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리 회사 나가라” 며 사표 낼 분위기 만들어
“젊은이들 건전지처럼 갈아끼워…소진된 기분”
‘수습사원 전원 불합격’ 사태로 갑질 파문을 일으킨 소셜커머스 기업 위메프에서 정규직 직원들도 수시로 퇴사 압박에 시달렸던 것으로 드러났다. 위메프는 정규직도 실적이 부진하거나 윗 사람들의 눈 밖에 날 경우 내보내고 신입 직원들을 충원하는 행태를 이어왔다.
2011년 위메프에 지역영업직(MD)으로 입사한 ㄱ씨는 16일 <한겨레>와 만나 “이번에 문제가 된 수습사원 뿐 아니라 정규직도 마찬가지로 실적순으로 수시로 잘렸다”고 밝혔다. ㄱ씨는 “위메프는 ‘어드민’이라는 영업실적 체크 프로그램을 통해 전사원들의 실적을 실시간으로 공개하고 있다. 꼭 실적 순이 아니라도 밉보인 직원을 관계없는 부서로 내보내거나 직급을 강등시키는 일이 비일비재했다”고 말했다. 그는 “일부 실장들은 ‘너 언제 나가냐?’, ‘빨리 회사 나가라’ 식의 발언도 서슴지 않았고 사표를 내지 않고선 견딜 수 없는 분위기를 만들었다”고 전했다.
2012년 위메프를 퇴사한 ㄴ씨도 “매출로 영업사원을 정리해 한 본부당 10명 내외의 인원을 매달 내보냈다”고 말했다. 뿐만 아니라 2011년 10월 말에는 550명 사원 중 200여명을 한꺼번에 내보내는 사건도 있었다. 직원 3분의 1을 내보낸 것이다. ㄴ씨는 “대표 지시로 만든 지 얼마 안된 신사업팀을 포함해 하루아침에 잘려나갔다. 점심식사 뒤 팀 단위로 면담하면서 ’오늘 4시까지 짐 싸서 나가라’고 했다.”
수시로 회사에서 ‘잘리는’ 분위기이다 보니 밀려나지 않으려는 ‘파벌’ 경쟁도 치열했다. ㄴ씨는 “2011년 당시 강남, 강서, 강북 세 지역본부에서 매출 대결을 벌였다. 빤하게도 강남이 우승했다. 당시 강남을 맡은 실장이 현재 박은상 대표다. 박은상 대표가 승리한 뒤, 강남 외 지역 영업사원들은 대다수 권고사직됐다. 내부에서도 정치 라인에 따라 구분됐다”고 밝혔다.
허민 당시 위메프 대표이사는 이같은 대량 인원 감축을 ‘소셜커머스 시장 경쟁 격화로 인한 구조조정’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그의 말대로라면 신입사원 채용조차도 줄였어야 맞다. 그해 8월 500여명을 공채로 뽑겠다고 밝힌 지 두달만의 일이었고, 신입 채용도 계속 진행됐다. ‘학력 파괴 전형’이라며 고졸과 지방대생 공채도 적극적으로 벌였다. ㄱ씨는 “월급의 70%만 받고 일했던 3개월 수습 기간에 해고 바람이 불어 신규 채용은 물 건너간 줄 알았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계속 신입을 뽑았다. 10명 뽑아서 일을 시키다 1~2명만 남기는 구조였다”고 설명했다. 인원 충원을 계속하며 인력 규모는 유지한 것이다.
위메프 쪽의 ‘해고 아닌 해고’는 주로 부당 인사 발령의 형태로 나타났다. 갑자기 실장이 호출한 뒤 다른 부서로 발령을 내거나, 팀장급을 팀원으로 강등시키는 식이었다. ㄱ씨의 경우 능력을 인정받아 2년만에 본부의 팀장급이 됐다. 하지만 입사 만 3년째 어느날, 다른 팀 팀원으로 가라는 실장의 호출을 받았다. 사실상의 사직 권고로 받아들이고 사표를 냈다. “근속 3년차가 되면 보너스, 리프레시 휴가, 연봉 인상 등 여러 인센티브를 주게 돼 있다. 5년이 채 안 된 신생회사인 걸 감안하더라도, 실장급 아래로 3년 이상 재직자가 적다.”
2014년 위메프에 입사해 재직중인 ㄷ씨도 갑작스런 인사 발령을 받은 경험이 있다. “일해 온 분야와 다른 팀으로 발령 통보를 받았다. 업무는 할당량을 채우는 식인데, 새 업무가 손에 익지 않으니 그 뒤부턴 매일 야근을 하다시피 한다. 야근을 한다고 해서 별도의 수당을 받지 않는다.” 그는 “부서를 옮긴 뒤 매일밤 12시에 퇴근한다. 퇴근만이라도 제때 하고 싶다”고 말했다.
직원들이 스스로 사표를 냈다면 부당해고로 인정받기는 어렵다. 해고나 인사 조처에 대해 ‘실적 부진에 따른 정당한 조처였다’거나 ‘기업 업무상 인사 이동이 불가피하다’고 기업이 주장할 경우, 부당성을 입증하기도 쉽지 않다.
유다영 노무사는 “일단 스스로 사표를 냈다면 ‘해고’로는 간주되지 않는다. 권고사직을 거부하는 사원에게 기업이 해고를 단행한 경우 부당 해고 여부를 가리게 된다”며 “기업이 제시한 달성 목표가 누가 봐도 부당했다거나 특정인에겐 도저히 불가능한 차별적 요소를 포함하고 있다거나 하는 경우 ‘실적 부진’으로 인한 해고 조치에 문제를 제기할 수는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위메프 대외정책실은 “영업직이 많은 소셜커머스 기업의 특성상 초기에 적응하지 못하고 퇴사하는 직원들은 꽤 있다”며 “학력이나 경력을 보지 않고 고르게 인재를 채용하다 보니, 아직 업무에 숙련되지 않은 상황에서는 회사 업무가 그렇게 느껴질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폭력적이거나 강압적인 문화는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또 “2011년의 경우엔 자본잠식으로 인한 폐업 위기에서 불가피하게 해고가 아닌 권고사직을 했고, 당시 권고사직을 거부한 직원 1명은 지금도 재직중”이라고 밝혔다. 위메프 쪽은 “매년 300억원 적자를 내는 상황에서 신생 기업으로서 절박한 처지”라고 덧붙였다.
결국 ‘기업 문화’의 문제지만, 위메프 같은 단기 효율성만 따져 인력을 마음껏 갈아치우면서 노동자들을 소진시키고 있다. 상대적으로 젊은층인 미숙련노동자를 채용하는 방식으로 단기적 영업이익 개선을 노린다는 논리다. 하지만 해당 기업에서 일하는 것이 ’소진되고 버려질 뿐’이라는 인식이 퍼지기 시작하면, 기업 처지에서도 장기적으로 손해가 날 수밖에 없다. 청년 실업 문제가 심화되면서 당장 취업이 절실한 처지를 악용하는 ’블랙 기업’에 대한 소비자의 저항감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정준영 청년유니온 정책실장은 “경영난이라며 정규직 일자리의 질은 떨어뜨리고, 인턴이나 수습직원 등을 동원해 결과적으로 저가의 노동력을 착취하는 전형적인 ‘블랙 기업’ 행태가 늘어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퇴사 뒤 다른 기업의 과장급으로 입사한 ㄱ씨의 말도 그렇다. 그는 “지금 생각하면 젊은이들을 건전지처럼 갈아끼웠다. 소진되고 버려진 기분”이라고 말했다. “지금 회사를 생각하면 (위메프의 기업 문화는) 말도 안됐지만, 그 땐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몰랐다. 일부 실장을 제외하면 위메프 직원 평균 연령이 매우 젊고 사회 초년생이어서, 물어볼 선배들도 없었다.”
위메프는 지난 2010년 설립됐으며, 허민 전 고양원더스 대표가 주식을 100% 소유하고 있다. 임직원 수가 661명(2014년 4월 기준)이며, 계약직과 파견직 등을 포함하면 1300여명이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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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메프...어제 오늘 얘기가 아니었구나..
2011년에도 하루아침에 200명을 실직 시켰었다니..ㄷㄷㄷ
젊은이들에게 직장은 생사여탈의 문제와 직결될텐데..젊고 어린 마음에 상처주고 잘되나 보자.
사람들한테 상처줘서 물건을 싸게 파는 거라면 사지 않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