
    악천 후에 헬기 못뜬다고 포스타의 방문이 취소되었고...

    우리는 쉬기는 개뿔. 
    비오는 날에 병사들 노는 꼴 못보는 대한육군답게 총기수입을 해야했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리고 그날 이 주옥같은 상황에 멘탈이 붕괴해버린 나의 욕설은 터져버렸고.... 
    이게 간부한테 욕을 할듯할듯 하면서 상황에만 대고 욕을 구수하고 찰지게 하는 나를 말려야하나 말아야하나....소대장이 굉장히 안절부절해했다.

    행정병 동기의 말이 정비실에서 내리는 비에 퍼붓는 내 욕설이 행정반까지 들리는데 아무도 뭐라고 안했다 한다.
    출처 수양록과 별도로 작성하던 나의 일기장 발췌.

    길고 재미없음.
    철전열함의 꼬릿말입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소령(진)이던 본부중대장 다음 짬인 중대장인 우리 중대가 이런 일을 받아오는게 이해가 안됐다.

    물론 평소 부대관리의 강도가 명절날 며느리 본김에 김장하는 시어머니같은 행보관님의 부대관리로 외부손님은 다 우리중대로 짬시키긴했지만...
    그래서 "이게 다 행보관님때문이예욧!!!!" 이라고 흥칫핏!!!했는데...

    중대장들이 서로 떠넘기니까 곤란해하신 부대장님의 제안으로 가위바위보로 정했는데...
    마지막까지 남자는 주먹이라고 주먹만 낸 중대장횽의 두뇌없는 가위바위보때문임을 
    예비군 5년차때에야 알게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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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5/07/22 17:23:16  175.223.***.8  일스야드  64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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