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성의 맨체스터 생활기<1> "루니야! 위닝으로 다시 한번 붙자"
[일간스포츠 2007-02-10 13:47]
박지성(26·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은 축구 게임을 즐긴다. 일본과 네덜란드를 거쳐 잉글랜드까지 8년째 외국생활을 거치면서 그가 즐기는 유일한 취미생활이 축구 게임이다. 최근 원정경기에 나섰을 때의 일이다. 박지성은 웨인 루니, 파트리크 에브라 등 동료 4명과 축구 게임 토너먼트로 챔피언을 가렸다.
축구게임이라면 일가견있는 박지성이었던 터라 승리를 의심하지 않았다. 그의 상대는 루니. 하지만 박지성은 루니에게 2게임 모두 참패하며 1차전에서 탈락하고 말았다. 이유인 즉 박지성은 위닝 일레븐을 하는 반면 루니 등 유럽선수들은 방식이 다른 '프로 에볼류션 사커'를 즐기고 있기 때문이다. 패한 박지성은 루니에게 귀엣말로 "다음에는 우리 집에서 위닝 일레븐으로 한 판 붙자"고 속삭였다고.
지난달 24일 박지성은 맨체스터의 부자들이 몰려있는 뉴타운인 윔슬로 지역으로 이사했다. 예전 집에서 10분 정도 거리에 떨어져 있는 3층짜리 빌라다. 절친한 에브라의 옆집이면서 판 데르사르가 뒷집에 살고 있다.
에브라와는 종종 박지성의 집에서 축구게임을 하는 데 박지성이 연전연승을 거두는 이유는 에브라에게 익숙치 않은 위닝 일레븐으로 경기를 하기 때문이다. 이 지역은 한 마디로 맨유 선수촌이다. 맨유 구단은 선수들을 편하게 경호하고 관리하기 위해서이 곳 대부분의 빌라를 구입해놓았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존 오셔 등도 멀지 않은 곳에 떨어져 있다. 한 번은 박지성이 차에서 내려 집에 들어가려는 데 어디선가 '찌(Ji·맨유 선수들이 박지성을 부를 때 쓰는 호칭)'라고 불러 돌아보니 아무도 없더란다. 계속해서 '찌'라는 소리는 들려오는 데 아무도 없어 당황했는데 알고 보니 호날두가 차 뒤에 숨어서 차 밑으로 박지성의 이름을 불렀던 것이다. 21살의 어린 선수다운 장난이다.
동네 주유소를 가다보면 홀로 주유하고 있는 존 오셔를 만나기도 한다. 알렉스 퍼거슨 감독도 이 근처에 살고 있는 데 가끔씩 퍼거슨 감독이 차를 몰고 가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박지성이 이사를 온 후 가장 급한 일은 인터넷을 설치하는 일이었다. 상상을 초월할 만큼 인건비가 비싼 영국에서 인터넷을 새로 설치하려면 한 달 이상이 소요된다. 하지만 친구를 뒀다가 뭐하랴. 박지성은 영어에 능통한 판 데르사르가 인터넷 기술자를 곧바로 불러줘 하루만에 인터넷을 설치할 수 있었다.
판 데르사르는 박지성이 맨유에 입단할 때부터 형처럼 잘 챙겨줬는데 한국 김치와 동태전 등을 잘 먹는다. 그는 런던에 머물 때부터 자주 한국 식당을 찾을만큼 한국 음식 애호가다. 그리스전을 마치고 팀에 돌아와 지난 5일 토트넘전서 코뼈가 부러진 판 데사르를 만나 위로했는 데 그는 장난스런 몸짓으로 '켁'하고 부러졌다는 시늉을 해보이더란다. 지금은 레알 마드리드서 뛰고 있는 판 니스텔로이는 김치만큼은 절대 입에 갖다대지도 않았다.
그리스전을 마치고 팀에 복귀해서 개인훈련을 하던 8일 박지성이 어깨가 으쓱한 일이 벌어졌다. 캐링턴 연습구장에 한국 팬이 선물을 보내온 것이다. 인라인 스케이트였는 데 친절하고 배려심많은 한국 팬은 박지성 것 뿐만 아니라 절친한 에브라와 주장인 게리 네빌의 것까지 보내왔다. 아르헨티나와의 A매치에 프랑스 대표로 발탁됐지만 경기에 출전하지 못했던 에브라는 박지성을 향해 선물을 들어보이며 애처럼 기뻐했다고.
전날 올드 트래포드서 열린 스페인과의 A매치서 잉글랜드 대표로 뛴 게리 네빌은 이날 회복훈련을 하면서 기분이 썩 좋지 않았다. 스페인에게 0-1로 패했고 최근 들어 잉글랜드가 4경기째 승리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 인상을 구기고 있던 네빌도 박지성 덕분에 뜻밖의 선물을 받고 얼굴이 환하게 폈다.
한국 팬은 네빌에게 '우리 박지성 좀 잘 좀 봐달라'는 메시지도 함께 남겼다. 사실 이 곳 팬들은 선수에게 선물하는 일이 이례적이다. 꽃 한 송이 선물하는 일이 드물다. 인라인 스케이트는 선수들에게도 큰 선물인데 네빌은 박지성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전하면서 새삼 박지성의 인기에 놀라는 눈치였다고 한다. 맨체스터에서 <2편에서 계속>
보면서 계속 웃음이 나와서 퍼왔습니다 ㅎㅎ