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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sisa_568876
    작성자 : 미다스
    추천 : 0
    조회수 : 2155
    IP : 112.159.***.132
    댓글 : 10개
    등록시간 : 2015/01/06 20:57:13
    http://todayhumor.com/?sisa_568876 모바일
    트위터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6년 전 한겨레 칼럼.. 어떻게 생각하세요?
    [아침햇발] 비굴이냐, 고통이냐

    지금 이 글은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서울 서초동 검찰청사에 출석하는 장면을 지켜보면서 쓰고 있다. ‘잔인한 4월’의 마지막날, 추락하는 꽃잎은 초라하고 비장하다. 노 전 대통령의 머릿속에는 지금 어떤 상념이 스치고 지나갈까. 뒤늦은 자책과 회한인가, 아니면 분노와 결연한 의지인가. 그의 얼굴 표정만으로는 짐작하기 어렵다. 

    노 전 대통령의 앞날과 관련해 주목되는 여론의 흐름 하나는 불기소론이다. 법치를 포기하는 한이 있더라도 그를 감옥에 보내지 말자는 일부 보수 논객들의 호소는 눈물겹다. 주된 근거는 국가의 위신이다. 나라의 품격이 떨어지는 것을 막고, 국가적 차원의 모욕감을 피하기 위해서란다. 그러나 국가의 위신 추락으로 말할 것 같으면, 정부에 불편한 글 좀 인터넷에 썼다는 이유로 미네르바를 구속해 국제적 웃음거리가 된 것만할까. 서울 한복판에서의 토끼몰이식 철거민 진압으로 죄 없는 목숨들이 죽어나간 사건보다 나라의 체면이 더 깎일 것 같지도 않다. 그러니 사실은 모두 부질없는 말들이다. 

    그럴 가능성이 없겠지만, 혹시 노 전 대통령이 불기소론자들의 아량과 은총에 감읍해 용기백배한다면 정말로 ‘바보’다. 맘껏 희롱하고 조롱한 뒤 아량을 베푸는 것처럼 잔인한 처사는 없다. 재기불능의 상태로 만들어놓고 목숨만 살려놓는 것이야말로 ‘적’에게 가하는 최대의 복수임은 누구의 눈에도 분명하다. 

    노 전 대통령의 가슴은 지금 검찰의 정치보복성 수사에 대한 울분으로 가득 차 있을 것이다. 분명히 이번 수사에는 그런 그림자가 어른거린다. 하지만 노 전 대통령은 알아야 한다. 권력을 기쁘게 하려는 수사는, 인정하고 싶지 않겠지만, 자신의 대통령 재임기간에도 있었다. 검찰은 본래 그러하다. 죽은 권력에는 굶주린 하이에나요, 살아 있는 권력에는 순한 양의 속성은 세세연년 변치 않는다. 자신들의 떡값 의혹에는 한없이 너그러우면서도 일반 하급공무원이 기백만원 받은 봉투에는 추상 같은 게 검찰이다. 그러니 너무 서러워하지도, 분노하지도 말았으면 한다. 그런 검찰을 대통령 재임 때 제대로 개혁하지 못한 원죄도 있으니 말이다. 

    조금 매정하게 말하면, 노 전 대통령의 앞에는 비굴이냐, 고통이냐의 두 갈래 길이 있을 뿐이다. 그러니 아프고 괴롭겠지만 지금의 운명을 긍정하고 고통의 길을 걸었으면 한다. 가령 노 전 대통령이 앞으로 기소를 면한다고 치자. 그래도 그의 무죄가 확인됐다고 생각할 사람이 얼마나 될까. 그와 박연차씨의 돈거래를 상부상조의 미담으로 여길 사람은 더욱 없어 보인다. 없었던 일을 있었다고 진술할 필요야 없지만, 피의자의 방어권을 내세워 구차하게 법망을 빠져나가려는 모습은 보이지 않았으면 한다. 그럴수록 더욱 초라해질 뿐이다. 야속하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봉하마을 집 주변에 가시나무 울타리를 치고 ‘위리안치’되는 신세나, 옥중에 갇히는 생활이나 오십보백보다. 

    지금이야말로 그의 예전 장기였던 ‘사즉생 생즉사’의 자세가 필요한 때다. ‘나를 더 이상 욕되게 하지 말고 깨끗이 목을 베라’고 일갈했던 옛 장수들의 기개를 한번 발휘해볼 일이다. 그가 한때 탐독했던 책이 마침 <칼의 노래>가 아니던가. ‘사즉생’을 말하는 것은 노 전 대통령 개인의 부활을 뜻하는 게 아니다. 노 전 대통령이 선언한 대로 그의 정치생명은 이미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다. 하지만 그는 죽더라도 그의 시대가 추구했던 가치와 정책, 우리 사회에 던져진 의미 있는 의제들마저 ‘600만달러’의 흙탕물에 휩쓸려 ‘동반 사망’하는 비극은 막아야 한다. 그의 ‘마지막 승부수’는 아직도 남아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한 달 전인 2009년 4월 30일 한겨레 칼럼입니다.

    자살을 종용하는 칼럼일까요? 정치생명이 끊어져도 비굴하지 않은 당당한 길을 가라는 뜻일까요...?

    저는 글쎄요..... 여러분의 생각은 어떠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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