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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의원이 전당대회에 공식 출마했습니다. 벌써 많은 곳에서 이미 언급되었겠지만, 문재인 후보의 (무려 당대표) 출마 선언문은 아무래도 실망스럽습니다. 아니 정정합니다. 사실 딱 기대한 수준에 그쳤고, 거기에 뭔가 의미를 두려고 애쓰는 몇몇 사람들이 개인적으로 조금 안스럽기 까지도 해 보입니다. (전문은 다음 링크 참조: http://joongang.joins.com/article/696/16804696.html )
1. 총선 불출마 선언
가장 많이 씹히는 다뤄 지는 부분이 이부분입니다. "대표가 되면 저는 다음 총선에는 출마하지 않겠습니다."
일부에서는 무슨 비장한 희생을 한것 처럼 띄워주려 하나 본데, 그렇기에는 좀 무리가 따릅니다.
가장 먼저 소위 대선후보급 된다는 중량급 정치인에게 국회의원 직 불출마가 그렇게 큰 기득권 내려놓기로 보여지지 않습니다. 손학규 전위원이 분당 출마할때 해당 지역구민들에게 뭐라고 했던가요? "내가 지금 국회의원 한번 더 해먹자고 여기 나온거 아니다." 라고 하지 않았던가요.
그 다음 부산의 본인 지역구가 출마한다고 꼭 당선이 보장되는 지역구가 아니라는 부분입니다.. 지난 대선 때처럼 본인이 직접 나서서 PK 지방에서의 바람몰이를 해와도 본인이 다시 대선후보의 가치가 있음이 증명 될랑 말랑한 겁니다. (지난번 대선에선 그러고도 졌으므로), 근데 전반적으로 새정연이 어려운 지금 이 시점에서 총선 불출마를 선언해 버리면, 스스로 자신없어서 내빼고 있다라는 시그널로 보일 수 밖에 없습니다.
차라리 본인 이미지메이킹대로 부산 싸나이 답게 부산에서 현 지역구 사수 (본인+조경태) 및 거기에 +2석을 이뤄내서 대선 후보로서의 자기 가치를 증명하겠다고 정면 돌파했으면 가치가 있었을지 모르겠습니다. (문재인에 대한 개인적인 호불호를 차치하고 지난 대선후보를 먹을 수 있었던 유일한 강점인 부산-경남에서의 득표력을 거세당한 문제인이 대선후보로서 무슨 가치가 있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워딩 자체가 "다음 총선에는 출마하지 않겠다." 입니다. 일각에서 비웃는 것 처럼 "지역구 출마 안한다는 말임 비례대표 안한다는 말은 안했지롱." 따위의 염치 없는 짓은 못할겁니다. 특히 대선 앞두고 이미지 관리를 해야할테니까요. 그렇지만 이 워딩이 대선 끝나고 나서 뭐 적당한 수도권 지역구에서 벌어지는 "재보선"에 마져 참여 안하겠다는 건 또 아닙니다. 오히려 이런 재보선을 명분삼아 안정적인 곳으로 지역구 갈아타기 하려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게 만드는 워딩입니다.
2. 공천권 행사 안하고, 공천 룰만 만들겠다.
이것도 무슨 비장한 어조로 쓰여진 발표문에서 실소를 하게 만들었던 부분입니다.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것도 아니고…
공천 룰 만드는 게 공천 문제의 사실 핵심입니다. 꼭 당대표 본인이 일일히 최종 결정권 가져야 하는거 아니지요. 특정 세력 특정 집단에게 유리한 가중치 룰을 준다던가 (예, 스마트폰 경선) 어떤 계열, 어떤 특성의 사람(들)을 공천 심사 위원회에 배정한다던가 (예 시민 사회 원로) 하는 문제들 말입니다. 이런 룰의 결정이 최종 결과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한줌도 안되던 혁신과 통합이 허울뿐인 합당을 통해 당시 민주당을 홀랑 점령해 버릴 때 이미 지켜보지 않았던가요.
진짜로 공천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고 싶지 않았다면, 이런 건 어떨까요:
공천 룰을 만드는 데 있어서 (당대표가 된) 본인은 깨끗히 손떼고, 당대표 경선에서 2등을한
최고위원에게 전권을 위임하겠다고 선언한다던가 말입니다.
본인이 야권 계파 수장 (인지 얼굴마담인지) 역할 하고 계신데, 과연 이런 선언 할 수 있을까요? 하는 순간 그 밑에서 줄 서던 사람들 전부 사색이 되서 눈 뒤집어 질 테니 말입니다.
3. 친노 계파 해산 하겠다.
제도권 언론을 포함해 온 세상이 야권 계파 문제에 대해서 떠드는데도, 순진한 척 친노 계파라는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다고 떠들던 때 (기사링크: 문재인 "친노 계파 없다." http://news.sbs.co.kr/news/endPage.do?news_id=N1001369410) 에 비하면 발전된거라고 해 줘야 하나요? 사실 이렇게 까지 시끄러워졌는데 (기사링크: 문재인을 지키는 사람들 모임 세력화http://news.donga.com/3/00/20141229/68805457/1 ), 친노/친문 계파가 없다고 발뺌하기도 낯뜨겁긴 할겁니다. (하긴 그럼에도 출사문의 워딩은 "이른바 친노가 정치계파로 존재한다면 ..." 이라는 가정법입니다.)
참고로 친노 해체 선언 자체는 예고되었었고, 그 부질없음 또한 지적되었었습니다.(http://www.segye.com/content/html/2014/11/07/20141107003538.html ) 아닌게 아니라 지난 대선 때도 여러 번 '친노는 이제 없다' 선언 했던 기억이 오버랩 될 뿐입니다. 심지어 지금의 친노/친문 직계 그룹도 문재인 본인도 카리스마 있게 계파를 컨트롤 하는 보스가 아니라, 이익집단으로 뭉친 다머지 계파의 이익을 책임져 줘야할 얼굴 마담, 아이돌 역할을 하고 계신 것이 아닌가 하는 눈길도 지난 이상돈씨 영입 해프닝에서 들어나지 않습니까? (기사: 박영선-문재인, 이상돈 영입 진실공방http://www.hankyung.com/news/app/newsview.php?aid=201409145566g ) 위에 “문지기” 모임까지 보도된 상황에서, 상임위원회에서 차기 공천이 급한 비례대표 위원이 뜬금없이 “문재인이 대통령되면 해결될 문제”라고 대놓고 빨아주는 발언하는 와중에, ‘친노, 친문 계파 해체 선언’ 하는 게 대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새삼 궁금할 따름입니다.
4. 네트워크 정당, 플랫폼 정당, 스마트폰 정당 강조
“당원이 당의 주인이라는 자부심을 갖게 만들겠습니다. 우리당을 시민의 직접 민주주의를 확장하는 통로로 만들겠습니다.”
출마 선언문에서 이 두 문장이 어떻게 동시에 이어질 수 있는지 개인적으로는 잘 모르겠습니다. 스마트폰 정당, 모바일 정당, 직접 참여… 이런 개념들이 도입된 배경은 민주당은 기존 당원들 (즉 호남) 기득권 때문에 편향되어 있으니 아무나 정당의 결정에 참여할 수 있게 만들어야 한다는 논리에 기반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지금 새정연이 잡탕 정당이 된 원인중 하나이기도 합니다.
무엇보다 지금 새정연이 이렇게 헤메고 있는게, 과연 네트워크상에서 (트위터니 포털이니) 떠돌아 다니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반영이 덜 되서 그런건지, 아니면 너무 그런 목소리만 반영이 되고 있어서 그러는 건지 한번 돌아볼 수 있겠습니다. 지금 새정연에 네트워크 참여가 즉, 인터넷 낭인들의 목소리가 정말 모자란 건가요?
스마트폰 정당은 모바일 투표와 궤를 같이합니다. 모바일 투표는 실제 버튼을 누른 사람이 누구인지를 근본적으로 확인 할 수 없다는 문제가 있었다고 여러 차례 지적되었습니다. (이 문제는 비단 민주당 뿐 아니라, 참여계-통진계가 서로 싸우던 경선 부정 사건 때도 불거졌습니다.http://ko.wikipedia.org/wiki/%ED%86%B5%ED%95%A9%EC%A7%84%EB%B3%B4%EB%8B%B9_%EB%B6%80%EC%A0%95_%EA%B2%BD%EC%84%A0_%EC%82%AC%EA%B1%B4) 다음의 가상 대화를 같은 경우를 막을 방법이 없기 때문입니다.
A: 어 B형 오랜만이에요.
B: 어, A구나. 야 잘만났다. 나 폰 좀 빌려줘.
A: 어, 왜요?
B: 우리나라 민주주의 수호에 기여하라고. 너 평소에 정치 관심없지?
A: 네, 전 투표날엔 보통 놀러가여..
B: 됐어, 그럼 폰 좀 빌려줘. 지금 닭근혜 정부의 횡포를 막으려면 강한 야당 지도자가 필요한데, 그냥 놔두면 호남 토호들 때문에, 정권을 또 넘겨줘야 한다니까.
A: 어.. 전 별로 관심 없는데.
B: 그냥 폰만 주면 돼. 그리고 있다가 본인 인증 뜨면, 니가 인증서 번호만 넣어줘. 나머지 버튼 누르는건 내가 할 께.
A: 그래도 되요?
B: 이게 다 우리나라 민주주의 발전을 위한 거야 임마. 애국하는 거라고.
공천에는 관심 없다고 하면서, 네트워크 정당 스마트폰 정당을 굳이 강조하고, 당원이 주인이 되는 당이라면서 일반 시민 참여를 강조하는 부분은 참으로 이해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5. 새정치민주연합의 뿌리와 정통야당 강조
출마 선언문의 마지막 부분은 정통 제일 야당으로서 새정연의 뿌리를 강조하며 호소하고 있습니다.
누가 보면 한 20년동안 민주당 지켜온 사람인줄 알겠습니다.
실상 문재인 의원은 2011년 급조 정당인 혁신과 통합을 만들어서, 야권 대선 후보가 되기 위해 민주당을 점령하면서 들어오지 않았던가요. 그 전까지, 외각에서 당시 제일 야당이던 민주당을 흔들면 흔들었지 힘을 실어주던 사람은 아니었습니다. 정계 복귀 첫걸음이었던 김해을 야권 후보 “중재” 도 결국 민주당 후보의 일방적 양보를 이끌어 냈었죠. 당시 처음 중재에 나섰을 때 (약간의 반-유시민적 뉘앙스를 느낀) 기자가, “이제 민주당 지지자 되시는 겁니까?” 라고 물어보자, “거기까지 너무 나가시진 마시라”고 받아치던 기억이 아직 생생합니다.
(문재인의 옛날 인터뷰 기사. 그냥 참고로 http://theacro.com/zbxe/377661 )
이러고 다니던 사람이 이제와서 정통 야당, 제일야당 강조하고 있는데 과연 그게 얼마나 진정성 있어 보이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6. 앞으로는…
어쨌거나 전당대회에서 문재인이 당대표 먹을 확률이 99%, 이후 일사천리로 누가 좋아할 만한 공천룰이 설정될 것이고, 그에 이어서 공천 학살과 전쟁이 다시금 벌어질 겁니다. 여기까지는 별로 이견이 없습니다. 지금 돌아가는 꼴을 봐서는 문재인 본인 자체가 (대통령도 아니고) “대선 후보”가 목표라고 인터뷰에서 말 한 거처럼, 야권 주류 세력은 ‘선명 야당’ 탈쓰고 야권의 아이돌 노릇 하겠다는 모습처럼 보입니다. 정권 교체를 마음에둔 외연확장이나 대타협보다는, 제일 야당이라는 우산을 쓴 상태에서 그 야당에 대한 지배권을 확고히 하겠다는 계산이라는 것이죠. 그러니 다음 총선 앞두고 18대나 19대 이상으로 다시한번 학살극이 벌어질게 뻔합니다.
그럼 그 전후에 과연 야권의 지금 비주류는, 아예 갈라선 다음 선거로 선택받아 볼건지, 아니면 어짜피 예정된 총선 패배에 “니들이 분열해서 졌다.”라는 비난 듣기 싫다고 앉아서 죽는 길로 갈지…
그 선택만 있는거 아닌가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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